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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3 대선에 한덕수 카드가 급부상했다. 그 배경엔 기존 국민의힘 경선 후보들로는 이재명 대세론을 넘을 수 없는 한계에 대한 공감대가 작용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한 대행은 독특한 장점을 갖고 있다.
첫째, 새로움(new)에 대한 선점이다. 선거에서 '새로움' 이미지는 유권자들에게 긍정적인 변화와 희망을 제시하며, 정치적 지형을 흔들고 선거 결과를 좌우할 수 있는 강력한 요소다. 유권자들은 기존 정치에 대한 불만과 변화에 대한 갈망을 가지고 있다. 새로운 이미지는 이러한 열망에 부응하며, 긍정적인 변화를 기대하게 한다. 또한, 새로운 이미지는 후보자 또는 정당의 독창성을 강조하고, 유권자들에게 강렬한 인상을 남길 수 있다. 특히 젊은 유권자들은 새로운 아이디어와 비전에 더 큰 관심을 보이며, 새로움 이미지는 이들의 표심을 사로잡는 데 효과적이다.
둘째, 국민 통합 이미지다. 호남 출신(전북 전주)으로 김대중 정부(경제수석)부터 참여정부(국무조정실장과 총리)와 윤석열 정부(총리)까지 고르게 중용됐다는 점이 강점이다. 지난 2002년 집권당인 새천년민주당 국민 참여 광주 경선에서 예상을 깨고 영남 출신 노무현 후보가 1위를 하면서 돌풍을 일으켰다. 노 후보가 국민통합의 상징으로 부상했기 때문이다. 만약 영남 보수 정당에서 호남 출신을 대선후보로 내세우면 ‘제2의 노풍’과 같은 돌풍을 몰고 올 수 있다.
셋째, 풍부한 국정 경험을 갖추고 있다. 미국발 상호 관세 부과 및 미·중 패권전쟁 대응 등 산적한 경제·외교 현안에 타개할 적임자라는 것이다. 엠브레인퍼블릭·케이스탯리서치·코리아리서치·한국리서치가 실시한 4월2주 전국지표조사(NBS)에 따르면, 한덕수 대행의 국정 운영에 대한 기대감은 ‘잘할 것’ 56%, ‘잘못할 것’ 37%로 나타났다. 새 정부는 인수위 없이 대선이 끝나면 바로 국정을 운영해야 한다. 한 대행의 풍부한 국정 경험은 착오 없이 국정을 운영할 수 있다는 믿음을 줄 수 있다. 기존 국정 기조를 이어가면서 안정적 국정 운영으로 '업그레이드'를 이끌면서 정권교체에 따른 '리셋'으로 야기될 혼란을 최소화시킬 수 있는 최적의 인물로 한 권한대행이 꼽히고 있다.
넷째, 경제 전문가라는 이미지가 본선 경쟁력을 갖췄다는 평가다. 주미대사·통상교섭본부장·경제부총리를 지낸 정통 경제관료 출신인 한 권한대행이 ‘경제살리기’ 적임자라는 이미지가 있다. 한국갤럽 4월2주 조사(8-10일), 여러 현안 중에서 차기 대통령이 우선적으로 해결해야 할 과제(2개까지 자유응답)로 절반 가량이 '경제 회복/활성화'(48%)를 바랐다. 그 다음은 '국민 통합/갈등 해소'(13%), '민생 문제 해결/생활 안정'(9%) 이었다, 경제와 통상 전문가인 한 대행이 다른 후보에 비해 이런 현안을 해결할 수 있는 경륜을 갖추고 있다는 것이 큰 장점이다. 축약하면, 한 대행은 ‘경제와 통합’이라는 시대정신에 부합한다는 것이 큰 자산이다.
한덕수 대행이 갖고 있는 여러 강점에도 불구하고 대선에 출마하기 위해선 넘어야 할 산이 많다. 무엇보다 한 대행 자신의 의지가 제일 중요하다. 지지율 1위를 달리던 반기문 전 유엔(UN) 사무총장이 대선 출마를 시사했다가 3주 만인 2017년 2월 "정치교체를 이루고 국가 통합을 이루려 했던 뜻을 접겠다"며 대통령 선거 출마 포기 선언을 했다. 유력 대권 후보였던 고건 전 총리도 2007년 1월 "저의 활동의 성과가 당초의 기대에 크게 못미친다는 여론의 평가를 겸허하게 받아들인다"면서 대선 불출마를 선언했다. 두 분의 공통점은 관료 출신이라는 점이다. 일각에선 “관료 출신들은 ‘정치인의 근육’이 없다. 싸우는 것은 싫고, 그냥 조용히 자기 일만 하는 게 좋은 사람들”이라고 말하고 있다. 한 대행은 지난 4월 14일 “국무위원들과 함께 저에게 부여된 마지막 소명을 다하겠다”라고 밝혔다. 하지만 17일 영국의 파이낸셜타임즈와의 인터뷰에서 6월 대선 출마 의사를 묻는 질의에 "아직 결정하지 않았다"며 "노코멘트"라고 답했다. 대선 출마와 관련한 입장을 처음 공개적으로 밝힌 것이다. 여하튼 한 대행이 어떤 선택을 할지, 어떤 선택을 받을지 현재로선 오리무중이다.
향후 한덕수 권한대행과 대선 출마에 대한 여론의 흐름이 중요하다. 한국갤럽 4월3주(14일-16일) 조사에서 ‘장래 대통령감으로 누가 좋다고 생각하는지 물은 결과(자유응답), 이재명 전 대표가 38%를 기록해 자신의 최고치(37%, 12월3주)를 갱신했다. 여권 후보 지지도는 홍준표·김문수·한덕수가 7%였고, 한동훈이 6%로 뒤를 이었다. 한국갤럽 4월2주 조사에서 2%를 얻어 처음 등장한 한덕수 대행은 1주일만에 지지율이 5%포인트 상승했다. 하지만 이재명 대표와 가상 대결 구도에서 아직까지는 경쟁력이 그리 높지 않다. 리얼미터 4월2주 조사(9-11일) 결과, 양자 대결 구도에서 이재명 54.2% 대 한덕수 27.6%로 26.6%포인트 차이였다. 현 시점에서 한 대행 출마에 대한 여론이 그리 우호적이지 않은 것도 부담이다. NBS 4월3주 조사(14-16일)에서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의 대선 출마에 대해 ’바람직하지 않다‘는 부정 인식은 66%, ‘바람직하다’는 긍정 인식은 24%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덕수 카드’는 여전히 대선 판을 흔들 수 있는 잠재적 변수다. 보수 진영 일각에서 한덕수 대행이 무소속으로 출마한 뒤 국민의힘 최종 후보와 단일화하는 시나리오가 제기되고 있다. 이에 대해 홍준표 후보는 한 대행의 출마 자체를 비상식적이라며 반대하고 있다. 한덕수 대행 차출을 거론하는 당내 인사들을 겨냥해서는 "개인의 사리사욕 때문에 당을 힘들게 하고 어지럽게 하는 죄는 나중에 벌 받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반면, 김문수 후보는 다른 입장이다. 20일 한 권한대행 출마론과 관련해 “요즘 좀 잠잠하지만, 현실적으로 그렇게 되고 있다"면서 "한덕수가 아니라 김덕수 등 누구라도 이재명을 꺾는다면 힘을 모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마도 ’한덕수 대행과의 후보 단일화“에 대한 찬반 여부가 국힘 경선의 최대 막판 변수가 될 전망이다. 지난 2002년 대선에서 노무현-정몽준 후보간의 단일화는 전혀 예상하지 못한 카드였다. 하지만 노무현 후보가 ”내가 져도 좋다. 이회창에게 정권을 넘길 수 없다“는 절박함과 함께 정몽준 후보가 원하는 여론조사를 통한 후보 단일화 방식을 수용하면서 성사됐다. 결국 노 후보가 극적인 후보 단일화로 ’지려야 질 수 없다“던 이회창 후보를 꺾고 정권재창출에 성공했다.
이번 대선도 비슷하다. ”전과 4범 중범죄자 피고인에게 정권을 넘겨 줄 수 없다”는 여론이 무르익으면 “반이재명 빅텐트와 후보단일화”는 피할 수 없는 현실이 될 것이다. 그 중심에 한덕수 대행이 자리잡고 있다. 출마 여부가 여전히 불투명하지만 한 대행으로 극적인 단일화가 이뤄진다면 대선 판에 지각 변동을 가져 올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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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사입력 2025년04월21일 16시19분
- 최종수정 2025년04월21일 16시1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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