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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의 ‘상호관세 U-턴’ 결정은 전방위 압력에 굴복한 것 본문듣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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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입력 2025년04월11일 09시41분
  • 최종수정 2025년04월11일 11시2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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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현지시간 9일 오후, 이날부터 발효되는 상호관세 중, 각 국가별로 할당해 추가로 부과하는 관세를 90일 간 적용을 정지한다고 전격 발표했다. 이 관세 정책 정지는 즉시 발효됐다. 그러나, 미국의 조치에 보복을 선택한 중국에는 관세율을 125%로 인상한다고 발표했다(이후 145%로 수정). 이번 트럼프 관세의 U-턴 조치로, 상응하는 보복 관세 등, 강경 대응으로 응수하고 있는 중국을 제외한 모든 국가에 적용될 관세율은 일단 10%로 되돌아오는 셈이다. 이미 품목별로 인상한 철강 및 알루미늄, 자동차 등에 대한 관세율은 그대로 유지된다. 이날 트럼프 대통령의 돌연한 관세 적용 유보 조치로 뉴욕 증시 등 글로벌 시장은 사상 유례없는 큰 상승폭을 기록하는 등, 환호작약하는 급등 장세를 연출했다. (단, 익일 10일 거래에서 미 증시는 전일 상승과 비슷한 폭의 폭락세를 보였다.) 

 

■ “시장 불안 확산 감안, 전격적으로 U-턴, 각국과 협상 재개할 것“  

트럼프 관세 정책의 핵심인 상호관세가 발효되는 9일, 미 금융시장은 개장부터 주식, 달러화, 채권 등이 나란히 급격히 하락하는 소위 ‘Triple 약세’로 시작했다. 그러나, 오후 들어 트럼프 대통령이 SNS에 자신의 간판 정책인 고율 상호관세 부과를 잠정적으로 정지한다고 공표한 것이 알려진 직후, 사상 유례없는 폭등 장세로 급격히 반전했다. 최근, 미국 국내는 물론 글로벌 금융시장에 트럼프 관세에 대한 불안 심리가 확산되고, 급기야 ‘경기 침체’ 우려가 고조되는 위기의 전조가 나타나자 상호관세 발동 후 겨우 13시간 만에 전면적인 궤도 수정을 단행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현재 75개국 이상이 무역 장벽, 관세, 자국통화 조작 등과 관련해서 협상을 제안해 왔다고 밝히고, 이번 상호관세의 적용을 부분적으로 정지하는 결정은 미국에 보복 조치를 취하지 않는다는 것이 조건이라고 강조했다. 따라서, 여전히 보복 대응으로 맞서고 있는 중국에 대해서는 강경 자세를 더욱 강화할 방침을 표명했다. 이날(9일) 0시 부로 중국산 제품 수입에 대해 84% 추가 관세를 발동해, 이미 공표한 20% 관세율에 더하면 총 104% 추가 관세율이 된다. 여기에, 2~3월에 부과한 20%를 더하면 최종적으로 125%의 관세율이 적용된다. 이에 대응해서, 중국 정부는 9일, 모든 미국산 제품 수입에 50% 관세를 추가한다고 발표했다. 이미 발동한 34% 보복 관세에 더하면 도합 84%의 관세율이 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에서 기자들의 질문에 응답하면서, 이번 상호관세 일부를 정지하기로 결정한 이유에 대해 “사람들이 지나치게 불안을 가지게 됐다” 고 말해, 시장의 불안 고조를 우선한 것이라는 점을 시사했다. 그는 “채권시장이 특히 폐해를 받고 있으나 지금은 양호한 상황” 이라고 강조해, 금융시장의 안정을 감안한 결정이었음을 피력했다. 향후, 타격을 받은 기업들에 대한 구제책을 강구할 방침도 시사했다. 당초의 강경 입장과 달리 유연성을 가질 것임도 피력했다. 

 

영국 Financial Times는, 이번 놀라운 정책 후퇴는 수조(兆)달러 상당의 주가 손실 등, 전세계 시장의 대혼란 끝에 나온 것이라며, 미 국채 대량 매도, 유가 폭락 사태 등을 배경으로 꼽으며 ‘시장에 대한 항복(降伏)’이라고도 평했다. * 참고; 트럼프 대통령이 자신의 SNS인 Truth Social에 올린 글의 요지; “Based on the fact that more than 75 Countries have called . . . to negotiate a solution . . . and that these Countries have not, at my strong suggestion, retaliated in any way, shape, or form against the United States, I have authorized a 90 days PAUSE, and a substantially lowered reciprocal Tariff during this period, of 10%, also effective immediately.”   

 

■ “美 경제, 위험을 벗어나지 않아; 자신의 주가 조작 의혹도 불거져” 

이번 조치로 중국을 제외한 미국의 평균 관세율은 22%에서 14%로 하락할 것으로 추산된다(Pantheon Macroeconomics) 그러나, ‘트럼프 관세’ 이전의 3%에 비하면 아직도 대폭 인상된 상황임에는 변함이 없다. 중국을 포함하면 전체적으로 평균 관세율이 17%가 될 것으로 추산된다. 이를 감안하면, 미국 소비자물가를 대략 1% 상승시키고, 미국 경제의 GDP 성장률도 큰 폭으로 하락할 것으로 전망된다. 

 

한편, 중국을 제외한 모든 국가들에 대해 상호관세를 중지한 것은 이제부터는 오직 중국과의 무역 전쟁에 집중할 것이라는 점을 분명히 하는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중국산 제품을 직접 수입하기보다 다른 나라를 우회해서 미국으로 들어오는 경우가 늘어날 가능성도 예상된다. 미국이 개별 국가들에 대한 무역적자를 기반으로 관세율을 산정한 것에도 거센 비판이 일고 있는 실정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에 트럼프 정권이 상호관세를 일시 정지한 것만으로, 미국 경제가 인플레이션 급등 및 성장률 하락 우려를 피한 것으로 볼 수는 없다는 견해가 나온다. 중국을 제외한 다른 국가로부터 수입이 급증할 것이 예상되고, 이는 Q2 이후 미국 경제 성장을 위축시킬 것이라는 전망이다. 향후 전개될 주요 상대국과의 무역 긴장 해소(관세율 인하)를 위한 협상 결과가 주목되는 상황이다.     

 

트럼프 관세 정책의 불안정성을 드러내는 것으로도 보인다. 트럼프의 SNS 메시지와 거의 동시에 백악관에서는 Bessent 재무장관이 백악관 대변인과 함께 기자 회견을 하고, 이번 관세 정책 변경 배경을 설명하는 이례적인 장면도 연출됐다. Bessent 장관은 트럼프 정권 내에서 비교적 온건파로 알려져 있어, 지금까지 트럼프 관세 정책을 주도해 온 것으로 알려진 강경파 Peter Navarro 선임고문 대신 전면에 나서는 것이라는 해석도 나오고 있다. 그는 지난 번 상호관세를 발표하기 1주일 전에 트럼프 대통령이 실시한 협상 전략이 성공했다고 언급한 바가 있다. 

 

이번 상호관세 U-턴 조치 과정에서 또 다른 문제가 불거지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상호관세 일시 정지 공표 4 시간 전인 오전 9시경 자신의 SNS에 “(주식을 매입하기에) 절호의 시기!!! DJT” 라는 글을 올려, 트럼프 정권의 정보 관리에 심각한 문제가 있다는 우려를 낳으면서 큰 물의를 빚고 있다. ‘DJT’는 트럼프 대통령 이름의 이니셜이기도 하나, 자신이 설립해 운영 중인 SNS인 Truth Social의 운영사 Trump Media and Technology Group(TMTG)의 종목 코드이기도 하다. TMTG의 주가는 9일 거래 개시 시점에 16달러 상승 출발했고, 20달러 상승으로 마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2024년 11월, TMTG 지분을 매각할 의사가 없다고 표명했으나, TMTG사가 2025년 4월 SEC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이 지분을 매각하는 것이 가능하다고 판명되어 주가가 급락했었다. 트럼프 대통령의 지분은 자신의 장남이 관리하는 신탁에 예치돼 있다. 이와 관련, 9일 의회 하원 청문회에서 미통상대표부(USTR) Jamieson Greer 대표는 트럼프 정권의 통상 정책에 대해 증언하는 자리에서, 야당 의원의 “(상호관세 정지를) 알고 있었는가? 그러면 이것은 주가 조작 아닌가? 라는 질의에 애써 인지 사실을 부정하는 장면도 있었다.

 

■ “트럼프 대통령은 왜 후퇴를 결정했나(Why did Trump buckle)?”  

영국 Financial Times는 9일,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한 주일 동안에 시장(市場)을 상대로 ‘치킨 게임’을 벌였다” 고 비유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일 자신감에 넘쳐 호기 있게 ‘다중 전선(multi-front)’ 무역전쟁을 개전했으나, 이제 미국 대통령에게는 경제적, 금융적, 정치적으로 지속 가능하지 않다는 것이 판명됐다고 평했다. 그리고, 트럼프 대통령은 돌연, 자신이 무역 상대국들에게 일방적으로 부과했던 기록적으로 고율의 상호관세율을 스스로 거두지 않을 수 없게 됐다고 전했다. 

 

아울러, FT는 90일 간의 시간 여유를 마련함으로써, 상대국들과 협상을 벌일 여유를 가지게 됐고 시장도 ‘숨을 쉴 수 있게’ 만들었다고 평가했다. 이런 U-Turn 결정은, 불공정한 글로벌 무역 구도에서 미국을 해방시키고 새로운 무력 질서를 만들겠다고 주창했던 트럼프 대통령에게는 ‘냉정한 후퇴’ 를 의미하고, 트럼프가 시장 투자자, 의회 의원들, 자신의 후원자들의 비판을 받을 조짐을 보이는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최근 며칠 동안 관세율 정지를 고려해 왔다고 말하고 결국, 사람들이 일정한 선을 넘어 상당히 우려하고 있어, 진심에서 결정한 것이라고 해명하고 있다. 그러나, 한 금융계 전문가(SLC 자산관리사 Dec Mullarkey)는 “이번 정지 조치는, 트럼프가 시장에 지대한 관심을 가지고 주목하고 있었고, 결국 자신이 너무 나갔다는 것을 자인하게 된 것” 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이번 사건으로, 시장은 아직 겁박을 당하지 않을만한 힘을 가지고 있음을 증명한 것이라고 안도했다.

 

동 지는 트럼프의 관세 정책 U-턴 배경으로, 우선, 주식시장에 쓰나미처럼 밀려온 두 차례 대량 매도를 배경으로 꼽았다. 이런 상황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플로리다 리조트에서 골프를 즐기며 놀란 상대국들과 협상에 고만(高慢)한 자세를 유지했다. 그러나, 트럼프 공격의 빌미를 찾고 있던 민주당 의원들은 이런 호기를 놓치지 않고 강력한 비판에 나섰고, 여기에 매사 트럼프를 지지해 왔던 공화당 의원들도 미국 유권자들에게 타격을 줄 것을 우려해서 비판 대열에 가세했던 것이다. 

 

여기에, 월가의 투자자들, 특히 Elon Musk를 포함한 트럼프를 지지하는 자산가들, 기술기업 부자들, 그리고 백악관의 고위 참모들이 모두 합세해서 트럼프 대통령에 반기를 들고 압력을 가하기 시작했던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주요 무역 상대국으로서는 처음으로 일본 및 한국과 협상을 시작했고, 향후 이들 국가들과 관세 및 무역 협상에서 자신이 가장 신임하는 것으로 알려진 Bessent 재무장관을 책임자로 지명하면서, 정책 후퇴 분위기가 감지되기 시작했던 것이다. 주목할 점은, 트럼프 대통령이 관세 90일 정지를 결정하는 과정에서 Bessent 재무장관, Howard Lutnick 상무장관 등과 협의하고, 공식 통상 정책 자문역 Navarro 고문을 배제한 것이다. 그는 트럼프 대통령에게 무역 상대국들의 불공정 무역의 위험성을 강조하고, 협상에 응하지 말도록 강경 입장을 권고한 인물로 알려진다. 

 

이런 긴박한 분위기 속에, 트럼프 대통령이 결정적으로 정책 선회 계기를 느낀 것은 이번 주 들어 시장에 미 국채 대량 매도 사태가 벌어진 것이다. 이런 시장 움직임을 두고, Larry Summers 전 재무장관이 ‘금융 위기’ 위험성을 경고하고 나선 것을 트럼프 대통령이 진지하게 받아들였다고 알려진다. 이에 더해, 월가 금융가 태두로 알려지는 JP Morgan & Chase의 Jamie Dimon 회장이 Fox News에 나와 ‘경기 침체’ 가능성을 경고하며 비판 대열에 가세하자 드디어, 트럼프 대통령은 ‘해방의 날’을 상징하는 추가 상호관세 부과를 철회하고 ‘항복’을 선언한 것이다.       

 

■ “WSJ ‘중국, 미 기업들을 겨냥한 전략으로 응전 태세를 완비’ 평가”  

트럼프 대통령은 이번 굴욕적인(?) 항복을 선언하면서 중국에 대해서만은 오히려 더욱 높은 관세율을 추가함으로써 그나마 체면을 살린 측면도 있다. 결국, 이제 ‘트럼프 관세’ 전쟁에서 남아 있는 단 하나의 타겟은 오직 중국에 맞춰져 있는 형국이다. 그러나, 중국은 트럼프의 거듭되는 위협에 조금도 요동하지 않고 트럼프의 선제 조치에 한 치 오차도 없이 대응하면서 ‘Tit for Tat’ 자세를 지키고 있다. 

 

미 유력 경제지 Wall Street Journal은 중국 정부의 전략은 트럼프의 관세 공격에 대해, 단지 관세 영역을 넘어서 중국과 연계를 가지고 기업 활동을 영위하는 미국 기업들에 대한 다른 조치들도 포함하는 것이라고 전했다. 사실, 중국은 트럼프 1기 정권 당시 겪었던 무역 전쟁 경험 이후, 미국을 상대로 할 다양한 수단을 마련했고, 이제 트럼프 관세 전쟁에 맞서 ‘총동원’ 태세로 응전하고 있다고 전했다.

 

중국은 미국이 104% 관세율을 인상하자 모든 미국산 제품 수입에 84% 추가 관세를 부과했고, 이에 더해, 주요 국방 및 우주 항공 관련 기업들을 포함해서 6개 미국 기업들을 블랙리스트에 추가했다. 동시에, 다수의 미국 제조업 기업들에 대한 수출 금지 조치도 내렸다. 이처럼 트럼프 정권이 무역 전쟁 수단으로 관세 정책에 집중하는 가운데, 중국 정부는 미국 방위 산업에 필수 불가결한 핵심 자재인 광물 수출 통제, 중국과 기업활동을 하는 미국 기업들에 대한 규제 조사 등, 중국 시장 접근을 제한하는 간접적인 제재가 되는 규제 수단들도 동원하고 있다. 

 

중국 시진핑 주석에게는 이런 대항 수단들은 장기적으로 지속되고 있는 미국과의 경제 및 무역 전쟁에 대항할 전력을 비축해 온 셈이다. 결국, 중국과 연관된 비즈니스 활동에 관여하거나 직접 중국 시장에서 기업 활동을 영위하는 미국 기업들에게는 리스크가 누적되는 것이다. Georgetown 대학 Evan Medeiros 교수는 결국, 중국은 그동안 미국과의 무역 전쟁에 대비해서 ‘중국에게는 고통을 감경하는 한편, 미국에게는 고통을 증대하는’ 비대칭적 화력을 대비해 온 셈이다. 중국 정부는 이러한 충분한 대비 태세를 배경으로 ‘미국이 자신들의 방식을 고집하는 일관된 자세로 나온다면 중국은 끝까지 싸울 것’ 이라며 큰 자신감을 드러내고 있다. 

 

중국 외교부는 최근 중국은 국가 이익을 지키기 위해 강력한 수단을 택할 것이나, 대등하고, 상호 존중하는 호혜적인 상황이라면 협상의 문호를 열고 있다고 언명했다. 동시에, 중국 상무부도 미국은 오랜 동안 중국을 상대로 서비스 부문 흑자(2023년 266억 달러)를 기록해 왔다고 강조했다. 중국 입장에서는 커다란 부담을 감수하기로 마음을 먹는다면 선택할 수 있는 다른 옵션도 가지고 있다. 자국 통화인 위안화 가치를 대폭 절하하거나, 거대한 손실을 감수하면서 현재 보유 중인 막대한 규모의 미국 국채를 일거에 매각하는 것이다. 그러나, 이런 수단은 중국 경제를 크게 손상시키거나, 다른 나라들과 관계를 악화시킬 우려도 내재해 있다.

 

결국, 글로벌 G1, G2 간 긴장은 날로 고조되고 있는 게 사실이다. 최근 관세 전쟁에서도 미국과 중국은 서로 똑 같은 힘의 펀치를 주고받는 게임을 이어갔다. 혹시, 시 정권이 가졌을지도 모를 새로운 트럼프 정권과 협상 기대는 불만과 분노로 변해 물거품이 됐다. 이런 긴박 상황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상호관세 ‘후퇴’ 선언이 나왔다. 트럼프 대통령은 10일, 각료들과 만난 자리에서 ‘중국과 서로 이익이 되는 협상을 기대한다’고 말했다. 향후, 미 · 중 양국이 어떤 상황에서 새로운 전기(轉機)를 찾을 수 있을지에 글로벌 사회의 초미의 관심이 쏠리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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