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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임 2년차 맞는 마크롱 정부의 개혁 과제 (4)강한 유럽을 위한 EU개혁 본문듣기

작성시간

  • 기사입력 2018년06월04일 16시57분
  • 최종수정 2018년06월04일 16시57분

작성자

  • 신용대
  • 국가미래연구원 연구위원, 前 건국대학교 석좌교수

메타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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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마크롱 대통령은 강한 유럽의 건설을 위한 EU개혁안을 제시하고 유럽통합 추진에 적극적이다. 마크롱 대통령은 2017년 9월 7일에 민주주의의 발상지인 아테네의 아크로폴리스 언덕에 올라 EU의 개혁을 호소하였다. 이후 20여일이 지나 마크롱 대통령은 독일 연방의회 선거결과가 판명된 2017년 9월 26일 파리의 소르본 대학에서의 연설에서 유럽재건을 위한 "주권, 결속 및 민주적인 유럽을 위한 이니셔티브"(Initiative pour l’Europe “Une Europe souveraine, unie, démocratique“)를 구체화하여 제안하였다. 

 

급변하는 정치·경제·사회 환경변화에 신축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EU의 개혁 주장 

 

마크롱 대통령이 EU개혁을 주창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EU는 지난 2005년 EU헌법의 승인을 위한 회원국들의 국민투표 과정에서 프랑스와 네덜란드가 이를 부결시키고 이후 재정위기를 거치면서 EU 회원국 사이에 갈등이 노정되어 왔다. 즉, 그리스 채무위기를 진원으로 하는 유로위기, 시리아 내전 등으로 인한 대량 난민유입 위기, 테러 사건의 빈발로 인한 사회불안, 유럽통합에 회의적인 포퓰리스트 정당의 대두, 긴박한 우크라이나 정세와 러시아의 위협 등의 충격이 EU의 토대를 크게 뒤흔들었다. 그리고 EU통합 역사상 최초로 영국의 EU탈퇴(Brexit)선언은 더 큰 충격으로 닥아 왔다. 마크롱 대통령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EU가 위기 앞에서 만족할 만한 해법을 제시하지 못하여 왔다고 평가한다. 마크롱 대통령의 EU개혁을 위한 제안은 이와 같은 EU안에 내재되어 있는 문제들에 기인하고 있다.

 

마크롱 대통령은 민주주의, 주권의 재회복, 신뢰회복 등 3대 부문에 걸쳐 심각한 상황을 타파하고 EU의 재건을 제안하고 있다. 마크롱 대통령은 현재 유럽은 "너무 약하고, 너무 느리고, 너무 비효율적"이기 때문에, 개혁을 통해서 EU 회원국이 국방과 이민 등의 문제에 더 긴밀하게 협력하고, 유로존의 공통예산을 창설하도록 호소한다. 즉, 난민과 국경경비, 법인세, 정보 공유, 국방, 금융 안정을 포함한 광범위한 문제에서 EU 회원국 간의 협력을 심화시킬 필요성을 지적하고, 유럽의 재생이 미래를 지키는 유일한 길임을 강조하고 있다. 그리고 마크롱 대통령은 지난 3월 4기 연임정권을 출범시키고 첫 외유대상으로 파리를 방문한 메르켈 독일 총리와의 공동 기자회견에서 이민정책, 국방정책, 무역, 연구, 교육 등 EU개혁을 위한 명확하고 야심찬 로드맵을 6월 하순 EU정상회의까지 제시할 것을 공언하였다. 이에 더하여 EU통합의 심화를 함께 주도하는 독일에 대해 비즈니스 관련법에서 도산법에 이르기까지 기업에 동일한 규칙을 적용하여 2024년까지 시장을 완벽하게 통합할 것을 역설한다. 마크롱 대통령은 이 새로운 공통의 목표를 담는데 1963년 당시 드골 프랑스 대통령과 아데나워 독일 총리 사이에 맺은 엘리제 조약(프랑스-독일 우호조약)의 개정을 제안하기도 하였다. 

 

<표 1> 마크롱 대통령의 EU개혁안

 

분 야 별

주 요 내 용

안전보장 강화

-NATO 보완, 유럽 자체의 행동능력을 갖춘 공동군 창설

-공동방위예산과 공동대응방침 마련

-테러정보에 대한 유럽학회 창설

-테러대책 유럽감찰기관 창설

-자연재해로부터 민간보호를 위한 공동구조대

국경관리 및 난민정책의 공통화

-난민유입 기준 개정

-난민의 교육 및 동화를 위한 공통예산 책정

-유럽난민기구 및 공동 국경경비대 설치

금융거래세의 개발원조 연계

-현재 영국과 프랑스에서 실시하는 금융거래세를 전유럽으로 확대, 유럽개발에 연계

공동 환경 대응

-유럽전역의 공동배출권 거래(가격은 최저 톤당 25-30유로 수준)

-거대 다국적 기업의 절세방지를 위해 과세강화

기업혁신

-AI 등 세계를 선도하는 이노베이션을 위한 유럽기구 창설

-거대 다국적 기업의 절세방지를 위해 과세강화

유로권 공통예산

-역내투자자금 및 경제위기시 안정화를 위한 유로존 공통예산 책정

-유로존재무장관 창설

-필요한 자금은 다국적기업 과세 및 환경관련세 신설

-장기적으로 유럽공통의 법인세제 마련

 

자료: Emmanuel Macron, Initiative pour l’Europe “Une Europe souveraine, unie, démocratique”, 26septembre2017(http://www.elysee.fr), 田中 友義, マクロン改革「強いフランス」「欧州の再生」の先行き,-労働法改正・緊縮財政に反発、離れる民心-, フラッシュ367, 國際貿易投資硏究所, 2018年4月2日 외 외신 종합

 

 

독일 메르켈 총리, 마크롱 대통령의 EU개혁안에 공감하지만 적극적 참여 쉽지 않아

 

마크롱 대통령 입장에서 EU개혁을 통한 유럽통합을 심화시키기 위해서는 독일과의 긴밀한 협력을 이끌어 내는 것이 필수적이다. 메르켈 총리는 지난 3월 파리방문에서 EU의 미래지향적인 발전을 위한 마크롱 대통령의 제안에 대해서 독일과 프랑스는 공통의 목표를 가지고 이를 이룰 수 있음을 확신한다고 강조하였다. 또한 지난 4월 19일 독일을 방문한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과 정상회담에서도 EU개혁을 위한 양국의 협력 강화, 독일과 프랑스의 공동 개혁안 마련, 유로존의 지속적인 발전 등을 재확인하였다. 특히 메르켈 총리가 은행연합(Bank Union) 및 유럽통화기금(EMF) 설립 등 마크롱 대통령의 유로존 개혁에 동의 의사를 표명한 것을 본다면 독일도 마크롱 대통령의 EU개혁제안에 상당히 공감하고 있음이 분명하다. 

 

그러나 메르켈 총리가 이끄는 4기 연립정부는 지난 3기까지와 달리 유럽개혁을 위한 제안에 주도적으로 참여하는 데에는 많은 제약이 있다. 이는 메르켈 4기집권의 정치적 기반이 취약하기 때문이다. 2017년 9월 독일 연방의회 선거에서 메르켈 총리가 이끄는 기독교민주당·사회동맹(CDU·CSU)이 제1당으로 승리했지만, 득표수와 의석수가 크게 줄어들어 단독 과반수를 밑돌게 되었고, 우익 포퓰리스트 정당 '독일을 위한 대안"(AfD)이 제1야당으로 약진하는 상황이 되었다. 이후 메르켈 총리는 자유민주당(FDP), 녹색당과의 연립협상이 실패하여 총선 이전 사회민주당(SPD)과의 대연정으로 정부출범까지 6개월 가까이 정치공백이 이어졌다. 그동안 메르켈 총리는 자매정당인 CSU 및 제2당의 SPD와의 협상에서 큰 양보를 할 수밖에 없었던 점에서 영향력이 크게 약화될 수밖에 없다. 또한 향후 독일정치가 안정적으로 향할지 여부도 확실하지 않다. 독일은 2005년 이후 좌우 2대 정당에 의한 연립정권이 계속되어 왔다. 각 당은 자기주장을 억제하지 않을 수 없기 때문에 유권자의 기대는 점차 멀어져 다당화 현상이 진행되어 왔다. 또한 대량의 난민수용으로 메르켈 총리에 대한 비판이 높아지면서, 앞에서 본대로 극우 정당인 독일을 위한 대안(AfD)이 돌풍을 일으키는 등 변화가 일고 있다. 메르켈 4기 정부는 추진력이 상대적으로 약화될 수밖에 없으며, 강력한 극우 정당과의 대치라는 새로운 시련에 마주하게 되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마크롱 대통령은 '강한 유럽'을 위한 제안이 메르켈 4기 정부에서 지지될 것으로 확신하고 있다. 독일 대연정에 참여한 SPD가 연립협정에서 EU재정을 강화하고 상호연대 강화를 주장하고 있으며, 슐츠 전 당수가 2017년 12월에 2025년까지 신헌법 제정으로 유럽합중국 건설을 주장하는 등 유로존 개혁에도 적극적인 입장을 보여 왔기 때문이다. SPD는 지난 3기 대연정 참여시와는 달리 외무장관 이외에 처음으로 재무장관 자리의 획득에 성공하여 함부르크 시장인 올라프 숄츠(Olaf Scholz)가 입각하였다. 숄츠 신임 재무장관은 노동관련 변호사 출신으로 냉정한 실용주의적 입장을 견지하고 있기 때문에, 전임자인 CDU출신의 쇼이블레에 의한 엄격한 재정운영 정책방향을 꼭 지지하지는 않겠지만, 이런 정책적인 입장이 EU의 재정을 완화할 것으로 판단하는 것도 금물이라는 평가다. 독일의 재정지원을 기대하면서 EU개혁을 추진하는 것은 쉽지 않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EU내 反체제(anti-establishment) 정권 출현, 강대국 중심의 EU개혁 추진에 걸림돌 

 

마크롱 대통령이 EU개혁을 성사시키기 위해서는 독일의 협력을 이끌어 내는 것 말고도 EU역내 反EU성향의 포퓰리스트 정당의 대두 등 EU개혁에 대한 저항을 극복해야 한다. 

 

첫째, EU역내 反체제(anti-establishment), 反유로 정권의 출현으로 EU통합에 대해 저항이 거세질 수 있다. 이탈리아의 사례에서와 같이, 지난 3월 실시된 총선에서 단일정당으로는 최대의 의석을 확보한 오성운동(Five Star) 등 반체제 정당이 출현하였지만, 단독 과반수 정당이 없어 "헝(hung) 의회"가 되었다. 최근 총리와 각료 임명권을 가진 마타렐라 대통령은 반체제의 오성운동과 극우의 리그당(League)이 합의한 총리 후보로 법학자인 콘테(Giuseppe Conte)를 지명하고 내각구성을 요청하였다. 하지만 내각구성에 합의한 연립 2당이 유로화 이탈을 위한 "플랜 B"를 가진 81세의 유로회의파 경제학자 사보나(Savona)의 재무장관 지명으로 대통령이 난색을 보여 거부하고, 연립 2당이 이에 반발하는 등의 우여곡절 끝에, 사보나 재무장관 임명이 철회되고 대통령의 승인을 받으면서 6월 1일 反체제 정권이 정식 출범하였다. 내각출범 10일 이내에 상·하 양원의 신임이 필요하나 연정이 과반을 차지(상원 55%, 하원 53%)하고 있어 큰 어려움이 없어 보인다. 반체제 정권의 탄생으로 재정운영을 둘러싼 EU와의 갈등은 시간문제로 보인다. EU안에서 제3의 대국인 이탈리아에서 포퓰리스트 정권의 탄생되면서 유럽정치의 혼란이 예상되고 EU통합의 재시동 역시 어려워 질 수도 있다.  

 

둘째, 북부 유럽 富國들의 마크롱 대통령의 EU개혁 구상에 대한 비판적 입장이다. 지난 3월 6일 네덜란드가 주도하는 '북부동맹'(North Alliance)은 리투아니아, 라트비아, 에스토니아의 발트 3국과 핀란드, 아일랜드, 또한 유로에 미가입한 스웨덴과 덴마크가 참가하는 8개국이다. "북부동맹" 국가들은 모두 재정이 건전하다. 이들은 독일정치의 혼란으로 중단된 마크롱 대통령의 구상에 신중한 자세를 요구했다. 우선 EU회원국이 공동체 규칙의 준수에 특히 안정성장협정의 재정규율인 재정적자를 GDP대비 3%이내 기준의 준수를 강조한다. 마르크 뤼터(Mark Rutte) 네덜란드 총리는 프랑스 등 일부 국가가 EU의 정해진 재정규율기준을 무시하여 왔음을 지적하고, 이와 같은 방식은 언제나 허용될 수 있는 것은 아니라는 점을 지적하였다. 프랑스는 이미 살펴본바와 같이 2008년 이후 재정적자 규모가 GDP 3%를 초과한 상태를 지속하였고, 마크롱 대통령 취임으로 2017년 재정적자 규모를 EU규정안에서 지킬 수 있게 되었다. 북부동맹은 유로존의 공통예산과 재무장관의 설립부터 ESM(유럽안정메커니즘)의 EMF(유럽통화기금)로의 격상을 서둘러야한다고 주장한다. 뤼터 총리는 긴급원조를 희망하는 국가는 채무감축과 재정 건전화를 달성해야 할 것을 강조하고 있다. 지금까지 네덜란드는 핀란드 및 독일과 함께 그리스의 채무 지원 과정에서 엄격한 입장을 취해 왔다. 이미 지난해 9월 융커 EU집행위원장이 마크롱 대통령의 EU개혁 구상에 대해서 신중한 입장을 보이면서도 EU재무장관 존치를 추진한다는 입장이다. 2018년 6월 개최될 유로존 정상회의에서는 유럽통화기금의 설립과 은행동맹의 완성을 최우선적인 과제로 인식하고 있다. 

 

프랑스의 경제회복과 EU의 재정규율 준수가 우선되어야 EU개혁의 추진동력 얻을 수 있어

 

종합적으로 살펴볼 때, 마크롱 대통령은 EU의 혁신을 위한 정책과제들을 적극 추진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프랑스와 독일의 긴밀한 협력관계를 복원하여야만 그 발판을 마련할 수 있다. 뿐만 아니라 EU내에서 일고 있는 강대국 중심의 EU통합에 부정적인 회원국들의 입장도 EU개혁과정에서 수용해야 한다. 그동안 EU안에서는 네덜란드나 프랑스 등의 사례에서 보듯이 반(反)EU 성향의 포퓰리스트 정당들의 승리가 잇따라 저지되어 EU의 혁신에 걸림돌이 되어 온 정치 불안이 상당부문 해소되어 왔다. 하지만 프랑스 대선과정에서 EU 탈퇴를 내건 국민전선의 약진, 독일에서 AfD이 제1 야당으로 부상, 최근 이태리에서 오성운동 등 포퓰리즘 정당의 집권 등 反EU성향의 정당들이 국정 참여기반이 확대되고 있음이 주목된다. 포퓰리스트 정당들은 이민 엘리트와 EU를 비난의 대상에 올려 보호무역, 국경 통제강화, 노동자의 권리보호 등을 주장한다. 그 배경에는 EU출범 또는 가입 후 저성장·실업, 격차·빈곤의 확대와 잦은 테러에 따른 인종적·종교적 반발이 자리 잡고 있다. 또한 네덜란드가 주도하는 북부동맹의 경우와 같이, EU개혁이 독일과 프랑스 등 강대국 중심으로 이루어지는데 대한 회의적인 반응이 북부 유럽뿐만 아니라, 동부 유럽에서도 나타나고 있다. 

 

또한 마크롱 대통령의 EU개혁 프로젝트가 성공하기 위해서는 취약한 프랑스의 경제를 살려 재정 건전화를 이루어야 한다. 총선 직후인 지난 2017년 6월 프랑스 회계감사원이 연말 재정적자가 GDP대비 3.2%에 이를 것이라는 발표에, 마크롱 대통령은 즉시 긴축정책을 추진하여 재정지출을 대폭 삭감하고, 이어 부유세, 법인세 인하를 연기하고 저소득자나 학생에 대한 월 5유로의 주택 보조금마저 삭감하였다. 이러한 긴축정책은 주효하여 2018년 3월 회계감사원 보고에서 적자폭이 GDP대비 2.9%로 호전되었다. 앞으로도 프랑스는 재정적자를 EU재정규율기준 안에서 지속적으로 유지해야 한다. 10%에 가까운 실업률도 낮춰야 하며, 저성장의 지속 등으로 벌어지고 있는 독일 경제와의 격차도 줄여야 한다. 마크롱 대통령이 추진하는 세제개혁과 규제완화 등 개혁을 통해서 강한 프랑스 경제를 구축하는지 여부가 역설적으로 EU의 개혁을 위해서 독일과의 연계를 강화하는 동시에 反EU 성향의 유럽회의론을 불식시킬 수 있는 길이다. 프랑스가 EU의 힘의 원천이 되지 못하고, 반대로 EU경제의 안정을 위협하는 존재로 계속 남아 있게 된다면, EU안에서 프랑스의 주도적인 역할을 기대하기 어려울 것이다.​ <ifs PO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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