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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험료 인상 및 국고지원 확대를 통한 건강보험 재정 관리가 점차 한계에 직면하고 있어 지출 효율화가 필요하다. 건강보험 진료비 지출 증가 요인을 분석한 결과, 가격 상승의 영향이 컸으며, 특히 의원급 의료기관(‘동네 병원’)을 중심으로 의료서비스 이용 빈도보다 가격 상승이 전체 의료비 지출 증가에 중요한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따라서 의원급 의료기관이 일차의료 ‘주치의’ 역할을 보다 충실히 수행할 수 있도록 현행 행위별 수가제 중심의 지불제도를 보완하고 지출 평가체계를 공식화하여 건강보험 지출 관리를 강화할 필요가 있다.
Ⅰ. 들어가며
우리나라의 의료비 지출은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전체 보건의료 재화 및 서비스에 지출한 금액을 나타내는 경상의료비는 2009년 GDP 대비 5.9%에서 2022년 9.4%로 빠르게 증가하여 OECD 평균(9.2%)을 넘어섰다. 건강보험의 급여 의료비 지출 등을 포괄하는 건강보험 재정지출은 COVID-19 기간을 제외하면 중앙정부의 재정지출 증가율보다 상당히 높은 증가율을 나타내고 있다.
이러한 지출 증가세에도 불구하고 건강보험 재정지출 통제 장치는 부재한 상황이다. 건강보험 재정은 지출 수준을 기준으로 수입을 결정하는 양출제입(量出制入) 방식으로 운영된다. 건강보험 지출이 증가하는 만큼 충분한 재원을 확보하지 못할 경우 건강보험 재정은 지속성 위기에 직면할 가능성이 있다. 과거 건강보험 재정위기 시 국고 지원 도입과 재정수입 확충을 통해 대응했으나, 저성장 국면과 인구 고령화 등으로 재원 마련 여건이 악화됨에 따라 건강보험 수입 확충을 통한 재정 관리는 한계에 직면하고 있다. 이에 더해 건강보험 재정에 대한 국고지원의 지속적 확대는 다른 분야에 대한 재정 투자를 구축해 사회 전체의 비효율을 가져올 수 있다. 충분한 건강보험 지출 효율화 노력이 없다면, 보험료 인상 또는 증세에 대해 국민을 설득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건강보험 재정지출 관리는 건강보험 재정의 지속가능성 강화를 위한 필수 조건이다.
효과적인 재정지출 관리를 위해서는 지출 증가를 견인하는 요인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다. 인구의 특성과 의료서비스 이용, 질병 유형의 변화 등 의료비를 구성하는 세부적 요인이 의료비 지출 증가에 미치는 영향을 확인하는 것은 건강보험 재정지출 관리를 위한 대안을 마련하는 데 정보를 제공하고, 향후 의료비 지출의 변화를 예측하는 데도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이러한 문제의식하에서 본고는 건강보험 공단 부담금과 개인이 직접 지불하는 본인부담금을 포함하는 건강보험 진료비 지출의 증가 요인과 그 변화를 확인하고, 재정지출 관리 방안을 제안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Ⅱ. 건강보험 지출 구성 요소별 기여도 변화 분석
1인당 건강보험 진료비 지출은 인구구조(인구 요인)와 의료서비스의 이용량(수량 요인) 및 가격(가격 요인)으로 분해할 수 있다. 1인당 진료비를 고려하는 것은 인구수의 영향을 배제하기 위함이다. 인구 요인은 인구구조의 변화에 따른 건강보험 진료비 지출 변화로 정의된다. 분석의 기준연도인 2009년과 각 연도의 인구구조가 동일하다는 가정하에 산출한 가상의 건강보험 진료비 지출과 실제 진료비 지출 간 차이로 계산된다. 인구 요인을 제거한 건강보험 진료비 지출은 기준연도 대비 의료서비스 이용 변화에 따른 진료비 지출 증가와 의료서비스 이용당 비용의 변화로 인한 지출 증가로 분해할 수 있으며, 이를 각각 수량 요인과 가격 요인으로 정의한다. 건강보험 진료비 지출 증가에 대한 각 요인별 기여율은 각 요인의 변화가 건강보험 진료비 지출 증가를 설명하는 정도를 의미한다.
건강보험 청구자료를 이용해 2009년부터 2019년까지의 건강보험 진료비 지출 증가를 살펴보자. 분석 기간을 2019년까지로 한정한 것은 COVID-19 기간 동안 발생한 이례적인 의료서비스 이용 감소를 분석에서 제외하기 위함이다.
<표 1>은 인구 1인당 건강보험 진료비 지출 증가를 요인별로 분해한 결과다. 2019년 인구 1인당 (물가상승을 감안하여 조정된) 건강보험 진료비 지출은 2009년 대비 28.0% 증가하였다. 이 중 가격 요인이 건강보험 진료비 지출 증가의 76.7%를 설명해 기여도가 가장 큰 요인으로 확인된다. 수량 요인의 변화는 건강보험 진료비 지출 증가의 14.6%를 설명하며, 인구 요인은 전체 진료비 증가의 8.6%만을 설명하는 요인인 것으로 나타난다. 주로 고령화에 기인한 인구구조의 변화가 건강보험 재정지출 증가로 이어지는 요인임은 사실이나, 의료서비스의 가격 및 이용 증가 정도에 비해서는 상대적으로 제한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이 확인된다.
[그림 3]은 2009년 대비 각 연도의 건강보험 진료비 지출 증가율과 요인별 기여도를 나타낸다. 모든 연도에서 가격 요인의 증가가 건강보험 진료비 지출 증가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가장 크다. 특히 가격 요인의 기여도는 최근으로 올수록 확대되고 있으며, 2015년 이후 건강보험 진료비 지출 증가의 70% 이상을 의료서비스 가격의 상승이 설명한다. 수량 요인은 2012년 건강보험 진료비 지출 증가의 38%를 설명하였으나 이후 기여도가 하락하는 양상이 나타나며, 2017년 이후 건강보험 진료비 지출 증가의 15% 정도를 수량 요인의 변화가 설명한다. 한편, 인구 요인은 2012년 이후 영향이 점차 축소되고 있으며, 건강보험 진료비 지출 증가의 10% 내외를 설명한다.
분석 결과는 가격 요인에 대한 점검이 효과적인 건강보험 재정지출 관리를 위해 우선적으로 고려되어야 함을 시사한다. 또한 고령화에도 불구하고 인구 요인의 영향력이 축소되고 있어, 그 배경을 확인하고 고령 인구의 의료비 지출 관리 방안에 적용할 필요가 있다. 요인별 변화를 좀 더 자세히 확인하기 위해 건강보험 진료비 지출을 유형별로 나누고 유형별 기여 요인의 변화를 확인해 보자.
Ⅲ. 유형별 건강보험 진료비 지출 기여도 분석
유형별 건강보험 진료비 지출 분석을 위해 건강보험 진료비를 우선 (1) 입원서비스와 외래서비스의 서비스 유형별로 살펴보고, (2) 상급종합병원, 종합병원, 병원급 의료기관 및 1차병원(의원급 의료기관) 등 4개의 의료기관 종별로 구분하여 요인별 기여도 분해를 시도한다.
1. 서비스 유형별 진료비 분석
[그림 4]는 입원서비스와 외래서비스의 가격 요인과 수량 요인의 변화 추이를 나타낸다. 전체 건강보험 진료비 지출 증가 분석과 유사하게 가격 요인의 기여도 확대가 입원서비스와 외래서비스 모두에서 공통적으로 나타난다. 특히 2012년 이후 외래서비스 가격 요인의 영향력이 가파르게 확대되고 있어 가격 요인의 영향력 확대에 외래서비스가 주로 기여한 것으로 판단된다.
외래서비스 가격 요인의 상대적으로 빠른 기여도 증가에는 고비용의 의료서비스 이용 증가, 진료 강도의 변화, 수가의 상승 등이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예컨대 가격 요인의 진료비 지출 증가 기여도가 특히 높은 암 질환은 암 절제술 이후 평균적인 입원 기간이 꾸준히 하락하고 있으며, 관련 치료는 외래서비스 이용으로 전환되고 있다. 특히 상급종합병원에서 외래서비스 이용의 증가는 상대적으로 고가의 외래서비스 이용 및 진료 강도의 상승으로 이어져 외래서비스 이용당 의료비 지출의 증가를 야기하고 가격 요인의 기여율 증가로 이어질 수 있다. 권정현(2023)에 따르면, 실제로 상급종합병원에서는 입원서비스보다 외래서비스 이용 증가가 두드러지는데, 2009년 대비 2019년 상급종합병원에서 외래서비스 증가율(32.2%)은 입원서비스 이용 증가율(16.0%)을 2배 정도 상회한 것으로 나타난다. 수가 인상의 차이 또한 외래서비스 가격 요인이 상대적으로 높은 기여도를 나타내는 현상을 설명하는 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 의원급 의료기관의 2009년부터 2019년 사이 수가 증가율은 28.4%인 반면, 동일 기관 병원급 의료기관의 수가 인상률은 18.1%로 수가의 상승이 외래서비스 가격 요인의 영향 확대로 이어졌을 것으로 추측되며 이에 대한 보다 구체적인 검토가 필요하다.
외래서비스 가격 요인의 영향력 확대가 고비용의 입원서비스를 외래서비스가 대체한 결과라면 건강보험 지출 관리 측면에서 바람직한 방향의 변화로 평가할 수 있다. 그러나 입원서비스와 외래서비스 수량 요인의 영향력 변화를 볼 때 입원서비스가 외래서비스로 대체되고 있다는 증거는 명확하지 않다. 가격 요인의 영향력이 확대되는 양상과 달리 수량 요인의 기여도는 외래서비스와 입원서비스 모두에서 하락하고 있기 때문이다. 입원서비스 수량 요인은 2015년까지 건강보험 진료비 지출 증가의 37.7%를 설명할 정도로 건강보험 진료비 지출 증가의 주요한 요인으로 작용하였으나, 이후에는 기여도가 지속적으로 하락해 2019년에는 24.2%로 축소되었다. 이와 같은 입원서비스 수량 요인의 영향력 하락에는 입원서비스 이용 증가의 둔화가 영향을 미치고 있다. 2009년 대비 2019년 입원서비스 이용은 45.9% 증가하였으나, 그증가세는 점진적으로 하락하고 있다. 병상 수 증가율도 하락하고 있는데, 우리나라의 인구 천명당 병상 수 증가율은 2009~14년 11.3%에서 2014~20년 2.3%로 빠르게 하락하였다(권정현, 2023).
2. 의료기관 종별 건강보험 진료비 분석
[그림 5]는 건강보험 진료비에 대해 상급종합병원(3차병원)과 종합병원 및 병원(2차병원), 의원(1차병원)의 의료기관 종별로 기여도 분해를 수행한 결과이다. 가격 요인이 건강보험 진료비 지출에 기여하는 정도와 수량 요인의 기여도가 역전되는 양상은 의료기관 종별 분석 결과에서도 동일하게 확인된다. 분석 결과에 따르면, 2019년 의원급 의료기관의 가격 요인 증가는 2009년 대비 건강보험 진료비 지출 증가의 24.9%를 설명해 가장 기여도가 큰 요인으로 확인된다. 다음으로 상급종합병원의 가격 요인(17.0%)과 종합병원급 의료기관의 가격 요인(14.6%)이 건강보험 진료비 지출 증가의 주요 기여 요인으로 확인된다.
가격 요인의 영향이 확대되는 것과 달리 수량 요인의 건강보험 진료비 지출 증가 기여도는 2012년 이후부터 하락하고 있다. 특히 의원급 의료기관과 상급종합병원에서 수량 요인의 기여도 하락이 두드러지며, 종합병원과 병원급 의료기관에서는 완만한 하락세를 나타낸다.
Ⅳ. 건강한 고령화의 가능성
고령화에 따라 의료비가 크게 증가하고 있을 것이라는 일반의 인식과는 달리, 인구 요인은 가격 요인과 수량 요인에 비해 건강보험 진료비 지출 증가에 대한 기여도가 상대적으로 낮다. 우리나라에서 고령화가 의료비 지출 증가에 미치는 영향이 하락하는 것과 유사하게 해외의 연구들에서도 고령화가 의료비 지출 증가에 미치는 영향이 과거에 비해 크지 않은 것으로 추정된다. 인구 요인의 상대적 기여도 감소는 고령 인구의 전반적인 건강 상태 개선, 즉 건강한 고령화의 가능성을 제기하고 있다(Cutler et al., 2013). 이를 확인하기 위해 전체 인구 비중이 빠르게 증가하고 있는 65세 이상 고령층의 건강보험 진료비 지출 변화를 살펴본다.
분석 결과, 인구구조의 변화는 65세 이상 인구 1인당 건강보험 진료비 지출 증가를 주도하는 주요한 요인으로 확인된다. 2019년 기준 건강보험 진료비 지출 증가의 44%가 인구 요인으로 설명되어, 고령 인구의 의료서비스 이용과 의료서비스 가격에 변화가 없더라도 고령층 인구 비중의 확대로 고령층의 건강보험 진료비 지출 증가는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고령 인구의 건강보험 진료비 지출에서도 최근 가격 요인의 기여 정도가 확대되고 있음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2017년 이후에는 가격 요인의 기여도가 인구 요인의 기여도를 상회하면서 65세 이상 인구의 건강보험 진료비 지출에서도 가격 요인이 가장 주요한 원인으로 나타나기 시작하였다.
한편, 전기(前期) 고령자로 분류할 수 있는 65~74세 고령 인구는 75세 이상 후기(後期) 고령 인구의 건강보험 진료비 지출 양상과 상당한 차이를 보이는데, 가장 주요한 차이는 의료서비스 이용량의 감소이다. 65~69세 인구의 건강보험 진료비 지출 요인 분해 결과에 따르면, 의료서비스 이용량의 감소로 인해 수량 요인은 건강보험 진료비 지출 증가에 대한 음(-)의 기여가 2012년부터 지속되고 있다. 이는 전체 건강보험 진료비 지출 증가세를 일부 완화하는데, 65~69세 인구의 의료서비스 이용량이 2009년 수준을 유지했다면 해당 인구의 2019년 건강보험 진료비 지출 증가율은 실제 수치보다 3.3%p(10.9%) 높은 수준이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70~74세 인구에서 도 2017년 이후 의료서비스 이용 감소가 확인된다. 다만, 의료서비스 이용량 감소에 따른 진료비 지출 증가 완화 정도는 2019년 –4%로 제한적인 수준이다. 65~69세 인구에서 확인되는 의료서비스 이용의 감소가 시차를 두고 70~74세 인구에서도 확인되는 결과는 세대 효과에 따른 것으로 판단된다. 더 건강하고 의료서비스 이용 행태에 차이가 있는 세대가 본격적으로 노인 세대로 진입해 전체 고령 인구의 구성에 변화가 나타난다면 전기 고령층의 건강보험 진료비 지출 증가는 더욱 둔화될 가능성이 있다. 고령 인구 전반에서 수량 요인의 기여도가 빠르게 하락하는 것과 달리 85세 이상 인구에서는 수량 요인 기여도의 하락이 뚜렷하지 않은데, 이는 85세 이상 초고령 인구에서 의료서비스 이용량이 빠르게 증가하고 있음을 나타낸다. 2019년 85세 이상 인구의 건강보험 진료비 지출 증가의 27%를 수량 요인이 설명하며, 가격 요인의 기여도는 23%로 인구 요인(50%)과 수량 요인에 비해 낮은 수준이다.
75세 미만의 전기 고령층에서 확인되는 의료서비스 이용의 감소는 우리나라에서 건강한 고령화가 진행되고 있을 가능성을 제시한다. 고령층 규모가 확대될수록 의료서비스 이용과 의료비 지출이 확대된다는 정형화된 사실은 고령 인구 규모가 증가하면 서 유병률이 증가하고 건강하지 않은 상태가 지속된다는 점에 바탕을 둔다. 그러나 새롭게 고령층으로 진입하는 세대에서 건강 개선과 그에 따른 질병 기간의 압축(compression of morbidity)이 나타나고 있다면, 이러한 변화는 앞으로 고령 인구 증가에 따른 건강보험 지출 부담 증가를 일부 완화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고령층의 의료비 지출 증가 정도가 점진적으로 하락하는 패턴은 우리나라보다 먼저 고령화를 겪은 일본이나 EU 국가에서도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현상이다(WHO, 2019).
다만, 전기 고령자를 중심으로 나타나는 건강한 고령화의 가능성이 생애 전체 의료서비스 이용 감소 및 의료비 지출 감소로 이어질 수 있는지에 대해서는 추가적인 검토가 필요하다. 85세 이상 고령층에서는 의료서비스 이용 증가가 지속되는 추이와 신체 기능 상태 개선이 확인되지 않는다는 분석 결과는 건강한 고령화가 전체 고령 인구의 건강 개선보다 건강이 나빠지는 시기, 즉 건강보험 진료비 지출이 증가하는 시기가 지연되는 방식으로 이루어지고 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음을 시사하기 때문이다(권정현, 2024).
Ⅴ. 결론 및 정책 대응
2009~19년 기간 중 건강보험 재정지출 증가에 대한 요인별 기여도 분석을 수행한 결과, 건강보험 재정지출 증가를 주도하는 주요 요인은 가격 요인으로 나타난다. 가격 요인의 기여도 확대는 외래서비스에서 두드러지며, 모든 의료기관에서 가격 요인의 영향이 확대되고 있으나 특히 의원급 의료기관의 가격 요인이 건강보험 진료비 지출 증가에 대한 기여도가 가장 높은 것으로 나타난다. 현재의 분석 단위에서는 의원급 의료기관 가격 요인 영향력 확대의 원인을 구체적으로 짚어내기 어렵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외래서비스와 의원급 의료기관에서의 가격 요인 기여도가 확대되고 있다는 사실은 고비용 의료서비스 이용의 증가 혹은 진료 강도의 변화가 있었음을 시사한다. 이를 관리하기 위해서는 불필요한 고비용 의료서비스 이용 및 과잉 진료에 대한 통제가 우선되어야 하나, 의료서비스 항목별로 이미 설정된 가격을 책정 · 지급하는 현재의 행위별 수가제(fee-for-service)하에서는 의료서비스 공급자가 진료량 및 진료행위를 스스로 통제할 유인이 많지 않다. 특히 의원급 의료기관의 가격 요인이 건강보험 진료비 지출 증가의 주요 기여 요인이라는 사실은 의원급 의료기관에 적용되는 행위별 수가제에 변화가 필요함을 시사한다.
현재 우리나라에서는 병원 종류별 분업을 의미하는 의료전달체계가 충분히 확립되지 못한 상태임에 따라 의원급 의료기관(‘동네 병원’)이 일차의료의 역할보다 상급 의료기관들과 경쟁하면서 과잉 진료를 제공할 유인이 확대되고 있다. 그러나 의료전달체계를 확립해 가는 과정에서 의원급 의료기관은 경증 및 만성질환 환자를 대상으로 치료 및 예방과 관리를 수행하는 일차의료 ‘주치의’의 역할을 확대해 나갈 필요가 있다. 만성질환에 대한 예방 및 관리는 치료의 포괄성과 지속성을 주요 특징으로 하는데, 현재 의료행위 단위의 지불제도인 행위별 수가제하에서는 환자에 대한 지속적 관리 및 상담, 예방, 관리를 포괄하는 서비스에 대해 보상이 어려워 의료서비스 공급자에게 일차의료 기능 수행 유인을 제공하기 어렵다. 증가하는 만성질환 대응을 위해 의원급 의료기관에 대해 예방 및 관리의 포괄적인 기능에 대한 보상과 지속적 환자 관리에 따른 성과 보상이 가능하도록 묶음 지불제도 및 성과기반 보상제도를 활용해 행위별 수가제 중심의 지불제도를 보완할 필요가 있다.
한편, 인구 요인이 건강보험 진료비 지출에 미치는 영향은 상대적으로 제한적으로 나타나고 있는데, 이는 건강한 고령화가 진행되고 있을 가능성을 시사한다. 건강한 고령화 추세를 강화하기 위해 노화 및 노쇠를 예방하기 위한 건강 증진에 적극적인 투자가 필요하다. 이를 위해 운동, 금주, 금연 등 개인 수준에서 건강 유지 행동을 지속할 수 있도록 환경을 조성하고 예방 중심 건강관리를 지원해야 한다. 또한 비용 효과성이 높은 예방적 의료서비스에 대한 급여 지원을 적극적으로 검토해 건강한 고령화를 지원할 필요가 있다.
85세 이상 초고령 인구는 전기 고령자와 달리 의료서비스 이용 증가가 지속되고 있다. 이러한 현상은 아직 고령층의 건강 개선이 전 연령층에서 나타나는 것이 아니며, 질병 발생 시점 및 의료비 지출 집중 시기의 이연이 나타나고 있을 가능성을 시사한다. 특히 사망 전 의료비가 이 시기에 집중되고 있음을 고려할 때 연명치료 이용 등 생애 말 의료서비스 이용 증가에 대한 관리 방안이 필요하다.
마지막으로 건강보험 재정지출 증가 요인에 대한 검토와 그에 기반한 지출 관리 방안 마련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 건강보험 진료비 지출에 영향을 미치는 주요 요인들에 대한 평가를 정례화하고, 평가 결과에 근거해 지출 관리 방안을 마련하는 과정을 공식 화해야 한다. 또한 건강보험 재정지출 평가의 공식화를 건강보험 재정 운영에 대한 정보 공개 강화 및 재정 운영의 책임성 강화의 수단으로 활용할 필요가 있다. <KDI>
<ifsPOST>
※이 글은 한국개발연구원(KDI)가 발간한 [KDI FOCUS](2025.4.21.)에 실린 것으로 연구원의 동의를 얻어 게재합니다. <편집자> |
- 기사입력 2025년04월22일 12시00분
- 최종수정 2025년04월22일 10시4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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