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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야 합의 국민연금개혁이 연금재정을 안정시킨다고요? 본문듣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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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입력 2025년03월24일 17시11분

작성자

  • 김원식
  • 건국대 명예교수, Georgia State University 객원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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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야가 지난 20일 국회본회의에서 국민연금개혁안을 통과시켰다. 지난 14일 국회 등에 따르면 민주당은 국민의힘과 정부가 주장해 온 소득대체율 43%를 수용하기로 한 이후 일주일만이다. 그동안 미루어 온 국민연금개혁안을 순식간에 민주당 주도로 합의를 본 것이다. 집권을 위하여 국민과 관련없는 탄핵과 예산삭감으로 국정을 마비시킨 민주당이 민생 태업을 해 왔다고밖에 볼 수 없다. 또한 탄핵에 동의해 준 국민의힘도 민주당에게만 의정의 책임을 넘기는 정당의 모습을 더 이상 보일 수 없었을 것이다. 

 

국민연금법 개정으로 국민연금보험료는 현행 9%에서 매년 0.5%씩 8년간 인상해서 2033년 13%가 되고 소득대체율은 내년부터 평균소득의 43%가 된다. 이미 연금 자체가 적자산식으로 구성되어 이를 젊은층이 부담해야 하는데 소득대체율은 3%를 인상해서 보험료 인상의 효과를 상당 부분 깎아먹게 했다. 여야 국회의원 모두 18년만의 국민연금개혁이라고 자부할지 모르겠지만 국민연금의 재정 적자를 짊어질 수밖에 없는 젊은이들의 입장에서는 세대간 착취의 끝판왕이라는 생각이 들 것이다. 오히려 자신들이 노후가 되어도 어차피 국민연금을 ​받지 ​못할 바에는 보험료를 9%로 그대로 두고 소득대체율을 포기하고 싶은 심정일 수 있다.

 

연금개혁이 논의될 때마다 거의 빠지지 않는 내용이 있다. 상대적으로 보험료 부담이 늘어나는 청년들의 지지를 얻기 위한 출산 크레딧과 군복무 크레딧이다. 사실상 청년층이 보험료를 부담하도록 세대 간 착취를 하면서 이들에게 '병 주고 약 주는' 격이다. 출산크레딧을 첫 아이부터 가입기간을 12개월 인정하고 자녀를 더 낳아도 출산크레딧 인정기간에 대한 상한을 폐지하였다. 출산에 따른 기간을 더 인정하면 수급시 연금 액수는 증가하지만 보험료가 더 징수되는 것은 아니다. 군크레딧은 군 복무를 인정해주는 기간을 기존의 6개월에서 12개월로 늘어나게 된다. 이에 따른 연금지금액의 상승 역시 바로 부채로 얹어진다. 크레딧 기간이 늘어나면 연금지급 증가분은 앞으로 지급해야 할 가입자 보험료 총액과 수급자 연금총액의 차이인 ‘충당부채’에 그대로 반영된다는 의미이다. 즉, 보험료율의 4% 포인트 인상에 따른 재정안정화 효과는 소득대체율의 상향 조정과 크레딧제도의 확대로 상당 부분 상쇄될 수 있다. 특히 수급기간의 연장으로 연금수급액이 결정되고 향후 평균수명의 연장으로 연금수급기간이 예상 외로 늘어나면 사실상 개악이 된다.   

 

사업중단이나 실직 휴직 등으로 보험료를 납부하지 못하는 저소득지역가입자의 경우는 최대 보험료의 50%를 12개월간 지원받을 수 있는 것 역시 연금채무를 증가시키는 요소이다. 연금산식 자체가 적자구조를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더욱이 보험료를 정부예산으로 지원하는 만큼 지원규모에 따라 정부예산도 별도 편성해야 하는 부담까지 생겼다. 

 

국민연금기금이 2024년도 말 기준 1,212조원으로 같은해 656조원인 국가예산보다 훨씬 더 많고 수익률도 15%에 이르러서 선진국 연금기금보다 더 높다고 자랑하면서 왜 연금개혁을 해야하는지를 국민들은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 연금개혁을 해야 하는 단 한 가지 목적은 궁극적으로 향후 ‘국민연금공단’이 부담할 충당부채가 상상할 수 없는 수준이기 때문이다. 충당부채가 없으면 연금 개혁을 할 필요도 없다. 그런데 국민연금공단은 현재까지 국민연금의 충당부채가 얼마인지 한 번도 공식적으로 발표한 적이 없다. 어마어마한 수치에 국민들이 깜짝 놀랄까 봐 추계를 하지도 않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일부 연금전문가들이 충당부채를 추정한 결과치를 내고 있지만 그들의 모델은 국민연금공단의 추계모델에 따른 것이 아닌  독자적인 것이어서 다소 신뢰하기 힘들다. 그래서 상당 수의 국민들은 국민연금 수급 가능성이나 연금개혁을 반신반의할 수밖에 없다.  

 

국민연금개혁이 국민들의 동의를 얻을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국민연금 재정추계의 원자료 및 알고리즘을 그대로 공개하는 방법 외에는 없다. 단순히 정부의 면피성 입장을 묵시적으로 반영한 재정추계의 요약 보고서나 표로서는 국민들을 이해시킬 수 없기 때문이다. 연금연구에 관심있는 외곽의 전문가들도 연금재정에 관한 연구에 적극적으로 참여해서 국민연금 재정 뿐 아니라 거시경제 및 자본시장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지를 객관적으로 볼수 있도록 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국민들의 반개혁적 반응으로 국민연금의 종말은 어떤 형태로든 우리에게 더 가까이 올 수 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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