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자병법으로 풀어보는 부동산 투자전략 <1> 그린벨트 해제의 득실 본문듣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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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회와 위험의 전략에서 배워라 – 행군편(行軍篇)
부동산 가격 안정화와 실수요자 중심의 주택 공급은 대한민국 정부가 해결해야 할 중요한 과제다. 이에 대한 해법으로 그린벨트 해제가 종종 거론된다. 1971년 처음 수도권에 지정된 그린벨트는 도시의 환경을 보존하고 난개발을 방지하기 위해 설계되었지만, 주택 부족 문제가 심화되며 그린벨트 해제는 주요 정책적 수단으로 떠올랐다.
1990년대 말부터 그린벨트 해제가 본격적으로 시작되었고, 대표적으로 2009~2012년 서울 강남과 수도권 주요 지역에서 보금자리주택을 공급하기 위해 해제가 이루어졌다. 최근에는 2024년 수도권에서 약 8만 가구를 공급하기 위한 대규모 해제 계획이 발표되었다. 이러한 해제는 새로운 주택 공급의 기회를 열어주는 동시에 부동산 투자자들에게도 신호로 작용한다.
그러나 손자병법의 행군편(行軍篇)에서 말하듯, "기회의 신호와 위험의 신호는 종종 뒤섞여 있다." 손자는 鳥集者 虛也 (조집자 허야), 즉 "야생의 새들이 많이 모여 시끄럽게 지저귀고 있다면, 그곳은 이미 병사들이 철수한 빈 막사"라고 경고한다. 새들은 사람이 있을 때는 결코 접근하지 않는다. 겉으로 보기에는 기회처럼 보일 수 있는 상황이 사실은 위험이나 혼란의 신호일 수 있다는 것이다. 이는 그린벨트 해제라는 정책적 선택지에도 동일하게 적용된다.
그린벨트 해제는 분명 새로운 주택 공급을 가능하게 하고, 실수요자 중심의 시장 구조를 만드는 데 기여할 수 있다. 하지만 이것이 항상 순수한 기회로만 작용하지는 않는다. 그린벨트 해제로 인해 발생하는 개발 기대감은 시장 과열과 투기 심리를 유발할 수 있으며, 이는 부동산 가격 상승을 부추기는 역효과로 이어질 수 있다. 적진 위에 새들이 모이는 것이 단순히 빈자리를 의미하지 않듯, 그린벨트 해제는 단기적으로 기회를 제공하면서도 장기적으로 혼란과 불균형을 초래할 가능성을 품고 있다.
손자병법의 경고를 현대적으로 해석하면, 그린벨트 해제를 둘러싼 기회와 위험의 이중성을 신중히 분석해야 한다는 교훈을 얻을 수 있다. 기회가 되는 지역과 위험 요소를 구분하고, 겉으로 드러나는 신호 뒤에 숨겨진 본질을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다. 정책적으로나 투자적으로 그린벨트 해제를 접근할 때, 우리는 단순히 보이는 기회를 좇는 대신, 그 안에 숨겨진 위험의 요소를 이해하며 신중하게 판단해야 한다.
그린벨트 해제와 시장 심리: 단기적 기대와 숨겨진 리스크
그린벨트 해제는 정부가 주택 공급을 확대하고 부동산 시장의 안정화를 꾀하기 위해 자주 선택하는 정책적 수단이다. 그러나 이 정책이 실제로 단기적인 효과를 가져오는지는 회의적일 수밖에 없다. 최근 10년간 그린벨트를 해제한 34곳 중 67.6%에서 주택지구 지정부터 입주까지 8년 이상이 소요되었으며, 평균적으로도 7~9년이라는 긴 시간이 걸렸다. 이는 토지 보상, 인허가 절차, 기반 시설 구축 등 복잡한 과정을 거쳐야 하기 때문이다.
손자병법은 "싸움은 준비된 상태에서만 시작해야 한다"고 가르친다. 준비가 되지 않은 상태에서 서둘러 그린벨트를 해제하는 것은, 싸움터에서 미처 병력과 자원을 정비하지 못한 채 전투를 시작하는 것과 같다. 이는 시장의 불안을 더 부추기고, 가격 과열과 투기적 움직임을 야기하며 오히려 실수요자들이 시장에서 배제되는 결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특히, 그린벨트 해제 이후 토지 보상금이라는 막대한 자금이 부동산 시장으로 유입되면서 부작용은 더욱 심화된다. 개발 기대감이 과열되며 해당 지역과 인근 지역의 부동산 가격은 급등하고, 이는 시장의 균형을 무너뜨린다. 실수요자들이 주택 구매 경쟁에서 밀려나는 가운데, 투기 세력은 활발히 활동하며 시장을 더욱 불안정하게 만든다. 손자병법의 "夜呼者 恐也(야호자 공야)"라는 문장은 이러한 상황을 잘 설명한다. “밤중에 큰소리로 서로를 부르는 군사들은 두려움과 불안에 사로잡힌 상태”를 나타낸다. 이와 마찬가지로, 과열된 부동산 시장은 투기와 불안 심리가 혼재된 위험한 상태에 처할 가능성이 크다.
해제 발표가 가져오는 개발 기대감과 토지 보상금의 시장 유입은 단기적으로는 활기를 불어넣는 것처럼 보일 수 있지만, 이는 일시적 투기 수요와 불안 심리의 파장으로 나타날 가능성이 높다. 시장 심리가 과열되면, 투자가치와 실질적 수요에 대한 냉철한 분석은 뒷전으로 밀리고, 부동산 가격의 급등은 다시 정부의 추가 규제 필요성을 불러오는 악순환을 반복할 수 있다.
투자자와 정책 입안자는 이러한 맥락에서 단순히 "기회"로만 그린벨트 해제를 바라봐서는 안 된다. 그린벨트를 해제한다고 해서 주택 공급이 곧바로 이루어지지 않으며, 실수요자들이 더 많은 주택에 접근할 수 있도록 보장하는 것도 아니다. 오히려 정책 실행의 타이밍과 시장 심리 관리가 동반되지 않으면, 그린벨트 해제는 실효성이 없는 결과를 초래할 뿐이다.
손자는 "軍擾者 將不重也(군요자 장부중야)", 즉 "군대가 어지럽다면 이는 지휘관이 신뢰받지 못하고 있다는 증거"라고 말한다. 이는 정책을 주도하는 리더십과 신뢰가 부동산 시장 안정화에 얼마나 중요한지를 보여준다. 정부의 그린벨트 해제 정책이 단기적 기대감에 그치지 않으려면, 정책의 실행 과정에서 실수요자의 이익을 최우선으로 하고, 시장 과열과 투기 세력을 억제할 수 있는 강력한 대책이 필요하다.
결론적으로, 그린벨트 해제는 단기적인 공급 확대보다는 장기적이고 안정적인 접근이 요구되는 정책이다. 투기 심리와 과열된 시장 분위기에 휩쓸리지 않도록, 정책의 타이밍과 실행 속도를 조정하며, 시장의 본질을 명확히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다. 손자병법의 지혜처럼, "준비되지 않은 전쟁은 패배를 부를 뿐"이다. 이는 부동산 정책에서도 마찬가지로 적용되는 진리다.
손자병법이 가르쳐주는 투자 지혜
손자병법의 행군편은 "적진 위에 새들이 모이는 상황"과 같은 여러 징후를 통해 기회와 위험을 구분하고 대비하라고 조언한다. 부동산 투자에서도 이러한 지혜는 여전히 유효하다.
부동산 투자자는 그린벨트 해제라는 신호를 단순히 기회로만 간주하기보다는, 정책의 속도와 방향, 시장의 심리적 반응을 종합적으로 분석해야 한다. 손자병법의 교훈처럼, 신중한 준비와 전략적 행동이야말로 투자 성공의 핵심이다. 이러한 지혜를 바탕으로 장기적 가치를 추구하는 투자 전략을 세운다면, 부동산 시장에서 흔들리지 않고 승리를 거머쥘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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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완희는 누구?> 국내 1군 건설사를 시작으로 부동산 업계에 입문해 현재는 부동산 개발 관련 금융 회사인 WWW자산운용의 대체투자본부장을 맡고 있다. 그동안 건설사, 자산운용사, 증권사 등을 거치며 국내 및 해외 부동산 투자, 총 5조 원 이상을 집행한 경험을 쌓았다. 다양한 이력과 노력으로 실전은 물론 이론까지 겸비한 부동산투자전략 전문가이다. 홍익대학교를 졸업하고 건국대학교와 미국 위스콘신대학교 매디슨에서 부동산학 석사학위를 받았으며 현재 서강대학교에서 부동산학 박사과정을 밟고 있다. 저서로는 스테디셀러인 <부동산금융 커리어 바이블 (2011)>(매일경제신문사 刊), <부동산 디벨로퍼와 투자자로 사는 법(2024)> 등이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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