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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 사랑방> 규제와 혁신을 모두 놓친 공정위의 디지털 쇄국정책 본문듣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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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입력 2024년10월09일 17시10분

작성자

  • 양창규
  • 서울벤처대학원대학교 교수, 한국벤처창업학회 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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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플랫폼 규제 논의의 목적 

 

공정거래위원회(이하 ‘공정위’)에서 당초 추진했던 ‘플랫폼 공정경쟁촉진법’(이하 ‘플랫폼법’)을 백지화하고, ‘자사우대’, ‘끼워팔기’ 등을 금지하는 내용을 골자로 공정거래법 개정안을 추진하면서 국내·외 모두에서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아직 법안이 완성되지도 않았음에도 급성장하는 플랫폼 시장 상황을 고려할 때 법 개정으로는 근본적인 한계가 있다는 국내 전문가들의 비판뿐만 아니라  “한국이 새 플랫폼 규제법으로 미국 기업을 차별하면 보복관세로 맞대응해야 한다”며 미국 하원의원까지 가세하면서 논란은 커지고 있다. 미국 하원에 제출한 법안이 의회를 통과하기에는 어려운 급조된 법안이라는 의견이 다수이지만 플랫폼에 대한 공정위의 독단적인 규제방향 설정은 국내를 넘어서 이제 국외까지로 논란을 키우는 모양새다. 지난해 12월 플랫폼법을 통해 독과점을 규율하겠다는 공정위는 논란 속에서 2개월 만에 재검토에 돌입했고, 7개월만인 지난달 공정거래법 개정으로 방향을 선회하는 등 규제 논의의 목적조차 잊은 것 같은 행보를 보이고 있다.

 

▮글로벌 빅테크 플랫폼에만 야박한 공정위

 

공정위가 ‘경쟁 촉진’, ‘반경쟁 금지’와 같은 그럴듯한 명분으로 플랫폼 시장에서의 독과점을 막고 공정한 경쟁을 촉진시키겠다고 하나, 그 대상은 네이버와 카카오, 구글과 애플 정도다. 문제는 이번 규제가 유럽의 디지털 시장법(이하 ‘DMA’)을 상당히 인용했다는 점인데, 실질적으로 이 법은 유럽 이기주의에 기인한 자국 보호 정책이다. 유럽에서 지정한 시장 지배적 기업 중 유럽의 기업은 단 한 곳도 없는 데다가, 전 세계 연 매출의 최대 10%를 과징금으로 부과할 정도로 미국 기업에게 가혹하다. 미국으로부터 큰 무역 흑자를 얻고 있음에도 디지털 부분에서의 적자를 DMA로 메꾸고 있다는 냉소적인 비웃음을 받고 있을 정도다. 

 

이 대목에서 DMA를 인용한 공정위의 공정거래법 개정이 우리의 현실에 맞는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 물론, 전 세계적으로 플랫폼 정책이 자국 플랫폼의 보호와 규제를 완화하는 방향으로 가고 있다고 하지만, 한국의 플랫폼 시장에 적합한 지에 대해서는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중국이나 일본처럼 아마존, 애플, 메타 등과 같은 글로벌 빅테크 플랫폼과의 경쟁을 피하고 안전한 자국시장에서만 안주할 것인가라는 문제이다. 중국이나 일본과 격차가 있는 국내 플랫폼 기업들의 경쟁력을 생각해볼 때, 글로벌 빅테크 플랫폼에 비해서 네이버와 카카오가 보호받아야만 하는 약자라서 국가가 나서서 보호해줘야 한다는 주장에 동의하기 어렵다.

 

▮국내 플랫폼의 ‘공포 마케팅’을 언제까지 봐야하는가?

 

유튜브 프리미엄이 공정거래법 상 ‘끼워팔기’에 해당하는 지에 대한 공정위의 조사는 시기와 사유로 인해 국내 플랫폼에 대한 일방적인 편들기의 대표적 사례로 얘기된다. 시기적으로는 지난해 12월 유튜브 뮤직이 활성화 되면서, 그 동안 월 순이용자수(MAU) 기준 1위를 유지하고 있던 카카오의 멜론이 유튜브 뮤직에 밀려 1위 자리를 내준 이후이다. ‘끼워팔기’에 대한 해석에도 논란이 있는데 네이버가 유료 멤버십에 클라우드 저장 공간과 디지털 콘텐츠 등을 사용할 수 있게 한 상품은 ‘자사 우대’에 해당해 ‘끼워팔기’가 아니라는 해석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글로벌 빅테크 플랫폼의 국내시장 잠식이라는 ‘공포 마케팅’에 정부가 나서는 바람에 국내 플랫폼 시장을 독과점의 형태로 성장하면서 다양하고 혁신적인 플랫폼들이 활성화 될 수 있는 기회를 놓치게 한 것은 아닌지 돌아볼 필요가 있다.

 

▮개방된 경쟁과 혁신을 통한 역동적인 플랫폼 생태계로 나아가야 ...

 

글로벌 빅테크 플랫폼의 국내시장 잠식이라는 현재 시장 상황만을 고려해서 네이버나 쿠팡이 공룡이 아닌 약자라고 보호만 하는 것은 국내 플랫폼 시장에는 단기적인 미봉책에 불과하다. 이미 10년 넘게 소비자들이 해당 플랫폼을 이탈할 수 없는 ‘자물쇠 효과(Lock-in)’와 독과점적 지배력을 이용해 인접한 다른 시작으로 전이시켜 사업을 확대한 ‘시장전이 효과’를 이용해 혁신적인 신생사업자의 성장을 막고 경쟁을 후퇴시켜왔던 '네카쿠배'가 보호받아야만 할 약자라는 주장은 쉽게 받아들이기 어려울 뿐이다. 정부가 여러 차례 공언했던 경쟁촉진법의 입법마저 포기한 지금, 국내 플랫폼 대기업들은 잇따라 요금제나 수수료를 인상했고, 노골적인 불공정행위도 여전히 지속하고 있다. ‘온라인 플랫폼 독과점 규제법’ 지금이라도 다시 논의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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