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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續)여의도에는 왜? 정신병원이 없을까 <28> 앨 고어의 담화문(談話文), 윤석열의 담화문(痰火文) ⓼ 본문듣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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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입력 2025년04월01일 17시10분
  • 최종수정 2025년04월02일 09시2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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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는 우리를 이끄는 지도자와 그 집단에 대해 야박해서 눈물이 날 정도로 엄격한 잣대를 들이대야 한다. 그들이 힘들어 울어야 국민이 웃을 수 있기 때문이다. 국민의 삶이 나아지지 않는 건… 정책이나 전문가가 모자라서가 아니라 사회지도층이 국민보다 힘들지 않고 편하게 살기 때문이다.> (졸저 ‘여의도에는 왜? 정신병원이 없을까’ 중) 

 

자유와 민주주의를 사랑하는 애국시민 여러분!

새해 첫날부터 추운 날씨에도 이 나라의 자유민주주의 헌정질서를 지키기 위해 이렇게 많이 나와 수고해 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저는 실시간 생중계 유튜브를 통해 여러분께서 애쓰시는 모습을 보고 있습니다. 정말 고맙고 안타깝습니다. 그리고 추운 날씨에 건강 상하시지 않을까 걱정도 많이 됩니다.

나라 안팎의 주권 침탈 세력과 반국가 세력의 준동으로 지금 대한민국이 위험합니다. 저는 여러분과 함께 이 나라를 지키기 위해 끝까지 싸울 것입니다.

국가나 당이 주인이 아니라 국민 한 분 한 분이 주인인 자유민주주의는 반드시 승리합니다. 우리 더 힘을 냅시다!

정말 감사하고 또 감사합니다. 새해 여러분의 건강과 건승을 빌겠습니다.

 

대통령 윤석열 (2025년 1월 1일 서울 용산구 한남동 대통령 관저 앞에 모인 지지자들에게 보낸 윤 대통령의 자필 편지)

 

아… 정말 할 말을 잃었다. 탄핵에 대한 찬반이야 개인의 자유이니 뭐라 할 것은 없다. 대통령 관저 앞에서 탄핵 반대 집회를 열든 말든 그것도 각자의 몫이다. 그런데 한 나라의 지도자란 사람이 끝까지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지 않고 되레 지지자를 선동하다니…. 더군다나 이 편지가 굉장히 고약하고 의도가 나쁜 게, 전날 밤(2024년 12월 31일) 법원에서 헌정사상 처음으로 대통령 체포영장이 발부된 바로 다음 날 나왔다는 점이다. 윤 대통령은 국회에서 탄핵소추안이 통과됐을 때 “저는 결코 포기 하지 않겠습니다”라고 밝혔는데, 이렇게 지지자들을 선동하는 것을 보면 법정 대응을 넘어 그 이상도 생각한 게 아닌가 싶다.

 

저 유명한 솔로몬의 재판에 나오는 엄마까지는 가지 않더라도, 뒷골목 깡패 두목도 위기 상황이 되면 부하들을 살리기 위해 “비켜! 내가 상대한다” “모든 책임은 내가 질 테니, 부하들은 보내달라”라고 한다. 건달, 깡패 두목도 최소한 한 조직의 장이라는 ‘가오(かお·얼굴)’가 있다. 자기가 살기 위해 부하들을 사지에 모는 건 깡패도 아니고 양아치나 하는 짓이다.

 

이 추운 겨울에 자기 때문에 고생하는 지지자들, 그리고 국민을 생각한다면 모든 것은 자신이 책임질 테니 추운 곳에서 고생하지 말고 집에 돌아가라고 해야 하는 것 아닌가? 여러분과 함께 이 나라를 지키기 위해 끝까지 싸울 것이라니? 더군다나 그는 법원이 발부한 체포영장 집행을 경호처를 동원해 저지하고, 심지어 위법한 무효 영장이라고 주장했다. 이런저런 논란은 있을 수 있으나, 법원이 발부한 영장을 피의자가 무효라고 주장하는 게 말이 되나? 이게 인정된다면 세상 어느 피의자, 범죄자가 감방을 갈까. 본인이 그런 사람을 숱하게 감방에 보낸 검사 출신 아닌가?

 

다음은 앞서 소개했던 앨 고어의 대선 결과 승복 연설문 중 일부다.

<…이 길고 힘든 길은 그도, 나도 예상하지 못했습니다. 누구도 원하지 않았던 상황이 벌어졌고, 그 상황은 민주주의의 명예로운 제도를 통해 이제 매듭을 짓게 되었습니다. …(중략)…

 

이제 연방대법원의 판결이 내려졌습니다. 나는 그 판결에 동의할 수 없습니다. 그러나 받아들이겠습니다. …(중략)… 아울러 나의 책무도 인정합니다. 조건 없이 새 대통령 당선인을 존경하며, 그가 독립선언문에 명시돼 있고 헌법이 추구하는 비전을 실현하는 데 협조를 아끼지 않을 것입니다. …(중략)… 결승선에 도달하기 전에 무수한 논쟁이 오가지만, 일단 결과가 정해지면 승자나 패자나 담담하게 받아들이는 것이 화합의 정신임을 우리는 익히 알고 있습니다. 나에게 힘을 실어준 지지자들이 느끼는 것처럼 나도 실망스럽습니다. 하지만 애국심으로 실망감을 극복해야 할 것입니다.>

 

‘니가 가라… 하와이…’, ‘느그 아부지 뭐 하시노?’ 등의 대사로 유명한 영화 ‘친구’에서 준석(유오성 분)과 동수(장동건 분)는 절친한 사이였지만 서로 대립하는 폭력 조직에 몸담으면서 관계가 파국으로 치닫는다. 준석은 결국 동수를 죽인 다음 법정에서 빠져나갈 구멍이 있었지만, 그러지 않고 모든 죄를 인정한다. 유오성을 빼내기 위해 백방으로 뛰었던 또 다른 친구가 “왜 그랬냐”라고 묻자 준석은 “쪽팔려서”라고 한다. 그리고 구구절절한 설명 대신 “건달이 쪽 팔리면 안 될거 아이가”라고 했다.

 

영화 ‘친구’에는 또 다른 명대사가 나온다. 수십 차례나 칼을 찌르는 청부살인범에게 동수가 한 말이다. “마…마이 무따 아이가…고마해라….”

 

한때는 ‘나는 사람에게 충성하지 않는다’ ‘검사가 수사권 가지고 보복하면 그게 깡패지, 검사입니까?’라며 상남자처럼 행동했던 그분에게 이 말을 정말 하고 싶다. “마이 챙피하다 아이가…고마해라.”

 

정말, 정말 그만했으면 좋겠다. 나도 한 사안을 가지고 이렇게까지 길게 쓸 소재가 나오리라고는 생각도 못 했다. 그런데… 점입가경(漸入佳境)이란 이런 게 아닐까. <⓽편으로 계속>

<ifsPO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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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입력 2025년04월01일 17시10분
  • 최종수정 2025년04월02일 09시2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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