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려있는 정책플랫폼 |
국가미래연구원은 폭 넓은 주제를 깊은 통찰력으로 다룹니다

※ 여기에 실린 글은 필자 개인의 의견이며 국가미래연구원(IFS)의 공식입장과는 차이가 있을 수 있습니다.

트럼프 재당선이 미국 금리에 미칠 영향 본문듣기

작성시간

  • 기사입력 2024년07월16일 18시15분
  • 최종수정 2024년07월16일 18시10분

작성자

  • 강태수
  • 카이스트 금융전문대학원 초빙교수, 전 한국은행 부총재보

메타정보

  • 4

본문

얼굴엔 피가 흘러내리고 주먹을 불끈 치켜든 모습. 배경에는 성조기가 휘날린다. 7월 13일(현지 시각) 피격 직후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을 에반 부치 AP 기자가 찍은 역사적 장면이다. 이 사진 한 장으로 11월 대선에서 트럼프 승리 대세론이 굳어지고 있다. 

 

트럼프 대세론은 이미 미국 채권시장에서 출현한 바 있다. 6월 27일(목요일) 미국 대선후보 첫 TV 토론회는 조 바이든 대통령 ‘참패’로 끝났다. 토론회 다음 날인 금요일 10년물 미국채 금리가 전일 4.29%에서 4.48%로 4.4% 급등했다. 미 채권시장이 도널드 트럼프를 다음번 대통령으로 인정하는 결과라는 해석이 나왔다.  

 

미 연준(Fed) 기준금리 인하를 기정사실화하던 시장 참가자들은 국채금리 급등에 크게 당황했다. 그동안 미국 시장금리는 안정세를 유지하는 중이었다. 고용과 민간소비가 둔화 조짐을 보인 데다 미 연준(Fed)이 선호하는 물가지표인 개인소비지출(PCE)이 6월 전년 동월 대비 2.4% 상승에 그쳤다. Fed 인플레이션 목표치 2%에 근접한 것이다. 

 

이는 2022년 이후 지속된 강도 높은 통화긴축의 결과다. 고금리가 장기화되면서 높은 이자 부담이 민간소비를 크게 제약하고 있다. IMF가 미국 경제 성장률이 금년 2.1%에서 내년에는 1.8%로 둔화될 것으로 예상하는 이유다. Fed 기준금리 인하가 미국 경제를 위한 처방이라는 데는 이견이 없어 보였다.

 

이런 와중에 트럼프 재집권 가능성이 미 국채 금리의 발작(tantrum)을 초래한 것이다. 트럼프 재집권이 트럼플레이션(트럼프+인플레이션) 발생 우려를 키우기 때문이다. 트럼프 대선 공약인 「어젠다 47」과 재집권 플랜 「프로젝트 2025」에 제시된 내용 가운데 인플레이션을 부추기는 정책들이 많다. ①이민정책, ②관세부과 구상, ③대규모 확장재정 및 ④Fed 개편 방안 등이 관심의 대상이다.

 

①우선 불법이민 유입억제를 강화하는 한편 멕시코 국경봉쇄를 강력히 추진할 예정이다. 이민자 감소는 노동 공급을 줄여 노동자 임금의 상승 압력을 키우게 된다. 미국 농업 부문과 의료 간병 서비스 분야는 이민자 노동력에 크게 의존한다. 결국 민간 소비자의 비용 부담 증가로 이어질 것이다.

 

②모든 수입품에 10% 관세를 부과하고 중국산 수입품에 대해서는 최대 60%까지 부과하는 계획이 발표됐다. 관세는 수입 상품의 가격을 올려 미국 소비자 부담을 증가시킨다. 미국 생산자에게도 불이익이다. 수입부품 가격 상승이 생산비용을 올리기 때문이다. 생산활동·소비활동 전반에 걸쳐 물가가 오르는 것이다.

 

③트럼프는 재집권 시 바이든 대통령보다 선심성 재정 지출이 용이한 입장이다. 미 공화당이 하원을 장악하고 있어서다. 「프로젝트 2025」에 포함된 대규모 감세 공약이 더 힘을 받을 것이다. 개인소득세 세율 인하가 한 예다. 재정 적자가 지금보다 대폭 늘어나는 거다. 재정 적자 확대는 적자국채 발행을 늘려 금리를 상승시킨다.

 

④Fed 개편안의 골자는 'Fed 힘 빼기'다. 가장 눈에 띄는 것은 Fed 자체를 없애버리는 ‘폐지론’이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Fed에 불만인 속마음을 공개적으로 표명해 왔다. 제롬 파월 Fed의장을 임기(2026년 2월) 전이라도 파면할 것임을 분명히 했다. 물가를 지키는 파수꾼이 자취를 감추는 황당한 시나리오가 버젓이 논의되는 상황이다.  

 

요즘 Fed의 ‘피봇’(pivot·기준금리 인하로 통화정책 전환) 시기가 가까워졌다는 전망이 많다.

“1분기에는 확신을 추가하지 못했지만, 2분기는 지난주 나온 지표 등 세 가지 지표가 확신을 더해준다.”

시장이 예상하는 9월 금리 인하와 관련해 2분기 경제지표가 믿음을 더 준다는 제롬 파월 Fed의장 발언이다. 지난 11일 발표된 미국의 6월 소비자물가지수의 상승률은 3.0%로 지난해 6월 이후 가장 낮다. 

 

파월 의장은 요즘 정치적 중립성을 유별나게 강조한다.

“우리는 정치적 고려는 하지 않는다. 우리 결정에 정치적 필터를 끼워 넣지 않는다.” 

하지만 그는 자신의 임기를 다 채울지 여부도 장담 못하는 실정이다. 11월 미 대선 이후 들이닥칠 인플레이션을 감안할 때 Fed가 트럼플레이션의 실체를 전혀 무시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트럼프 재집권으로 인플레이션이 장기화한다면 기준금리 인하 시점은 아무래도 늦춰질 가능성이 있다. 

 

6월 국내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11개월 만에 2.4%까지 하락했다. 한국은행이 금리 인하 시그널을 시장에 보내기에 적기로 보인다. 

“소비자 물가가 2.3~2.4%로 지속되는 상황이라면 금리 인하 여지가 있다.” 

이창용 한은 총재 발언이다. 

하지만 우리 경제도 트럼프 재집권 파급에 민감한 영향권에 놓여있다. 한국은행이 이런 흐름에 자유로울 수 있을까.

<ifsPOST>​ 

4
  • 기사입력 2024년07월16일 18시15분
  • 최종수정 2024년07월16일 18시10분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