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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든도, 해리스도, 트럼프도 "일본제철(日本製鐵)의 U.S. Steel 인수 반대", 이례적으로 한 목소리 본문듣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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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입력 2024년09월06일 10시34분
  • 최종수정 2024년09월08일 07시2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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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11월 5일 대선을 앞두고 미국 사회가 민주 vs. 공화 양당 후보 간의 치열한 공방전이 날로 가열되는 등, 온통 선거 열기로 달아오르고 있는 가운데, 바이든 대통령, Harris 후보, 그리고 트럼프 공화당 후보까지 이례적으로 한 목소리를 내고 있어 대단히 흥미로운 눈길을 끈다. 이들은 이구동성으로 일본의 대표적 철강회사 일본제철(日本製鐵​, Nippon Steel)이 역시 오랜 전통을 가진 미국 간판 철강 회사 U.S. Steel을 인수하는 것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내고 있는 것이다. 양 사는 지난 해 12월 일본제철이 총액 140억달러에 U.S. Steel을 인수하는 데 합의했다고 발표했다.

 

그 후, 미국 내에는 이를 둘러싸고 논란이 이어져 오던 중, 최근 선거철을 맞아 바이든 대통령에 이어 Harris 민주당 후보, 그리고 공화당 트럼프 후보까지 나서서 철강 노조의 입장을 옹호하며 반대 입장을 표명하는 바람에 다시금 주요 정치 현안으로 등장하고 있다. Bloomberg, Nikkei 등 미국과 일본 언론들은 물론, 영국 Financial Times 등도 이 기업 인수 관련 뉴스를 큰 관심을 가지고 보도하고 있다. 아래에, 미·일 양국 간 철강 기업 인수 시도의 배경, 미국 내 움직임을 살펴본다.

 

■ "U.S. Steel, 한 때 세계 최대 기업이던 미국의 상징적인 철강 회사"

 

U.S. Steel은 20세기 초반 1901년에 J.P. Morgan이 당시 미국 철강 산업을 대표하면 Carnegie 철강을 주축으로 몇 개의 동종 기업들을 합병해서 탄생시킨 미국 최대의 철강 기업이다. 한 동안 세계 최대 기업이라는 영예를 누리기도 했다. 미국 철강 생산의 본거지이나 지금은 쇄락한 공업 지역인 소위 ‘Rust Belt’의 상징이 되어버린 Pennsylvania주 Pittsburgh에 본거지를 두고 있다. 이 회사는 창립 이후 사세 확장에 진력해서 전성기였던 1943년 무렵에는 철강 생산량이 이미 3,500만 톤에 달했고 당시 국내에서 고용된 종업원이 무려 34만명에 달했다. 그러자, 당시 Harry Truman 대통령을 비롯해서 역대 대통령들의 주요 관심 기업이 되어 왔다.

 

이런 회사가 그간 미국 철강 산업의 사양과 함께 무리한 기업 확장에 따른 자금난 등으로 경영난에 빠지게 됐다. 이에 따라, 에너지 등 비(非)철강 부문을 부분 매각하기도 했고 USX Corp. 등으로 사명이 바뀌기도 했다. 그러나, 미국 국내 산업 구조가 변화하고 기업 환경이 급변하는 가운데, 설비 노후화로 경쟁력이 저하하고, 실적이 악화해 대대적인 구조조정을 단행하지 않을 수 없는 궁지에 몰리게 됐다.

 

이런 상황에서 2023년 8월 기업 매각을 포함한 경영 전략을 공표했고, 일본제철이 검토 끝에 입찰에 참여해 2023년 12월 140억달러에 인수하는 계약을 체결하게 됐다. 물론, 규제 당국의 승인을 조건부로 한 것이었고, 일본제철은 인수 계약과 동시에 U.S. Steel 본거지를 동 사의 홈타운인 Pittsburgh에 계속 유지하고, 노조와의 기존 협약을 준수하겠다고 약속했다. 그러나, 이후 全美철강노동조합(USW)이 이 인수 계약에 강력 반발하면서 인수 절차는 심각한 난관에 봉착하게 됐다.   

 

■ "Harris ‘미국 소유 기업으로 남아야’, U.S. Steel CEO는 강력 반발"

 

그러나, 인수 협약 발표 후 미국 내에는 USW를 비롯한 각 부문에서 반대 목소리가 거세게 일어나기 시작했다. 특히, 지난 3월에는 바이든 대통령이 나서서 U.S. Steel을 일본제철이 인수하게 되면 미국의 국가 안보에 위협이 될 것이라고 우려하며 U.S. Steel은 미국의 기업으로 남아 있어야 한다는 입장을 시사하기도 했다. 동시에, 해외 투자 관련 규제 담당 기구인 외국인투자심의위원회(CFIUS)로 하여금 인수 계약 조건 등을 심사하도록 해서 인수 거래를 무산시킬 방침도 암시했다.

 

동 CFIUS는 현재 해당 기업 인수 건에 대해 국가 안보 상의 우려 여부를 심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따라서, 이 위원회의 승인 결정이 내려오지 않는 경우에는 바이든 대통령은 인수 거래 중지 명령을 내릴 수 있게 된다. 아직은 CFIUS로부터 백악관으로 아직 권고가 회부되어 오지 않은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외국 기업에 의한 미국 기업 인수는 부처 간 횡적 기구인 CFIUS가 심사해서 대통령에 권고하는 구조이나 현직 대통령 의중을 무시할 수 없는 것이 현실이다. U.S. Steel 인수를 추진하고 있는 일본제철은 금년 내에 마무리한다는 방침이다.

 

최근 민주당 대선 후보로 나선 Harris 부통령도 바이든 대통령의 이런 해외 매각 불허 입장을 옹호하며 미국이 소유한 기업으로 경영되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한편, 공화당 트럼프 후보도 지난 달 29일, ‘Rust Belt’ 지역으로 미국 대선 결과를 좌우하는 것으로 알려지는 경합 주의 하나인 Michigan주에서 공장 근로자들이 대거 참석한 선거 유세에서 ‘위대한 U.S. Steel을 일본에 팔아넘기는 것은 마음에 들지 않는다. 일본에 넘겨서는 안 된다’고 강조하고, 자신이 대통령에 당선되면 일본제철의 U.S. Steel 인수를 즉각 저지할 것이라고 강력 반대 입장을 확언했다.

 

이런 대선 후보들의 강경 반대 입장이 알려지자 U.S. Steel David Burritt CEO는 WSJ와 인터뷰에서 정부가 이번 인수 계약을 무산시키는 경우, 미국 내 공장들을 폐쇄하고 본사도 Pittsburgh를 떠나 이전할 것이라며 강력 반발했다. 동 CEO는 지금 U.S. Steel은 기업 경쟁력을 유지하고 고용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일본제철이 계획하고 있는 자금 투입이 절실한 형편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이런 추가 자금 투입이 없으면 U.S. Steel은 계속해서 채산성이 떨어진 노후된 설비를 폐쇄하거나 생산비가 보다 낮은 지역으로 이전하지 않으면 안 될 형편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 "USW와 대선 후보들의 이해관계가 복잡하게 얽혀서 정치 문제화"

 

그런 가운데, 최근 대선전이 본격화하자 85만명 조합원이 가입한 전미(全美)철강노동조합(USW)이 당시 민주당 대통령 후보였던 바이든 대통령 지지를 선언하고 나섰고, 인수 계약의 검토 향방은 불확실성을 더해가는 상황으로 일변했다. 이러한 상황은 바이든 대통령이 후보 사퇴를 선언하고 Harris 부통령이 후보 지위를 이어받은 뒤에도 계속되고 있다. 여기에, ‘Rust Belt’ 지역 유권자들 지지 획득에 사활을 걸고 경쟁하고 있는 트럼프 후보로서도 이 사안을 절대 외면할 수 없는 것이다.

 

이처럼, 일본제철의 U.S. Steel 인수 안건은 각 진영의 선거 전략과 결부되어, 이제는 통상적인 민간 기업들 간 인수 합병 문제를 벗어나 미국 사회 전체의 주요 과제로 대두됐다. 미국에서는 해외 자본이 미국 기업을 인수하고자 하는 안건에 대한 심사를 담당하는 기구는 부처간 횡적 협의 기구인 외국투자위원회(CFIUS)이다. 따라서, 이번 안건도 CFIUS가 이미 심사를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진다. 이런 시점에서, 후보들의 정치 공방은 차치하고, 사안의 최종결정권자인 대통령이 심의 중인 사안에 대해 찬반 여부를 표명하는 것은 지극히 이례적이라는 지적도 있다.

 

한편, 미국과 일본 양국의 국가적 차원의 과제로도 발전되는 양상이다. 우선 바이든 대통령이 강력한 반대 입장을 표명하고 있다. 다른 후보들도 대선 승리의 핵심 경합 주인 Pennsylvania주에 본부를 두고 있고, 인근 중서부의 Rust Belt 지역에 집중적으로 수많은 회원들을 두고 있는 USW와의 연대 강화는 필수적이다. 한편, 일본 측에서도, 곧 퇴임하는 기시다(岸田) 총리는 겉으론 ‘어디까지나 민간 기업들의 결정’ 이라는 입장이나, 오히려 경제 단체들이 적극 지원에 나서고 있다.

 

■ "일본제철의 의도대로 인수에 성공할 수 있을지는 불확실한 상황"

 

일본제철의 U.S. Steel 인수 시도는 당초 전기자동차(EV) 등에 사용되는 고급 철강 제품을 공급할 수 있는 유망한 미국 시장을 노린 것이었다. 일본 철강 시장이 점차 축소되는 가운데, 회사의 성장을 위해서는 미국 진출을 적극 추진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판단에서 마침 인수 시장에 나온 U.S. Steel을 점찍은 것이었다. 한편, U.S. Steel 측도 기업 경쟁력 재건을 위해서는 일본제철 측으로부터 필요한 자금을 끌어들여 시설 개체에 나서지 않을 수 없는 절박한 상황에 처해 있는 것이다.

 

이런 두 철강 기업들의 이해관계는 부합되고 상호 충분히 공감이 이루어져 있다. U.S. Steel Burritt CEO는 일본제철과의 인수 방안의 상승 효과에 대해 “두 기업이 손을 잡으면 미국 자동차 메이커들에게 세계 최고 품질의 강판을 제공할 수 있게 될 것이고, 모든 이해관계자들에 훌륭한 결과가 될 것” 이라고 강조하고 있다. 대주주들도 환영하고 있다. 일본제철 측도 기술 측면에서 상호 호환적인 장점이 발휘될 것이라며 제품, 설비, 조업, 탈(脫)탄소 등 분야에서 협력 가능성을 강조한다.

 

여기에, 대부분이 USW 소속인 U.S. Steel 종업원들의 편을 들기 위해 바이든 대통령 및 양 당 대통령 후보들이 끼어들면서 복잡한 양상으로 전개되고 있는 것이다. USW는, 이름은 ‘철강’ 노조로 되어 있으나, 금속, 제지, 광업, 에너지 등 광범한 산업 분야의 노동자들이 가입되어 있는 미국 굴지의 산업별 노조연합이다. 따라서, 노조를 주요 지지 기반으로 삼고 있는 민주당 입장에서는 절대 경시할 수 없는 것이고, 바이든 대통령은 인수 합의 발표 후 즉각 CFIUS로 하여금 국가 안전보장 관점에서 인수 계약 승인 여부를 심사하도록 할 것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CFIUS에는 미국의 토지, 기술을 외국기업이 소유하고자 하는 경우에 미국의 경쟁력 저하 및 정보 유출 우려가 있다고 판단하면 거부할 수 있는 권한이 있다.

 

현 시점에서 일본제철의 U.S. Steel 인수가 성립될 것인가는 대단히 불투명한 상황이다. 최근 들어, 그간 다소 신중한 입장을 유지해오던 바이든 대통령이 U.S. Steel 의 해외 인수를 저지할 것이라고 명언하고 나선 것이다. 많은 언론 미디어들은 바이든 대통령이 조만간 공식적인 (반대) 입장을 밝힐 것이라고 전하고 있다. 그러면 이제 USW 등 종업원들의 동의를 얻어낼 수 있을 것인지가 핵심 관건이다.

 

이런 상황을 감안해서 일본제철 측은 14억달러에 달하는 추가 투자를 약속하고, 종업원 일시해고(layoffs)도 없고, 공장 폐쇄도 없을 것이라며 안심시키고 있다. 여전히 인수를 성립시킨다는 강력한 결의를 가지고 있는 것이다. 향후, USW와 대화 의향도 밝히고 있다. 그러나, 이런 노력 여하가 공식 절차를 진행 중인 CFIUS의 심사에 영향을 미칠 수 있을지는 불명확하다. 그러나, 미국 측 입장도 마냥 편한 것만은 아니다. 만일, 아시아 지역의 강력한 동맹국인 일본의 합의된 기업 인수 계약이 정부 개입으로 무산되는 경우에는 관계에 영향을 미칠 수 있을 뿐 아니라, 다른 일본 기업들의 미국 내의 사업 전개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 

 

■ "영국 FT ‘바이든 대통령 조만간 인수 ‘불허’ 결정을 발표할 것’ 예상"

 

영국 Financial Times는 2024년 미국 대선 격전 주 Pennsylvania에 소재한 U.S. Steel 인수 안건이 Harris vs. 트럼프 간 대선 레이스에 뜨거운 쟁점이 되고 있다고 전했다. 동시에, 복수의 정통한 소식통을 인용해서 바이든 대통령은 며칠 안으로 국가 안보 상 이유를 들어 인수 ‘불허’ 방침을 밝힐 예정이라고 보도했다.

 

동시에, 바이든 대통령의 이런 결정은 Harris 후보가 최근 Pennsylvania 유세에서 U.S. Steel은 ‘미국이 소유하고 미국이 경영하는(American owned and American operated)’ 기업으로 남아야 한다고 언급한 것을 강조하고, 이는 바이든 대통령이 줄곧 표명해 오고 있는 스탠스와 같은 맥락에 있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이에 더해, CFIUS가 이미 일본제철 측에 이번 인수 안건은 국가 안보에 우려된다는 판단을 전했고, 이는 극복하기 어려운 결정이라고도 전했다. FT는 정통한 소식통을 인용해 Harris 후보가 Pittsburgh를 방문하는 시기에 맞춰 발표할 것으로 예상했다.

 

그러나, 사정은 그리 녹녹치만은 않다. 바이든 대통령 및 Harris 후보 진영은 백악관의 인수 불허 결정으로 이 지역 노동자들을 중심으로 지지 획득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으나, U.S. Steel 측은, 만일 인수 안건이 부결되면 양 당 후보들이 사활을 건 결전을 벌이고 있는 Pennsylvania 지역에서 수천명의 일자리가 위태롭게 될 것이 불가피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나아가, 인수 계약이 불발되는 경우에는 동 사 본거지를 Pittsburgh에 유지하기가 어려워질 것이라고 으름장을 놓고 있다.

 

시장 전문가들은 이번처럼 기업들의 결정이 정치적 압력으로 결과가 뒤바뀌는 환경이 조성되는 것은 기업 활동에 정치 리스크를 가중시키는 것이라고 우려한다. U.S. Steel 주주들은 일찌감치 이번 인수 계약을 승인한 바 있다. 그럼에도, CFIUS 심사에 더해 미 사법부도 미국 내 반독점(antitrust) 관련 검토도 진행 중이다. 결국, 일본제철 측은 공교롭게도 미국의 정치 계절을 맞아 불어닥치는 거센 정치적 풍랑에 돛을 올린 것이라는 느낌이다. 그리고, 이번 사안의 귀추는 향후 미국 정부의 기업 활동 규제의 향방을 점칠 수 있는 일종의 사전 풍향계가 될 수도 있다는 느낌이다. 임박한 것으로 전해지는 백악관의 판단이 주목되는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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