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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교실에서 벌어진 교사 폭행 사건은 단순한 교육 현장의 일탈이 아니라, 우리 사회가 직면한 교육 붕괴의 전조임을 보여준다. 학생이 교사를 때리고, 주변 학생들이 이를 방관하거나 조롱하는 장면은 충격을 넘어 교육이라는 말 자체를 무색하게 만든다. 그러나 이 사건을 단순한 위법 행위로만 바라본다면 본질을 놓치는 것이다. 지금은 위기를 넘어 교육의 본질을 되돌아보고, 그 회복을 위한 전환점으로 삼아야 할 시점이다.
이제는 교사의 고통을 외면하거나, 가정의 책임을 회피하거나, 정책의 실패를 미뤄둘 수 없는 국면에 도달했다. 교육은 단지 학교만의 몫이 아니라, 가정과 사회 전체가 함께 짊어져야 할 공동 책임이다. ‘교육의 본질 회복’은 구호가 아니라, 지금 당장 시작되어야 할 시대적 과제다.
무너진 교실, 잃어버린 권위
최근 일련의 사건들은 교실의 권위가 얼마나 취약해졌는지를 여실히 보여준다. 교사가 수업 중 학생의 스마트폰 사용을 제지하다 폭행당한 사건은 빙산의 일각일 뿐이다. 그보다 더 우려스러운 것은 이런 일이 점점 ‘놀랍지 않은 일’이 되어간다는 현실이다.
교사의 정당한 생활지도조차 억압이나 폭력으로 해석되는 풍토는 교육의 기반을 무너뜨린다. 교사들은 점점 더 말하기를 꺼리고, 지도보다는 회피를 선택하게 된다. 교사의 침묵은 결국 학생의 성장 기회를 빼앗고, 교실은 더 이상 배움의 공간이 아닌, 무질서와 방임의 공간으로 전락하게 된다.
이러한 현상은 어느 날 갑자기 나타난 것이 아니다. 그 이면에는 학생인권조례의 일방적 해석, 교사 보호 장치의 부재, 학부모와 학교 간의 신뢰 붕괴 등 복합적인 구조가 얽혀 있다. 교육 현장은 지금, 교사의 책임만을 요구하면서 정작 그 책임을 감당할 수 있는 여건은 마련해주지 않고 있다.
가정교육의 공백, 학교가 떠안는 책임
학교가 제 역할을 하려면, 그 기반은 가정에서부터 다져져야 한다. 그러나 요즘 많은 가정에서는 ‘훈육’이 ‘억압’으로, ‘지도’가 ‘간섭’으로 받아들여지는 경향이 짙어지고 있다. 그 결과, 최소한의 예절과 공동체 의식을 배우지 못한 아이들이 학교로 들어오게 된다.
어린아이가 빵집 진열대의 빵에 혀를 갖다 대고, 이를 지적하면 “철없는 행동일 뿐”이라며 넘어가는 모습은 단적인 사례다. 이는 단지 예절의 문제가 아니라, 타인에 대한 존중과 책임감, 사회적 윤리를 배우는 교육이 가정에서 실종되고 있다는 신호다. 결국 이러한 아이들이 규율과 책임의 질서를 받아들이지 못하고, 학교와 충돌하게 되는 것이다.
가정이 무너질 때 그 공백을 고스란히 떠안는 것이 공교육이다. 그러나 학교는 가정의 역할까지 떠맡을 수 있는 구조가 아니다. 교육의 근간은 협력이다. 부모가 교사를 신뢰하고, 교사는 학생을 인격체로 대하며, 학생은 규율 안에서 자유를 누릴 수 있을 때, 교육은 비로소 제 기능을 다할 수 있다.
자유만 있고 책임이 없는 교육, 그 끝은 붕괴다
오늘날 교육 현장은 ‘자유’라는 가치에만 집중하고 있다. 그러나 진정한 자유는 책임과 균형을 이룰 때 의미가 있다. 교사가 학생에게 규칙을 안내하고, 잘못된 행동을 제지할 수 없다면, 교실은 결코 건강한 공간이 될 수 없다.
학생인권조례는 출발선에서는 귀중한 취지였으나, 실제 현장에서는 교사의 권위를 약화시키는 결과로 이어졌다. 학생의 인권을 강조하면서, 교사의 정당한 훈육조차 제약받고, 고소와 민원이 교육활동을 옥죄는 수단으로 활용되기도 한다. 이로 인해 교사는 스스로를 검열하게 되고, 학생은 책임 없이 행동하면서도 보호받는 존재로 변질된다.
진정한 인권교육은 권리와 함께 책임을 가르치는 것이다. “무엇이든 할 수 있다”는 메시지가 아닌, “무엇을 할 수 있고, 그에 따른 책임은 무엇인가”를 교육해야 한다. 학교는 권리만이 아닌 의무를 가르칠 수 있어야 하며, 그것이 교육의 본질이다.
전환의 시작, 교사의 회복과 제도적 안전망
교육의 회복은 교사의 회복에서부터 출발해야 한다. 교사는 단순히 지식을 전달하는 사람이 아니라, 아이들의 인성과 사회성을 길러내는 전문인이다. 그러기 위해선 교사가 ‘교사다움’을 회복할 수 있어야 한다. 이는 학생에게 맞추기만 하는 존재가 아니라, 잘못을 분명히 지적하고 옳고 그름을 가르칠 수 있는 권위를 회복하는 것을 뜻한다.
이를 위해 교육당국은 교사의 정당한 교육활동을 보호할 수 있는 제도적 안전장치를 마련해야 한다. 훈육이 곧 징계로 이어지는 현실에서는 누구도 교사라는 역할을 감당하기 어렵다. 교사의 훈육과 지도를 사법적 판단과 분리하고, 교실 내 갈등 상황을 교육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중재 시스템이 필요하다.
또한 교사와 학부모 간의 소통을 회복하는 것도 중요한 과제다. 학부모는 자녀 교육을 교사와 ‘공동 책임’으로 인식하고, 감정적 대응보다는 신뢰 기반의 협력을 통해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교육은 일방향이 아닌, 가정과 학교, 사회가 함께하는 협업 구조 안에서만 온전한 결실을 맺을 수 있다.
지금이 전환점이다
교사 폭행 사건은 단지 한 사람의 분노에서 비롯된 문제가 아니다. 이는 누적된 교육 시스템의 병폐가 폭발한 사건이며, 이제는 더 이상 외면할 수 없는 현실이다. 우리는 지금, 교육의 본질을 다시 묻고 회복할 수 있는 마지막 기회 앞에 서 있다.
가정에서부터 다시 시작해야 한다. 아이에게 자유만을 가르칠 것이 아니라, 책임과 규율을 동시에 가르쳐야 한다. 교사는 다시 가르칠 수 있는 권위를 회복해야 하며, 사회는 교사가 올바른 교육을 실현할 수 있도록 제도적, 정서적 안전망을 제공해야 한다.
공교육이 무너지면, 그 피해는 가장 약한 이들에게 집중된다. 그리고 그 여파는 세대를 넘어 사회 전체로 확산된다. 그렇기에 ‘교육의 본질 회복’은 지금, 이 순간 시작되어야 한다. 지금이 전환점이다. 우리가 외면한다면 다음 세대는 더 큰 혼란 속에서 길을 잃을 것이다. 그러나 우리가 함께 나선다면, 다시 ‘제대로 가르치고, 제대로 배우는 교실’을 만들 수 있을 것이다. 교육은 방임이 아닌, 성숙한 공동체의 약속이다. 그 약속을 다시 지킬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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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사입력 2025년04월21일 17시1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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