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전ˑ월세 대책 없는 것일까? 본문듣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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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의 9.2 서민·중산층 주거안정대책…
최근 세간의 이슈는 가을 이사철을 맞이하여 전ˑ월세가격이 6년 7개월째 지속적으로 상승하면서 이른바 ‘전세난민’, ‘전세깡패, ’무피전세‘ 등 별 얘기가 다 나오고 있다. 이런 서민들의 고통을 경감시키기 위해 정부는 지난 9월 2일 '서민ˑ중산층 주거안정강화 방안'을 내놓았다. 파격적인 내용은 없더라도 서민ˑ중산층을 위한 주거대책인데 뜨거운 이슈인 전ˑ월세 관련 내용이 주가 아닐까 기대했다. 그러나 막상 내용을 살펴보니 실망이 밀려왔다. 과연 이게 전ˑ월세 대책이긴 한 것일까? 그 내용은 크게 3가지로 구분할 수 있는데, 이를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첫째, 저소득 독거노인과 대학생 등 주거 취약계층에 대한 지원을 강화하겠다는 행복기숙사ˑ공공실버주택 공급대책이다. 특히 내년 리모델링 매입임대와 전세임대 4만 가구를 공급하겠다는 기존계획을 4만5000가구로 공급을 늘리고, 늘어난 5000가구는 독거노인과 대학생 등 저소득 1인 가구에 우선 공급한다는 것이다. 둘째, 기업형 임대주택(뉴스테이) 공급촉진과 가을 이사철을 맞아 전ˑ월세 수급 불균형이 우려되니 올해 공급할 예정인 매입ˑ전세임대 4만7000가구 중 남은 물량 2만3288가구를 차질 없이 공급하되 금년 연말 입주 예정이던 3000가구의 입주 시기를 10월 이전으로 앞당기겠다는 것이다. 셋째, 재개발·재건축사업 규제완화다. 이는 사업 초기 단계인 조합설립과 관련된 규제 완화를 통하여 재개발ˑ재건축사업을 활성화하고 신규주택 공급확대를 확대하겠다는 취지다.
전세대책은 '미미'
첫째 방안은 내년 계획이라 올해 급한 불을 끄는 것과는 거리가 멀고, 둘째 방안은 3000가구를 2~3달 조기 공급하는 것인데 3만가구도 아닌 3000가구로 올 가을 이사철 전세대란을 잠재울 수 있을지 의문이다. 마지막 셋째는 오히려 전ˑ월세 가격상승을 부추기는 대책이다. 서민·중산층 주거안정강화 방안이면 당장 치솟고 있는 전ˑ월세대책이 포함되어야 하는데 이번 대책은 특정계층을 위한 대책에 머무른 수준이다. 그래서 이번 방안이 전ˑ월세대책인지 아닌지를 놓고 말들이 많다. 정부도 전ˑ월세난 경감 대책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충분히 인식하고 있다. 이번 방안의 추진배경에 대해서 정부는 "전ˑ월세시장은 저금리 등에 따른 전세공급 부족으로 가격 상승세가 지속되고 있고, 전세의 월세전환 속도도 빠르게 진행되면서 서민ˑ중산층이 체감하는 주거비 부담이 전반적으로 증가하고 있다"고 현실을 짚고 있다. 사실 다수의 전문가들도 정부가 전세가격이 월세로 전환되는 속도를 조금 늦추는 정도일 뿐 전세대책으로 제시할 만한 것이 더는 없을 것이라고 말한다. 그러면서도 자고 일어나면 지속적으로 상승하는 전ˑ월세가격이 힘겨운 무주택자들을 헤아리는 대책은 없는지 반문한다.
박근혜정부 부동산 정책 전반부 절반의 성공…
박근혜정부는 지금까지 10건의 크고 작은 부동산정책을 내놨다. 출범 첫 해인 2013년 3월 서승한 국토부장관이 취임한 이후 야당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폐지를 비롯하여 주택구입자 양도세 한시면제, 수직증축 리모델링 허용 등 굵직한 대책을 대거 쏟아낸 4.1대책, 주택 취득세율 인하, 목돈 안드는 전세 등이 포함된 8.28대책, 지난해에는 DTI와 LTV를 동시에 완화한 7.24대책, 재건축 연한단축과 대규모 택지공급 억제 등이 담겼던 9.1대책, 올해에는 뉴스테이 정책과 청약제도까지 개편해 아파트 구입 문턱을 크게 낮췄다. 그 결과 잠자고 있던 주택매매시장 활성화를 불러왔다. 국토부에 따르면 올 상반기 주택거래량은 61만1천 건으로 지난 2006년 이후 최대치를 기록했고, 상반기 평균 1순위 청약경쟁률도 9.4대 1로 역시 2006년 이후 최고 기록을 경신했다고 한다. 집값도 안정세를 찾았다. 그래서 현 정부의 부동산정책 전반부는 서승환장관의 시장 정상화 노력에 힘입어 매매시장을 되살렸다는 측면에서 분명 큰 성과가 있었다. 하지만 서민과 중산층을 위한 전ˑ월세시장은 효과가 있었을까? 불행하게도 그 결과는 아직 말하기 힘들다. 전세가격 안정은 매매시장과 달리 당장 들어갈 집이 있어야 하기 때문에 해법 찾기란 매우 어렵다. 정부도 이점을 잘 알고 있어, 서승환 장관은 중ˑ장기적인 대책으로 행복주택과 뉴스테이 정책을 내놓은 것이다. 행복주택과 뉴스테이 정책은 당장 전ˑ월세난의 근본적 해결책이 아니기 때문에 지속적으로 추진되어야 할 사업이며 그 결과는 두고 볼 일이다.
전세가격 상승은 100미터 선수
지난 8월 KB국민은행의 자료를 보면 올 들어 서울 아파트 전세가격은 6.46% 상승했다. 특히 아파트의 경우 매매가격 대비 전세가격 비율(전세가율)이 전국평균 72.4%에 이르고 서울도 70.9%로 사상처음 70%를 넘어섰다. 이렇게 전세난이 심각한 지역은 대부분 역세권이나 도심 진입이 쉬운 지역, 재개발ˑ재건축 이주수요가 급격히 늘어난 지역, 그리고 상당기간 신규공급이 없었던 지역이 대부분이다. 그런데 9.2대책에서는 재개발ˑ재건축사업 규제완화로 주택을 공급하겠다고 했지만, 이는 오히려 이주수요로 전세가격을 압박하는 대책으로 작용할 수 있다. 강남권의 재건축 추진 단지들을 살펴보면 올 하반기 서초ˑ강남ˑ송파ˑ강동구에서만 약 6255가구(개포주공3단지 1160가구, 개포시영 1970가구, 고덕주공3단지 2580가구, 풍납우성 545가구)가 이주를 시작한다. 총 1만 가구에 달하는 둔촌주공1~4단지도 사업시행인가를 받은 상황이다. 이를 위해 서울의 위래 및 수도권의 동탄신도시가 전세난을 일부나마 해소시켜줄 것으로 기대했는데 이곳도 벌써부터 전세가격이 오르는 추세다. 뿐만 아니라 지방 대도시의 전세난도 심각하다. 일부 지역에서는 매매가격 대비 전세가율이 90%를 넘어선 곳도 있다. 대구와 광주의 경우 전세가율이 각각 75.0%, 77.7%로 나타났는데, 이는 전국 평균보다, 전국 6대 광역시 평균(72.2%)보다도 더 높은 수준이다. 이외에도 전라, 충남, 경북의 전세가율 역시 75%를 넘어선 상태다. 이렇게 전세가격이 고공 행진하는 것은 크게 세 가지 이유에서 찾아볼 수 있다. 첫째, 주택시장에 워낙 전세물량이 적기 때문이다. 있는 전세물량 마저도 월세나 반전세로 바뀌고 있으니 더 적어질 수밖에 없다. 둘째, 저금리로 전세자금 대출을 얻기도 쉬운데다가 전세보증금은 계약만기일에 돌려받기 때문에 사실상 예금적 성격을 지니고 있어 주택을 구입하기 보다는 이를 선호하기 때문이다. 셋째, 주택수요자들이 매매보다는 전세를 선호하는 것은 보유에 대한 부담감과 향후 금리인상 뿐만 아니라 가격 하락에 대한 미래 불확실성 때문이다. 그러면 과연 언제 어디까지 전세가격이 올라갈 것인가? 전세가격이 상승하는 것은 100미터 선수 같다. 그래서 서민들은 불안하기만 하다.
주택공급은 많은데…
요즘 주택구매수요자들은 주택공급률이 100%를 넘어선 상태에서 향후 인구감소와 가구감소가 주택에 대한 가치를 하락시킬 것이라는 생각에 전세를 선호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2014년 말 기준으로 주택공급률은 전국평균 103.5%이며 서울의 경우 97.9%, 경기 97.8%인 반면 요즘 뜨고 있다는 대구(103.8)와 부산(104.3)도 100%를 넘어섰다. 뿐만 아니라 충북(110.3), 충남(113.8), 전북(112.9), 전남(112.7), 경북(112.6) 등은 110%를 넘어 섰다. 이는 1인용 가구를 포함한 것이다. 그렇다고 신규공급이 없는 것도 아니다. 지난 4월 국토부가 발표한 주택공급 자료를 보면 금년 3월 기준으로 인허가 건수가 52.200만호로 전년 동월(3.9만호)대비 34.0% 증가 했으며, 착공건수도 54.948만호로 전년 동월(3.9만호)대비 40.7% 증가했다고 발표하였다. 또한 분양도 33.637만호로 전년 동월(2.4만호)대비 40.7% 증가했으며 준공건수도 28.340만호로 전년 동월(2.7만호)대비 3.6% 증가했다고 한다. 그런데 얼마 전 대구에서는 신규공급주택 청약률이 622:1이란다. 상상을 초월한 청약률이다. 결국 주택은 계속 공급되는데 전세가격이 올라가는 것은 정부가 생각하는 것처럼 독거노인이나 대학생들이 거주하는 원룸이 아니라 주택청약률에서 보여주듯 가구를 구성한 2~3인 주택이 부족한 것이다.
전세가격 특단의 조치와 중ˑ장기대책이 필요하다.
전세가격 안정은 단기적 처방만으로는 대응하기 어렵다. 지금처럼 정부의 정책적 지원과 단순 공급물량 확대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그래서 정부는 단기적 처방과 중ˑ장기적 처방으로 나누어 해법을 찾아야 한다. 단기적인 처방으로는 전세수요를 매매수요로 전화하는 방법을 다시 강구해야 한다. 부동산시장이 침체되었을 때 서승환장관은 정부의 세수가 줄어드는데도 취득세 영구인하를 강행했다. 이번에는 전세가격이 매매가격을 추월하려고 하고 있다. 서민들은 죽을 지경이다. 그래서 첫째, 전세수요를 매매수요로 전환하기 위한 한시적 조건부(자기자본이 일정비율 이상이 무주택 세대주가 주택을 구입하는 경우) 양도세 면제 해택이 필요하다. 물론 가계대출 증가를 걱정하는 사람도 많다. 그러나 매매가격 대비 전세가율이 70~80%를 유지하는 현 상황에서는 20~30%만 은행에서 차입해도 주택을 구입할 수 있고, 그 정도의 차입 원리금은 감당할 수 있을 것이다. 둘째, 대도시의 재개발ˑ재건축사업은 규제를 완화하여 자율에 맡길 것이 아니라 지역별로 양적(세대수와 면적 등) 쿼터제를 도입하여 이주수요를 분산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치솟는 전세가격을 잡을 방법이 없다. 그렇다고 임대인에게 과세할 수도 없고, 아직 준비가 되지 않은 전ˑ월세상한제나 계약갱신청구권. 임대차등록제 등을 당장 시행할 수는 없지 않은가? 우리는 지난 1989년 전세기간을 2년으로 연장할 당시 나타났던 전세가격 폭등 경험을 가지고 있다. 그래서 이를 시행한다면 일시적 가격폭등과 이중계약 등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으며, 장기적으로는 가격규제가 임대주택공급 감소와 질적 저하를 야기할 수 있다. 뿐만 아니라 전세와 월세가 혼재되어 있는 우리의 경우 보증금의 월세전환시 상한액 산정이 어렵고, 월세전환이율에 대한 기준도 명확하지 않아 득보다 실이 많을 수 있다. 또한 전ˑ월세가격이 지속적으로 하락하는 경우 임대인을 위한 전ˑ월세하한제를 시행하지 않는 것처럼, 규제가 시장가격을 심각하게 왜곡시키는 결과를 가져올 수 있어 이를 시행하려면 전ˑ월세시장 임대료 관리체계를 구축하고, 등록임대제도와 이를 연계한 임대소득세 개편 등 임대차시장 관리를 위한 기초 인프라 구축이 우선되어야 한다. 셋째, 중ˑ장기적 관점에서는 정부가 서민들의 가계소득 증대에 신경을 써야하며 서민 주거복지 로드맵을 짠 다음 이를 바탕으로 지속적이고 일관성 있는 세부정책을 펴야 한다. 단순히 임대주택을 몇 가구 더 공급한다는 차원을 넘어 주택정책의 중심축을 서민주거안정강화에 둬야 한다는 말이다. 다행히 박근혜 정부는 내년부터 가계부채 증가를 막기 위해 대출조건을 까다롭게 변경하는 등 주택시장의 변화에 선재적으로 대응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정부가 임기 전반기에 얼어붙은 부동산시장을 정상화하기 위해 주택시장 정상화에 집중했다면, 남은 임기후반기에는 서민층이 공감할 수 있는 행복주택과 뉴스테이 정책 등 서민주거안정화에 치중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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