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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반도체산업의 이슈 분석 본문듣기

작성시간

  • 기사입력 2024년10월13일 17시10분
  • 최종수정 2024년10월12일 11시13분

작성자

  • 김양팽
  • 산업연구원 신산업실 전문연구원

메타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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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근 언론에서는 한국 반도체산업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매우 높다. 하지만 지난 9월 한국 반도체 수출 실적은 월간 수출액 기준으로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고, 1월부터 9월까지 누적 수출액은 지난 2023년 연간 수출액은 넘어섰다. 수출액만 보면 한국 반도체 경기는 매우 호조세를 보인다. 그렇다면 과연 왜 이렇게 한국 반도체산업을 걱정하고 있는 것일까. 이러한 불안의 근원은 예상하지 못한 외부 환경변화 때문일 것이다. 

 

글로벌 반도체 생태계의 변화


 세계에서 반도체를 직접 생산할 수 있는 국가는 매우 제한되어 있다. 반도체를 발명한 미국, 곧이어 이를 개인 전자기기 등에 적용하며 직접 개발을 시작한 일본과 독일, 그리고 1980년대 중반 뒤늦게 전자산업 발달과 함께 반도체 시장에 뛰어든 한국과 대만이 주요 반도체 생산국이다. 한국과 대만이 반도체산업을 시작할 당시 주변국들의 반응은 성공할 것이라는 기대보다 실패할 것이라는 예측이 더 우세했다. 하지만 2024년 현재, 세계 반도체 시장에서 메모리반도체는 한국이, 파운드리는 대만이 세계 최고의 경쟁력을 가지고 있다. 

 

 반도체가 발명된 1950년대 후반부터 2010년대 초반까지 미국, 일본, 독일, 한국, 대만 등의 기업들이 반도체 시장에서 치킨 게임 등을 통해 치열하게 경쟁하는 과정에서 글로벌 반도체 생태계가 구축되었다. 글로벌 반도체 생태계는 반도체를 생산하는 각 공정을 세분화하여 각 지역과 국가의 핵심역량을 충분히 활용할 수 있도록 구축되었다. 생태계 내에서 각자의 역할 분담이 이루어졌으며, 한국 기업들도 이러한 역할에 적응되고 있었다. 이렇게 구축된 글로벌 반도체 생태계는 반도체산업에 대한 진입장벽을 높이는 역할을 하게 되어 다른 국가들이 반도체를 생산하는 것은 더 어려워지고 있었다.

 

 그런데 2010년대 초반부터 중국이 반도체산업에 본격적으로 진출하기 시작했다. 중국이 세계 공장으로서 최대의 반도체 수요 국가인데 거의 전량을 수입에 의존하며 경상수지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으니 직접 반도체를 생산하겠다고 나서게 된 것이다. 당시 주변국의 반응은 한국과 대만의 반도체산업 진출 초기와는 다른 분위기였다. 기술은 뒤처지지만, 중국 정부가 막대한 자금 지원을 공언하였기 때문에 성공 가능성이 충분히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이에 미국 정부는 중국의 반도체산업 성장을 저지하기 위해 강력한 견제를 하고 있다. 하지만 미국의 견제에도 불구하고 중국의 반도체 제조 기술은 발달하고 있으며, 메모리반도체 분야에서도 한국을 뒤쫓아 오고 있다. 

 

 또 하나는 지난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주요국의 정책 변화에 따른 생태계의 변화다. 반도체 공급 부족 현상을 겪은 미국, 일본 등이 자국 내 반도체 생산시설 확보를 선언하고 지원을 늘리며 국내외 기업을 유치하여 반도체 생산 공장을 건설하고 있다. 이러한 움직임 역시 예상하지 못한 변화 중 하나이다. 


인공지능(AI)이 반도체 업계에 가져온 변화


 AI 개념은 사실 새로운 것도 아니고 이미 우리의 일상에 상당 부분 적용이 되고 있다. 예를 들어 가전제품 등에서 온도와 습도를 자동으로 조절해 주는 기능이나 자동차에 사용되는 자율주행시스템도 모두 AI 기능의 하나이다. 그런데 최근에 주목받고 있는 AI는 방대한 정보를 빠른 속도로 처리하여 고객의 요구에 실시간으로 응답하고 있으며, 그림뿐만 아니라 동영상도 스스로 제작하는 수준으로 발달했다. AI의 성능 자체가 상당히 고도화된 것인데 여기에는 반도체 발달이 큰 역할을 했다. 

 

 2016년, 이세돌 9단과 대국한 알파고는 약 2천 개의 CPU와 200여 개의 GPU 그리고 수천 개의 메모리반도체를 사용하였지만, 최근 활용되고 있는 AI 시스템은 그보다 훨씬 적은 수의 반도체로 더 복잡한 기능을 수행하고 있다. AI 기능을 수행하는 메인 반도체가 진화한 것이다. 또한 새로운 반도체 수요산업으로 성장 중인 기업 데이터센터용 서버 또한 AI 서버로 대체되면서 반도체 시장을 주도하던 품목에도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삶과 업무를 편리하게 해주는 AI 기능이 다양한 분야에 적용되면서 이러한 변화가 가속화되고 있다. 

 

이에 따라 지난 수십 년 동안 세계 반도체 시장 매출 1위 자리를 지켜오던 인텔의 매출이 하락하고 경영위기설에 휩싸이게 되었다. AI 경쟁에서 뒤처진 인텔에 대해 관계자들은 냉정하게 평가하였고, 비슷한 구조의 한국 기업에 대한 혹평이 나오면서 한국 반도체산업이 불안하다는 목소리가 높아지는 것이다. 하지만 한국 기업은 인텔과 달리 AI 시스템에 사용되는 메모리반도체 분야를 완전히 장악하고 있다. 이것은 AI로 인해 바뀌고 있는 반도체 시장에서 결코 한국이 뒤처지지 않았다는 것을 의미한다. 

 

 한국은 세계 메모리반도체 시장 점유율 1위이며, 최상위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그런데 최근 예상하지 못했던 외부 환경변화와 바로 턱밑까지 뒤따라온 추격자들 때문에 관계자들의 마음이 조급해져 단기적인 변화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어떠한 일부분에서 기대치보다 부족한 결과가 나왔다고 해서 당장 우리 반도체산업이 위태해 질만큼 한국의 반도체산업 경쟁력이 나약하지 않다. 반도체산업은 장기간의 계획을 세우고 지속적인 투자가 필요한 산업이다. 이러한 때일수록 불안함에 우왕좌왕하며 멈추지 말고, 외부 환경변화에도 흔들리지 않는 국내 반도체산업 생태계 구축에 속도를 내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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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본 기고문의 내용은 필자 개인의 의견이며, 산업연구원의 공식 견해가 아님을 밝혀둡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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