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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약> ▶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자국 산업의 우대 정책, 미-중의 무역 갈등, 그리고 2기 트럼프 행 정부의 대외정책 등은 은행을 비롯한 국내 금융산업에 구조적 변화를 초래할 가능성이 있음. ▶ 국내은행은 기업 부문의 부실 확대 가능성과 가계 및 내수에 미치는 효과, 글로벌 자금흐름 변화 에 따른 자산시장의 변동성 증가 등을 고려한 대비책을 마련해야 함. ▶ 국내은행은 보호무역의 확대로 인한 파급력 및 구조적 변화가 초래할 수 있는 스트레스 시나리오 상황을 고려하여 잠재적인 취약 요인에 대한 사전 대비 체계를 구축하고 시장여건 변화에 따른 금융 수요를 적극 충족해 나가야 함. ▶ 이를 위해 국내은행은 자본비율의 지속적인 상향이나 PF 등 부동산 관련 잠재 손실의 선제적인 처리, 그리고 고유동성 외화자산의 확보 등을 통해 손실완충력을 제고하고 유동성 관리를 강화해 야 함. ▶ 또한 산업구조 개선이나 신성장기반 육성 등을 위해 금융그룹 차원의 장기금융 및 투자금융 서비 스의 확충 등 생산적 금융 기반이 강화될 필요가 있음. |
보호무역주의 강화는 2018년 이후 대중 제재 등이 이루어지면서 이미 미국 대외정책 기조의 핵심원칙으로 정착되어 왔다. 제2기 트럼프 정부의 출범으로 반도체 및 AI 등 전략자원뿐만 아니라 대미 수출품 및 그 수출국 전체를 대상(target)으로 하는 포괄적 경향을 보이는 등 향후 국내경제에 미치게 될 파급효과가 이전보다 훨씬 심화될 것이라는 예상이 확대되고 있다. 또한 2기 트럼프 행정부의 초기 정책기조가 재임 기간 중 예상치 못한 수준과 범위로 확대될 여지도 배제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이로 인해 촉발될 글로벌 보호무역주의 강화가 수출 및 투자 등 국내 실물경제에 미치는 중장기 효과는 국내 금융산업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줄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글로벌 금융시장의 리스크 선호나 자금흐름도 역전될 수 있는데, 이는 국내 금융시장의 대내외 여건 전반에 상당한 불안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향후 국내 은행산업은 장기적 관점에서 거시경제 및 글로벌 파급효과를 예의주시해 나갈 필요가 있을 것이다.
본고는 보호무역주의 기조의 확대가 실물경제 및 금융서비스 간 연계(macroeconomic financial linkage)를 통해 국내 은행산업에 미칠 수 있는 파급효과를 살펴보고 국내은행의 대응력 확보 등과 관련한 시사점을 제시한다.
실물 및 금융 간 연계 효과: 구조적 변화의 전초?
우리나라 경제는 WTO 체제하에서 유례가 없는 성공적인 경제성장 기반을 구축해 왔다. 하지만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자국 산업의 경쟁력 강화를 위한 산업정책의 강화나 2018년 이후 촉발된 미- 중의 무역 갈등, 그리고 2기 트럼프 행정부의 대외정책 기조 등은 무역과 개방을 통한 성장 패러다임을 제약하는 구조적 전환을 촉발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는 상황이다. 구조적 변화는 기존 성장모델의 약화나 국가 간 경제금융 협력관계의 변화, 정치적 갈등의 확대 등으로 인해 국내경제 전체의 경쟁력 약화나 장기 성장률 하락 등으로 이어질 수 있다.
국내경제의 구조적 변화는 장기적으로 금융산업의 건전성이나 금융산업의 대외적 위상에도 영향을 줄 수 있어 국내 금융산업의 효과적인 대응을 필요로 한다. 예를 들어 전반적인 수출 둔화는 기업이나 산업의 실적 악화로 이어지고, 취약 기업의 부실화를 초래하여 금융산업의 건전성을 훼손시킬 수 있다. 특히 보호무역주의 확산은 글로벌 금융시장의 위험 선호나 국가별 투자유인을 변화시켜 국내 금융 시장의 변동성을 높일 가능성도 높다. 국내 실물경제의 구조적 변화로 인해 초래될 수 있는 거시경제의 구조적 재편과 대내외 시장여건 변화가 금융산업에 미칠 수 있는 영향을 고려하여 국내은행은 중장 기 대응책을 마련해야 할 것으로 판단된다.
대내적 금융효과와 글로벌 유동성 변화에 대비
우선 수출산업을 중심으로 산업경쟁력이 장기간에 걸쳐 점진적으로 약화될 수 있다. 국내 산업의 경쟁력 약화가 해외수요의 축소뿐만 아니라 미국과 같은 핵심 수출시장에서의 가격경쟁 심화로 이어져 국내기업의 대내외 위상이 빠르게 하락할 여지도 상당하다. 이는 기업 부문의 부실 위험을 높이고 은행을 비롯한 금융산업의 건전성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한편 기술혁신이나 원가절감, M&A 등을 통해 국내기업은 자체적으로 대응력을 높이기 위한 구조조정 노력을 확대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단기자금보다는 장기자금 및 투자금융을 중심으로 한 기업이나 산업별 자금수요의 증가로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보호무역의 확대에 따라 가계 및 소비자 금융보다는 기업금융 및 장기금융을 중심으로 한 국내금융의 체계적인 대응이 점차 긴요해질 것이다.
다음으로는 기업의 구조 개편이 가계나 내수에 미치는 이차 효과(secondary effect)를 고려할 필요가 있다. 자유무역 체계는 수출증대를 통한 투자 확대 ⇒ 고용 창출 및 소득의 증가 ⇒ 내수기반의 확 대 등으로 이어지는 선순환 구조를 정착시켜왔다. 하지만 보호무역주의에 대응한 국내기업의 구조개선 노력은 자칫 고용시장이나 내수기반의 위축으로 이어지는 악순환을 초래할 수도 있다. 이는 기업 및 산업의 경쟁력 회복 지연 시 초래될 수 있는 소득 정체 및 소비 위축 등이 은행을 비롯한 국내 금융산업의 기존 성장 모델이나 중장기 안정성에 미칠 효과에 유의해야 함을 의미한다. 이러한 상황은 단기적으로 가계부채의 증가나 자영업자, 서민층 등의 대출수요를 높이는 요인이 될 수도 있다. 그러나 보다 근본적으로는 보호무역 기조의 장기적인 지속 시 나타날 수 있는 자영업자의 구조조정이나 고부 채 가구의 부실 증대 등 취약 요인에 대한 국내금융의 선제적인 대응력 확보가 중요해질 것이다.
그리고 보호무역 기조의 확산은 글로벌 자금흐름과 투자패턴에 직접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 자유무역의 확대는 수출과 글로벌 투자를 촉진함으로써 세계 경제의 성장과 함께 글로벌 금융시장의 유동성 확대로 이어져 왔다. 국내경제의 성장은 해외투자자의 유입을 촉진함으로써 국내 자본시장의 글로벌화를 촉진하였다. 반면 보호무역 강화는 신흥국 및 수출국으로의 자금흐름을 축소하고 선진국 자금의 회수 또는 역전(reversal)을 초래함으로써 글로벌 유동성이 점차 축소되는 국면이 지속될 수 있다. 글로벌 유동성의 축소는 해외자금의 장기간 유출이나 유입 축소 등을 통해 외환시장을 비롯한 자산시장의 변동성을 높일 수 있다. 앞으로 국내은행은 달러화를 중심으로 한 글로벌 유동성의 변동성 증가가 국내 자산가격의 조정이나 외화유동성의 축소 등을 통해 촉발할 수 있는 시장효과에 대비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국내 은행산업에 대한 시사점: 스트레스 시나리오의 활용
현재 상황에서 보호무역 기조의 지속 기간이나 그 여파 등을 예단하기는 어렵다. 그동안 국내경제가 자유무역 활성화를 십분 활용하여 성장과 금융 발전을 이룩해 온 점을 고려할 때, 국내 은행산업은 실물경제의 구조적 변화로 초래될 수 있는 미래의 금융시장 여건(financial condition)에 대해 중장기 대응체계를 갖추어 나가야 할 것이다. 동 맥락에서 국내은행은 스트레스 시나리오(stress scenario)에 근거하여 개별 은행의 중장기 재무성과에 미칠 파급력을 파악하고 시스템적 위험이 누적되는 것을 차단 할 수 있는 대응 기조를 마련해야 할 것으로 판단된다.
즉, 국내은행의 중장기 대응책은 특정 조치나 사건(event)의 발생보다는 보호무역 기조의 장기화로 부실 위험이 누적되어 나타날 수 있는 스트레스 요인을 차단하는 데 초점을 두어야 함을 의미한다. 스트레스 시나리오에 의한 극단적인 상황이 실제 발생할 가능성은 매우 낮다고 판단된다. 하지만, 잠재적인 취약 요인에 대한 대비 체계를 구축하고 대내외 시장여건 변화에 따른 미래의 금융수요를 적극 충족함으로써 국내 은행산업은 스트레스 요인을 크게 낮출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우선 국내 산업 및 기업의 대응력 확보 과정에서 초래될 수 있는 부실 위험을 단계적으로, 지속적으로 처리해 나가는 경영기조가 유지될 필요가 있다. 국내은행은 핵심 산업이나 주요 기업의 재무위험 증가에 대한 시나리오를 마련하여 이에 상응하는 손실흡수력(loss-absorbing capacity) 수준을 확보할 수 있어야 한다. 또한 보호무역의 확대 및 심화로 인해 초래될 수 있는 잠재 부실의 추정 등과 연계하여 미래지향적(forward-looking) 충당금 적립이 정책적으로 유도될 필요가 있다. 그리고 정책당국은 세전이익 대비 대손준비금 비율을 점진적으로 높이고 자본비율의 상승 추세를 계속 유지토록 권고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또한 국내은행은 가계부채나 PF 등 부동산 금융과 관련된 잠재위험에 대한 적극적인 대응책을 마련 할 필요가 있다. 예를 들어 경기 위축으로 인한 자산시장 충격을 고려하여 부동산금융 관련 미실현 기 대손실(expected loss)을 보수적으로 평가하고 선제적으로 처리해 나갈 필요가 있다. 한편 가계금융의 경우 주택담보대출뿐만 아니라 내수의 위축으로 인한 생활자금 수요도 당분간 증가할 여지가 높은 상황이다. 하지만 가계부채의 건전화를 위해서는 실수요 및 실질상환능력 평가에 근거한 기본원칙이 계속 유지되어야 할 것으로 판단된다. 스트레스 금리의 활용이나 예외 없는 총부채상환비율(DSR)의 적용 등은 불필요한 부실화를 차단하고 유사시 국내은행의 대응력을 크게 높일 것으로 기대된다. 가계부 채의 적정화 기조는 부동산 가격의 급격한 변동으로도 초래될 수 있는 부실자산의 회수 위험을 낮춤은 물론이고 국내은행의 건전성 및 신뢰도 유지에 있어서도 중요한 이정표가 될 것이다.
대외적으로는 보호무역의 확대가 외화수요에 미칠 영향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 수출 경쟁력에 힘입은 달러유동성 확보는 외화유동성 위험을 낮추고 손쉬운 외화자금의 조달 여건을 형성하였다. 또한 국내은행의 외화유동성은 단기부채비율의 관리 등을 통한 외화조달 구조의 적정화와 외화LCR 규제 등을 통한 자산부채의 불일치(mismatch) 해소 등 체계적 관리로 높은 안정성을 확보하고 있다. 하지만 보호무역주의 기조로 인해 글로벌 자금흐름이 축소 및 역전되는 시나리오를 고려하여 국내은행은 고유 동성 외화자산의 확보에 초점을 둘 필요가 있다. 특히 아시아 경제 또는 신흥국에 미칠 효과도 고려하여 외화순자산의 규모나 비율을 충분히 확보하는 것도 효과적인 대응 수단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외화 순자산의 확보는 국내은행의 글로벌 금융서비스 기반을 넓히고 역량을 높이는 것은 물론 국내기업에 대한 외화공급자 역할을 강화하는 데도 도움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끝으로 건전성 및 유동성 관리와 더불어 국내은행의 새로운 역할도 모색할 필요가 있다. 국내은행은 보호무역주의로 인한 국내기업의 구조 개편이나 신성장산업의 육성 등에 대응하여 산업금융 및 기업금융의 확대를 고려할 필요가 있다. 국내은행은 그룹 또는 지주회사 차원에서 자본시장과의 연계성을 높임으로써 장기금융 및 투자금융 비중을 확대하여 생산적 금융의 역할을 강화할 수 있을 것이다. 국내은행의 투자금융 확대가 자본적정성이나 건전성 관리에 부담이 될 여지도 있으므로 정책금융과의 연계 등 정책 측면의 대응도 필요할 것이다. <KI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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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글은 한국금융연구원(KIF)이 발간한 [금융브리프 34권 05호](2025.3.14.) ‘논단’에 실린 것으로 연구원의 동의를 얻어 게재합니다. <편집자> |
- 기사입력 2025년03월18일 15시00분
- 최종수정 2025년03월18일 11시4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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