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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은 빅-컷, 한국은 노-컷?" 본문듣기

작성시간

  • 기사입력 2024년09월20일 14시28분
  • 최종수정 2024년09월20일 15시42분

작성자

  • 신세돈
  • 숙명여자대학교 경제학부 명예교수

메타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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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1> 예상치 못한 빅-컷 : 발표 당일 시장이 놀라다

 

지난 9월 18일(현지시간) FOMC는 기준금리를 50bp 내렸다. 확실한 ‘빅-컷’이었다. 발표 직전까지만 해도 25bp 인하가 조금 더 유력했지만 막상 뚜껑을 열어 본 순간 시장의 예상은 빗나갔다. 물론 50bp인하를 예상했던 사람들이 없지 않았지만 대부분 시장분석가나 학자와 같은 FOMC 바깥사람이었고 그들도 50bp를 내려야 할 것이라고 생각했지 FOMC가 그렇게 결정할 것이라고는 예상하지 못했다. 그런 점에서 발표직후 시장은 FOMC 결정에 대해 놀랐던 것이 분명했다. 모든 미국의 주가가 FOMC 발표 직후 흐물흐물 내려가더니 결국 당일 종가는 1% 미만이지만 하락한 채로 끝난 것이 그것을 잘 말해준다. 

 

발표 당일 시장이 FOMC 빅-컷 결정에 놀란 것은 크게 두 가지 이유로 판단된다. 하나는 빅-컷의 이유가 무엇인지 불투명했다. 기자회견에서 CNBC 스티브 레이시먼의 첫 질문이 왜 내렸는지 이유를 물었지만 파월의 답변은 명확하지 않고 다만 FOMC위원들의 경제전망에 잘 드러났다고만 했다. 거의 모든 FOMC위원들이 연말까지 100bp 인하를 점치고 있다는 SEP 수치를 지적한 것이다. 다른 하나는 노동시장에 대한 불안 이다. 파월의장의 기자회견 행간을 읽어보면 적어도 파월이 가장 염려하고 있는 부분은 노동시장에 대한 불안 이다. 신규 취업자증가수가 계속해서 떨어지고 있고 구인구직비율도 하강하고 있으며 임금상승률도 지속적으로 하락하므로 노동시장이 식고 있다는 사실을 파월은 이번은 물론 지난 7월에도 여러 번 지적한 바가 있다. 

 

<2> 선제적 노동시장 안정을 위한 빅-컷

 

그렇지만 노동시장이 우려할 만큼 나쁜 것은 아니다. 파월도 여러 번 노동시장이 아직 탄탄하고 거의 완전고용에 가깝다고 지적했다. 실업률이 4.2%이면 매우 좋은 성적이다. 어떤 기자는 무언가 노동시장에 걱정할 만한 것이 있느냐고도 물었지만 그런 것은 아니라고 분명히 답변했다. 그렇다면 결국 FOMC의 이번 빅-컷은 블룸버그의 맥키대기가 물었듯이 노동시장의 둔화를 예방하기 위한 ‘선제적(pre-emptive) 금리인하’인 것이 분명하다. “노동시장이 아직 튼튼할 때 지원해야 한다“는 파월의 답변도 바로 그 점을 시사한다. 특히 기준금리 인하가 노동시장에 미치는 영향이 시간이 많이 걸리고 가변적인 시차(long and variable lag)를 갖고 있기 때문에 더욱 서두를 필요가 있었다. 그동안의 정책대응이 지나치게 느리다는 비판을 받아온 파월로서는 선제적으로 금리인하를 치고 나가야 할 필요가 있었을지도 모른다. 그리고 자본시장이 특별한 우려할 사안이 있어서 빅-컷을 단행한 것이 아니라 다만 예방차원에서 선제적으로 내렸다고 이해하면서 9월 19일 주가는 2%대 폭등을 기록한 것이다.  

 

<3> 연준 내부의 불협화음은 없는가?

 

문제는 9월 18일의 빅-컥 결정이 만장일치가 아니었다는 점이다. 아직 물가가 잡힌 것이 아니라는 점을 대부분 FOMC위원들이 인식하고 있다. 예컨대 8월의 에너지를 제외한 미국서비스가격 상승률은 4.9%로 떨어지지 않고 있다. 노골적으로 25bp 인하를 지지한 미키 보우먼 이사는 물론이고 연준 이사회 위원 중에서도 여러 번 신중한 인하가 필요하다고 지적한 존 윌리엄즈나 크리스 월러도 내심 50bp 인하에 거부감을 가졌을 가능성이 매우 높아 보인다. 연방은행 총재출신의 네 명의 다른 FOMC 위원들도 그런 점에서 이번에 50bp 인하에 동의하지만 다음 11월 7일이나 혹은 12월 18일 회의에서도 이번과 같이 50bp인하에 동의할 지는 미지수다. 결국 FOMC의 이번 빅-컷은 향후 빅-컷 시리즈의 예고편이라고 하기 보다는 꾸준히 침강하는 노동시장의 완만한 안정을 위한 일회성 선제조치였을 가능성이 높고 따라서 향후의 기준금리가 가파르게 내려 갈 것으로 판단하기에는 이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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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한국은 미국처럼 기준금리 내리기 힘들다. 

 

이제 문제는 한국은행의 금리정책이다. 정부 당국은 여러 차례 기준금리 인하를 압박해 왔다. 기획재정부도 그렇고 대통령실도 그렇고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내렸으면 하는 바램을 표명해 왔다. 이유는 명백하다. 무엇보다도 내수가 너무 부진하다. 특히 통상 4%가 넘던 민간소비 증가율은 1%를 밑도는 상황이다. 소매판매액지수도 9분기 연속 감소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민간소비를 늘이는 좋은 정책수단이 금리를 낮추어 이자부담을 경감시키고 이를 통해 민간소비를 진작시키는 것이라고 정부는 판단하는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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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한국은행이 정부의 금리인하 요청에 순순히 순응하지 못할 이유가 너무 명백하다. 하나는 가계부채가 너무 가파르게 증가하고 있다는 점이다. 작년 중반까지 꾸준히 감소하던 가계신용이 작년 말부터 꾸준히 증가세가 가팔라지고 있다. 정부나 한국은행으로서는 이미 GDP 규모에 가까워진 가계부채가 더 커지는 것을 방치할 수 없는 상황에 와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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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째로 서울과 수도권 아파트가격 상승률이 꺾이지 않고 있다. 아래 [그림.2]에서 보듯이 서울과 수도권 아파트 실거래 가격 증가율은 2024년 들어 점점 가팔라지고 있는 실정이다. 이런 상황에서 기준금리를 낮추면 아파트가격 급등세를 더 부추길 것을 우려하는 것은 당연한 걱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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셋째로 기준금리를 낮추면 이자소득이 줄어들면서 이자수익자들의 구매력을 떨어뜨려 내수가 더 위축될 가능성이 있다. 통상 기준금리가 1% 낮아지면 대출금리는 1%보다 훨씬 적게 떨어지지만 예금금리는 거의 1% 가까이 낮아지면서 대출자의 혜택은 크지 않으면서 예금자의 이자소득은 크게 낮아지는 비대칭성이 존재한다. 기본적으로 우리나라 기준금리가 아직 미국보다 150bp나 더 낮다. 그동안 우려했던 자본유출이 일어나지 않은 것은 기적이지만 앞으로도 계속 자본유출이 일어나지 않으리라는 보장은 없다. 정답은 동결 상태로 조금 더 지켜보자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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