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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러 불신(不信) 시대’가 시작되었는가– 미국 재정적자, 자본 유출, 그리고 기축통화의 위기 본문듣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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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사입력 2025년04월13일 15시50분
- 최종수정 2025년04월14일 11시5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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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4월, 글로벌 금융시장의 중심에서 미국 달러화가 흔들리고 있다. 달러 인덱스가 100 이하로 하락했다. 4월13일 오후 8시 기준 99.63을 기록했다. 어떤 이유일까?
지난 수십 년간 ‘안전자산’, ‘기축통화’의 위상을 누려온 달러에 대한 시장 신뢰가 균열을 일으키는 조짐이 뚜렷해지고 있는 것은 트럼프 대통령의 재등장과 함께 강화된 고율 관세정책, 심각한 미국 정부의 재정적자, 그리고 점차 가속화되는 뉴욕 증시에서 해외로의 자본 이탈 때문이다.
<출처:네이버 증권정보>
불어난 미국 정부의 재정적자, 무너지는 재정 건전성
미 의회 예산국이 추정한 2025년 미 연방정부 부채는 GDP 대비 100%이다. 2025년 연방정부 재정적자는 GDP 대비 6.2%이다. 미 연방정부의 총부채는 2024년 말 총 34조 달러를 돌파했고, 향후 10년 동안 매년 1조 달러 이상 적자가 누적될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다. 현실적으로 사회보장, 국방비, 헬스케어,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등의 고정지출은 정치적 구조 때문에 축소가 어렵다.
연방정부 채무에 대한 이자 지출이 국방비보다 더 커진 해가 2024년이다. 역사학자인 니얼 퍼거슨 전 하바드대 교수는 “16세기 오스트리아의 합스부르그 왕조로부터 20세기 영국까지 국방비보다 정부 부채 상환에 더 많은 돈을 쓰는 나라는 더 이상 강대국의 기능을 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이런 미 연방정부의 불건전 재정의 추이로 국제금융계에서 미국 국채에 대한 신뢰가 하락하여, 미국 자본시장에서 자금이탈이 발생하게 된 것이다.
해외로 빠져나가는 자본, 흔들리는 달러 가치
최근 트럼프 대통령이 다시 꺼내든 전방위적 고율 관세정책은 시장을 충격에 빠뜨렸다. 그는 세계 각국에 기본 관세 10%, 추가하여 한국 등에 25%까지 ‘상호주의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밝혔다. 중국에게는 총 145%의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했다. 그러다 며칠 후, 중국을 제외한 모든 나라에 90일간 관세 부과를 유예한다고 입장을 바꾸었다. 그런데 중국의 시진핑 주석은 여유만만한 자세로 “걱정 안 한다”는 태도를 견지하고 있다.
이에 따라 뉴욕 금융시장에서 글로벌 자금이 급속히 유럽, 아시아, 특히 중국 본토 및 홍콩으로 이동하는 흐름이 발생했다.
이는 단순한 시장조정이 아니라, 미국 경제정책의 예측 가능성과 글로벌 리더십에 대한 근본적 신뢰 상실로 해석된다.
결국 달러화에 대한 수요가 줄고, 국제금융시장에서 달러는 점진적 약세를 보이는 구조적 변화에 접어들게 될 것이라는 전망이 시장의 주류로 형성된 것으로 판단된다.
기축통화의 지위에 드리운 어두운 그림자
오늘날 세계는 ‘탈달러화(de-dollarization)’라는 말을 더이상 공허한 담론이 아닌 정치 경제적 현실로 받아들이는 추세에 있다.
중국, 러시아, 브라질 등은 자국 통화 또는 공동결제망을 논의하고 있으며, 중동 산유국들조차 일부 원유 거래에서 위안화 또는 유로화를 수용하기 시작했다.
IMF의 SDR(특별인출권) 개편 움직임도, 단일 기축통화 체제의 취약성에 대한 반성에서 비롯된 결과다. 물론 달러가 곧 기축통화 지위를 잃는 일은 없겠지만, 달러의 절대적 위상이 점진적으로 약화되는 구조는 피할 수 없는 흐름으로 보인다.
패권 통화의 프리미엄을 잃어가는 강대국의 딜레마
달러는 더이상 절대적 ‘믿음의 상징’이 아니다.
재정 건전성의 붕괴, 정책 신뢰의 실종, 글로벌 자본의 이탈이라는 삼중 악재 속에서 미국은 자국 통화의 프리미엄을 서서히 잃어가고 있기 때문이다.
역설적이지만, 트럼프식 관세 보호주의는 역사적 경험으로 보아 미국 제조업을 살리는 길도 아니지만, 미국 금융과 통화 패권의 기반 자체를 흔드는 자해적 선택이 될 수도 있다.
세계는 지금 “달러로부터 자유로운” 새로운 국제금융 질서의 궤도로 진입하고 있는 듯하다. 2차대전 후에 형성된 GATT 중심의 국제 무역질서는 이미 해체되었고, 달러를 기축통화로 움직이는 국제 금융질서도 재편되는 와중(渦中)에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불러온 태풍의 위력이 지구를 예측하기 어려운 미래로 밀어 넣고 있는 것 아닌가 싶다.
<ifsPOST>
- 기사입력 2025년04월13일 15시50분
- 최종수정 2025년04월14일 11시5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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