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복 70주년과 3포 세대 -- 기성세대의 역사적 책임을 묻는다 본문듣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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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이켜 보면 광복 70년의 지난 세월 동안 대한민국은 일제 식민지의 암울한 시대와 광복, 민족의 분단, 6.25 동란, 그리고 4.19 혁명과 5.16 등 정치적 격동의 시대를 거치면서 1960년 초 1일당 GDP 80불 수준의 가난한 신생 후진국에서 현재 1인당 국민소득 3만 불로 선진국 수준에 육박하는 국가로 발전했다.
2차 대전이전 후진국 중에서 전후에 선진국이 된 나라는 싱가폴을 제외하고는 단 한 나라도 없었다는 사실을 고려해 본다면, 선진국의 문턱에 이른 대한민국의 발전은 오바마 대통령이 아버지의 조국 케냐를 방문 했을 때, 한국의 발전을 보라고 했듯이 시장경제체제의 우월성을 보여 주는 대표적인 성공 사례로 평가되고 있다.
1천 4백만명의 국민들이 감동의 눈물을 흘린 영화 “국제시장”에서 가장 인상적인 장면으로 끝 부분에 노인이 된 주인공 “덕수”가 아버지 영정 앞에서 “아버지, 내 약속 잘 지켰지예, 이만하면 내 잘 살았지예, 근데 내 진짜 힘들었거든예” 하면서 우는 장면이 있다. 눈물을 참고 버티던 관객들조차도 “근데 내 진짜 힘들었거든예” 하는 대목에서는 바로 이것이 자신이 하고 싶었던 말이자 동시에 듣고 싶었던 말이라는 감동에 눈물을 참기 어려웠다. 다행히 “국제시장”은 여기서 끝난다.
하지만 만약 “국제시장”에서 주인공 “덕수”가 오늘날 취업-결혼-자녀“를 포기한다는 소위 “삼포시대”의 고민을 안고 있는 손자와 지난 세월이 아니라 다가오는 세월을 이야기한다면, 과연 “국제시장”이 이렇게 감동의 해피엔딩으로 끝날 수 있었을까?
고개를 들어 미래를 바라보면, 이야기는 전혀 달라질 것이다. 이미 한국 경제는 저성장-고령화의 흐름에 들어갔다. 경제성장률은 2%대가 “뉴노멀”로 자리 잡았으며, 경제활동인구는 2016년을 정점으로 감소하고 65세이상 인구비중은 현재 12%대를 넘어 2030년 24%에 이를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OECD 회원국 중에서 15세에서 29세의 청년층 인구 중에서 고용과 훈련 등 구직의지가 없는 청년층의 비중은 한국이 15.6%로 OECD 평균 8.2%의 거의 배에 달하고 있다. 경제가 활력을 잃어 성장률이 낮아지자 일자리 구하기가 힘들 뿐만 아니라 1%대 금리에 저축을 해서 언제 내 집을 마련한다는 희망을 가질 수 있겠는가?
이런 암울한 미래 전망에는 세계경제의 구조변화를 비롯하여 불가피한 측면이 상당 수 있다. 하지만 아무리 어쩔 수 없는 시대적 요소들이 있다고 해서 “3포”라는 자조적 현재 상황에 대하여 과연 지금 기성 세대가 다음 세대를 위해 최선을 다했다고 이야기할 수 있을까? 우리 아버지 세대가 우리에게 그러했듯이, 우리도 다음 세대에게 우리가 산 시대보다 더 나은 시대 환경을 물려주는 것은 당연한 역사적 책임이다. 하지만 이런 비관적인 시대에 대응하여 지금 우리 기성 세대는 다음 세대에게 보다 나은 세상을 물려주기 위해 과연 무엇을 하고 있는가? 이런 점에서 광복 70주년은 기성세대에게 역사적 책임에 대한 인식과 그에 대한 반성을 요구한다고 할 것이다.
연금 개혁을 했으니, 다음 세대는 걱정을 안 해도 된다고 할 수 있을까? 구조개혁을 해서 경제의 새로운 성장 동력을 만들었으니 열심히 해보라고 이야기할 수 있을까?
현재 정부는 “임금피크제” 추진에 애쓰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민간기업들은 말할 것도 없거니와 공기업들 조차도 대상 316개중 도입한 공기업 수는 11개에 불과하다. 기성세대의 기득권을 지키기 위해 임금피크제 조차도 양보를 못하겠다면, 우리는 과연 다음 세대를 위해 무엇을 할 수 있겠는가? 우리 세대는 고생할 만치 했으니 이제 너희시대는 3포 시대건 5포 시대건 너희가 알아서 살라고 할 것인가?
현재 우리 사회는 마치 “총체적 무력증”에 빠진 것처럼 보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라고 본다. 우리 모두는 경제 전문가가 아니더라도 경제에 심각한 문제가 있으며, 무언가 잘못 되어 가고 있다는 것은 피부로 알고 있다. 이런 정치로는 경제를 살릴 수 없다는 것도 분명해 보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시대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과연 우리는 무엇을 하고 있는가?
청와대는 국회 때문에 정책 추진이 안 된다고 하고, 국회에서는 여당은 야당 때문에, 야당은 여당 때문에, 언론사는 수익성 때문에, 학계는 자신들의 평가점수를 채우는데 급급하여 한국 사회를 제대로 들여다 볼 여력조차도 없다고 한다. 해결책을 모색하는 노력은 고사하고 시대의 과제를 고민하는 “담론”조차도 찾기 어렵다. “3포 세대”의 고통에 대하여 차라리 눈을 감고 귀를 막고 외면하고 싶은지도 모른다. 그 결과로 “3포 세대”는 “절망의 세대”가 될 가능성이 높아만 가고 있다.
앞선 세대는 식민지 시대에서부터 개발시대에 이르기까지 온갖 어려움을 극복하여 오늘의 기성세대에게 “기회의 시대”를 물려 주었다. 반면에 지금 기성세대는 국가의 역동성의 소진하고 자식 세대에게는 “절망의 시대”를 물려 줄 가능성은 높아만 가고 있고 있다는 현실을 직시해야 마땅하다.
기성세대는 자식 세대가 우리보다 못 사는 결과를 가져 오지 않도록 최선으로 노력해야 할 역사적 책임을 가지고 있다. 지금의 기성세대가 세금을 더 부담하지 않으면, 기성세대의 복지비용을 우리보다 살림살이가 더 어려운 다음 세대에게 부담시킬 수밖에 없다. 절망의 시대를 넘겨주는 것도 부족해서 세금 부담까지 떠넘긴다면, 기성세대는 참으로 자식들에게 부끄러운 세대가 될지 모른다.
최근 UN이 발표한 인구 전망에 따르면, 우리나라 인구가 2030년 5천 2백만명을 정점으로 해서 2050년 5천백만명, 2100년에는 3천 8백만명으로 급격하게 감소할 것으로 예측했다. 한편 2050년 60세이상 인구의 비중은 41.5%로 세계 2위의 고령국가가 될 것이라고 한다. 이미 결혼도 출산도 포기하는 세대가 등장했으니 UN의 전망이 당연한 결과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이 모두가 어쩔 수 없는 시대 탓인가? 절대 그렇지 않다. 세계 경제가 혼미한 가운데서도 각국은 새로운 도약을 준비하는데 “각자도생”하고 있다는 점을 주목해야 한다. 지금 일본을 보라! “잃어버린 20년”은 옛날 이야기고 엔저와 제조업의 부활 덕분에 1990년이래 최대 활황을 보이고 있다. 최근 New York Times 보도에 따르면, 세계의 공장은 더 이상 중국이 아니라 미국으로 옮아 가고 있으며, 낮은 에너지 비용과 세금 부담으로 전 세계의 기업들이 미국으로 몰려 들고 있다고 한다. 한편 영국의 케머론 정부는 낮은 소득에도 불구하고 세금과 복지는 높은 기형적인 영국 경제의 구조를 높은 소득과 낮은 세금과 복지수준의 새로운 구조로 개편하는 대대적인 국가 혁신을 추진하고 있다. 따라서 세계 경제 여건 때문에 어쩔 수 없다는 것은 무능을 감추려는 비겁한 변명에 불과하다.
우리 세대가 역사적 책임을 다 하지 않는다면, 다음 세대는 우리보다 어려운 경제형편에 살게 될 가능성은 높아져 가며, 그 결과로 기성세대는 자신들의 이기심과 무능의 결과로 다음 세대에게 자신의 시대보다 어려운 시대를 물려준 부끄러운 세대라는 불명예를 역사에 남겨야 할지 모른다.
그렇다면 역사적 책임을 다하지 못한 불명예를 쓰지 않기 위해서 기성세대는 무엇을 해야 하는가? 우선 기성 세대는 포퓰리즘의 단 맛에서 과감하게 깨어나서 기득권 내려놓고 국가 역량을 개조하는 데 노력해야 한다고 본다.
대통령만 쳐다보고 모든 책임을 대통령에 지우는 것으로 우리의 역사적 책임을 다했다는 할 수 없는 일이다. 정치권에게 무엇을 기대하는 것은 더욱 한심한 일이다. 그러기보다 “각자도생”으로 각자의 자리에서 다음 세대가 우리 세대보다 못 사는 세상에서 살지 않도록 하는데 나름으로 자신의 역할을 하는 것이 최선의 해답이라고 본다. “경제를 살리자”는 거창한 정부 구호에 동참하자는 이야기가 아니라 바로 우리 자녀의 미래를 위해 지금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을 하는 것을 하자는 것이다.
임금피크제 도입을 비롯하여 노동개혁을 지지하는 것은 젊은 이들의 일자리 창출을 돕는 것이며, 세금을 더 부담해서 국가 재정을 튼튼하게 하면 다음 세대들이 갚아야할 빚을 줄여 주는 것이며, 손자 손녀를 돌봐 주면 출산을 촉진하여 저출산-고령화를 완화하는 데 기여하는 것이다.
우리 아버지 세대는 현대사의 격동 속에서 혼신의 힘을 다해 우리에게 “기회의 시대”를 물려주었음에도 불구하고, 우리 세대는 다음 세대에서 우리의 무능과 무책임으로 인해 “절망의 시대”를 물려주는 일은 없어야 한다. 우리가 살아온 세상보다 더 나은 세상을 우리의 자녀들에게 물려주는 것보다 더 중요한 책임은 없다.
광복 70주년을 맞아 역사는 기성세대에게 묻고 있다. 자신들은 아버지 세대로부터 “기회의 시대”를 물려받아 국가의 역동성을 소진하고 무책임하게도 “절망의 시대”를 다음 세대에게 물려 줄 것인가?
참고 동영상 : 3 minutes_광복 70주년과 3포세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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