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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거수의 디자인 시선 <11> 관공서에는 ‘거스 히딩크’가 왜 없을까? – 공공디자인 혁신을 위한 제안 본문듣기

작성시간

  • 기사입력 2025년03월26일 16시55분

작성자

  • 김거수
  • 홍익대학교 미술대학, 산업미술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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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의 공공디자인이 글로벌 경쟁력을 갖추지 못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 해답을 찾기 위해 자동차 업계와 스포츠계에서 성공적으로 변화를 이끌어낸 사례를 살펴보자.

 

기아자동차, 디자인 혁신으로 세계적 브랜드로 성장했다.

한때 기아자동차는 개성도 부족하고 디자인도 촌스러운 자동차 브랜드였다. 하지만 당시 정몽구 회장이 아들 정의선에게 2005년 기아자동차를 맡기면서 “멋지게 성장시켜 보라” 주문했고, 정의선은 ‘DESIGN KIA’라는 혁신적인 모토를 내세우며, 과감한 결정파격적인 변화를 시도했다. 

 

그는 취임 다음해 2007년 독일 아우디 출신의 수석 디자이너 였던 피터 슈라이어(Peter Schreyer)를 과감하게 기아자동차의 부사장으로 영입했다.

 

피터 슈라이어는 기아의 디자인 철학을 완전히 새롭게 구축하며, 브랜드의 정체성을 확립했다. 그는 아우디 A4, A6, A8 네이밍의 실용성을 K5, K7, K9으로 활용했고 ‘타이거 노즈’라는 강력한 디자인 아이덴티티를 만들어, 기아 브랜드를 세계 시장에서 돋보이게 만들었다. 이후 그는 루크 동커볼케, 이상엽 같은 글로벌 디자인 리더들을 합류시키며 회사내 디자인 저변을 성장 확대하며, 오늘날의 현대·기아차 디자인의 정체성을 완성시켰다.

 

기아자동차의 세계적인 디자인 경쟁력을 가진 기업으로 성장하는 혁신은 하루아침에 이루어지지 않았다.

 

피터 슈라이어도 처음 기아자동차에 영입되었을 때는 그의 디자인이 처음부터 찬사를 받지는 않았다고 한다. 내부에서도 반발이 있었고, 변화에 대한 의심이 많았다고 했다. 그러나 그는 수년 동안 기아의 디자인 철학을 재정립하는 데 집중했고, 결국  세계적인 디자인 브랜드로 성장시켰다. 

 

한국 축구를 바꾼 ‘히딩크 효과’

 

한국 축구는 2002년 월드컵 이전까지 국제 무대에서 변변한 성과를 거두지 못하고 욕만 먹었었다. 늘 패배의식에 젖어 있었고, 세계 강호들과의 대결에서 늘 열세였었다. 그러나 영웅 거스 히딩크(Guus Hiddink) 감독이 부임하면서 모든 것이 변하기 시작했다. 그는 선수들의 체력 훈련, 전술, 멘탈까지 축구 시스템 전체를 개혁했다. 기존의 관습을 과감히 깨고, 실력 중심의 선발과 과학적인 훈련 방식을 도입했다. 그리고 대한민국은 역사상 처음으로 월드컵 4강이라는 신화를 만들었다. 그런데 히딩크도 처음부터 영웅이었던 것은 아니었다. 월드컵 시범 경기에서는 히딩크는 프랑스에 5대 0으로 패했었고, 여론은 그를 강하게 비판도 했다. 그러나 그는 단기적인 성과에 연연하지 않고, 장기적인 계획으로 팀을 개혁했다. 그 과정을 통해 1년 후 대한민국 축구는 역사상 가장 큰 변화를 경험할 수 있었다. 그것은 또 대한민국의 변화였다.

 

- 그렇다면 대한민국 공공디자인에는 왜 ‘디자인 히딩크’가 없는가?


기아자동차는 피터 슈라이어를 영입했고, 디자인을 혁신했다. 한국 축구는 히딩크를 영입했고, 월드컵 4강을 달성했다. 그런데 왜 대한민국의 공공디자인에는 ‘디자인 히딩크’가 없는가? 왜 지자체와 정부는 세계적인 디자이너를 영입해 공공디자인을 혁신하려는 시도를 하지 않는가?

 

- 공공디자인, 이제는 글로벌 인재를 영입할 때다


공공디자인은 단순한 미관 개선이 아니라, 도시의 브랜드를 결정하는 핵심 요소다. 하지만 대한민국의 공공디자인 수준은 여전히 행정 절차와 형식적인 평가 방식에 갇혀 있는 곳들이 많은 듯 계속 경험하고 있다.

현재는 창의적인 디자인보다 관공서 심사위원들의 익숙한 방식이 우선되는 경향이 여전히 뚜렷하다. 심지어 두 주체가 장의성이 필요한 디자인을 거부하는 경향을 보이기도 한다. 한 두 명의 인사이트 있는 위원의 주장을 이해하려 하지 않으면 잘못된 결과로 이어진다. 따라서 공공디자인을 총괄하는 수준높은 리더가 필요하다. 리더십이 부재한 상태에서 혁신은 이루어지기 어렵다. 이제는 공공디자인 분야에서도 글로벌 인재를 영입해야 한다.

기아자동차가 피터 슈라이어를 데려와 기업을 바꿨듯, 대한민국 축구가 거스 히딩크로 인해 DNA가 바뀌었듯, 우리의 공공디자인도 글로벌 전문가를 영입해 새로운 패러다임을 만들어야 한다. 그렇다면 세계적으로 영입 가능한 ‘디자인 히딩크’는 누구일까?

 

-만약 대한민국 정부가 공공디자인 혁신을 위해 세계적인 디자이너를 영입한다면?

 

도시의 흉물로 여겨졌던 맨해튼의 낡은 고가 철도를 세계인의 사랑받는 명소로 바꿔낸 조슈아 데이비드(Joshua David), 그가 또 한 번, 대한민국 어딘가에 숨겨진 보물 같은 공간을 발견하게 만들 수는 없을까? 디자인 예술 전 분야를 넘나들며 혁신을 증명하는 감각적인 브랜딩을 선도하며 전 세계 시각 디자인을 이끄는 선도자. 스테판 사그마이스터(Stefan Sagmeister)에게 그의 창의적 도전 의식을 배워 볼 수 없을까? Massive Change로 공공디자인의 세계적인 메시지를 전파한 브루스 마우(Bruce Mau)에게 단발성 국내 공공기관 토론회 전문가로 짧고 강연하고 보내기엔 너무 아까운 기회가 아니었을까? 건축과 공공디자인의 선구자 다니엘 리베스킨트(Daniel Libeskind)에게 토론토 로얄 온타리오 박물관과 같은 파격적인 공공 건물을 구성할 수 있었던 경험을 들어 볼 수 없을까? 그 교훈을 몇 년 동안만이라도 깊이있게 그의 지식과 지혜로 구해볼 수 없을까? 규제를 혁파하며 큰 목표를 위한 전 국민의 생각과 노력을 보여줘야 할 것이다.  

 

이들은 단순한 강연자가 아니다. 그들에게 8년 혹은 4년이라도 장시간동안 강력한 권한을 주어, 대한민국 공공디자인을 근본적으로 변화시켜야 한다.

이미 해외에서는 도시 브랜드를 구축하기 위해 세계적인 디자이너를 장기적으로 기용하는 사례가 많다.

뉴욕은 펜타그램(Pentagram) 디자이너들을 통해 도시 아이덴티티 시스템을 정비했고, 런던은 교통 디자인과 도시 브랜딩을 위해 장기적인 협력 체계를 구축했다. 암스테르담, 파리, 베를린은 공공디자인 총괄 디자이너(Chief Design Officer, CDO)를 글로벌 관점에서 실력 위주의 우수 인재를 영입 하고 교류하며 도시 전체의 일관된 디자인 전략을 수립하고 해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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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공공디자인도 글로벌 경쟁력으로 혁신해야 한다


기아자동차가 피터 슈라이어를 영입해 디자인을 혁신했던 것처럼, 한국 축구가 거스 히딩크를 기용해 월드컵 4강 신화를 만들었던 것처럼, 이제 대한민국 공공디자인도 글로벌 인재를 영입해 체질을 바꿔야 한다. 지금이 바로 혁신해야 할 때다. 


"우리는 언제까지 내부 인재만 고집할 것인가?", "우리나라 공공디자인에도 ‘디자인 히딩크’가 필요하다." 세계적인 디자이너를 영입하는 것은 단순한 유행이 아니다. 유행이라도 좋으니 시도해보자. 규제를 혁파해 보자. 정치적 공략이든 시민의 뜨거운 함성이든 그 목소리를 모으로 높여야 디자인 선진국으로 도약할 수 있다. 그렇게 해야 디자인 경쟁에서 생존할 수 있다. 공공디자인은 국가 경쟁력을 높이고, 브랜드 가치를 키우며, 도시의 정체성을 강화하는 필수 전략이다.

 

- 관공서 월드컵 4강, 장기적 글로벌 리더십이 답이다.

 

히딩크도 초기 5대 0 참패 후 거센 비판을 받았지만, 장기적인 전략과 리더십으로 한국 축구를 월드컵 4강으로 이끌었다. 기아자동차의 정의선 사장은 ‘DESIGN KIA’라는 비전을 세우고, 피터 슈라이어를 부사장으로 영입해 브랜드 정체성을 완전히 혁신하며 KIA를 세계적 브랜드로 격상시켰다 . 그렇다면 대한민국 공공디자인은? 


글로벌 인재를 초청해서 단기적 강연과 토론회, 형식적 프로젝트에 의존하지 말고, 이들의 능력을 발 휘 할 수 있는 충분한 기간과 강력한 권한을 부여해서 대한민국 공공디자인을 두 단계 업그레이드 할 수 있도록 해야한다. 진정한 혁신을 준비해야할 때다. 큰 결단의 용기가 필요할 때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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