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홈플러스 회생신청, 책임 회피인가 불가피한 선택인가 본문듣기

작성시간

  • 기사입력 2025년04월22일 17시10분
  • 최종수정 2025년04월21일 12시20분

작성자

  • 안병욱
  • (현) 법무법인 우승 대표변호사. 공인회계사 (전)서울회생법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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홈플러스가 회생절차에 들어가면서 이를 둘러싼 사회적 관심과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이 과정에서 기업이 직면한 위기 상황에서 내린 여러 경영상 판단은 중요한 시사점을 제공하고 있다. 

 

카드대금 유동화 전기단기사채를 둘러싼 논란​

먼저 카드대금 유동화 전기단기사채를 둘러싼 논란이 가장 크다. 홈플러스가 신용등급 하락을 인지한 상태에서 단기사채를 발행한 것은 기업의 도덕성과 금융시장에 대한 책임 의식 부족으로 비판받아 마땅하다. 

 

신용등급은 투자자들이 기업의 재무 건전성과 채무상환능력을 판단하는 핵심 지표로 중요한 정보이다. 홈플러스가 신용등급이 하락한 사실을 인지하고도 유동성 확보를 위해 단기사채를 발행한 것은, 정보 비대칭 상태를 이용하여 투자자들로 하여금 잘못된 정보에 기반하여 투자를 하게 한 것이다. 홈플러스는 자금 조달에는 성공했을지 모르나, 장기적으로는 기업의 신뢰를 저해하는 결과를 낳았고, 자본시장에 대한 불신을 야기하였다. 

 

2013년 동양그룹과 2014년 STX조선해양이 신용등급을 알리지 않고 정상적인 경영 상황인 것처럼 투자자들을 속여 기업어음을 판매한 행위에 대하여 사기죄와 자본시장법 위반이 인정된 사례가 있다.

 

홈플러스가 신용등급의 하락을 알고도 단기사채를 발행한 것은 자금 조달에만 치중한 잘못된 경영 판단이고, 향후 유사 사례의 재발 방지를 위한 제도적 개선이 요구된다.

 

홈플러스의 회생 신청이 적절한 경영상 판단이었는지 문제​

다음으로 홈플러스가 회생 신청을 한 것이 적절한 경영상 판단이었는지가 문제된다. 국내 유통업계에서 오랜 시간 굳건히 자리해 온 홈플러스가 돌연 회생절차를 선택했다는 점에서 시장에 큰 충격을 안겼다. 홈플러스는 수년간 경고음이 울려왔음에도 적극적인 체질 개선이나 장기 전략 없이 시간만 허비하다가 급변하는 소비 환경에 대응하지 못했다. 특히 MBK파트너스 인수 이후에는 실질적인 경영 혁신보다 부동산 매각을 통한 현금화, 인력 감축 등을 통하여 현금을 확보하였다. 그러나 근본적 체질 개선과는 거리가 멀었고, 온라인 경쟁 심화 속에서 필수적인 IT 인프라 강화나 물류 혁신은 뒷전이었다.

그 결과 홈플러스는 빠르게 경쟁력을 잃어갔고, 이는 '사모펀드는 기업을 키우기보다 수익만 빼먹는다'는 대중적 인식을 강화시켰다.

 

그러나 경쟁력을 상실하고 과도한 채무를 감당하기 어려워진 상황에서 홈플러스가 회생 신청한 것이 정당한지에 관한 물음은 기업 경영의 책임과 법제도 활용의 정당성 측면에서 살펴 봐야 할 문제이다. 

 

홈플러스가 자구 노력 없이 경영 실패의 책임을 사회적 비용으로 전가시키기 위해 회생절차를 신청한 것은 경영진의 책임 회피라는 비난이 있다. 임원진 급여 반납, 신규 투자 유치 등 대응책이 시도되지 않은 채, 채권자들의 희생이 불가피한 회생절차라는 수단을 택한 것은 기업의 사회적 책임 측면에서 비판받을 수 있다. 

 

회생절차는 기업이 위기 상황에서 채무조정을 통하여 재무적 건전성을 회복하고 재기할 수 있도록 돕는 법적으로 허용된 채무조정 제도​

그러나 회생절차는 기업이 위기 상황에서 채무조정을 통하여 재무적 건전성을 회복하고 재기할 수 있도록 돕는 법적으로 허용된 채무조정 제도이다. 홈플러스의 경우, 심각한 유동성 위기와 시장 환경 악화 속에서 정상적인 자금 조달이 어려운 상황이었다는 점에서, 회생절차는 기업의 존속 가능성을 확보하기 위한 유효한 선택이었을 것이다. 비록 회생절차가 채권자와 주주에게는 경제적 손실을 줄 수 있으나, 궁극적으로는 기업의 정상화 및 지속 가능한 경영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불가피한 선택일 수 있다.

 

홈플러스가 직면한 위기는 구조적 산업 위기이기도 하다​

홈플러스가 직면한 위기는 구조적 산업 위기이기도 하다. 코로나19 이후 소비 행태 변화, 쿠팡과 마켓컬리 등 온라인 커머스의 급성장으로 홈플러스 같은 전통 유통기업의 입지가 좁아졌다. 그 밖에 인건비 증가, 소비 위축 등 외부 환경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며 홈플러스의 경영 여건이 급속히 악화되었다. 이와 같이 악화된 경영 여건으로 수익성이 떨어진 상황에서, 과도한 채무로 인한 이자 지급이 부담이 된다면, 회생절차를 통한 채무조정과 체계적인 구조조정으로 위기를 극복할 수 있다. 이런 점에서, 회생절차는 위기에 처한 기업의 생존을 위한 전략적 선택이다. 쌍용자동차와 플라이강원 등 많은 기업이 법원의 회생절차를 통하여 위기 상황을 극복하고 재기에 성공하였다. 

 

홈플러스가 회생절차를 거치면서 과도한 채무와 점포 구조를 조정하고, 투자를 유치하는 등의 구조조정을 할 수 있다면 과거의 실패를 새로운 도약의 기반으로 삼을 수 있다. 

 

대주주 MBK​에 대한 추가 출자 요구는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편 홈플러스의 회생절차과정에서 일부에서 대주주인 MBK에게 추가적인 자본 투입을 요구하고 있다. 그러나 주주에 대한 추가 출자 요구는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 MBK가 대주주로서, 추가 출자를 통해 홈플러스의 위기 극복을 위해 노력한다면 지배주주가 사회적 책임을 지는 긍정적 선례가 될 수 있다. 그러나 추가 출자를 강요하는 것은 상법상 확립된 주주의 '유한책임의 원칙'에 반한다. 주식회사 제도의 핵심은 유한책임에 있고, 이는 주주가 자신이 출자한 자본 이상의 책임을 지지 않는다는 원칙을 뜻하며 자본시장에 투자자들이 참여할 수 있는 신뢰의 기반이 된다. 이와 같이 주주의 유한책임은 주주에게 예측 가능성과 안정성을 제공하고, 기업이 자본을 유치할 수 있는 전제조건이기도 하다. 회생절차를 이유로 기존 주주에게 법적 근거 없이 추가 투자를 강제하거나 책임을 부과하는 것은, 이러한 유한책임의 원칙에 반하고 자본시장의 안정성과 예측 가능성을 훼손하여 시장에 대한 신뢰에도 심각한 손상을 초래할 수 있다. 

 

그런 점에서 MBK의 추가 출자는 의무가 아니라 선택이다. 기업이 어려움에 처했을 때, 그 책임을 주주에게 전가하는 접근은 주식회사의 기본 원리를 무시하는 것이다. 

 

홈플러스 사태는 기업의 책임 있는 공시, 정직한 자금 조달, 그리고 위기 시 구조조정의 투명한 절차가 얼마나 중요한지를​ 알려줘

이번 홈플러스 사태는 기업의 책임 있는 공시, 정직한 자금 조달, 그리고 위기 시 구조조정의 투명한 절차가 얼마나 중요한지를 다시금 환기시킨다. 단기적인 유동성 위기를 넘기기 위해 시장 신뢰를 훼손하는 방식이 아니라, 법과 제도에 기반한 합리적 선택을 통해 회생 가능성을 높이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할 것이다.

무엇보다 회생을 이유로 주주에게 유한책임 원칙을 무시하는 추가 출자를 요구하는 것은 자본시장 전체의 건전성을 훼손할 수 있음을 인식해야 한다. 이번 사태를 계기로 기업과 금융당국, 투자자 모두가 법적 원칙과 시장 신뢰 사이의 균형을 다시금 점검할 필요가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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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최종수정 2025년04월21일 12시2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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