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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달러 강세가 지속될 수 없는 이유 본문듣기

작성시간

  • 기사입력 2015년04월16일 20시27분
  • 최종수정 2016년02월29일 11시26분

작성자

  • 김영익
  • 서강대학교 경제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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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미 달러 강세가 지속될 수 없는 이유

 

 2011년 9월부터 달러가치가 오르고 있다.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ed)에 따르면 미 달러는 주요국 통화에 비해서 2015년 3월까지 33%나 상승했다. 이 같은 달러 가치 상승은 미국 경제 회복에 기인하고 있다. 그러나 올 하반기 이후에는 미국 경제성장이 둔화되면서 달러 가치 상승세가 멈출 것으로 전망된다. 

 

달러가치 상승은 기본적으로 미국 경제의 회복에 기인하고 있다. 전미경제연구소(NBER)에 따르면 미국 경제는 2009년 6월을 경기 저점으로 최근까지 확장국면을 이어가고 있다. 1945~2009년에 미국에서 경기순환이 11번 있었는데, 이 순환에서 경기확장국면 기간은 평균 58개월이었다. 2015년 3월까지 미국 경제가 계속 성장하고 있는 것을 보면, 이번 경기 확장국면은 69개월째로 과거 평균보다 훨씬 더 길어지고 있다. 

 

미국 경제의 회복이 달러 강세 초래

다른 선진국과 비교하면 미국 경제의 회복속도도 빠르다. 고용 증가와 자산 가격 상승에 따라 소비가 증가하면서 미국 경제가 회복세를 지속하고 있다. 2014년 4분기 현재 미국 GDP가 금융위기 직전이었던 2008년 2분기보다 8.9% 증가했는데, 소비는 그보다 높은 10.3% 늘면서 경제 성장을 주도하고 있는 것이다. 같은 기간 동안 일본의 GDP가 거의 정체 상태이고, 유로존의 GDP는 1.5% 감소한 것과 비교해보면 선진국 중에서 미국 경제의 회복속도가 매우 빠른 것을 알 수 있다. 이런 선진국간 경제 회복 차이가 엔이나 유로에 비해서 달러 가치 상승을 초래한 것이다. 

 

그러나 다음 몇 가지 이유 때문에 달러 가치가 지속적으로 상승하기는 힘들어 보인다. 우선 미국 경제 회복에도 불구하고 아직도 디플레이션 압력이 존재한다.  미국 의회가 추정에 따르면 2008년 하반기에 금융위기를 겪으면서 2009년 2분기에는 실제 GDP가 잠재 수준보다 7.2%나 떨어졌다. 그러나 그 이후 미국 경제가 소비 중심으로 회복되면서 산출물 갭(output gap=잠재와 실제 GDP 차이)이 줄어들었다. 하지만 2014년 4분기 현재도 이 갭이 2% 정도로 아직도 미국 경제에 디플레이션 압력이 남아 있는 것이다. 그래서 미국이 천문학적 돈을 풀었음에도 불구하고 소비자물가상승률이 1% 안팎에서 안정되고 있는 것이다.

 

디플레이션 압력 존재로 물가와 금리 안정

둘째, 미국의 금리인상 시기가 가까워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시장금리는 매우 안정적이다. 국채(10년) 수익률이 현재도 2% 정도에서 머물고 있다. 국채 수익률에는 미래의 기대 경제성장률과 물가상승률이 반영되어 있다. 국채수익률이 이렇게 낮은 것은 앞으로 미국 경제 성장률이 떨어지거나 심한 경우에는 디플레이션이 올 수도 있다는 것을 시사한다. 또한 미국의 장단기 금리차이가 축소되고 있다. 예를 들면 미 국채 10년과 2년 물의 수익률이 차이가 2013년 12월 2.56% 포인트를 고점으로 올해 2월에는 1.33% 포인트로 줄었다. 장단기 금리차이가 축소된 후 시차를 두고 경제성장률은 하락했다.

 

셋째, 민간 부문의 디레리징 과정이 진행되고 있다. 2008년 미국의 금융위기는 민간부문의 과잉부채에 기인했다. 1990년에 민간부문의 부채가 GDP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172%였으나, 2000년에는 228%로 올라갔고 금융위기가 발생했던 2008년에는 291%까지 상승했다. 특히 이 기간 동안에 가계부채가 GDP의 57%에서 95%로 급등해 경제위기 주요 원인이 되었다.

 

가계와 기업의 디레리징 과정에서 소비와 투자가 위축되면서 경제성장률이 크게 둔화되자 정부가 지출을 늘리면서 경기를 부양했다. 그 후 경제는 회복되었으나, 이제는 정부가 부실해졌다. 미국 연방정부의 부채가 GDP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경제위기 이전 해인 2007년에 63%였으나, 지난 해 말에는 103%로 높아졌다. 정부 부채 규모도 2014년 말 현재 18조 1414억 달러로 의회가 추가로 상한을 올려주지 않으면 정부가 부도날 상황에 근접해 있다. 민간부문이 디레버리징을 마무리하고 소비와 투자를 늘려 경제가 민간 주도로 회복되었을 때, 세금이 늘고 정부 부채가 줄어들 수 있는데 아직 그런 상황은 아닌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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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미 국채 매도

넷째, 대외 부문에서도 불균형이 충분히 해소된 것은 아니다. 1990년 미국 경제는 정보통신혁명으로 생산성이 증가하면서 고성장 저물가를 동시에 달성했다. 이를 ‘신경제’라 불렀는데, 미국 가계가 신경제를 지나치게 신뢰하고 과소비를 했다. 당시 중국이 저임금을 바탕으로 상품을 값싸게 만들어서 미국 소비자에게 공급했다. 중국은 미국 수출에서 벌어들인 돈으로 미 국채를 사주었고, 이에 따라 금리가 더 낮아져 미국 주택 가격이 오르고 미국 가계는 파티를 즐길 수 있었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미국의 경상수지 적자는 지속할 수 없을 정도로 확대되었다. 2006년에는 경상수지 적자가 GDP대비 6%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지난 2014년에는 2%대로 떨어졌으나 아직도 미국 경제의 대외 불균형이 해소된 것은 아니다. 여기서 달러 가치가 더 오른다면 미국의 경상수지 적자는 다시 확대되고 미국 경제의 불균형은 더 심화할 것이다.

 

다섯째, 중국이 미 국채를 팔기 시작했다. 중국은 대미 수출에서 벌어드린 돈으로 미 국채를 사주었다. 미국이 2008년 금융위기를 겪으면서 정부 지출을 늘려 경기를 부양해야 했고, 자금을 마련하기 국채 발행을 늘릴 수밖에 없었다. 이 국채를 주로 중국이 사주었다. 구체적 통계로 보면 2008~9년 중국이 미 국채를 4172억 달러 순매수했는데, 이는 외국인 국채 매수 중 31%에 해당한다. 2008년부터는 중국이 일본을 제치고 미국의 최대 국채 보유국으로 등장했다. 그래서 ‘중국만이 자본주의를 구제한다’라는 말까지 나왔다.

 

그러나 중국이 이제 미 국채를 줄이고 있다. 지난 2014년에 중국의 미 국채보유액이 257억 달러 줄었고, 올 1월 한 달에도 52억 감소했다. 일본과 영국 자금이 미 국채시장으로 유입되면서 중국 자금의 유출을 상쇄해주고 있지만, 중국이 기업과 은행의 부실을 처리하는 과정에서 구조조정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미 국채를 더 많이 매각할 가능성도 높다.

 

여섯째, 달러 강세로 미국의 제조업 경기가 위축될 가능성이 높다. 최근에도 ISM 제조업 지수가 50 이상을 지키고 있어서, 제조업 경기의 확장은 지속되고 있지만 그 정도는 약해지고 있다. 2015년 3월 ISM 제조업 지수가 51.59로 지난해 8월 58.1을 정점으로 지속적으로 하락하고 있다.

 

주가 하락이 달러 약세 신호가 될 전망

일곱째, 미국 주가가 조만간 큰 폭으로 조정을 받을 가능성이 높다. 보통 주가는 경기에 선행하면서 때로는 경제 상황을 과대평가하거나 과소평가하기도 한다. 필자가 경기를 대표하는 산업생산, 소매판매, 비농업부문 고용 지표를 가지고 평가해면, 주가(S&P500기준)는 2015년 2월 현재 28% 정도 과대평가되었다. 1999년 정보통신혁명으로 미국 주식시장에 거품이 발생했는데, 지금은 그 이상이다. 제로 금리와 양적 완화에 따른 유동성 때문일 것이다. 금리 인상 등 조만간 통화정책이 정상화할 것인데, 이 과정에서 주가는 조정을 받을 가능성이 높다. 주가가 하락하면 소비심리도 같이 위축될 전망이다.

 

과거 통계를 보면 달러 가치가 오를 때 신흥시장에서 자금이 유출되고 주가가 급격하게 조정을 받았다. 그러나 최근에는 달러 가치가 크게 오르고 있는데도 신흥시장 주가가 비교적 견조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중장기적으로는 세계 경제에서 미국 경제 역할이 축소되고 중국 경제 비중이 늘어난 데도 그 원인이 있을 것이다. 

 

또한 유럽중앙은행이 대규모 양적 완화를 단행하고 있기 때문에 신흥시장에서 달러캐리 자금의 유출을 유로캐리 자금이 어느 정도 보충해줄 것으로 기대된다. 그러나 미국이 금리를 인상하기 시작할 6월까지는 달러 강세가 지속되고 원자재 가격 하락과 더불어 신흥 금융시장이 한 번은 진통을 겪어야 할 것이다. 그 후 달러 자산을 줄이고 신흥시장 주식을 사도 늦지는 않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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