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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U 집행위원회는 2025년 1월과 2월에 연달아 ‘경쟁력 나침반(Competitiveness Com-pass)’ 과 ‘청정산업협약(Clean Industrial Deal)’, ‘옴니버스 패키지(Omnibus Package)’ 를 발표하였는데, 이는 탄소중립 목표를 유지하면서도 환경 규제를 합리적으로 조정하여 산업 경쟁력을 강화하려는 조치로 평가됨. 해당 협약과 패키지는 중소기업의 규제 부담 완화, 고탄소 산업의 탈탄소 전환 지원, 전환금융 활성화 등을 포함하고 있어, EU의 ESG 정책 기조 변화 가능성을 시사함. 한국은 주요 선진국에 비해 친환경 정책 도입이 상대적으로 늦었으며, 관련 제도 역시 아직 정비 단계에 있는 만큼, 정책 속도 조절보다는 제도의 안정적 정착과 시장 신뢰 구축이 우선적으로 고려되어야 함. 다만, 중소기업의 부담을 완화하고 전환금융을 도입하는 방안은 적극 검토할 필요가 있음.
■ 2025년 1월 29일 발표된 EU의 경쟁력 나침반은 역내 경제 활성화 및 기후 중립 달성을 위한 향 후 5년간의 정책 방향을 담고 있음.
- 3대 핵심 과제인 ➊ 혁신 격차 해소, ➋ 탈탄소화, ➌ 공급망 안보와 이들 과제를 보다 구체화하기 위한 5대 실행 계획인, ➊ 규제 부담 완화, ➋ 단일시장 활용, ➌ 자금조달 지원, ➍ 일자리 확 대, ➎ 회원국 간 정책 조율 강화를 제시함.
- EU의 지정학적 위기 심화, 녹색 전환 압박, 산업 경쟁력의 지속적 약화 등을 배경으로 하여, EU의 역외 의존도를 낮춰 경제적 자율성을 강화하고, 기술혁신을 주도하는 지속가능한 성장모델을 확립하기 위한 정책의 일환으로 제시됨.
- 특히, EU의 과도한 규제가 기업 경쟁력을 저해한다는 판단하에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보고· 행정 부담을 각각 최소 25%와 35% 감축하는 방안을 담은 옴니버스 패키지(Omnibus Pack-age) 발표 예정을 밝힘.
■ 2월 26일에는 규제 간소화 옴니버스 패키지와 청정산업협약이 발표됨.
- 옴니버스 패키지는 경쟁력 강화를 위해 EU 분류체계(Taxonomy) 법률 개정안을 포함하여 EU ESG 핵심 정책의 간소화 방안을 담고 있음.
- 청정산업협약은 2050년 탄소중립 달성과 순환 경제 확산 등 환경 목표는 유지하면서, EU의 경쟁력을 제고하고 탈탄소화를 촉진하기 위해 고탄소 제조업의 탈탄소화 지원과 청정기술산 업 육성을 위한 전략을 제시함.
■ 옴니버스 패키지의 내용 중에서도 EU의 환경 및 ESG 관련 핵심 규제들에 대한 간소화 조치와 중 소기업에 대한 부담 완화 방안이 가장 주목받고 있음.
- 패키지는 구체적으로 ➊ EU 지속가능성 공시지침(CSRD)과 지속가능성 실사(CSDDD)의 시행 시기를 2028년까지 연기, ➋ CSRD의 적용대상에 대한 기준을 대기업으로 한정하여 CSDDD의 적용 대상과 일치, ➌ EU 분류체계의 적용 기준 완화, ➍ 공급망 보고에 대한 기준을 낮춰 중소기업 부담 완화, ➎ 탄소국경조정제도(CBAM) 간소화 등이 주 내용임.
* CSRD/CSDDD 대상 대기업 : EU 내 상장기업 중 고용이 1,000명을 초과하고 전 세계 매출이 5,000만 유로 또는 자산이 2,500만 유로를 초과하는 기업
- 중소기업은 유럽재무보고자문그룹(EFRAG)이 만든 중소기업을 위한 자발적 지속가능성 공시 기준(Voluntary Sustainability Reporting Standard for SME; 이하 VSME)에 따라 자발적으로 공시하고, 중소기업이 CSDDD에 의해 공급망 실사를 받을 때는 VSME에 따라 정보를 제공하도록 허용할 것을 제안함.
- 옴니버스 패키지에 제시된 개정안은 회원국 간의 의견수렴을 거쳐 채택되며, 유럽의회 및 이 사회 검토가 완료된 후 시행할 예정임.
- EU는 옴니버스 패키지 시행을 통해 매년 63억 유로의 행정 비용 절감과 500억 유로의 추가 공공 및 민간 투자 유치가 가능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음.
■ 옴니버스 패키지 내 EU 분류체계 법률 개정안에서는 중소기업과 은행의 공시 부담을 대폭 완화하는 방안을 제시하고 있으며, 분류체계 연계 공시(Taxonomy-aligned Disclosures) 규정을 완화하여 유연성을 부여하는 방향을 포함하고 있음.
- 공시 양식 간소화로 자료 입력 항목을 70% 감소시킴으로써 행정 부담을 대폭 완화함.
- 중요성(materiality) 기준을 도입하여 분류체계 적격 활동(eligible activity)이 10% 미만인 기 업은 적격성(eligibility) 및 적합성(alignment) 공시 의무를 면제함.
* 특정 경제 활동이 분류체계에서 정의한 ‘환경적으로 지속 가능한 경제 활동’ 목록에 속하면 적격 활동(eli-gible activity)이라고 부르며, 이 적격 활동이 1) 환경 목표 달성에 상당한 기여를 할 것(substantial con-tribution, SC), 2) 다른 환경 목표에 중대한 피해를 끼치지 않을 것(do no significant harm, DNSH), 3) 사회적 보호장치를 준수할 것(minimum safeguards, MS)의 세 가지 기술 심사 기준을 충족하면 적합 활동 (aligned activity)이라고 부름.
* EU 분류체계를 벤치마킹한 ‘한국형 녹색분류체계’에서는 기술적 심사 기준을 1) 활동(적격활동 여부), 2) 인 정(SC), 3) 배제(DHSH), 4) 보호(MS) 기준으로 정의함.
- 은행이 녹색자산비율(green asset ratio, GAR)을 더 쉽게 활용할 수 있도록 공시 방식을 단순화 하며, GAR의 분모인 총 관련 자산에서 CSRD 대상 기업이 아닌 기업을 제외할 수 있도록 함.
* GAR은 은행이 보유한 총 관련 자산(Total Relevant Assets) 중 녹색경제활동과 연계된 자산(Taxonomy-aligned Assets)의 비율로 정의됨.
- 기업들이 운영 비용과 관련된 보고 범위를 줄일 수 있도록 조정함.
- 분류체계의 오염 방지 및 화학물질 사용 부문에서의 DNSH 기준 일부 완화함.
- 분류체계에 부분적으로 적합(partially aligned)한 활동도 보고할 수 있는 옵션을 도입하여 전환과정에서의 과도기적 노력을 보여줄 수 있도록 유연성을 부여하여 전환금융(Transition Finance)을 촉진하는 것을 목표로 함.
■ 청정산업협약에서는 2050년 탄소중립 달성과 순환 경제 확산 등 환경 목표는 유지하면서, EU의 경쟁력을 제고하고 탈탄소화를 촉진하기 위해 고탄소 제조업의 탈탄소화 지원과 청정기술산업 육성을 위한 전략을 제시함.
- ➊ 에너지 비용 절감, ➋ 청정제품 수요 진작, ➌ 전환 부문 금융지원, ➍ 순환성 및 원자재 확보, ➎ 글로벌 협력 확대, ➏ 양질의 일자리 확대 등의 주요 분야에 대한 지원책을 발표함.
- 전환 부문 금융지원에서는 탈탄소 전환을 위한 금융지원을 위해 보조금 개편, 혁신 기금 강화 및 1,000억 유로 규모의 탈탄소화 전문 은행 제안, 호라이즌 유럽 프로그램을 통한 연구 및 혁신 촉진, InvestEU 개정을 통한 금융 보증 규모 확대 및 최대 500억 유로의 투자 유치 등을 제시함.
■ EU의 이번 조치는 EU의 친환경 정책 방향성을 유지하면서도 중소 · 중견기업의 부담을 완화하여 기존의 친환경 규제의 집행에 중점을 두었으며 고탄소 제조업의 탈탄소 전환을 강조한 것으로, EU의 ESG 정책 기조 변화 가능성을 시사함.
- 미국 트럼프 행정부 출범 이후 친환경 정책에 대한 회의론이 확산하는 시점에서 옴니버스 패키지로 인해 EU도 친환경 및 ESG 정책 속도 조절에 들어갔다는 평가를 받음.
- 그러나 EU는 청정산업협약을 통해 2050년 탄소중립과 순환경제 확산이라는 환경 목표는 지속적으로 추진할 것이라고 강조함.
- 또한, 일본, 중국, 싱가포르 등 아시아권 국가에서는 오히려 지속가능금융을 강화하는 친환경 정책을 강력하게 추진하고 있는 만큼 친환경 정책과 지속가능금융의 동력이 전 세계적으로 약해진 것이라고 보기는 어려움.
■ 일각에서는 우리나라도 속도 조절을 고려해야 한다고 주장하지만, 한국은 EU나 미국에 비해 친 환경 정책과 지속가능금융 도입이 늦었으며, 관련 제도 역시 미비한 상황이므로 속도 조절보다는 제도 정착과 시장 신뢰 구축이 더 시급함.
- 친환경 정책 추진 속도를 늦추면 오히려 국제적 기준과의 격차가 확대될 가능성이 높지만, 현재 기조를 유지하면서 한국에 적합한 탈탄소화 및 지속가능금융 프레임워크를 강화하면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질 수 있음.
- 금융위원회가 2024년 12월 추진을 발표한 ‘한국형 전환금융’의 성공적 정착을 위해 금융회사, 산업계, 정부 등 이해관계자가 충분히 논의해 가이드라인을 마련하고, 제정 후에는 신속히 도입할 필요가 있음.
* 한국형 전환금융은 EU의 청정산업딜과 옴니버스 패키지처럼 고탄소 산업의 경쟁력 강화와 유연한 탈탄소 전환을 목표로 하고 있음.
* 그린워싱 및 탄소고착화 위험으로 인해 전환금융의 활성화를 위해서는 명확한 기준 설정과 엄격한 모니터링, 기업의 실질적인 전환 노력을 보장하고 투명성과 신뢰성을 높이는 제도적 장치가 반드시 필요함.
- 다만, EU가 중소기업에 대한 부담을 완화한 것처럼 우리나라도 중소 · 중견기업이 과도한 부담을 지지 않도록 하는 정책 설계가 필요하며, ESG 공시 의무화 등 향후 시행할 정책에서 이 를 반영하여 정책적 불확실성을 줄여야 함.
- 무엇보다, 정부는 탄소중립과 순환경제 등의 환경 목표를 유지하며 기업과 금융시장에 일관 된 정책 신호를 제공해야 함. <KI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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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자료는 한국금융연구원(KIF)이 발간한 [금융브리프 34권 05호](2025.3.14.) ‘금융포커스’에 실린 것으로 연구원의 동의를 얻어 게재합니다. <편집자> |
- 기사입력 2025년03월18일 15시10분
- 최종수정 2025년03월19일 11시5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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