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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가 몰락해도, 한국이 사는 길 본문듣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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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입력 2016년05월04일 20시24분
  • 최종수정 2016년05월04일 20시25분

작성자

  • 박상인
  • 서울대학교 행정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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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최근 ‘삼성전자 위기론’이 회자되고 있다. 삼성전자는 2000년대 중반에 한국 기업으로는 최초로 세계 초일류 기업의 반열에 올랐다. 삼성전자는 2006년 2월에 미국 <포춘(Fortune)>지가 선정한 ‘세계에서 가장 존경받는 기업(Global Most Admired Companies)' 중 27위를, 2009년 9월에는 <비즈니스 위크(Business Weeek)>와 인터브랜드(Interbrand)가 공동 발표한 ’세계 100대 브랜드(100 Best Global Brands)'에서 19위를 기록했다. 2010년에는 시가총액 기준 세계 30위권으로 도약했다.

 이처럼 삼성전자가 세계 초일류 기업으로 발돋움한 것은 스마트폰에서의 성공 덕분이었다. 그러나 2012년에 스마트폰 시장에서 세계 정상에 오른 후 불과 2년 만인 2014년부터 삼성전자의 스마트폰 점유율과 영업이익률은 급속히 하락하기 시작했다. 과연 삼성전자도 노키아처럼 몰락의 길에 들어선 것일까? 아니면 일시적 현상에 불과한 것일까? 삼성전자의 스마트폰이 전성기를 지나 성숙기에 접어들었을 뿐이지 노키아와는 다른 것일까?

 삼성전자가 노키아와는 다를 것이라는 생각의 이면에는 노키아의 몰락을 반면교사 삼아 동일한 실수를 되풀이하지 않을 것이라는 가정이 어느 정도 있는 듯하다. 이런 생각을 하는 사람들은 노키아의 몰락 원인을 기술에 대한 집착, 보수적인 조직문화, 스마트폰의 도래나 콘텐츠의 중요성에 대한 전략적인 오류 등으로 여기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지난 3년간 노키아의 성장과 몰락을 보다 면밀히 살펴본 필자의 생각은 우리가 노키아에 대해서 너무 피상적으로만 알고 있다는 것이다.

 1990년대에 휴대폰 시장에서 노키아의 도약은 이른바 ‘폭풍 성장’이었다. 그런데 ‘노키아 자서전’이라는 불리는 ‘Nokia: the Inside Story'의 말미에는 노키아의 성공 요인으로 분명하면서 직설적인 경영전략, 이 같은 전략의 일관된 실행, 영감을 자아내는 근무환경과 재능 있는 직원, 그리고 무엇보다 고속 성장 분야에 대한 식별 능력을 꼽고 있다. ’삼성전자 자서전‘이라고 불릴 수 있는 ’삼성웨이‘ 역시 삼성전자의 성공요인으로 비슷한 분석을 하고 있다.

 노키아를 자세히 들여다보면 휴대폰 시장의 선도 기업이 된 이후 노키아는 부단한 혁신을 위해 여러 가지 다양한 노력을 기울였음을 알 수 있다. 노키아의 고위 임원은 노키아의 이런 노력을 다음과 같이 설명하고 있다.

 “선도 기업들은 선택된 사업 영역에서 최고를 유지하는 데 너무 지나치게 또 너무 오랫동안 집중하다가 새로운 성장 영역이나 기존 기술을 쓸모없이 만들 수 있는 신기술들에 대한 충분한 주의와 자금 투입을 소홀히 해왔다.”

 노키아는 이런 인식 하에 천문학적인 돈을 R&D 투자에 쓰고 과감한 혁신을 선도할 별도의 조직을 만들었다. 또한 신기술과 관련된 기업을 인수하거나 다른 기업들과의 합작회사도 설립했다. 아이러니하게도 스마트폰의 도래와 그 중요성을 가장 먼저 인식한 휴대폰 제조사는 애플이 아닌 노키아였으며, 스마트폰 운영체제(OS)의 중요성을 가장 먼저 인식한 기업은 구글이 아닌 PC OS의 절대 강자였던 마이크로소프트였다. 노키아는 일찍이 콘텐츠의 중요성도 인식하고 있었다. 2000년대 들어서 노키아는 휴대폰 시장이 하드웨어 중심에서 ‘콘텐츠·서비스 중심’으로 변할 것이라고 확신했고 전략적인 제휴와 인수합병을 통해 앱스토어 사업 역량을 강화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노키아는 2010년 이후 불과 3년 만에 ‘급격히’ 몰락했다. 노키아의 몰락은 ‘혁신적인 산업에서 창조적 파괴가 도전 기업들에 의해 일어나고 기존의 지배적 사업자가 소멸하는’ 바로 그런 과정이었다. 다시 말하면, 창조적 파괴는 인식이나 전략의 실패 문제가 아니라 기득권을 가진 지배적인 사업자는 판을 뒤집는 단절적 혁신에 소극적으로 대처할 수밖에 없다는 경제적 법칙임을 노키아의 몰락이 선명이 보여준 것이다.

 그런데 노키아의 몰락이 ‘단일 기업 경재(one-firm economy)’라고 불렸던 핀란드의 경제위기로 전이되지는 않았음도 놀라운 일이다. 오히려 노키아의 몰락이 핀란드에 새로운 벤처기업과 기업가 정신을 불러일으키는 계기가 되었다는 주장도 있다.

 과연 노키아의 몰락이 핀란드 경제에는 오히려 도움이 되었을까? 그렇다면 삼성전자의 몰락도 한국 경제를 위기로 몰아넣기보다는 도움이 될 수도 있지 않을까? 이와는 반대로 삼성전자의 몰락은 한국 경제를 위기로 몰고 갈 것인가?

 노키아와 삼성전자는 닮았기도 하지만 다르기도 하다. 노키아가 그랬던 것처럼 삼성전자 역시 끝없이 혁신하면서 생존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그러나 노화가 자연현상이듯이 창조적 파괴는 경제현상이다. 삼성전자도 이런 창조적 파괴를 피할 수는 없을 것이다. 삼성전자가 노키아와 닮은 점이다. 노키아와 다른 점이라면 삼성전자가 속한 삼성그룹의 순환출자 구조, 금산복합구조, 과도한 경제력 집중 등이다. 삼성전자라는 기업의 몰락이 한국 경제의 위기를 야기할 수 있다고 우려하는 것도 바로 이런 점 때문이다.

 그러나 슘페터의 창조적 파괴를 회피할 수는 없어도 기업의 몰락이 국가 경제의 위기로 전이되는 것은 최소화할 수 있다. 노화가 야기하는 많은 문제를 방지하기 위해 노화 자체를 막는 데 모든 노력을 기울이자고 하는 것은 어리석고 위험한 발상이다. 하지만 노화라는 자연현상에서 발생하는 부작용을 최소화하는 노력은 필요하다. 마찬가지로 삼성전자의 몰락이 한국 경제의 윅로 전이되는 것을 방지할 정책적 대응은 반드시 필요하다. 그것도 선제적으로.

 그렇다면 ‘삼성발 경제위기’를 방지하기 위해 우리가 해야 할 일은 무엇일까? 이에 대한 답을 우리는 이스라엘이 2013년에 단행한 재벌개혁에서 찾을 수 있지 않을까? 나는 2013년 이스라엘이 실시한 재벌개혁과 같은 구조적 조치를 통해 재벌의 경제력 집중을 해소해야만 삼성전자의 몰락이 한국 경제의 위기로 전이되는 ‘삼성 리스크’를 방지할 수 있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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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최종수정 2016년05월04일 20시2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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