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주택정책> (10) 유동성 총량과 주택가격 본문듣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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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번 시리즈까지 서술의 관점은 주택시장 그 자체에 초점을 맞추었다. 이제 그 관점을 넓혀 주택시장 바깥의 이슈들을 생각해보기로 하자. 주택시장의 수요 공급에 영향을 주는 외생요인들을 점검하기로 하자. 그 중에서 가장 큰 이슈가 유동성 사정일 것이다.
과잉 유동성이 주택가격 상승을 촉발하는가?
부동산 가격 상승의 원인으로 항상 지목되는 요인이 과잉 유동성, 혹은 통화 확대 공급, 저금리 등 금융부문의 현상이다. 특히 최근 들어 이런 논지의 주장이 더욱 다양하게 등장하고 있다. 부동산 시장은 자아실현적 속성이 있다. 즉 부동산 시장에서는 참여자들이 믿고 따르면 결과도 믿은 대로 나오게 된다. 과연 시장에서 생각하는 것과 같이 유동성이 부동산 가격을 결정하는 데 결정적으로 중요한 요소인가?
사실 유동성과 부동산 가격의 상호 관계는 간단치가 않다. 실제로 과잉 유동성이 주택가격을 상승시키는 요인인지에 대한 논란은 아직도 정리되지 않았다. 미국 주택가격 거품으로 야기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의 원인으로서 연준의 저금리정책과 그에 따른 과잉 유동성을 지목하는 견해가 적지 않다. 이에 대해 Bernanke(2010) 의장 등 연준 관계자들은 이 주장에 동의하지 않는다. 연준의 연구진들이 이 견해를 반박하는 종합적인 논문을 작성하기도 하였다(Dokko et. al. 2012). 이런 측면에서 유동성과 주택가격의 관계를 한마디로 서술하기는 쉽지 않다.
* Bernanke, Ben S., “Monetary Policy and the Housing Bubble,” Speech at the Annual Meeting of the American Economic Association, Atlanta, Georgia, January 3, 2010.
* Dokko, Jane, et al., "Monetary Policy and the Housing Bubble," Federal Reserve Board, Finance and Economics Discussion Series, 2009-49, December 22, 2009.
논의를 본격적으로 시작하기 전에 먼저 이 이슈를 정리하는 데 적용할 기본적인 시각을 제시하고자 한다. 이러한 과정을 거치는 것은 너무 강한 주장이나 단정적인 결론에 이르지 않기 위함이다. 복잡한 현상에 대해 명쾌한 결론을 내리는 것 자체가 과욕일 수 있다.
이 글에서 적용되는 기본적인 시각은 과잉유동성이 주택가격 상승의 필요조건은 될 수 있지만 충분조건은 아니라는 점이다. 유동성 사정은 주택가격을 변동시키는 데 간접적으로 영향을 줄 수는 있다. 하지만 과잉유동성이 형성되면 무조건 주택가격이 상승한다고 생각하는 것은 잘못이다. 시중에 유동성이 풍부하다라도 그 자금이 주택시장으로 자동적으로 유입되는 것은 아니다. 실제로 여유자금이 부동산으로 유입될지 여부는 또 다른 요인에 의해 결정된다. 이것이 주택가격을 변동시키는 직접적인 원인으로 보아야 할 것이다.
그리고 유동성과 주택가격의 특정 관계를 미리 염두에 두지도 말아야 한다. 여러 가지 형태의 관계가 형성될 수 있다고 본다. 심지어는 유동성이 풍부하더라도 주택가격이 하락할 수도 있다. 그리고 유동성이 주택가격에 영향을 주는 게 아니라 주택가격 상승이 과잉유동성을 초래하는 원인이 될 수도 있다.
한편 과잉유동성이 주택가격을 자극하는 요인이라는 결론에 도달하더라도 정책적 시사점을 도출하는 데 주의를 요한다. 유동성 확대의 원인이나 배경을 한 번 더 살펴보아야 한다. 단순히 과잉 유동성을 주택가격 상승의 원인으로 보고 유동성을 축소시키면 또 다른 부작용이나 문제가 야기될 수 있다. 다른 차원의 정책적 목적에서 불가피하게 유동성이 초과 공급되었다면, 설사 과잉유동성이 부동산가격을 자극하는 요인이 된다고 하더라도 이를 용인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이 경우 과잉유동성이 주택시장으로 가급적 유입되지 않도록 대책을 마련하는 것이 현명할 수도 있다. 반면 주택가격의 안정이 더욱 시급하다면 과잉유동성을 초래한 다른 정책의 기조를 변경하는 것이 합당할 것이다.
요컨대 유동성과 주택가격의 관계는 통상적으로 생각하는 것처럼 간단치가 않다. 이를 충분히 감안하여 유동성과 주택가격의 관계를 점검하고자 한다. 문제의 핵심은 주택시장의 상황이나 여건이 어떤 경우에 과잉유동성이 주택 가격을 자극하게 되는지를 파악하는 것이다.
주택정책 당국의 시각
부동산에 관한 근래의 정부 보고서 대부분은 시중 유동성이 풍부하다고 진단한다. 그리고 이것이 서울 주택시장으로 유입되었다고 보고 있다. 2019년 12월 16일 관계부처 합동으로 발표한 「주택시장 안정화 방안」에서 서술한 내용은 다음과 같다.
― 그간 정부 대책으로 안정세를 유지하던 서울 주택시장이 강남 재건축과 분양가 상한제 미지정 지역(동작 관악 과천 등)을 중심으로 국지적 과열 현상이 발생
― 여전히 풍부한 시중 유동성이 서울 등 일부 지역의 주택시장으로 유입
◽ M2가 2014년 말 2,009.6조원에서 2019년 9월말 2,853.3조원으로 증가
◽ LTV 규제로 대출 규모가 제한되어 있음에도 저금리 현상으로 자금조달 비용이 낮고, 높은 전세가율(서울 62%), 전세대출 등을 통한 갭투자가 가능하여 풍부한 유동성이 주택시장으로 유입 주1)
※주1) 이외에도 주택보유에 따른 조세 부담이 낮은 점, 주택 가격 상승기대 및 시세 차익 발생 기대 형성, 규제회피(증여에 의한 주택 거래, 법인 설립을 통한 주택 매입 등) 및 분양가 상한제의 풍선효과, 일부 세력의 투기 조장(분양가 상한제로 인한 공급부족 가능성 제기) 등 다른 요인도 지적
2020년 6월 17일 대책에서도 같은 내용을 반복하고 있다.
― 역대 최저수준 금리와 급격히 증가하는 유동성에 따라 투기수요의 주택시장 유입 가능성이 큰 상황에서 불안요인 여전
◽ 자금의 현금화 가능성을 의미하는 M1/M2 비율은 33.15%로 역대 최고 수준 주2)
※주 이와 동시에 지역 개발 계획, 예컨대 GBC착공(5.6), 잠실 MICE 민자 적격성 조사통과(5.28), 영동대로 지하 복합개발 기대감에 따라 사업부지 인근지역(강남 송파 등)의 주택 가격이 상승세를 보인다고 지적
주택정책 당국에서 과잉유동성을 주택가격 상승의 원인으로 지목하는 배경에는 정책수단을 염두에 두고 있기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즉 LTV, DTI 등 대출규제를 강화하는 대책을 강구하는 것을 정당화하기 위하여 주택 가격 상승의 원인으로 과잉 유동성을 지목하는 듯하다. 주3)
※주 하지만 과잉 유동성(거시경제적 현상)이라는 현상과 주택정책 수단인 LTV, DTI 규제(미시적 수단)가 수미일관된 연관 개념이 아니라는 점을 간과하고 있다.
정치권 등의 시각
정치인들은 최근의 서울 집값 상승이 과잉유동성에 기인한다고 주장하는 데 그치지 않고 그 책임을 전임 정권에 전가하기까지 한다.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은 7월 23일 국회 대정부 질문에 답하면서 최근 집값이 폭등한 원인으로 ‘유동성 과잉’과 ‘저금리’를 지목하였다. 이 날에는 유동성 공급의 주체가 누구인지를 밝히지 않은 채 “전 세계적인 유동성 과잉, 최저 금리 상황”이어서 부동산 가격 상승을 억제하는 데 한계가 있었다는 취지로 발언하였다. 하지만 그 전 6월 30일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에서는 현 정부의 부동산정책은 잘 작동하고 있는 데 비해 전임 정부의 유동성 규제 완화로 자금이 부동산으로 몰리면서 부동산 가격이 상승하게 되었다고 분석하였다.
결과적으로 김현미 장관은 최근의 부동산 가격 상승을 초래한 원인을 전 정권 탓으로 돌렸다. “빚내서 집사라“는 박근혜 정부의 정책(초이노믹스)을 염두에 두고 있는 듯하다. 반면 현 정부의 통화정책이나 거시경제정책 기조 등에 대해서는 언급이 없었다.
그리고 주택 시장으로 유동성이 유입되는 것을 막기 위하여 투자 수익 환수 시스템을 구축하여야 한다고 주장하였다. 하지만 국회에서 이러한 시스템을 적기에 구축하지 않은 것도 최근 부동산 가격 상승의 배경 요인 중의 하나라고 지적하였다. “20대 국회에서 야당의 반대로 12·16 부동산 대책의 후속 입법이 통과되지 못한 후유증이 지금 부동산 시장 과열현상으로 나타나고 있다.”고 진단한 것이다.
시중의 견해
언론 등에서는 최근 불경기에도 불구하고 주택가격 상승이 이어지고 있는 것은 유동성이 풍부하기 때문이라고 논조의 언론 기사는 부지기수로 많다. 예를 들면 “통화량 총액이 사상 최고 수준이고 즉시 현금화가 가능한 협의의 통화(M1)가 많다”는 점을 들어 “마땅한 투자처를 찾지 못한 자금이 부동산 시장으로 몰릴 가능성이 높다“라는 식의 보도주4)가 되풀이 된다.
※주4) 뉴시스, “거대 유동성 부동산 시장으로 가나,” 2020. 9. 13., https://newsis.com
부동산 사이트 등에 등장하는 일반인들의 부동산 가격 전망 등에서는 이러한 시중의 생각이 실제로 수용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심지어는 부동산 관련 전문연구기관에서도 이러한 견해를 피력하고 있다. 예를 들면 국토연구원(2017)은 단기유동성주5) 증가율과 강남구 아파트 매매가격 상승률을 다음 그림과 같이 비교하였다. 그리고 두 변수간의 상관계수가 높다는 점을 들어 2015년 전후의 유동성 공급 확대가 주택가격 상승의 원인이라고 주장하였다.
※주5) 단기유동성은 현금통화, 요구불예금, 수시입출식저축성예금, MMF, 양도성예금증서, CMA, 발행어음, 환매조건부채권매도 등의 합산
유동성 총량과 주택가격
유동성이 주택가격에 영향을 미치는지 혹은 양자 간의 관계가 어떠한지를 점검하기 위하여 다음 그림을 그렸다.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 변동률을 M2 증가율과 대비한 것이다.
이 그림에서는 대체적으로 두 변수간의 관계가 같은 방향으로 움직인다고 판단할 여지는 있지만 모호한 측면도 없지 않다. 사실 이 두 변수 모두 경기와 같이 움직이는 경향이 있다. 예컨대 경기가 좋아지면 M2도 늘어나고 아파트 매매 가격도 상승하게 된다. 이와 같이 공통인자로 인하여 두 변수의 움직임이 같은 것으로 보일 수 있다. 이러한 관점에서 보면 두 변수가 같은 방향으로 움직인다고 하여 유동성 확대 공급이 부동산가격을 상승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하였다는 논리는 지나친 비약이라 할 수 있다.
게다가 2017년 이후에는 M2증가율이 과히 높아지지 않았음에도 서울 아파트 가격은 급등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즉 M2 증가율이 높지 않아도 주택가격 오름세가 확대될 여지가 있는 사실도 알 수 있다. 두 변수의 증가율을 단순 비교하여서는 두 변수가 서로 영향을 주고받았는지를 규명하기 쉽지 않다.
앞의 논의를 한 걸음 더 진전시키기 위하여 두 변수에 공통으로 영향을 주는 경기요인을 제거하는 방안을 생각해보자.
일반적으로 통화공급은 실물경제 동향에 추수하여 늘어나는 경향이 있다. 즉 실물경제 활동의 규모에 맞춰 통화가 늘어나게 된다. 한편 실물 경제활동 확대 속도보다 훨씬 빨리 통화가 공급될 수도 있는데 이 경우에는 과잉 유동성이 생겨난 것으로 볼 수 있다. 이러한 관점에서 M2 증가율에서 실물경제 활발 정도를 나타내는 산업생산 변동률을 차감한 수치를 과잉 유동성 지표로 사용하고자 한다. 이하에서는 이 지표와 주택가격을 비교하고자 한다.
이러한 방법을 통해 유동성과 주택가격의 공통인자를 제외하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그리고 보다 더 유용한 것은 과잉 유동성이 주택가격에 미치는 영향을 가시적으로 볼 수 있는 틀을 가질 수 있다는 점이다.
이 방법에 입각하여 유동성과 주택가격의 관계를 다시 나타낸 것이 아래 그림이다.
이 그림에서는 관심을 가져야 할 시기를 원(圓)으로 표시하였다. 초록색 원으로 표시한 시기는 유동성과 주택가격이 같은 방향으로 움직였다. 반면 붉은 원으로 표시한 시기에는 과잉 유동성이 큰 폭으로 늘었음에도 주택가격은 하락하였다. 한편 네모로 표시한 시기도 있다. 즉 2005~2007년 기간이 이에 해당한다. 이 시기에는 과잉 유동성이 상대적으로 적게 늘었다. 그럼에도 주택가격은 높은 오름세를 보였다.
두 변수 간의 관계는 주택가격 상승기와 하락기에 크게 달라진다. 주택가격 상승기에는 대체로 통화 공급이 실물경제에 비해 크게 늘어나 과잉유동성이 형성되는 경향을 보인다. 이런 측면에서 보면 과잉 유동성이 주택가격을 자극한다는 논리가 성립한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부동산 가격 하락기에는 완전히 반대의 현상이 나타난다. 이 시기에는 유동성 공급이 대폭적으로 늘어나더라도 부동산 가격은 오히려 하락하였다. 1990년대 초, 1998년 외환위기, 2008년~2009년 글로벌 위기 등의 시기 등이다. 2012년 말 이후 박근혜 정부 당시에도 유동성 공급은 늘었지만 서울 아파트 가격은 상당기간 하락세를 보였었다.
이상의 사실을 종합하면 유동성이 늘어난다고 무조건 부동산가격이 상승하는 것은 아니라는 결론을 얻을 수 있다. 주택가격 상승기에는 주택가격 상승과 유동성 공급은 상관관계가 매우 높은 것으로 보이지만 주택가격 하락기에는 통화량을 늘이더라도 주택가격이 상승하지 않는다. 결론적으로 유동성 총량과 주택가격의 관계는 일률적으로 단정키 어렵다 하겠다.
단기유동성과 주택가격
단기 유동성을 부동자금이라고 지칭하고 이것이 많아지면 부동산가격을 자극할 수 있다는 통념이 널리 수용되고 있다. 이러한 시각을 검증하기 위하여 앞의 방식을 그대로 적용하여 단기유동성과 주택가격의 관계를 살펴보고자 한다. 이하에서 단기유동성은 현금통화, 요구불예금, 수시입출금식 예금, 시장형 금융상품(양도성예금증서, 환매조건부채권매도, 표지어음 등) 기타 (CMA, 만기 2년 미만 외화예수금, 발행어음, 신탁형 증권저축 등) 등의 합계이다.
단기유동성과 주택가격의 관계를 살펴보면 두 변수간의 관계가 일정하지 않다. 단기유동성이 크게 늘어난 시기에도 서울 아파트매매 가격이 하락한 시기가 많다. 1990년대 초반, 2008년, 2012~2013년 부동산 경기 침체기 등이다. 그리고 단기유동성이 크게 늘지 않은 시기에도 부동산가격 오름세가 확대된 경우도 있다. 2005~2006년 부동산 가격 상승기, 그리고 2018년 등이 대표적이다.
단기유동성의 또 다른 형태인 협의의 통화 M1과 서울아파트 가격간의 관계를 살펴보아도 같은 결과를 도출할 수 있다. M1 증가율이 높을 때 서울아파트 가격이 상승하였는지 여부를 판단하기 쉽지 않다. 2012년 이후 2014년까지의 기간에는 M1 증가율이 종전에 비해 높아졌음에도 서울아파트 가격은 하락하였다. 반대로 2018년에는 M1 증가율이 크게 낮아졌지만 아파트 가격은 큰 폭으로 상승하였다.
단기유동성은 대체로 거래수요 목적으로 보유된다. 제조 활동 및 상거래 등 실물 거래가 활발한 경우 자금이 지급결제용 예금으로 묶이게 되어 단기유동성은 늘지 않는다. 반면 경기가 위축되어 실물 거래가 줄어들게 되면 대기성 자금이 생겨나게 되고 이 자금이 수익형 단기금융상품으로 운용되면서 단기유동성이 늘어나는 경향이 있다. 예비적 동기에 의해 자금을 보유하되 단기적으로 수익을 얻기 위하여 단기 금융상품에 일시적으로 운영하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예비적 수요에 의해 일시적으로 단기금융상품으로 보관하고 있는 자금이 고정적이고 영구적인 부동산 투자로 전환된다는 논리는 지나친 감이 있다.
단기 유동 자금이 주택시장으로 유입될 가능성이 없지 않지만 단기유동성 수준이 높기 때문에 부동산 구입 수요가 늘어난다는 것은 이치에 맞지 않는다. 이 이치를 불경기와 단기유동성, 그리고 부동산 가격의 관계를 통해 재차 확인할 수 있다.
단기유동성 수준이 높기 때문에 부동산가격이 상승한다는 명제가 옳다고 가정하자. 그러면 불경기에는 부동산가격이 상승하여야 한다. 대부분의 불경기에는 단기유동성이 일시적으로 늘어나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실제로 모든 불경기에 부동산가격이 상승하지는 않았다. 오히려 하락하는 경우가 더 많았다. 따라서 단기유동성이 높기 때문에 부동산가격이 상승한다는 논리는 성립되지 않는다고 결론을 내릴 수 있다.
유동성과 주택가격의 인과관계
앞의 그림 등을 살펴보았을 때 부동산 가격과 유동성의 관계는 부동산 가격 상승기와 하락기에 서로 다른 것을 알 수 있다. 그럼에도 평균적인 수준에서 그 인과관계를 파악해둘 필요가 있다. 이 목적으로 전국 및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 상승률과 유동성 증가율 (M2 증가율-산업생산증가율)의 시차 상관계수를 계산해보았다.주6)
※주6) 증가율은 전년 동기대비 개념을 사용하였는데 전월비로 하는 경우에는 유의적 결과를 얻기 힘들었다.
계산 결과는 다음과 같다. 상관계수가 유동성 증가율을 6개월 앞당겼을 때(t-6)부터 높아지기 시작하여 (플러스 영향을 미치기 시작하여) 12개월 앞당겼을 때 가장 커졌다가 18개월 앞당기게 되면 마이너스로 전환하는 모습이었다.
유동성과 아파트 가격의 시차상관계수
이 결과를 해석하면 다음과 같다.
첫째, 유동성 공급이 확대되어 과잉유동성이 형성되면 6개월 이후 부동산 가격에 영향을 주기 시작하여 12개월 후에 가장 큰 영향을 주고 18개월이 지나면 그 영향이 소멸한다.
둘째 과잉유동성이 아파트 매매가격에 영향을 줄 수 있다. 유동성 공급이 아파트 가격 상승에 선행하고 과잉유동성이 형성되면 아파트 등 주택가격을 상승시킬 여지가 있다는 점은 확인되었다. 이 관점에서 보면 과잉유동성 혹은 단기유동성이 부동산가격을 자극한다는 시중의 생각이 전혀 틀린 것은 아니다.
셋째, 그렇더라도 그 영향이 아주 현저하다고 해석하여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상관계수가 최고 수준이 0.1 정도에 불과하여 유동성 총량이 부동산 가격에 미치는 영향은 미미한 것으로 보인다.
유동성과 주택가격; 종합
이상의 논의를 종합하면 과잉 유동성, 혹은 급증한 단기 유동성 때문에 부동산 가격이 상승한다는 논리는 일반적으로는 성립되지 않는다. 따라서 유동성의 과다 여부를 주택가격 상승의 직접적인 원인으로 보는 것은 합당치 않다.
다만 주택경기 상승기와 하락기로 나누어 생각할 때 상승기에는 이 상관계수가 높아질 여지는 있는 것으로 추산된다. 이를 염두에 두면 ‘주택시장의 상황이나 여건에 따라 유동성이 주택가격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라고 인식하는 게 합당할 것이다. 즉 주택시장의 상황에 따라서는 과잉 유동성이 주택가격을 부추기는 요인이 될 수도 있다는 가능성은 열어 두고자 한다.
문제의 핵심은 유동상이 주택가격을 자극하는 경우가 어떤지를 알아야 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시각은 천편일률적으로 유동성이 부동산 가격을 올린다는 생각과는 그 관점이 다르다. 다음 시리즈에서 주택시장의 성격이나 상황을 어떻게 평가할지를 금융 측면에서 살펴보고자 한다.
이종규는 누구?
한국은행(1980-2015년) 출신으로 IMF 선임연구원과 금융결제원 상무이사를 거쳐 지금은 대구가톨릭대학교 경제금융부동산학과 초빙교수로 활동하고 있다. 서울대 경영대학과 미 하와이대학 대학원(경제학박사)을 졸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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