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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續)여의도에는 왜? 정신병원이 없을까 <29> 앨 고어의 담화문(談話文), 윤석열의 담화문(痰火文) ⓽ 본문듣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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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입력 2025년04월15일 17시10분
  • 최종수정 2025년04월14일 16시2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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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는 우리를 이끄는 지도자와 그 집단에 대해 야박해서 눈물이 날 정도로 엄격한 잣대를 들이대야 한다. 그들이 힘들어 울어야 국민이 웃을 수 있기 때문이다. 국민의 삶이 나아지지 않는 건… 정책이나 전문가가 모자라서가 아니라 사회지도층이 국민보다 힘들지 않고 편하게 살기 때문이다.> (졸저 ‘여의도에는 왜? 정신병원이 없을까’ 중) 

 

“국민들은 이 사건 비상계엄을 계몽령이라고 이해하고 있는데, 반국가세력은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를 내란죄라고 몰아서 국방 책임자들을 구속한 데 이어서 대통령까지 구속한 것입니다.” (2025년 1월 23일 윤석열 대통령 탄핵 심판 4차 변론에서 윤석열 대통령 측 조대현 변호사의 말)

 

아무리 MZ세대의 신조어가 난무하는 세상이라지만, 소위 배웠다는 사람들이 이렇게 마구잡이로 신조어를 만들어도 되는 걸까. 비상계엄의 정당성을 주장하고 싶은 마음이야 백번 이해하지만 그래도 ‘계몽령’이라니? 그럼 윤 대통령은 ‘계몽 군주’인가? 우리 역사에서 계몽 군주라고 하면 보통 정조대왕을 꼽는데, 윤 대통령이 정조 대왕과 동급이라고? 본인은 손바닥에 王 자를 쓸 때부터 그런 마음이었는지 모르겠지만…. 국민의 가슴을 치게 만든 신조어는 이뿐만이 아니다. ‘경고성 계엄’ ‘평화적 계엄’이란 말도 등장했는데, 인류 역사상 경고성 계엄이란 게 있은 적이 있는지 누가 전례를 한번 찾아봐 줬으면 좋겠다. 민방위 경계경보와 착각한 걸까?

 

국립국어원 표준국어대사전에 나오는 ‘경고(警告)’의 정의는 ‘조심하거나 삼가도록 미리 주의를 줌. 또는 그 주의’다. 냅다 계엄을 때렸으면서 ‘경고’라니? 앞서 ⓸편에서 윤 대통령이 ‘계엄’, ‘일임’의 뜻을 모르는 것 같다고 했는데, ‘경고’의 뜻도 모른 게 아닌가 싶다. 그런데 가관(可觀·꼴이 볼만하다는 뜻으로, 남의 언행이나 어떤 상태를 비웃는 뜻으로 이르는 말. 2025년 등장한 어떤 ‘정조 대왕’ 때문에 단어 설명이 필요하다)은 여기서 끝이 아니다.

 

“그때 제가 (장관이) 써온 계엄 담화문하고 포고령을 보고, 포고령에 사실 법적으로 검토해서 손댈 것은 많지만, 어차피 이 계엄이라는 게 길어야 하루 이상 유지되기도 어렵고, 그러니까 국가비상상황, 위기상황이 국회 독재에 의해서 초래됐으니, 포고령이 추상적이긴 하지만, 상위 법규에 위배되고 내용이 추상적이어서 집행가능성이 없지만, 그냥 놔두자고 한 것 기억나는가.” (2025년 1월 23일 탄핵 심판 4차 변론에서 김용헌 전 국방부 장관에게 질의하는 윤 대통령)

 

시간이 좀 지나서 잊은 사람도 있겠지만 비상계엄 포고령 제1호는 △국회와 지방의회, 정당의 활동과 정치적 결사, 집회, 시위 등 일체의 정치활동 금지 △모든 언론과 출판은 계엄사가 통제 △48시간 내 본업에 복귀하지 않는 모든 의료인은 계엄법에 의해 처단 등의 무시무시한 내용을 담고 있다. 그리고 이 포고령을 위반하면 영장 없이 체포, 구금, 압수수색 할 수 있다고 했다. 그런데 ‘내용이 추상적이어서 집행 가능성이 없으니 놔두자’라고 했다고? 뭐 이런 ‘거지’ 같은 소리가 있을까? 하긴 이 포고령에 대해 헌법재판소 답변서에서는 “김 전 장관이 종전 대통령에게 국회 해산권이 있을 당시의 예문을 그대로 베껴 왔다. 문구의 잘못을 (윤 대통령이) 부주의로 간과했다”라고 주장한 것으로 알려진 판이니 더 말해 뭐할까 싶기는 하다.

 

의도야 어쨌든, 군을 동원하는 행위는 내란으로 보이기 쉽다. 내란죄는 최고 사형에서 최하 5년 이상의 징역 또는 금고에 해당하는 중죄다. 쉽게 말해 ‘역적’이 된다는 말이다. 그런 행위를 하면서 하루 이상 유지되기도 어렵고. 손댈 것은 많지만 집행 가능성이 없으니 놔뒀다고? 그럼 국회 본청 유리창을 깨고 들어간 특전사 707 부대원들은 쉬가 급해 화장실을 가려고 한 건가?

 

나도 각론에서 윤 대통령을 수사하는 사법 기관이 참 수준 낮고, 실력 없고 무리하게 일을 한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그것이 대역죄를 저지른 사람의 자기변명 근거가 될 수는 없다. 자기 잘못은 1도 뉘우치지 않고 개도 웃을 궤변으로 빠져나가려는 덩치 큰 최고지도자의 모습을 보면 화가 나는 게 아니라 저런 인물을 믿고 어쩌면 목숨까지 걸어야 했던 상황에 끌려 들어간 애꿎은 군인들이 안타깝다. 백번 양보해 윤 대통령의 궤변을 이해한다 해도, 어쨌든 실패한 계엄이다. 내란죄가 확정되면 그는 물론이고 비상계엄에 동원됐던 많은 군인이 옷을 벗는 것은 물론이고, 계급 강등, 연금 박탈 등의 처벌을 받아야 한다. 국립묘지 안장은 고사하고 오랜 시간을 감옥에서 지내고 나온 뒤에도 풀빵 장사를 하며 살아야 한다. 그러면 아무리 정신 승리의 화신이라 해도 미안해야 하지 않나. ‘모든 죄는 내가 안고 갈 테니 부하들은 선처해달라’고 해야 하는 것 아닌가?

 

그런데도 그는 여전히 구치소 안에서도 변호인을 통해, 측근들을 통해 끊임없이 지지자들을 선동하고 궤변을 계속했다. <⓾편으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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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입력 2025년04월15일 17시10분
  • 최종수정 2025년04월14일 16시2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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