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려있는 정책플랫폼 |
국가미래연구원은 폭 넓은 주제를 깊은 통찰력으로 다룹니다

※ 여기에 실린 글은 필자 개인의 의견이며 국가미래연구원(IFS)의 공식입장과는 차이가 있을 수 있습니다.

<IT 사랑방> 특수목적 블록체인 시대의 도래 본문듣기

작성시간

  • 기사입력 2024년06월18일 17시10분
  • 최종수정 2024년06월17일 20시28분

작성자

  • 이보라
  • 서강대학교 미래교육원 겸임교수

메타정보

  • 2

본문

블록체인은 탈중앙화, 투명성, 보안성이 필요한 분야에 사용할 수 있는 기술이다. 한창 코로나가 유행할 때 사용했던 쿠브(COOV) 앱을 기억할 것이다. 전자 예방 접종 증명서를 담은 쿠브는 사용자 정보를 중앙 서버가 아닌 본인의 스마트폰에만 저장하는 분산 디지털 신원 증명 기술을 사용해 만들어졌다(탈중앙화). 쿠브는 접종 이력을 블록체인에 안전하게 기록하되(투명성) 접종 여부 확인에 필요한 정보를 제외한 개인정보는 공개 범위를 지정할 수 있도록 하였다(보안성)는 특징이 있다. 쿠브 사례에서 보듯이 블록체인 기술을 사용하면 기존 IT 인프라만으론 충족시키기 힘든 요구사항을 충족하는 시스템 개발이 용이하다.

 

그런데 이더리움을 위시한 기존 범용 블록체인은 급증하는 트래픽을 처리할 수 있는 확장성이 떨어지고, 데이터 검증을 위한 별도의 절차가 필요해 거래 처리 속도가 기존 IT 인프라보다 현저히 떨어진다는 한계가 있다. 그리고 가스비라 불리는 처리 수수료가 높아 사용자에게 심리적 장벽을 준다는 단점이 있다. 금융 분야엔 빠른 처리 속도와 확장성, 강력한 보안이 필수이다. 게임이나 소셜 네트워크 분야에선 사용자 경험과 콘텐츠 저작권 보호가 중요한 이슈이다. 하지만 범용 블록체인은 말 그대로 ‘범용’이기 때문에 특수 목적에 부합하는 솔루션을 제공하진 못한다는 한계가 있다.

 

이런 한계를 극복하고자 최근에는 각 분야에 특화된 블록체인이 등장하고 있다. 금융 분야의 디파이(DeFi, Decentralized Finance) 특화 블록체인, 게임 회사가 출시한 게임 전용 블록체인, 디핀(DePIN, Decentralized Physical Infrastructure Network) 특화 블록체인같이 말이다.

 

디파이 특화 체인들은 빠른 처리 속도와 강력한 보안을 비롯해 즉각적인 거래 완결성, 거의 제로에 가까운 수수료를 내세운다. 대표 프로젝트론 인젝티브(Injective), 베라체인(Berachain), 세이(Sei), 디와이디엑스(dYdX)가 있는데, dYdX는 파생 금융상품 거래를 위한 특화 체인이라는 점이 독특하다.

 

게임 전용 블록체인은 대표적인 국산 프로젝트인 위믹스(Wemix)와 마브렉스(Marblex)가 있는데, 이들 체인은 플레이어가 게임 내 활동을 통해 보상을 얻는 P2E(Pay-to-Earn) 모델이 기본 탑재돼 관련 기능을 구현하기가 쉽고, 아이템 소유권 검증을 위한 NFT 관련 기능이 내장되어있다는 특징이 있다. 또한 플레이어가 같은 체인에서 운영되는 다른 게임으로 쉽게 아이템을 옮길 수 있도록 해주는 상호운용성도 보장한다.

 

물리적 시스템과 디지털 시스템을 연결하는 디핀 프로젝트 특화 체인은 대개 물리 장비가 함께 동작하기 때문에 장비 제공자의 신원 보안에 관한 기능을 기본 제공한다. 이에 더하여 장비 제공자에게 쉽게 토큰 보상을 할 수 있는 메커니즘이 구현되어 있다. 또한 물리 장비를 통해 수집한 정보를 일정 기간 보관하고, 기간이 지나면 자동 폐기할 수 있도록 해준다는 특징이 있다. 대표 프로젝트론 아이오텍스(IoTeX)가 있다.

 

특수 목적에 기반한 블록체인은 해당 분야에서 높은 성능을 보장한다는 장점이 있다. 높은 성능은 사용자 경험 개선으로 이어지기 때문에 특수 목적 블록체인은 블록체인 기술의 대중 수용을 앞당기는 견인차 역할을 한다. 물론 특수 목적 블록체인도 단점이 있다. 해당 체인을 제외한 다른 체인과 유기적으로 동작하지 않을 수 있고, 기술 파편화로 인해 네트워크 효과가 감소할 수 있다.

 

업계에 종사하며 여러 글로벌 프로젝트를 관찰하다 보면 요즘은 단일 블록체인보다  멀티 블록체인을 채택해 각 블록체인의 기술적, 사회·경제적 장점을 십분 활용하는 사례가 늘어나는걸 볼 수 있다. 특수 분야는 특화 블록체인에, 토큰은 유동성이 풍부한 범용 블록체인에 발행하는 식으로 말이다. 

 

범용 블록체인 사이에도 상호운용성 문제가 존재했는데, 요즘엔 브릿지 등의 기술이 성숙해져 체인 간 자산 이동이 수월하다. 이 기술 노하우가 범용과 특수 블록체인 간 상호운용이 필요한 곳으로 전파되면 특화 블록체인 간, 범용-특화 블록체인 간 상호 운용 문제가 점차 해결될 것으로 전망한다.

 

특화 블록체인의 등장은 거스를 수 없는 흐름이다. 만들고 싶은 서비스가 투명성, 보안성이 보장되어야 사용자 경험을 향상할 수 있다거나 서비스 전체는 아니지만 일부에 강력한 보안이 필요한 경우 등 여러 사례에 블록체인 기술을 적용하면 경쟁력 있는 서비스를 만들 수 있을 것이다. 

 

이를 위해서 기술자는 기술 동향을 꾸준히 관찰하고 있다가 필요한 부분에 범용 혹은 특화 체인을 적용해 기존 IT 인프라가 해결하지 못하는 문제를 빠르게 해결할 수 있도록 준비해 두는 게 좋다. 규제 당국은 타 정부, 국제 표준 기구와 협의체를 구성해 상호운용에 관한 표준을 만들어 기업 간 파워 게임에 소모되는 시간, 자원을 예방하는 데 힘써주길 바란다.

<ifsPOST>​ 

2
  • 기사입력 2024년06월18일 17시10분
  • 최종수정 2024년06월17일 20시28분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