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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정국의 문화전망대 <12> 미래예술은 어디에 있는가? - ‘문화한국 2035’를 보고 본문듣기

작성시간

  • 기사입력 2025년03월26일 17시05분
  • 최종수정 2025년03월24일 20시07분

작성자

  • 윤정국
  • K문화경영연구소 대표,공연예술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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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한국 2035’에 빠진 미래예술 전망  

문체부가 지난 3월 6일 발표한 ‘문화한국 2035’는 2035년까지 향후 10년간 대한민국이 나아갈 문화정책의 중장기 방향을 담은 중요한 비전이다. 예술과 기술이 융합되는 새로운 흐름을 정책에 반영하고 있어 주목할 만하다. 하지만 그 내용을 깊이 들여다보면, 과연 10년 후의 문화와 예술의 현장을 충분히 전망하고 준비한 것인지 의문이 든다.

‘문화한국 2035’에는 본질적인 질문 하나가 빠져 있다. ‘앞으로의 예술은 어떤 모습일까?’ 기술과 예술은 상호작용하며 새로운 형태로 진화하고 있으며, 이는 단순한 서비스 혁신이 아니라 인류의 상상력과 감성 및 윤리에 새로운 질문을 던지고 있다. 하지만 이번 비전에는 그러한 철학적·사회학적 전망이 잘 보이지 않는다. 전문예술교육을 받지 않은 일반 시민도 AI의 도움으로 그림을 그리고 음악을 작곡하는 시대이다. 시민이 이같이 창작의 주체로 참여하는 미래예술 생태계에 대한 구체적 고민이 빠져 있다. 이는 예술이 단순한 소비의 대상이 아니라 시민과 함께 창조되고 향유되는 과정임을 간과한 결과이다.

 

예술과 기술의 공진화(共進化)를 위한 창작 실험 

미래예술은 단순히 기술을 ‘도구’로 활용하는 수준을 넘어, 기술과 함께 ‘사유’하고 ‘실험’하는 방향으로 진화하고 있다. 이를테면, AI와 협업해 작곡한 음악, 인간의 뇌파를 MRI로 찍어 AI로 데이터화하고 분석해 그린 초현실주의적 그림, 관객이 메타버스 안에서 직접 참여하는 전시 등은 이미 실험되고 있는 사례들이다.

이런 시대에 우리가 해야 할 일은 단순히 기술을 예술에 적용하는 것이 아니라, 예술과 기술의 공진화(共進化)를 위한 창작 실험을 정책적으로 뒷받침하는 일이다. 이를 위해서는 △ 단기 성과 중심이 아니라 실험과 실패까지 장려하는 ‘융복합 예술 창작프로그램’ 지원 △ 융합형 레지던시나 미래예술창작소 조성으로 예술가·기술자·시민이 함께하는 ‘창작플랫폼’ 운영 △ 인터랙티브 감상환경을 위한 인프라인 ‘몰입형 공연·전시 공간’ 구축 △ 공동 창작물의 윤리성과 저작권 문제에 관한 토론과 이를 통한 ‘AI 예술 윤리규정·법제’ 마련 등이 필요해 보인다. 아울러, ‘시민과 예술가, 기술자가 함께하는 커뮤니티 아트’와 ‘디지털 문화 시민커뮤니티 확산’이 정책적으로 뒷받침되어야 한다.

                              

시민참여형 디지털 예술 창작모델    

과거 예술은 주로 전문가들이 창작하고 시민들은 이를 감상하는 구조였다. 그러나 이제는 시민이 직접 예술창작의 주체가 되고, 예술가와 협업하는 ‘커뮤니티 아트’가 중요해지고 있다. 이는 지역의 삶과 공동체를 예술로 연결하는 방식이다. 이를테면, 한 지역의 예술가가 주민들과 함께 동네 벽화를 그리거나, 시민들의 일상을 AI로 재해석한 미디어아트 작품을 함께 창작해가는 방식이다. 이는 단순한 체험형 프로그램이 아니라, 시민이 직접 창작과정에 참여하고 지역의 문화 아이덴티티(Identity)를 함께 만들어가는 문화민주주의 실현과정이다. ‘문화한국 2035’에서 강조해야 할 점은 바로 이런 시민 참여형 창작모델이다. 이를 위해 각 지역의 예술가, 크리에이터, 청년 창작자뿐 아니라 기술자도 시민들과 함께 협업하는 ‘커뮤니티 아트 랩’을 지원하고, 공공예술 프로젝트를 활성화해야 한다.

 

디지털 문화 시민 커뮤니티 지원  

미래예술은 시민이 단순히 감상만 하는 게 아니라 직접 콘텐츠를 제작하고 공유하며 참여하는 구조로 바뀌고 있다. 유튜브나 틱톡과 같은 플랫폼이 개인 창작을 활성화시킨 것처럼, 이제는 문화 분야에서도 ‘디지털 문화 시민 커뮤니티’를 체계적으로 지원하는 정책이 필요하다. 이를테면, 디지털 창작 교육을 통해 시민들이 메타버스로 전시하고 AI로 음악을 창작하며 인터랙티브 영상을 제작하는 일, AR·VR 기반으로 시민들이 지역 곳곳에서 디지털 공연·전시를 경험하는 ‘디지털 문화 지도 프로젝트’를 추진하는 일 등을 돕는 정책이다. 문화 향유 방식이 바뀌고 있는 만큼, 문화정책도 이를 반영해 새로운 향유 지원 모델을 만들어야 한다.

 

‘미래예술 시범도시’ 지정 … 국가가 먼저 실험해야

이제는 정책적 상상력을 현실로 전환해야 할 때다. 이를 위해 테스트 베드(test bed)로서 ‘미래예술 시범도시’를 지정할 필요가 있다. 이 도시는 단순한 문화거점이 아니라, 예술·기술·시민·교육이 함께 움직이는 실험의 장이 될 것이다. 예술창작부터 감상, 교육, 제도에 이르기까지 미래예술이 구현될 수 있는 모든 조건을 갖추고, 다양한 실험이 이뤄질 수 있도록 국가가 지원하고 허용하는 일이다.  

이 시범도시에는 △ 기술 기반 창작 인프라인 AI, XR, 데이터 기반 예술을 실험할 수 있는 오픈형 창작 공간 △ 몰입형 감상 인프라인 360도 전시관, 감각 인터랙션 공연장, 모바일 기반 디지털 체험 공간 △ 시민 참여형 예술·기술 융복합 축제 등이 필요하다. 이곳의 실험을 통해 모델을 만들고 이를 전국으로 확산시킬 수 있을 것이다. 

 

‘문화도시 3.0’에 ‘미래예술 시범도시’ 포함해야     

이 같은 ‘미래예술 시범도시’는 문체부가 향후 수립할 ‘문화도시 3.0’ 의 모델이 될 수 있다. 기존 ‘문화도시 2.0’의 패러다임인 ‘지역정체성’과 ‘시민 거버넌스’가 미래예술 생태계에 녹아 들어가 ‘지속가능성’을 확보하는 새로운 문화도시 패러다임이다. 기술과 예술, 산업과 철학, 전문가와 시민, 공공과 민간이 함께하는 융합적 문화도시 모델이 새로 만들어져야 할 것이다.

문화와 예술은 늘 시대를 앞서 나가며 우리에게 새로운 질문을 던진다. 이 질문에 답하는 것은 우리의 미래를 준비하는 일이기도 하다. ‘문화한국 2035’가 진정한 미래비전이 되려면, 시민과 함께하는 새로운 미래예술 패러다임을 정책에 담아야 한다. 미래예술을 위한 문화정책은 지금 시작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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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입력 2025년03월26일 17시05분
  • 최종수정 2025년03월24일 20시0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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