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로에 선 우리나라: 서양의 패러다임인 “빚을 내서 하는 복지”를 언제까지 따라 할 것인가? 본문듣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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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의 긴 흐름으로 볼 때 우리나라를 포함한 동양이 이제 기로에 서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특히 최근 우리나라 경제의 최대의 화두로 등장한 증세-복지 논쟁에서 볼 때 특히 그러하다. 정치경제 사상 면에서 동양이 서양배우기를 계속하면서 동시에 독자적인 기여를 할 수 있을 까? 과거 역사의 흐름을 보면 우리는 이 질문에 대하여 긍정적으로 대답할 수 있다. 동양은18세기까지 문물과 사상 면에서 서양에게 많은 영향을 주었다. 특히 17-18세기 서양의 계몽시기에 동양 사상이 서양에 끼친 영향을 분석해 보면, 우리는 긴 역사의 과정을 통하여 동양의 펀더멘털이 얼마나 넓고 깊은 것인지 알 수 있다.
특히 도교-무위(道敎-無爲)사상에 내재된 정치경제 사상은 서양의 시장경제철학의 형성 과정에 커다란 영향을 끼쳤으며, 따라서 21세기 정치경제사상에 대하여 갖는 적실성은 절대로 과소평가되어서는 안될 만큼 중요하다. 서양 학자들 스스로가 도교 사상이 서양 시장경제 사상에 미친 영향을 다음과 같이 기술하고 있다:
<자유방임(laissez-faire)이라는 슬로건은 프랑스인 드 구르네 (Vincent de Gournay)가 유행시켰다. 그는 프랑스 중농주의자이며 1750년대 통상책임자로 봉직한 인물이다. 그는 프랑스와 케네 (Francois Quesnay)가 중국에 대하여 쓴 글에서 “자유방임”이라는 어휘를 가져와 유행시킨 것으로 알려져 있다. 프랑스 어휘인 자유방임(laissez faire) 과 자유통행(laissez passer)은 케네가 만들어냈는데, 자유방임은 중국어 어휘인 무위 (無爲, Wuwei)의 프랑스식 번역인 것이다. >
케네(Francois Quesnay, 1694 –1774)는 드 구르네의 사상적 스승으로 프랑스 중농주의의 태두이다. 케네는 동양사상에 심취하여 서양사상가들 사이에 “프랑스의 공자孔子” 라는 별명을 얻을 정도로 동양사상을 높이 평가하였다. 케네는 1767년에 발간한 저서 “중국의 전제주의, le Despotisme de la Chine” 라는 책에서 중국의 정치경제사회 상황을 설명하면서, 입헌군주제를 주장하는 이론을 전개하였다. 여기서 전제주의 라고 한 것은 당시 케네가 활동하던 시기에는 비판적인 함의를 가지고 사용한 것이 아니고 계몽군주의 뜻으로 미래지향적이고 긍정적인 뜻으로 쓰인 것이다. 당시 그냥 전제군주이기만 하였던 유럽의 여러 군주들에 비하면 동양의 지도자는 아주 계몽된 전제군주로 보았다. 즉 케네에게는 동양이 그 이상형이었던 것이다.
케네는 동양의 과거제도에 연유하는 교육중시와 성과주의를 당시 유럽사회를 지배하고 있었던 귀족 혈통제도와 비교하면서 긍정적으로 평가하였고 이러한 동양의 교육제도와 함께 간명하고 효율적인 세금제도를 찬양하였다. 즉 동양의 정치윤리, 일반화된 교육제도, 무위사상, 단일화된 세제에 매료되고 이를 서양에 도입할 것을 주장한 것이다. 케네는 당시 프랑스의 군주 루이 15세와 가깝고 그에게 커다란 영향을 끼쳐, “루이 15세의 사고자 (the Thinker of Louis XV)” 라고도 불렸다. 케네는 또 루이 15세의 주치의였는데, 이러한 지위를 활용하여 중국의 황제들이 하는 것처럼 왕이 직접 봄에 경작시범을 보일 것을 주장하여 성공하기도 하였다.
케네가 활동하던 시기에는 동양의 발달된 농업과 이를 운영하는 정부의 자유방임 정책, 그리고 도교의 주요 개념들이 직접 또는 간접으로 프랑스 사상계에 영향을 미치고 있었다. 명백히 도교의 개념인 “지나친 통치는 금물!” 이라는 모토나 “자연에 맡겨라!” 라는 구호가 널리 프랑스 지식인 사이에 유행하였다. 그의 슬로건은 “자유방임, 자유통행, 세상은 저절로!” 라는 보다 발전된 형태로도 프랑스 사상계에 유행하게 되었다. 완전히 도교의 무위사상과 일치하는 것이다.
정치경제 면에서 도교-무위사상이 21세기에 제시할 수 있는 철학은 어떤 것이 있는가? 도덕경에는 민생중시, 간명한 법규, 작은 정부, 민간주도, 적은 세금, 사회균형, 지도자의 청렴 등 21세기 정치경제가 지향해야 할 길을 제시하고 있는 것이다.
도덕경이 제시하고 있는 정치경제 사상 중에서 상당 부분은 이미 서양에서도 실천하고 고민하고 있는 것이다. 민생중시는 한마디로 민주주의의 기반이다. 민주주의를 창달한 서양에 이미 이것은 구현되고 있다. 민간주도의 경제운용도 서양의 시장경제 철학에 내재 되어 있는 것이다.
작은 정부, 간명한 법규, 적은 세금은 바로 서양에서 이를 지지하는 보수주의 철학과 전체의 이익을 위하여 정부의 적극 개입을 주장하는 진보주의 철학이 충돌, 경쟁하고 있는 분야이다. 실제로 역사 속에서 변증법 적으로 두 개의 철학이 각기 크게 기여한 부분도 있다. 그러나 이제 21세기에 이르러, 이러한 시험은 끝나고 슬기로운 균형의 선택을 하여야 할 시점에 이르게 되었다. 서양에서 벌어지고 있는 경쟁과 논란에, 올바른 선택을 하도록 동양이 결정적으로 기여할 수 있다. 여기서 동양은 도덕경이 조언하는 대로 작은 정부, 간명한 법규, 적은 세금 의 철학을 지켜나가야 한다. 도교는 인간사에서 모든 행동의 근원이 되는 요소로서 다른 어떤 동물도 가지고 있지 않은 탐욕 지적하였다. 그리고 이를 관리해 나가기 위하여 무위사상을 제시하고 있다. 도교의 이기심 내지 탐욕이론에 의하면, 큰 정부, 복잡한 법규, 많은 세금은 설사 당초에 좋은 의도로 시작되었다고 하여도 결국 그것을 운용하는 개인의 이기심에 의하여 낭비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그래서 무위사상에 의거 작은 정부, 간명한 법규, 적은 세금을 조언하고 있는 것이다.
실제로 이 문제에 대한 이론적인 해답은 상당부분 서양이 이미 가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특히 서양에서 벌어지고 있는 복지사회의 문제는, 많은 경우 그 내용을 살펴 보면, 이미 적나라 하게 문제점이 노정되고, 가야 할 방향이 잡혀 있는 상태이다. 우리의 시장경제와 민주주의는 서양의 인스티튜션을 따른 것이고 지금도 그 테두리 안에서 운영되고 관리되고 있다. 그런데 문제가 생겼다. 서양식 시장경제와 민주주의 모델이 심각한 난관에 부딪쳐 있는 것이다. 2007-2008의 글로벌 금융위기나 2009-2011의 유로위기는 단순한 금융이나 경제 문제가 아니다. 그 저변에는 시장경제 사상과 시장경제를 관리하는 체제로서의 민주주의에 대한 정치경제차원의 근원적이고 철학적인 문제가 개재되고 있는 것이다. 서양은 복지문제, 사회균형 문제에서 이를 헤치고 나갈 사상의 빈곤과 철학의 부재로 암울한 미래를 느끼고 있는 것이다. 정치경제적 포퓰리즘이 그 원천이고, 유로 위기의 본질이다.
이러한 복합적이고 심각한 상황은 유로위기 당시 룩셈부르크의 총리 융커(Jean-Claude Juncker, 1995.1-2013.12 간 19년 총리역임) 가 한 말에서 정확히 지적되고 있다.
“ 우리 지도자들은 유로 위기에 봉착하여 무엇을 하여야 하는지 다들 잘 알고 있다. 다만 그것을 할 경우 어떻게 재선 될 수 있는지에 대하여 알지 못하고 있는 것뿐이다.”
융커 총리의 말은 무엇보다도 유럽 국가들이 안고 있는 막대한 부채, 그리고 이와 연계된 사회복지 비용, 이를 개선하지 못하는 정치체제에 대한 지적이다. 유럽 대부분의 국가들이 GDP대비 국가채무가 100% 안팎으로 국가의 경제가 감당할 수 없는 상황에 처해있다. 그대로 가면 낙후와 쇠락이 불 보듯 뻔한데 서양은 정치가나 유권자나 이를 바로잡을 결의나 활력을 보이지 못하고 있다. 서양국가들이 정치경제 차원에서 안고 있는 문제의 핵심을 지적한 것이다.
문제는 단순한 정치적 선택의 차원 너머에 있다. 서양문명의 사상체계는 21세기 벽두에 세계의 정치경제가 당면한 심각한 문제를 진단하고 해결책을 제시할 사상적 기반이나 활력을 소진한 것으로 보인다. 만약 서양이 이러한 위기상황을 극복하지 못하고 점점 더 깊은 나락으로 빠져든다면, 우리도 커다란 위기에 직면하게 된다. 경제적인 타격도 있지만, 무엇보다도 시장경제와 민주주의와 같이 중요한 인스티튜션에서 더 이상 믿고 따라갈 롤(Role) 모델이 없어지기 때문이다. 우리가 ‘왜 중국은 일어서고 소련은 붕괴하였는가’ 하는 문제를 살펴 보거나, 또는 남북한을 비교하여 보면 시장경제의 중요성을 알 수 있다. 시장경제는 민주주의와 궁극적으로 동전의 앞 뒷면을 구성하고 있다. 그리고 그 동전은 개인의 자유라는 물질로 만들어진 것이다. 민주시장경제는 인류가 만들어낸 최선의 제도, 또는 처칠 (Churchil)l의 말을 빌리면 “인류가 지금까지 실험해본 다른 어떤 제도 보다 덜 나쁜 제도” 이다. 이를 유지 발전 시켜야 한다.
여기에 동양이 기여할 부분이 있다. 사회균형, 복지 문제와 관련하여 동양은 도덕경에 의지하여 새로운 사상과 철학을 제시 할 수 있는 단계에 있다. 서양의 상당수의 국가는 이미 돌이킬 수 없는 지점을 통과한 것으로 보인다. 동양은 이러한 서양의 오류를 준거로 삼아서 따라가서는 안 된다. 동양은 “가능한 대로 최대한 복지정책을 펴되 빚을 내어서는 복지 정책을 펴지 않는다”는 원칙에 입각한 새로운 철학을 제시하고 정착시킬 수 있는 위치에 있다. 지금 그 기로에 와있다고도 볼 수 있다. 그리고 이를 통하여 도덕경에 담긴 다른 정치경제 사상, 즉 작은 정부, 간명한 법규, 적은 세금의 지혜를 증명해 낼 수 있는 것이다. 우리나라가 이러한 해법에 눈을 뜨고 실천 할 수 있다면, 우리는 유구한 인류 역사 흐름의 선두에 서게 된다. 정치경제의 제도 면에서 인류 최선의 유산이면서 21세기초에 위기에 처해 있는 시장경제와 민주주의의 유지와 발전에 중요한 기여를 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이를 위하여 우리나라는 앞으로 수년 내에 반드시 해야 할 일이 있다. 그것은 빚을 내서는 복지를 하지 않는다는 것이고 공정경쟁을 통하여 민주경제체제를 유지 발전시킨다는 원칙을 세우는 것이다. 서양의 어떤 나라도 하지 못한 일이다. 우리가 못하면 다음은 중국이 마지막으로 기회를 맞게 된다.
되풀이하지만, 그 시작은 “빚을 내서 하는 복지”는 하지 않는 다는 원칙에서 출발하여야 한다. 현재 서양에서 쓰고 있는 “복지” 라는 단어는 불완전한 개념 내지 포퓰리즘에 입각한 혹세무민적인 개념이다. 서양의 모든 나라가 이미 국민의 세금이나 국가 재정에 의한 복지를 하는 단계를 모두 넘어섰다. 이들은 예외 없이 “빚에 의한 복지”를 하고 있는 것이다. 즉 자식의 세대를 넘어 손자, 증손자의 돈 까지 끌어다가 현재 사는 어른들이 잘 살겠다는 비윤리적인 상황을 증폭시키고 있는 것이다. 이들은 습관적으로 또 우민 정책에 입각한 정치적 필요에 의하여 “빚을 내어서 하는 복지”라는 것을 숨기고 그냥 “복지”라고 하고 있을 뿐이다. 우리가 이러한 폐단까지 서양으로부터 수입하여 원용해야 하는지 근본적인 성찰을 해야 한다. 지금이 바로 그 시점이다. 앞으로 수년이 중요하다. 이 시기를 허송 세월 하면 돌이킬 수 없이 서양이 빠진 함정에 우리도 빠지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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