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PEC 정상회의 폐막; “트럼프 귀환으로 중국의 존재감 부상” 본문듣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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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16년 이후 8년만에 남미 PERU의 수도 Lima에서 열린 아시아 · 태평양 경제협력기구(APEC) 정상회담이 16일 폐막됐다. 21개 회원국 정상들이 한 자리에 모여 경제 협력 방안을 논의한 이번 회의는 ‘Empower(권한 부여). Include(포용). Grow(성장).’ 이라는 3 가지 주요 테마를 내걸고, 회원국 간 지속가능한 공동 번영을 향한 방도를 모색하기 위해 심도 있는 협의를 진행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특히, 이번 회의에는 트럼프 재등장을 계기로 글로벌 G2 미국, 중국 간 힘의 균형 변화 가능성에 비상한 관심이 쏠렸다. ABC News는, 트럼프 2기 정권 하의 미국이 자국 우선주의를 표방한 강력한 보호주의를 추구할 것을 염두에 두고, 중국 시진핑 주석이 ‘전면 중앙(front and center)에’ 나서는 모습이라고 전하고 있다.
■ “포용적, 상호 연계된(interconnected) 번영 위한 무역 투자 지향”
이번 APEC 정상회의가 내건 3 가지 주요 테마는; 우선, 무역 투자 측면에서 포용적이고 상호 연계된 성장으로 공동 번영을 추구하고, 다음으로 창의적 혁신 및 디지털화를 통해 글로벌 경제를 변혁하자는 것이고, 마지막으로, 이를 통해 회원국 경제의 지속가능한 성장과 회복가능한 발전을 이룩할 것을 강조하는 것이다.
16일 정상회담 폐막과 함께 「Machu Picchu Declaration(마추픽추 선언)」이라고 명명하여 발표된 공동선언문에서는, 마침 미국 제일주의(America First)’를 내걸고 백악관으로 귀환하는 트럼프 정권의 재등장을 앞두고, 보호주의에 대항하려는 자세를 강조하는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이번 공동선언문에서는 ‘세계무역기구(WTO)를 기반으로 한 다자간 무역 체제를 지지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19개 항목으로 작성된 이 공동선언문은 첫 머리에서 ‘공동 이익과 후세들을 위해 2040년까지 열린, 역동적이고, 지속가능하고, 평화로운 아시아 태평양 지역사회를 건설한다는 ‘APEC Putrajaya 비전’을 구현하기 위한 노력을 계속할 것을 다짐한다고 선언했다.
특히, 동 선언문의 5항에서는 ‘자유롭고, 개방되고, 공정하고, 차별이 없고, 투명하고, 포용적이고, 예측가능한 무역과 투자 환경을 만들어 가는 것이 중요하다는 점을 인식하고 이를 위해 노력을 계속할 것(We acknowledge the importance of, and will continue to work to deliver a free, open, fair, non-discriminatory, transparent, inclusive and predictable trade and investment environment)’ 이라고 명시했다.
■ “트럼프의 보호주의를 배경으로 시 주석 위상이 부상하는 분위기”
이번 회의에는 내년 1월 25일 트럼프 당선인에게 자리를 물려주고 퇴임하는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참석해서 각국 정상들과 마지막으로 교유하며 회의를 이어갔다. 그러나, 새로 등장하는 트럼프 2기 정권 하에서 예견되는 ‘내부 지향적’ 노선에 입각한 보호주의 색채 강화를 배경으로, 일견 개방적 자유 무역을 표방하는 중국 시진핑 주석의 존재감이 부각되는 분위기가 확연했던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시진핑 중국 국가 주석은 이날 APEC 정상회의 연설에서 “아시아 태평양 지역의 개방적 경제 발전에 새로운 탄력을 주고 있다” 고 강조하며, FTAAP(아시아태평양 자유무역협정) 실현에 강한 의욕을 보였다. 이는 시 주석이 그간 트럼프 당선인이 중국산 제품 수입에 고율의 관세 부과를 공언해 오고 있는 점을 감안해, 앞으로 보호주의 자세를 강화하는 의향을 보인 것으로 심각하게 의식한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시 주석은 중국이 2026년에 APEC 의장국을 담당하게 된다는 점을 설명하고, 다극주의의 개방형 경제라고 하는 방향을 지향해야 할 것을 주창한 것과 함께, 글로벌 경제에 안정된 공급망을 유지할 것에 대한 중요성을 역설했다. 흥미로운 점은, 각종 미디어들이 정상회담 폐막 후 단체 사진 촬영 시, 바이든 대통령이 후열 끝 쪽에 서있어서 다른 정상들이 쉽게 찾기 어려웠던 반면, 중국 시진핑 주석은 의장국 페루 대통령 바로 옆 전열 중앙에 섰던 것을 강조해서 전했다.
한편, APEC 정상회담에 앞서 Lima시 교외 지역에서는 중국이 글로벌 진출 정책으로 추진하는 ‘일대일로(一帶一路)’ 구상의 일환으로 1.3조달러를 투자해 건설한 새 항만이 개항됐다. 시 주석은 이 시설이 남미 최대 해운 허브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를 계기로 Lima 시내에는 중국 국기인 오성홍기(五星紅旗)가 많이 내걸려 있었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 시진핑 주석은 트럼프의 보호주의에 맞서 이를 단호히 거부하면서 자유 무역의 기치를 내걸고 APEC 정상회의에서 연설한 것이다.
시 주석은 자신의 한 각료가 대독한 APEC 정상회의 연설에서 “APEC 회원국들은 자유무역의 흐름을 저해하는 장벽을 깨부숴야 할 것(APEC members to tear down the walls impeding the flow of trade)” 이라고 지적하면서, 트럼프 차기 미국 대통령의 간판 정책인 고율 관세를 ‘역사의 흐름을 역행하는 것’ 이라고 비난했다.
■ “日經, ‘시 주석은 남았고, 미국이 제창한 APEC는 변질됐다’ 평가”
참고로, APEC 정상회담은 클린턴(Bill Clinton) 전 대통령이 1993년에 처음 제안한 것으로, 첫 회담도 미국 서부 Seattle에서 열렸다. 아시아 경제위기 극복 및 WTO를 통한 글로벌 무역 자유화 실현을 위해 미국이 태평양 지역 국가들에 리더십을 발휘하기 위한 장(場)으로 활용하기 위한 구상이었다. 그러나, 최근 들어 태평양 연안 각국의 국내 정세 변화 등으로 참석하는 정상들 면면도 바뀌었고, 이번 회의에선 트럼프 대통령의 등장 속에 중국 시 주석 모습이 부상하고 있는 것이다.
이번 APEC 정상회의 개최지가 공교롭게도 중국과 관계가 좋은 페루에서 열려 미국에 비해 상대적으로 중국의 존재감이 압도적으로 부상하게 됐던 것이라는 관측도 가능하다. 게다가, 시기적으로도 미국에 트럼프의 강력한 ‘보호주의’ 등장으로 자유무역이란 단어가 금기시되어가고 있는 묘한 시기에, 상호의존형 경제 관계를 주창하는 시 주석이 이전에 미국이 내건 깃발을 이어받아 흔들고 있는 셈이다.
이런 상황에서, 바이든 대통령의 동향은 근신 모드로 비쳐졌다. 정상회담을 개최한 것도 개최국 페루를 포함해 한국, 일본, 중국 정도에 그쳤다. 8년 전 회의에서도 당시 퇴임하는 Obama 대통령은 뒷전으로 밀렸고 중앙에는 시진핑 주석 내외가 자리하고 있었다. Obama 대통령은 임기 중에 TPP(환태평양경제협력기구) 발효를 위해 노력했으나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 첫날 동 TPP에서 탈퇴를 선언했다.
이제 두어 달 뒤면 미국에 자국 우선주의를 표방하며 다자간 무역 구도와는 거리를 두고 있는 트럼프 2기 정권이 들어서는 시점이다. 이런 가운데, 중국은 반대로, 이번 APEC 정상회의를 계기로 남미 진출 발판을 더욱 굳건히 형성하려고 분주하게 움직이는 모습이다. 시 주석 자신도 이런 속셈을 품고 있는 것이 분명하다.
■ “러의 우크라이나 침공 및 중동 정세에 대한 입장 대립, 합의 불발”
한편,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및 이스라엘 팔레스타인 간 전쟁이 계속되는 긴박한 중동 정세에 대해서도 논의하고 공동선언에 명기하자는 제안도 나왔다. 그러나, 회원국 간 이견이 노출돼 공동선언에 들어가지는 못했고 의장성명에 “세계 경제에 영향을 미치고 있는 점에서 APEC에서 논의해야 한다는 견해가 제기됐으나, 적절한 논의의 장(場)이 아니라는 의견도 있었다”는 점을 명기하는 데 그쳤다.
그러나, 의장국인 페루 Boluarte 대통령은 회담 종료 후 가진 기자회견에서 ‘최근 몇 년 동안 APEC는 복잡한 국제 정세를 반영해서 합의에 기반한 결정이 어렵게 되어 왔다고 지적했다. 지난 해 2023년 정상회의 공동선언에서도 우크라이나 및 중동 정세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못하고 단지 의장 성명에서 언급하는 데 그쳤다. 이는 이슬람 교도들이 많은 동남아시아 국가들과 이스라엘 측 편을 드는 미국과의 의견 대립이 커서 합의 달성이 어려운 상황임을 드러내는 것으로 해석된다.
이런 가운데, ABC News는 많은 관측자들은 이번에 이례적으로 회의 개최가 성사된 뒤에 적어도 4년 간은 정상회담이 열리기 어려울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고 전했다. 그리고, 앞으로 임기 4년의 트럼프 2.0 정권이 들어서면 글로벌 무역 질서도 급격한 변화 및 혼란을 겪게 될 게 분명하다. 가장 첨예하게 부딪힐 가능성이 큰 것이 대중 무역 분쟁이 격화될 것이라는 점이다. 중국은 이에 대항하는 수단으로 FTAAP 추진하면서 이를 대미 대항의 고리로 활용할 가능성도 예견된다.
당초에 국가 간 자유무역의 이득은 상호 비교우위에 입각한 국제분업 구도를 존중하는 것에서 출발한다. 한편, 1기 트럼프 정권 동안에 수많은 제재와 대응이 이어져 혼란을 겪었던 것처럼 보이는 일반적인 인식과 달리, 미 중 간 교역은 꾸준히 증가했다는 흥미로운 통계도 있다. 이제 트럼프 2기를 앞두고 더욱 과격한 관세 부과가 예고되어 있는 상황에서 중국의 대응 전략이 흥미를 끄는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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