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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가 총리의 신자유주의 개혁노선과 한일관계 향방​ 본문듣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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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입력 2020년12월22일 15시00분

작성자

  • 이면우
  • 세종연구소 수석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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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글은 세종연구소가 발간하는 [세종논평 No.2020-33](2020.12.21)에 실린 것으로 연구소의 동의를 얻어 게재합니다.<편집자>​

 

일본의 스가 내각에 대한 지지율이 등락을 거듭하고 있다. 9월의 내각 출범시에는 거의 모든 여론조사에서 높은 지지율을 나타냈는데, 한 예로 일본경제신문의 조사에서 기록된 74%는 자민당의 형성이후 세 번째로 높은 지지율이었다. 그러나 1개월 정도가 지난 10월초의 조사에서는 거의 모든 여론조사에서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고, 2개월 차인 11월의 조사에서는 상승세를 보이다가 12월의 조사에서는 다시금 하락세를 보였던 것이다. 언론사마다 다소 다른 지지율을 보이기는 하지만 그 흐름은 대체로 유사하다.

 

이러한 등락은 다양한 요인들에 의한 것으로 보인다. 예를 들어, 상기한 일본텔레비전 조사의 경우, 10월에 나타난 67%로의 하락은 무엇보다도 일본학술회의가 추천한 후보자의 임명을 일부(105명 중에서 6명) 거부한 스가 총리의 조치 및 그에 대한 설명 불충분에 대한 비판적 시각에 의한 것으로 보인다. 아베 내각에서 불거진 ‘모리.가케’ 스캔들에서의 불명확한 설명 및 상황과 겹쳐지면서 하락의 요인이 되었던 것으로 보인다. 스가 총리의 조치에 대해서 ‘납득하지 못한다’는 비율은 47%로, ‘납득한다’의 32%를 크게 상회했던 것이다. 

 

12월에 다시금 지지율 하락세가 나타난 요인으로서는 정부의 코로나사태에의 대응에 대한 비판적 시각이 자리잡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평가한다’는 42%의 비율 보다 ‘평가하지 않는다’는 비율이 49%로 더 높게 나타났고, 코로나사태에도 불구하고 경기진작을 위해 추진하는 ‘여행가기’(Go To 트레블) 사업에 대해서 ‘중지해야 한다’는 의견이 77%(‘일단 중지해야 한다’가 57%, ‘중지하는 편이 좋다’가 20%)로 ‘계속하는 것이 좋다’의 21%를 크게 웃돌았다. 

 

반면에 11월의 상승세는 무엇보다도 코로나사태에 기인하는 불안한 상황 속에서 정치적 안정을 희구하기 때문인 것으로 나타난다. “스가 내각이 언제까지 유지되기를 희망하는가” 하는 질문에 대해서 2년 이상이라고 답한 응답자의 비율이 57%(‘2년정도’가 19%, ‘3년정도’가 14%, ‘되도록 장기간’이 24%)로 나타나 2021년 ‘9월의 총재선거까지’로 응답한 37%를 상회했다. 이를 뒷받침하듯이 스가 총리가 추진하는 행정개혁으로서의 일본학술회의 개선(긍정평가 70%), 온실가스배출량의 2050년 실질제로화(긍정평가 76%), ‘여행가기’ 사업의 기한 연장(찬성 55%) 등에 대해서 공히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요약하자면, 일본 여론은 비록 설명이 불충분한 점에 대해서는 비판하지만 스가 총리가 추구하는 신자유주의적 개혁노선에 지지를 보내고 있다고 하겠다. 이는 스가 내각으로서는 신자유주의적 개혁노선을 계속 추진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하겠는데, 지난 8일에 각의결정된 긴급경제대책의 내용도 이러한 측면을 잘 보여준다. 총사업비 73.6조엔이 제시된 경제대책은 감염방지를 위한 조치와 재난재해로부터 안전을 지키기 위한 조치 외에 행정의 디지털화와 2050년까지의 탄소제로화 등이 포함된 코로나이후의 경제구조를 변환하기 위한 조치 등의 세 부분으로 구성되었던 것이다. 

 

스가 총리가 신자유주의적 정책을 추구하는 이유는 내년 2021년도에 예정되어 있는 자민당 총재선거와 중의원 총선거에서 승리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가시적 성과가 있어야 하기 때문이겠지만, 그와 함께 그의 정책추진 스타일 및 목표가 작용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신자유주의적 구조개혁을 추진한 고이즈미 내각에서 총무 부대신으로 개혁노선을 추진하며 ‘고향(ふるさと)납세’와 같은 아이디어를 도입한 바 있는데, 그의 신자유주의적 개혁노선에서 특히 주목할 것은 그의 초점이 정책성향이 아니라 성과를 거두기 위한 실무적 방법에 있다는 점이다. 달리 말하면, 성과를 거두기 위해 신자유주의적 정책들을 방안으로서 채택하고 있다는 것으로, 이것이 그를 이념형이 아닌 실무형 리더로 평가하게 만들며 관료들을 휘어잡게 만드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스가 총리에게는 이러한 실무형 리더십에 더하여 기득권층이 유지하고자 하는 관행 및 관습의 비효율성 및 불공정성에 비판적인 반주류적 성향이 나타난다. 그의 반주류적 성향은 자민당의 주요 갈등국면들, 예를 들어 모리 수상에 대해 제출된 불신임안에 의해 야기된 2000년의 ‘가토의 난’에서 불신임안에 찬성하는 가토파와 함께 했다거나 자민당의 선거대책부위원장으로 있었던 2009년의 총선거에 대비해 세습제한을 도입하려 했던 예에서 찾아볼 수 있지만, 현재 추진 중인 도장 사용의 폐지나 행정의 디지털화도 효율성을 높이기 위한 것이지만 관습을 타파하고자 한다는 측면에서는 반주류적 또는 비주류적인 측면을 엿볼 수 있다.

 

스가 총리의 이러한 실무형 리더십과 반주류적 성향에는 또한 일본에 대한 자부심이나 그에 따른 성장발전이라는 목표가 함께 하는 것으로 보이는데, 이러한 측면이 신자유주의적 정책을 보수적 성향으로 만드는 연결고리라고 하겠고 국내적인 차원에서의 신자유주의적 경제정책이 외교안보 차원에서의 동맹 및 안보력 강화와 한 세트로 연결되게 만드는 것도 이러한 이유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이상에서 검토한 신자유주의적 개혁노선에 내포된 측면들, 즉 총선거에의 대응이라는 측면 외에 실무형 리더십이나 반주류적 성향, 그리고 일본에 대한 자부심이나 재성장이라는 목표 등은 결국 한일관계의 향방에 대해서도 시사하는 바가 있다.

 

한국에서는 여전히 일본의 새로운, 좀더 유연해 보이는 총리의 등장에 따라 갈등의 해소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기대가 있는 것이 사실이지만,  2021년도까지 만을 국한해서 언급한다면 국내적 사안에 집중적인 관심을 보일 스가 총리를 움직이기 위해서는 한일관계의 전반에 대한 거창한 말 보다는 현재 문제가 되고 있는 강제징용문제를 풀 수 있는 납득할 만한 구체적 제안 및 재료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바이든 미 행정부의 출범이나 도쿄올림픽의 개최와 같이 관계개선을 위한 호재가 있지만 이들을 효과적으로 활용하기 위해서는 강제징용문제와 관련된 직접적인 해법이 논의되지 않는 한 개선의 실마리를 찾기는 어려울 만큼 한일간의 거리는 벌어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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