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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배출권거래제 개선방향 본문듣기

작성시간

  • 기사입력 2024년07월17일 16시00분
  • 최종수정 2024년07월17일 09시08분

작성자

  • 김성우
  • 대통령직속 탄소중립녹생성장위원회 위원, 김앤장 법률사무소 환경에너지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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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23년 6월 방한한 마이런 숄즈 미국 스탠퍼드대 석좌교수는 향후 탄소배출권 시장이 엄청나게 커질 것이라고 예측했다. 옵션 가격을 구하는 ‘블랙-숄즈 모형’의 창시자로 파생금융상품 가격의 이론적 기준을 제공한 그는 1997년 노벨경제학상을 받았다. 탄소배출권은 기후위기의 주범인 탄소배출을 감축한 양을 검증해 거래가능한 가치있는 상품이다. 기업들은 탄소배출권을 구매해 자신의 배출량을 상쇄하는데 사용하기도 한다. 숄즈 교수는 시장성장 전망과 더불어, 탄소배출권 시장의 위험성도 지적했다. 탄소배출권을 인정하는 기준이 모호하다는 점을 들며, 향후 법적, 회계적 규정 등의 도입 필요성을 언급했다.

 

 기후위기 대응을 위해 온실가스를 감축하기 위한 대표적인 정책수단은 배출권거래제도다. 이는 탄소를 일정 수준 이상으로 배출하는 기업에 배출 허용량을 설정하고 남는 배출권은 팔고 부족한 배출권은 사는 제도이다. 여기서 거래되는 탄소배출권은 그 인정 기준이 법령으로 규율되기 때문에 자발적 배출권에 비해 상대적으로 덜 모호하다. 한국은 2015년부터 감축목표 달성에 가장 비용효과적인 정책수단인 온실가스 배출권거래제를 운영해 왔다. 국가단위 운영으로는 EU에 이어 전세계 두번째로 그 거래규모는 2021년 기준 5,472만톤이고, 국가 배출량의 70% 이상을 규제하는 막중한 제도로 평가된다. 

 

그러나 지금의 상황은 지난 2015년과 많이 다르다. 지난 2009년 국가 온실가스 감축 목표가 처음 수립된 이후 파리협정 발효 등으로 2020년 및 2021년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NDC)가 상향되었고, 국제 탄소 무역장벽화 대응 필요성까지 추가된 상황하에서 배출권거래제의 역할과 책임이 무거워진 반면, 배출권거래제의 실행 주체인 산업계는 제도이행의 어려움을 호소하며 배출권거래제 합리화를 탄소중립 관련 최우선 과제로 요구하고 있다. 이 와중에 감축 인센티브 부족, 누적된 배출권 과잉할당 등으로 지금의 제도가 온실가스 감축을 얼마나 유도하는지에 대한 의문속에서, 산업부문 배출량 증가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배출권 판매수익이 발생한다는 국정감사의 아픈 지적도 있었고, 시장규모 확대에도 불구하고 낮은 거래 유동성 및 가격 불안정성에 대한 정부의 반성도 있었다. 이에 탄소중립이행, 감축촉진, 애로사항을 반영한 제도 개선의 필요성이 대두되어 왔다. .

 

 이를 위해 정부는 2022년 8월부터 관계부처∙기업∙협회 전문가로 구성된 민‧관 합동 ‘배출권거래제 선진화 협의체’를 구성‧운영하여 제도개선을 위한 의견을 수렴하고 논의하고, 주요 경제단체 간담회, 배출권시장협의회 등 다양한 협의 채널을 통해 제안된 개선과제도 함께 검토한 결과, 같은 해 11월 24일 ‘온실가스 감축 촉진을 위한 배출권거래제 개선방안’(이하 ‘배출권거래제 개선방안’)을 공개했다.

배출권거래제 개선방안은 1) 감축유인강화, 2) 적정 탄소가격 설정을 위한 시장기능 활성화, 3) 기업의 감축이행 지원이라는 3대 핵심전략을 중심으로, 지침 개정 등으로 즉시 개선이 가능한 단기 과제와 배출권거래제의 실효성 제고를 위한 중장기 제도 개선 과제로 구성되어 있다. 그 중 단기 과제는 기업의 의무 이행 지원 및 감축 유인 강화를 위하여, 온실가스 감축 유도, 배출권 시장 활성화, 행정부담 완화, 신규시설 등 원활한 제도 이행 지원으로 구성되어 있고, 중장기 과제는 배출권 할당방식 개선, 상쇄배출권 제도 개선 등 추가 검토가 필요한 과제들로 구성되어 있다.

 

단기과제부터 주요내용을 살펴 보면, 온실가스를 적게 배출하는 최우수 시설(동종 업계 상위 10%)을 짓거나, 노후 설비를 교체하여 온실가스 배출 효율을 개선하는 경우 배출권을 더 많이 부여하여 기업의 친환경 투자를 유도하고, 바이오나프타로 석유화학제품을 생산하는 등 저탄소 원료로 제품을 생산하거나, '재생에너지 100% 사용(RE100)‘을 위해 재생에너지로 생산한 전력을 사용하는 경우 온실가스 감축 실적으로 인정을 확대함으로써, 기업의 온실가스 감축투자에 대한 인센티브 확대를 통한 온실가스 감축을 촉진하는 것이다. 

 

배출권 시장 활성화 및 배출권 가격 변동성도 완화되는데, 배출권거래제 참여기업 외에 시장조성자 등 금융기관의 참여를 단계적으로 늘리고, 기업들이 배출권을 더 편리하게 거래할 수 있도록 증권사 위탁거래제(유가증권 거래에 전문성이 있는 증권사가 할당업체로부터 배출권을 위탁받아 거래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제도) 및 배출권 선물거래제 등도 도입한다. 

 

또한, 전년도 배출량 확정(5월) 이후 배출권 제출까지의 기간을 늘려 충분한 거래기간을 보장하고, 배출권 가격 예측을 위한 시장정보공개를 확대하여 원활한 거래를 지원한다. 외부사업 인증 절차 및 기준도 개선된다. UN에서 이미 인증 받은 해외 감축사업(CDM사업) 실적을 국내에서 거래 가능한 배출권으로 전환하는 경우, 검토 항목을 간소화하고 검토 기간을 단축하도록 절차를 간소화한다. 

 

특히, 코로나19 등으로 인증신청에 필요한 서류를 준비하지 못한 경우는 신청기한을 연장해주고, 외부사업 인증기준의 일관성을 제고하여 사업의 예측가능성을 높일 예정이다. 나아가, 파리협정 이후 활용이 중단되어 있는 CDM사업 중 국가간 상응조정이 필요 없는 국내 사업은 활용을 허용하는 방향으로 개선한다. 배출량 측정·보고·검증(MRV) 효율도 높인다. 반도체 등 전자산업의 온실가스 저감효율 측정 기준은 국제기준에 맞게 합리화(기존 20% -> 10%로 완화)하고, 매년 제출해야 했던 배출량 산정계획서는 변경사항이 없을 경우 제출하지 않도록 하는 등 중복제출을 최소화한다.

 

마지막으로 신규 시설 및 중소업체에 대한 원활한 의무 이행 지원을 위해, 신규 시설에 대해서는 가동 초기 낮은 배출량 기준으로 배출권을 할당받은 점을 고려하여 가동 정상화에 따라 배출량이 1.5배 이상 증가하는 경우 배출권을 추가로 할당한다. 또한, 배출권 거래량이 적은 소규모 업체의 부담을 완화하기 위해 배출권 거래시스템 연회비를 면제하고, 배출권거래제 참여기업에 배출권 유상 할당 수입을 활용한 탄소중립 설비 지원을 지속 확대한다. 

 

중장기적으로는 배출권거래제의 실효성을 보다 근본적으로 제고하기 위해, 올해부터 정부는 ‘배출권거래제 선진화 협의체’를 중심으로 관계부처, 산업계 등과 지속적으로 논의하여 배출권거래제를 고도화 하고 있다. 우선 2018년 배출량 대비 40% 감축으로 상향된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NDC)를 달성할 수 있는 배출허용총량 설정 및 관리 방안을 마련하고, 유상할당 단계적 확대 및 그로 인하여 증가한 수입을 활용한 감축 지원 방안도 마련할 예정이다. 간접배출 관리방안에 대해서도 산업계가 중복규제 등의 부담을 호소함에 따라, 발전 부문 유상할당 확대, 에너지 수요관리 정책 등을 종합 고려하여 간접배출 관리 개선방안을 마련할 예정이다. 상쇄배출권의 사용한도 확대 요구를 고려하여 국가 감축목표 달성을 위한 최적의 상쇄배출권 한도 및 관리방안을 검토하고, 배출권의 이월제한이 기업의 자유로운 배출권 운용을 저해한다는 지적을 고려하여, 제3자 참여 확대로 인한 배출권 유동성 확보 및 거래활성화 정도에 따라 이월제한 완화 방안도 검토한다.

 

이러한 배출권거래제 개선방안의 공개는 전세계적 경제위기가 지속되는 가운데에서도 정부가 2050 탄소중립과 2030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NDC) 달성 의지를 확고하게 표명하면서도 현장의 기업 의견을 반영하여 실현가능한 탄소중립을 추진하고자 하는 방향성을 보여준 것으로 이해된다. 특히, 단기 과제 관련하여, 배출권 할당, 배출량 보고, 외부사업 평가 등 즉시 개선 가능한 단기 과제에 대해서는 신속히 제도를 개선하고 있다.  개선방안이 1년도 넘게 지났지만, 그 내용이 향후 배출권거래제 운영을 좌우하는 기본계획 및 할당계획에 상당부분 반영될 예정이므로, 주목할 필요가 있다.

 

그런 맥락에서 상술한 제도개선에 대한 고민과 실행이 감축실적으로 연결되기 위해서는 몇 가지 추가로 고려할 포인트들이 있다.

 

우선 탄소가격이 에너지전환의 핵심인 발전 부문의 온실가스 감축을 유인하지 못하고 있다. 우리 전력시장은 경제급전을 실행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배출권 가격이 제대로 반영되지 않는 것은 물론이고 심지어 발전소의 배출권 구입비용을 정부가 보조하고 있어 감축 유인이 더 떨어진다. 또 다른 포인트는 배출권이 남을 경우 차기에 사용하는 것이 제한되는데, 이는 차기에 사용하지 못하는 배출권의 가격 폭락 및 시장 불안정성을 유발하여 감축 시그널을 약화시킨다는 점이다. 또한 과거 배출량을 기준으로 미래 할당량을 결정하다 보니, 과거 배출을 많을수록 할당을 많이 받아 감축노력을 저해하기도 한다. 한편 가격 안정성을 명분으로 정부의 재량권 사용을 예측하기 어려워 오히려 시장을 더 불안하게 만들 수 있다는 점도 인지해야 하는데, 할당량 대비 거래량 비율이 8% 남짓이고(EU 600%+) 변동성도 주식시장 대비 3배 이상이라는 현실을 마주하고 있는 이유다. 

 

사정이 모두 다른 700개가 넘는 기업에 대해 일정한 기준으로 완벽한 제도를 마련하고 이행하기는 어렵다. 다만, 에너지 다소비 구조의 산업을 대상으로 탄소에 가격을 부여하는 대표적인 제도인 배출권거래제를 힘겹게 실행해 온 만큼 그 동안의 경험은 소중한 자산으로, 유사한 산업 구조의 국가들에 큰 도움이 될 것이다. 우리가 국제사회에 꼭 필요한 탄소가격제도를 리드할 귀한 경험과 자산을 보유하고 있다는 사실을 앞으로의 배출권거래제 개선 과정에서 잊지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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