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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미 금융시장은 연일 하락세를 이어가고 있다. 이 글을 쓰는 23일 시점 기준으로 뉴욕 Dow 평균 지수는 5일 연속 급락했다. 기관투자자들이 많이 투자하는 S&P 500 지수, 첨단기술주 비중이 높은 Nasdaq 지수도 동반 하락했다. 시장 투자자들의 장기적 동향을 반영하는 채권시장도 요동치고 있다. 시장에는 경기 침체(recession) 우려가 급속히 확산하고 있고, 미 국채의 ‘안전 자산’ 으로서의 신뢰도가 급락해 매도 압력이 증가하고 있다. 그야말로 총체적 난국을 연출하고 있다.
트럼프 정권 발족 이후 미국뿐 아니라 글로벌 금융시장이 이렇게 극심한 혼란을 겪게 된 것은, 무엇보다 그가 취임 전부터 공언해 온 ‘고율 관세’ 정책을 본격화하면서 야기된 혼란 상황이 가장 큰 요인이다. 결국, 미 달러화의 주요 통화에 대한 가치는 연일 기록적인 수준으로 하락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연일 연준(FRB)을 향해 ‘즉시’ 정책금리를 인하할 것을 촉구하고 있고, 심지어 Jerome Powell 연준 의장을 해임하겠다고 위협하고 있으나, 이런 강경 일변도 자세에 대해 공화당 내에서마저 ‘온당치 못한’ 태도라는 비난이 터져 나오고 있다.
■ 트럼프 “당장 금리를 인하하지 않으면 경제 둔화, 파월은 패배자”
트럼프 대통령이 최근 들어 기회가 있을 때마다 연준(FRB) 파월 의장을 향해 당장 정책금리를 인하할 것을 강력히 촉구하고 있는 것은 파월 의장이 지금 트럼프 대통령이 벌이고 있는 ‘관세 전쟁’이 가져올 엄청난 폐해를 우려해 금리 인하에 ‘신중(愼重)’ 자세를 유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금 미국 경제에 고(高)인플레이션 우려가 거의 존재하지 않는다’ 며, ‘많은 사람들은 선제적인 금리 인하가 필요하다고 인식하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으나, 실제로 최근 나타나는 통계 수치는 인플레이션율이 연준 목표 2% 수준을 크게 상회하고 있는 실정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이 고인플레이션이 존재하지 않는다고 믿는 이유로, 에너지 가격 및 계란(달걀)을 포함한 식품 가격도 큰 폭으로 하락했다는 점을 들어 거의 모든 품목의 가격이 하락 경향을 보이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반면, 파월 의장은, 현재 미국 소비자물가상승률이 2% 수준을 계속 상회하고 있고, 가뜩이나 트럼프 고율 관세 전쟁의 충격이 예견되는 상황에서 연준이 정책 금리를 인하하면, 최근에 겪었던 ‘고인플레이션’의 악몽이 다시 살아날 것을 우려하고 있는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파월 의장이 ECB처럼 진작에 금리 인하를 단행해야 했다고 주장하며 ‘항상 뒤늦은(Mr. Too Late)’ 파월 의장은 ‘느리고, 틀리고’ 있다고 비난했다. 이에 반해, 파월 의장은 트럼프 정권의 고율 관세 정책은 경기를 둔화시키는 한편, 물가상승을 장기화할 위험이 있다고 인식하고 있다. 금융시장도 마찬가지로 경기 악화를 우려해 연일 폭락세를 연출하고 있는 것이다. 최근, 월가의 한 경제 전문 연구기관(Apollo Global Management)은, 트럼프 관세가 이대로 가면 미 경제가 금년 내에 ‘경기 침체(recession)’에 빠질 확률이 90% 이상이라는 경악할 만한 전망도 공표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전문가들이 이구동성으로 경고하는 것에는 아랑곳하지 않고 ‘관세 전쟁으로 미국이 풍요로워지고 있다’ 고 강변하고 있다.
한편, 트럼프 대통령은 최근 SNS 글에서 “파월 의장은, 지난 대선 기간에 바이든 대통령 및 해리스(Kamala Harris) 후보를 지원하기 위해 이례적으로 금리를 인하했다” 고 비난했다. 2024년 9월에 연준이 금리를 대폭 인하한 것을 지적하는 것이다. 또한, 민주당의 패배를 빌미로 파월 의장을 동일 티켓으로 묶어 ‘패자(敗者)’로 비난하는 것이다. 그는 이 밖에도 파월 의장을 ‘정치적’ 이라며 수시로 비난해 왔으나, 의회 여당 공화당을 비롯한 정계에서는 이런 비판이 나온 적이 없다.
■ 파월 ”인플레이션 장기화 우려”, 시장에 조기 금리 인하 예상 급감”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이 밀어 부치고 있는 관세 전쟁으로 인해 미국 경제에 대한 위기 경보가 곳곳에서 울리고 있는 가운데서도, 연준이 정책금리 인하를 통해 경기를 떠받혀 줄 것을 간절히 기대하고 있다. 지난 9일에 대규모 상호관세를 발동했을 당시에는 주식+통화+채권, ‘트리플 약세’를 연출하면서 소위 ‘미국 매도(Sell America)’ 기미가 나타나기도 했다. 이어서, 경기 전망도 일거에 악화됐고, 이런 상황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연준에 조기 금리 인하를 촉구하고 나선 것이다.
그러나, 파월 의장은 이런 트럼프 대통령의 위협에도 굴하지 않고 각종 강연 등을 통해 ‘조기’ 금리 인하에 대해 신중한 자세를 누그러뜨리지 않고 있다. 아울러, 연준의 정책 결정과 관련해서 ‘정치로부터의 독립’ 중요성을 거듭 강조하고 있다. 파월 의장이 트럼프 고율 관세가 경기 악화를 초래할 리스크에 경종을 울리는 것은 지난 Covit-19 사태 때 겪었던 ‘공급망 붕괴’ 사태를 가장 우려하는 것이다.
파월 의장은 당시, 생산이 뒤따르지 못하는 구조에서 공급 부족이 장기화하고, 그것이 결국 미증유의 높은 인플레이션이 지속됐던 요인이었던 것을 염두에 두고 있다. 또한, 고인플레이션이 ‘일시적’ 이라는 판단에서 금융긴축 시기를 놓쳤던 아픈 기억을 되살리고 있다. 특히, 이번 트럼프 관세 전쟁으로 수입 부품 및 자재를 사용하는 제조업 분야에 공급 문제가 심각하다는 대기업들의 현장 고충을 청취하고, 이를 주요 정책 과제로 삼겠다는 강한 인식을 갖고 있음을 토로하는 것이다.
이와 대조적으로, 트럼프 정권 고위 인사들은 관세 부과에 따른 물가상승 압력은 일시적인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한편, 시장에서 금융선물 가격에 반영하는 결과에서는 이제 조기(早期) 금리 인하 예상은 급격히 후퇴하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오는 5월 6~7일 열리는 다음 FOMC에서 금리를 인하할 것이라는 시장 예상도 약 1주일 전 30%대에서 최근 들어 10%대로 급격히 하락하고 있는 것이다.
■ “트럼프, 파월 의장에 ‘조속히 사임’ 요구, ‘후임자 물색 중’ 보도도”
이런 위급 상황에서, 드디어 트럼프 대통령이 파월 연준 의장에 사임을 요구하고 나섰다. 그는 최근 SNS에 올린 글에서 ‘한시라도 서둘러 해임할 것’ 이라고 위협했다. 관세 전쟁으로 경기가 급속히 악화될 것이라는 우려가 확산되는 가운데, 금리 인하를 촉구하는 언행이 도를 넘어 과격해진 것이다. 그는 백악관 기자들에게 “내가 그를 쫓아내려고 마음 먹으면 바로 떠나야 할 것” 이라며, 거듭 압박했다.
이를 두고, 지금 트럼프 대통령이 파월 의장과 정치적 줄다리기를 벌이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Wall Street Journal은 최근 트럼프 대통령이 파월 의장을 해임하고 Kevin Warsh(55세) 전 FRB 이사를 후임으로 임명하는 구상을 숙고 중이라고 전했다. 그는 파월 의장의 해임에 반대했다고 말하고는 있으나, 최근 수개월 간 Mar-A-Lago 리조트에서 트럼프와 협의해 온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WSJ 보도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의 1기 정권에서 파월 의장을 임명할 당시에도, Warsh 씨를 후보로 고려한 바 있고, 2기 정권 발족 당시에도 그를 일단 재무장관으로 임명한 뒤에, FRB 의장으로 전환 보임하는 구상도 검토했던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이렇게 자신의 자리를 둘러싸고 각종 억측이 나오고 있으나, 정작 파월 의장은 자신은 ‘주어진 임무를 수행할 뿐’ 이라는 냉정한 자세를 유지하고 있다. Bessent 재무장관은 최근 Bloomberg와 가진 인터뷰에서 연준의 독립성과 관련해서 ‘보석(寶石) 상자로 여기고 있다’ 며 중요성을 강조한 바 있다. 또한, 파월 의장의 후임 인선 관련 후보 인사들과 면담은 올 가을부터 시작될 것이라고 언급한 바 있다.
파월 연준 의장의 의장으로서 임기는 2026년 5월에 만료된다. 연준의 의장 및 부의장은 임기 14년인 7명의 이사들 가운데 연방 의회의 승인을 거쳐 선임한다. 이와는 별개로, 연준의 금융정책을 결정하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의 의장직은 매년 첫 회의에서 참가자들이 선출한다. 따라서, 파월 의장을 금융정책 결정 과정에 참여하지 못하게 하려면 연준 이사에서 해임하는 것이 한 가지 방법이다.
참고로, 연방준비제도법은 미국 대통령은 ‘정당한 사유가 있으면’ FRB 이사를 해임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으나, 관련 법률에는 정당한 사유에 대한 명확한 규정이 없다. 전문가들은 ‘직무 태만’ 혹은 ‘부정 행위’가 이에 해당한다고 해석하고 있다. 따라서, 만일, 트럼프 대통령이 파월 의장을 연준 이사직에서 해임하려고 시도하면, 재판으로 갈 것이 분명하고 파월 의장 임기 전에 최종 판결이 나올 가능성은 희박하다. 파월 의장은 종전에 미국 대통령에 연준 의장을 해임할 법적 권한은 없다고 주장했고, 자신은 임기 도중에 사임할 의향이 없음도 천명해 왔다.
■ “파월 의장, ‘해임 위협’ 불구, 트럼프와 일전(一戰)을 겨루는 양상”
한편, 트럼프 대통령이, 파월 의장이 금리 인하에 신중한 자세를 가지고 있다는 것을 빌미로 해임까지 들먹이며 위협하는 것에 대해 각계에서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파월 의장은 최근 Chicago 경제 클럽 연설에서, “정치적 압력에 좌우되는 일은 없을 것” 이라며 연준 독립성을 지킬 각오를 피력했다. 또한, “그(트럼프 대통령)는 자기가 하기 좋은 말을 하는 것이고 (나는) 상관하지 않고 단지, 주어진 직무를 수행할 뿐” 이라고 말해 관중들의 커다란 박수를 받은 바가 있다.
마침내, 의회에서 트럼프의 파월 의장에 대한 자세를 비판하는 목소리가 나오기 시작했다. 공화당 소속이나 트럼프 정책 노선을 비판하는 입장인 John Kennedy 상원의원은 최근 “어떤 대통령도 연준 의장을 해임할 권한이 없다” 고 언급했고, 파월 비판의 선봉장인 민주당 Elizabeth Warren 상원의원도 “파월을 해임하면 시장은 붕괴할 것” 이라며, 중앙은행 독립성을 강조했다. 시장에는 트럼프가 연준에 책임을 전가하고 고율 관세를 유지하려는 시도에 대한 경계심이 확산되고 있다.
한편, 트럼프 대통령은 당면한 인플레이션 우려에 대해 명쾌하게 반박하는 설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그는 파월 의장의 인플레이션 재연 우려를 반박하며 “에너지 및 식품 가격이 대폭 하락하고 있고, 거의 모든 제품 가격이 하락하고 있다”고 주장하나, 실제로 에너지 및 식품 가격은 금융정책으로 통제하기 어려운 분야라는 것은 공통된 상식이다. 따라서, 현실 경기가 악화되는 것을 연준 책임으로 떠넘기는 것은 현실과 괴리되어, 트럼프 대통령의 인플레이션 관련 설명은 논리적 정당성을 주장하기보다 지지자들을 향한 호소에 치중하는 것이라는 인상이다.
현실적으로도, 연준 의장 및 부의장 임명은 상원의 승인이 필요한 것인만큼 이들의 인사에는 의회 권한이 절대적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1기 정권 때인 2020년에도 연준 독립성에 부정적인 견해를 가진 자신의 측근 경제 참모를 연준 이사에 지명했으나, 상원의 부정적인 자세로 불발된 적도 있다. 이런 가운데, 파월 의장은 최근에도 의회 양 진영을 상대로 연준 독립성에 대한 이해를 적극적으로 소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과연, 고율 관세 전쟁을 내걸고 막강 권한을 휘두르고 있는 트럼프 대통령과 파월 의장이 벌이고 있는 한판 승부의 대결이 어떤 방향으로 결말을 가져올지, 글로벌 사회의 비상한 관심이 집중되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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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사입력 2025년04월23일 14시41분
- 최종수정 2025년04월23일 14시4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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