야당의 ‘미끼’가 된 공무원연금개혁 본문듣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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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10월 새누리당이 공무원연금개혁안을 내고 국회의 공청회도 못 열자 시작된 ‘국민대타협식’ 공무원연금개혁 논의가 지난 5월 29일 개정공무원연금법이 국회를 통과하면서 7개월 만에 마무리 되었다. 타협되는 과정은 과거 정부가 개혁안을 마련하는 것과 달리 국회에서 공무원연금개혁을 위한 국민대타협기구와 특별위원회를 만들고 ‘공무원연금개혁분과위원회’, ‘노후소득보장제도개선분과위원회’, 그리고 ‘재정추계검증분과위원회’에서 개혁안을 만드는 것이었다. 과거의 공무원연금개혁안이 셀프개혁이어서 아직도 적자가 발생한다는 것이 명분이었다. 그러나 국민들은 얼마나 큰 타협했는지 잘 모르겠고 또 이 과정에 이상한 거래가 많아서 너무 많은 시간과 노력, 그리고 국력이 낭비되었다.
국회에서의 여야 합의 과정에 국민연금 소득대체율을 50%로 인상하는 합의문이 나왔고 이는 결과적으로 정부의 강한 반발을 낳았다. 그러자 야당은 기초연금 대상을 70%에서 95%로 확대하고 금액도 두 배로 하자는 타협안을 내고 또 철회하였다. 또, 다시 이어진 타협은 복지부장관이 소득대체율 인상과 관련되어 ‘세대간 도적질’이라는 발언에 대한 사과와 위헌시비까지 말릴 수 있는 세월호법 시행령 개정까지도 포함되었다. 그리고 여야는 최종적인 ‘공무원연금개혁등 여야합의문’에 공적연금강화 등을 위한 사회적 기구, 국회시행령수정권, 세월호특별법개정, 정부 사과까지 모두 포함시켰다. 시작은 공무원을 대상으로 한 ‘공무원연금개혁’인데 결말은 국민은 물론 국가의 헌법까지 관련되는 국회의 시행령개정이라는 ‘삼권분립’ 문제로 비화되었다.
야당은 결과적으로 자신들의 정치적 입지를 확보하기 위하여 공무원연금개혁을 미끼로 했다고 할 수 밖에 없다. 여당은 타협의 대상이 될 필요도 없는 타협에 말려들었다. 이에 따라 국회는 본의 아니게 2007년 개정된 국민연금을 재개정하고, 작년에 심각한 사회적 갈등을 낳은 기초연금을 조정하고, 또 국회의 시행령 수정권 등을 논해야 하게 되었다. 모두 쉽게 합의에 이를 수 없는 심각한 사안들이다. 그리고 이 논의들은 진행되면서 내년 총선이나 다음 해에 있을 대통령선거의 핵심 이슈화할 것이다. 공무원연금개혁이 정치권을 비정상적인 선거판으로 몰아가고 있다.
모든 공적연금은 ‘계약’을 전제로 한 복합적 금융상품이어서 타협을 통한 개혁 대상이 되어서는 안 된다. 제도의 수지균형이 전제되어야 하고 적자가 발생되면 이를 운영하는 정부가 세금으로 메꾸어야 하므로 국민들의 동의가 있어야 한다. 따라서 국민들이 부담할 수 있는 적자의 범위 내에서 보험료를 올리든지 급여를 낮추든지 해야 한다. 이는 제3자가 아닌 보험가입자들이 선택할 문제다.
이를 유권자 눈치만 보는 여야 정치인과 정치인을 볼모로 하는 공무원단체가 함께 ‘대타협’이라는 이름으로 타협한 것이다. 여기에 적자를 부담할 국민들의 뜻은 없었다. 그러다 보니 결과는 공무원연금의 근본적 문제에 전혀 접근하지 못했다. 적어도 ‘대타협’이라면 국민들이 속 시원하게 공무원연금 문제를 더 이상 걱정하지 않게 했어야 했다. 그런데 누가 보아도 늦어도 5년 이내에 또 다른 ‘대타협’을 시도하지 않으면 안 될 것 같다. 왜냐하면 정부가 더 많은 보험료를 내게 되었으면서도 2020년대에 이르면 보전금이 다시 현재의 수준으로 늘어나게 되기 때문이다.
따라서 공무원연금개혁을 앞으로 어떻게 더 해야 할 것인지에 대한 논의를 다시 시작해야 한다.
우선, 첫째로 국민연금과 같이 5년마다 공무원연금재정을 재계산해서 공무원연금의 수지균형 상태를 국민들에게 투명하게 보여야 한다.
둘째, 개혁안의 보험료율 9%와 1년 근무마다 증가하는 연금지급율 1.7%를 더 낮추어서 제도의 수지균형 가능성이 시야에 들어오게 해야 한다.
셋째, 사회경제적 변화에 따른 급여의 자동안정장치가 마련되어야 한다. 공무원연금의 재정적자는 기대치와 다른 평균수명의 증가, 공무원보수의 상승, 공무원 수의 증가 등에 따라 더욱 커질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문제는 향후 공무원연금을 개혁하는데 있어서 이러한 합의들을 도출하는 것이 금번 연금개혁보다 더 어려울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공무원연금개정안에 연계된 국회의 결의에 따라 ‘공적연금 강화와 노후빈곤 해소’를 위한 특위를 구성하고 사회적 기구도 가동될 예정이다. 공무원연금개혁에서와 같이 국민대타협기구를 통한 해법을 또 다시 모색한다면 국민들의 불신이 더 커질 수 있다.
진정으로 여야 정치권이 국민들의 노후를 진심으로 걱정한다면 서로의 이해 타산에 기초한 ‘연금보장’에만 집중해서는 안 된다. 정치적으로 ‘연금보장’은 노인층에게 돈을 더 주어서 매수하는 것과 같다. 연금액을 인상할 때 반대할 국민들은 아무도 없기 때문에 정치적 아젠다로 가장 쉬운 하수(下手)에 가까운 것이고 이는 다음 세대를 팔아먹는 것과 같다.
700만 명의 베이비붐세대가 노후소득 없이 퇴직을 기다리고 있다. 이들에게 정치권이 주장하는 연금보장이 노후보장을 의미할 수 없다. 줄어드는 젊은이들이 이들의 연금을 부담할 능력이 없기 때문이다. 이들은 아직 건강하고 일할 의사가 있는 세대다. 게다가 우리나라를 선진국으로 이끈 경험 많은 주역이다. 이들에게 노동시장의 문을 활짝 열어주고 능력이 닿는 한 일해서 스스로 노후를 책임질 수 있도록 해야 한다. 2017년 60세 정년연장의 전면시행을 앞두고 임금피크제의 전면 도입과 노동시장 유연화를 통하여 이들이 노동시장에 더 오래 머물 수 있도록 정치권의 ‘대타협’이 절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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