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려있는 정책플랫폼 |
국가미래연구원은 폭 넓은 주제를 깊은 통찰력으로 다룹니다

※ 여기에 실린 글은 필자 개인의 의견이며 국가미래연구원(IFS)의 공식입장과는 차이가 있을 수 있습니다.

전완식의 생동하는 문화예술<22> K-food 확산 - 계량의 표준화, 문화영토 확장 본문듣기

작성시간

  • 기사입력 2024년10월20일 17시10분
  • 최종수정 2024년10월18일 22시24분

작성자

  • 전완식
  • 한성대학교 ICT디자인학부 교수

메타정보

  • 3

본문

한류문화가 전세계를 강타하고 있다. 드라마로 시작하여 영화, 음악, 댄스, 게임, 화장품, 음식, 문학, 한글 등등 한국적인 것이 전세계로 퍼져나가는 소식을 들을 때마다 가슴이 벅차게 뛴다. 빌보드 차트에서 1등을 수차례하였고,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은 팬을 가지고 있는 보이팀이 있으며, OTT에서 시청률 1등을 수시로하고 문턱 높은 아카데미상을 수상하였으며, 최근에는 문학계에서 오랜 염원이었던 노벨상을 수상하였다. 이런 분위기로 인해 콘텐츠 속에서 등장하는 주인공이 먹고 있는 음식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불과 3년 전만 해도 미약했던 관심이 지금은 급속도로 달아오르고 있다. 필자가 음식에 대하여 관심을 두는 이유는 두 가지가 있다. 하나는 우리나라 자영업자의 상당수가 요식업에 종사하고 있고 요식업의 전단계 산업인 식자재 생산, 가공, 중계, 주방기구 산업, 심지어 인테리어까지 모두 음식과 관련이 있어 그 총 산업 규모는 실로 막대하며 내수시장 활성화에 큰 몫을 차지한다는 점이다. 다른 하나는 음식으로 문화가 익숙해지면 그 습관은 버릴 수가 없으므로 지속적인 한국 문화에 대한 호감도를 높일 수 있다는 점이다. 따라서 음식문화의 국제적 확산에 대한 전략적 접근을 제안한다.

 

3279230ee9e58d2e3e31106cfe34a8ea_1729256
I. 문화가 유입되는 과정을 우선 서술해 본다.


 1. 도입 단계 : 문화의 유입은 사실 매우 거북한 것이다. 자신이 오랜 습관으로 살아오던 방식을 버리거나 융합해야 하는 것이기 때문에 쉽게 받아들여지지 않는다. 예를 든다면 당뇨병 환자가 식습관을 고치는 것과 같다. 그런 이유로 외래문화의 유입은 오래 걸릴 수밖에 없다. 이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은 긍정의 호기심이 피어나게하는 것이다. 현재 우리나라의 음식과 관광이 호기심 단계에 있다고 볼 수 있다.

 

 2. 간접 경험 단계 : 긍정의 호기심을 가진 사람은 경험을 하고 싶은 욕구가 일어난다. 그러나 처음부터 직접적인 경험을 하는 것은 떨리는 일이다. 체험하고 나면 별거 아닌 것도 해보겠다는 용기를 내기 쉽지 않다. 따라서 소프트한 간접 경험이 필요하다. 

 

 3. 직접 경험 단계 : 간접 경험이 누적되면 진짜를 알고 싶은 욕구가 생긴다. 이때 문화는 확산된다. 라디오나 유튜브 등으로 들으며 좋아하던 음악을 공연장에서 실물의 가수가 퍼포먼스를 하며 보여주고 들려주는 경험을 하고 나면 진정한 팬으로 성장한다. 

 

 4. 재경험 단계 : 반복적으로 그 경험을 유지하려는 자발적 신념이 생긴다. 이 단계가 되면 자신이 전도사가 된 것처럼 행동하며 확산을 재생산한다.

 

위 4단계는 거의 모든 문화에서 나타난다. 심지어 종교까지도 비슷한 과정을 통해 유입된다. 20여 년간 문화정책을 연구하며 추적한 이 과정에 비추어 볼 때 현재 관심을 모으고 있는 음식문화에서 몇 가지 정책적으로 정리해야 할 것이 있다.

 

II. 음식 문화에서 현재 확산 단계의 진단과 대처법


 1. 진단 : 음식은 유튜브, 틱톡, 인스타그램 등의 SNS와 OTT를 통해 ‘먹방’의 형태로 전 세계에 호기심을 자극하고 있다. 그 추세가 가파르게 증가하여 구독자가 500만명 이상 되는 유튜버들도 심심치 않게 나타나고 있으며, 해외에서 ‘한식 먹기 챌린지’가 유행하고 있다. 이런 현상을 볼 때 ‘도입 단계’와 ‘간접 경험 단계’의 중간에 서있는다고 평가할 수 있다. 이 단계를 확장하기 위해서는 섬세한 정책적 지원이 필요하다.

 

 2. 대처법 : 음식의 호기심이 확산되는 과정을 보면 ‘자신이 좋아하는 연예인이 한식을 먹는 모습’에서 호기심이 자극되고 있다. 이는 연기자가 맛있게 먹는 태도에 대한 환상이므로 실제 자신이 체험하는 것과 다를 수 있다. 상상했던 것과 유사한 경험을 만들면 최고로 좋지만, 최소한 부정적 경험은 피하게 해야 한다. 이는 매우 중요한 문제로 우리도 평소에 어떤 식당을 갔을 때 음식의 질이 안 좋으면 다시는 가지 않는 습성과 동일하다. 그러면 해외에 있는 시청자가 우리나라 음식을 경험하려면 무엇을 제공해야 하는가이다. 

 

   a. 완성품이 될 수 있는 재료의 개발 : 최근 스팸 통조림회사에서는 부대찌개의 맛을 낼 수 있는 통조림을 출시했다. 그리고 우리나라에서도 오래전부터 카레가루와 스파게티 소스를 판매하고 있다. 이런 가공 소스나 재료가 간접 경험에서 긍정적 맛의 경험을 제공할 수 있으므로 다양한 소스의 개발이 필요하다. 한식을 본격적으로 맛보기 전에 자신이 평소에 먹던 음식의 재료에 한식 소스를 곁들이기만 해도 맛의 느낌이 달라지는 경험은 거부감을 줄이면서 긍정적인 경험을 할 수 있게 한다. 따라서 고추장, 된장, 간장만 생각하지 말고 소스만 넣으면 바로 음식이 만들어지는 소스의 개발과 판매가 종요하다. 예를 들어 양념게장은 소스와 게만 있으면 된다. 그럼 게는 그 지역에서 구입하여 소스로 버무리면 강화도나 인천 등지에서 맛보는 양념게장의 맛이 나게 해야 한다. 큰 부담 없이 접근한 한식에서 긍정의 경험을 할 수 있도록 신당동 떡볶이 소스, 마산 아구찜 소스, 망향비빔국수 소스 등등 만들어 수출할 필요가 있다. 상품성 있는 소스가 될 한식은 무궁무진하다.

 

   b. 계량의 표준화 : 조선조 초기 세종대왕은 세금에 대한 비리를 척결하기 위한 기초로 ‘도량형’의 규격을 표준화하였다. ‘영조척’을 기준으로 말, 되, 홉의 표준을 만들었고, 문종에게 명하여 세계 최초로 국가 단위로 표준화된 기상측정기구 ‘측우기’를 발명하였다. 표준화는 음식의 맛을 만드는 데도 매우 중요하다. 그런데 우리나라 예능이나 먹방에서 레시피를 소개할 때 ‘소금 한꼬집’ ‘간장 한바퀴’ ‘된장 한 수저 툭’ 등의 용어를 자주 사용한다. 요리를 해본 사람은 설탕이나 소금, 간장, 식초 등의 재료에서 몇 그람, 몇 방울이 얼마나 맛의 차이를 내는지 다 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경험자들에게 음식의 맛을 경험하게 한다는 레시피 공개에서 불완전한 계량의 용어를 사용하고 이를 안내하는 것은 한식을 경험하는 사람들에게 ‘맛없다’를 경험하게 하는 일이 될 수 있다. 따라서 연기자가 맛을 표현할 때 쓰는 용어로 ‘손맛’이니 ‘느낌’ 등의 추상적인 용어를 사용하여도 제작자는 세계적으로 사용하는 표준 계량기준으로 안내할 필요가 있다. 

 

III. 정부의 역할


정부는 표준용어 사용과 계량의 정확성에 대한 계몽이 필요하다. 더 중요한 것은 일정 수준이상의 맛이 보장되는 간접 경험의 기회를 더욱 많이 가질 수 있도록 소스산업을 장려할 필요가 있다. 몇 해 전에도 같은 내용을 전달했더니 ‘쌀이 남아도는데 원자재를 팔아야죠.’라며 취지에 어긋나는 말을 들은 적이 있다. 소스를 판다는 것은 한식 맛의 영토를 넓히는 일이기 때문에 원자재를 파는 것과는 목적이 다르다. 쌀, 한우, 딸기, 수산물을 팔아야하는 것과는 다른 내용이며 소스를 팔아서 생산되는 수입도 크겠지만 한류 문화를 확장하여 외국인이 한국을 방문하여 생기는 관광 수입이나 각종 생필품의 수출 등 종합적인 수출 효자 역할을 할 수 있는 기회를 만드는 일이다. 특히 음식에 공을 들여야하는 이유는 한번 습관으로 길들면 바꿀 수 없는 속성을 지니고 있기 때문이다. 어릴 적 어머니가 끓여주신 된장찌개맛은 요즘 흔한 맛집의 맛보다 못할 수 있다. 그러나 그 어머니의 음식 맛은 잊을 수가 없다. 이점을 간과해서는 안된다.

 

우리는 일제강점기가 치욕스럽다고 하여 일본 문화가 어떻게 세계적인 수준에 도달했는지 알려고 하지 않는다. 일본은 19세기 도자기와 칼을 유럽에 수출할 때 포장지로 목판화(우키요에)종이에 싸서 험난한 항해에서 견디도록 하였다. 이는 의도한 것이 아니지만 도자기와 칼보다 우키요에의 확산은 유럽을 강타하였고 당시 최고의 문명국인 프랑스를 중심으로 젊은이라면 극동의 문화까지 섭렵하는 선진성이 있어야 한다는 의식으로 발전하였다. 이 풍조는 ‘자포니즘’이라고 명명되었고 일본에 대한 호기심은 미술에서 인상주의와 아르누보에 영향을 미쳐 새로운 미술 운동이 형성되기까지 하였다. 이런 일련의 문화 확산이 일본에 우호적인 감정 바탕이 만들어졌음을 부인할 수는 없다. 그 감정선이 살아있음으로 인해 세계대전을 일으키고 또한 패망국이었음에도 화려하게 부활할 수 있는 힘은 문화의 확산이었다. 문화의 관점에서 세계사를 보면 문화강국이 패권국이 되었다. 최근 일본의 추락이 어찌 보면 특별한 문화가 생성되지 못함에 있다고 볼 수도 있다.

 

지금 우리나라는 세계적인 문화강국으로 빛을 발하고 있다. 이 중요한 시점에 더 강하고 빠르며 지속 가능한 문화의 확산 전략이 필요할 때이다.​ 

<ifsPOST>

3
  • 기사입력 2024년10월20일 17시10분
  • 최종수정 2024년10월18일 22시24분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