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책금리 인하 이후 시장금리 상승, 어떻게 볼 것인가? 본문듣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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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인하한 이후 시장금리는 오히려 상승세로 돌아섰다. 이와 관련 시중에서는 몇 가지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왜 이런 일이 일어나는가? 통화정책의 효과가 없는 것이 아닌가? 앞으로 어떻게 될 것인가? 이하에서는 최근 시장금리가 상승하는 배경과 그 의미를 간단히 살펴보고자 한다,
한국은행은 지난 10월 10일 기준금리를 0.25%p 인하하였다. 내수회복세가 더딘 것이 금리를 인하한 주요 배경으로 보인다. 소비와 투자 등이 예상외로 부진하여 국내 경기기 위축되는 것을 방지하고자 하는 의도가 숨어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 사실 금리를 인하할 수 있는 여건이 어느 정도 조성되었다. 물가가 안정세를 회복하였고 금융당국의 개입으로 가계대출 증가세가 둔화될 것으로 예상되었다. 미국이 9월 18일 정책금리를 0.5%p 인하함으로써 한국은행이 금리를 인하하더라도 한미금리격차가 확대될 여지가 줄었고 그에 따라 환율이 오를 위험이 완화되기도 하였다, (실제로는 미국 경제의 호조로 미달러화 강세가 이어지면서 원/달러 환율이 급격히 상승, 당국의 예상과는 다른 결과가 나타나고 있다.) 요컨대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내린 의도와 이유는 충분히 이해되고 납득할만하다.
그러나 한국은행이 의도한 바대로 효과가 나타날지 의문을 갖게 하는 일이 지금 금융시장에서 일어나고 있다. 그것은 바로 시중금리가 하락하지 않고 있다는 사실이다. 한국은행의 통화정책이 효과를 내기 위해서는 시중금리가 기준금리 인하에 상응하여 낮아져야 한다. 그러나 현실에서는 시중금리가 예상과는 달리 오히려 상승하고 있다. 국고채 10년물 수익률이 9월 중순 2.9% 수준에서 최근에는 3.1% 내외로 올랐다 (아래 그림 왼쪽 그래프).
왜 이런 일이 일어나고 있는가? 주택담보대출 등 대출금리가 오르는 것은 이해할 수 있다. 금융당국에서 대출을 규제하면서 금리가 오를 수 있는 여지가 생겼다. 그에 비해 최근 시중금리(국고채 금리)가 상승하는 것은 국내 경제상황과는 크게 관련이 없는 것으로 보인다. 최근 국고채금리가 상승하는 것은 미국 금융시장의 영향을 받은 것으로 풀이된다. 근래 우리나라 시중금리는 미국 금리에 동조하는 모습을 보여왔다. 우리나라 국고채의 경우 주요 글로벌 투자자들의 포트폴리오에 편입되고 있기 때문에 국내 채권 수익률이 국제적으로 연동되어 움직이는 경향이 있다. 결론적으로 최근 국내 시중금리의 상승은 미국의 시장금리가 상승하고 있는 데 기인하고 있다.
미국의 시장금리는 9월 16일 이후 지금까지 지속적으로 상승세에 있다(앞의 그림 오른쪽 그래프). 9월 18일 연준이 정책금리를 0.5%p 인하하였음에도 금리는 정책금리와는 상반되게 상승세로 전환하였다. 10월 31일 현재 미재무성증권 10년물 수익률은 4.28%를 기록하였는데 이는 9월 16일 수익률 3.63%에 비하면 0.65%p 상승한 것이다. 연준이 정책금리를 0.5%p 인하한 것을 감안하면 시장금리는 역으로 0.65%p나 상승함으로써 그 괴리는 무려 1.15%p에 달했다.
그렇다면 미국에서는 왜 금리가 상승하는가? 미국 금리가 정책금리와 달리 움직이는 것은 경기 판단에 대한 연준과 시장의 견해가 서로 엇갈리기 때문으로 보인다. 연준이 9월 금리를 인하한 것은 경기가 예상외로 둔화될 것을 우려하여 선제적으로 대응하기 위함이었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2% 대로 낮아짐으로써 물가에 대응할 필요성은 낮아졌다. 그에 비해 고금리가 장기화됨으로서 경기침체 우려가 커지고 있었다. 특히 8월초에 발표된 고용지표에 따르면 고용증가세가 축소되는 조짐이 나타났는데 이 정보가 연준의 9월 정책 결정에 결정적으로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시장에서는 연준의 이러한 판단에는 경제사정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결과라는 시각이 형성되었다. 실제로 10월 초 발표된 고용지표(취업자 증폭)가 시장의 예상을 훨씬 뛰어넘는 호조를 보였다. 이에 따라 시장에서는 앞으로 연준이 정책금리를 인하 속도를 조정하게 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러한 전망에 입각하여 시장금리가 상승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면 미국 금융시장에서는 앞으로 경기가 호전될 것으로 보고 있는 것인가? 통상적으로는 미국 장기금리가 상승하는 경우 금융시장에서 경제를 낙관적으로 전망한다는 의미가 내포되어 있다. 그러나 현재의 장기금리 상승에는 이러한 의미가 과히 크게 담겨 있지는 않다. 금융시장에서는 미국 경제에 대해 비관적으로 보는 분위기가 2023년 말경에 이미 형성되었다고 볼 수 있다. 연준의 급격한 금리 인상으로 미국 경제가 위축될 것으로 예상하는 상황이었다. 이에 따라 장기금리가 단기금리를 하회하는 수준으로 큰 폭으로 하락하였다 (다음 그림 오른쪽 첫째 그래프). 그 이후 경제상황에 따라 장기금리는 등락을 거듭하였지만 비교적 낮은 수준에서 머물렀는데 이로써 시장에서는 장래에 대한 비관적 전망이 우세하였다고 볼 수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장기금리가 단기금리를 하회하는 이례적인 일이 발생하고 있다 (아래 그림 왼쪽 첫째그래프). 이 역시 미국 장기금리를 하락에 영향을 받은 데다 국내 경기 둔화 가능성 등을 반영한 것으로 풀이된다.
그동안 장기 시장금리가 지나치게 낮았던 점을 감안하면 최근 이 금리가 상승하는 것은 오히려 반길 일로도 볼 수 있다. 경기가 좋아진다는 전망을 반영하거나 금리 수준이 정상화된다는 등의 의미가 담겨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러한 의미도 상당히 제한적이라 하겠다.
최근의 장기금리 상승은 금융시장에서 그동안 형성되어 있던 비관적인 경제전망에 대해 다소간 수정되는 데 불과하다. 9월 이후 경제지표들이 예상외로 호조를 보인 데 따른 금융시장의 시각 변화를 반영한 것이다. 그러나 그 수정이 낙관적인 수준에 이르지는 못한 것으로 평가된다. 여전히 경기가 하강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한 가운데 정책금리 조정 속도가 다소 지체될 것이라는 정도로 그 전망을 수정한 것으로 보아야 할 것이다.
미국 금융시장의 움직임이 이렇다면 한국은행의 정책금리 인하 결정의 영향은 없는 게 아닌가? 정책 결정 이후 약 한 달 동안의 국내 금리 동향으로 보면 기준금리 인하의 효과는 나타나지 않은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정책 효과가 나타나는 데에는 상당한 시차가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한 달 지나서 그 효과가 나타나느냐 여부를 논의하는 것은 시기상조이다. 적어도 미국 금융시장을 비롯하여 국내 금융시장에서의 변화 방향 등을 상당한 시일에 걸쳐 점검하여야 그 영향을 판단할 수 있을 것이다.
과거 사례에서 보듯이 중앙은행 정책금리와 시장금리가 엇갈리는 경우는 허다하다 (위 그림 각 열, 두 번째 그래프). 이는 시장과 당국의 전망이나 의사결정에서 약간씩 차이가 날 수밖에 없는 현실을 반영한 것이다. 이러한 견해와 시각 차이는 당국과 시장이 서로 의사소통을 하는 방법 중의 하나이다. 단기적으로 당국과 시장의 견해 차이가 있더라도 장기적으로는 양자가 서로 같은 방향을 지향하게 된다. 앞으로도 정책금리와 시장금리는 서로 수렴하는 쪽으로 변해갈 것은 확실하다.
이상과 같이 한국은행 기준금리 인하와 관련하여 다양한 의문들이 제기되는 것은 많은 사람들이 현재의 난국을 벗어나기를 간절히 바라는 여망을 반영하였다고 풀이된다. 현재 시중에는 정책금리 인하를 통해 우리 경제의 어려움이 일거에 해소되기를 바라는 기대가 워낙 크다. 그동안 미국이나 우리나라 중앙은행이 정책 결정을 상당 기간 미루면서 언제쯤 금리를 인하할 것인지에 관심이 집중되었다. 이러한 상황에서 정책금리만 변경되면 큰 변화가 나타날 것으로 예상하는 분위기가 암암리에 형성되었던 것으로 보인다.
그렇더라도 이러한 기대는 지나친 감이 있다. 중앙은행의 정책금리 소폭 변동으로 엄청난 변화가 나타나기는 힘들다. 그리고 중앙은행 정책금리 변경으로 모든 문제를 해결할 수는 없다는 것도 엄연한 현실이다.
정책금리 인하의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서는 재정정책 등 다른 분야에서 보조를 맞춰 정책 조합을 유기적으로 구성할 필요가 있다. 이런 차원에서 현재의 경제적 어려움을 극복하는 데 통화정책에만 의존하기보다는 관계당국들과 민간 경제주체들의 유기적 협조를 촉구하여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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