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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북민의 북한송금에 대한 법적 보호의 필요성과 과제 본문듣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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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입력 2025년03월29일 16시45분
  • 최종수정 2025년03월29일 10시5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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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개요

 

지난 3월 12일에 의정부지방법원이 2월에 선고한 판결을 계기로 법조계와 탈북민 단체들 사이에서 적지 않은 관심이 집중되었다. 해당 사건은 북한에 있는 가족에게 송금하고, 다른 탈북민들의 송금을 지원한 혐의로 기소된 탈북민 피고인에 대한 것으로, 이는 북한과 한국 양측에서 탈북민 인권의 법적 지위와 보호 범위에 대한 근본적인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현재 약 3만여명의 탈북민이 대한민국에 거주하고 있으며, 이들은 대체로 사회 적응에 어려움을 겪는 취약계층에 해당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수의 탈북민들은 가족에 대한 강한 유대감을 유지하며, 북한 내 가족의 생계를 돕기 위해 송금을 시도하고 있다. 그러나 송금을 위한 공식적이고 합법적인 경로가 부재하기 때문에, 중국을 경유하는 비공식 브로커 네트워크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그간 정부는 북한 정권을 지원하지 않는 한, 탈북민의 송금 행위에 대해 비교적 관대한 입장을 유지해 왔다. 북한 정권(법률상 ‘반국가단체’)과 일반 북한 주민을 명확히 구분하는 원칙은 대한민국의 대북정책 기조에서 오랫동안 확립되어 온 기준이며, 현 정부 역시 이러한 기조를 계승하고 있다. 특히, 현 정부는 북한의 인권 침해 실태에 대해 강한 문제의식을 가지고 접근하고 있다.

  그러나 최근 탈북민의 송금 행위에 대한 단속 강화는 탈북민 본인은 물론 북한 내 가족의 인권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 탈북민 입장에서는 형사처벌, 범죄기록, 법률비용, 사회적 낙인 등 법적·사회적 리스크가 크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수의 탈북민들은 가족의 생존을 위한 필수적 수단으로 판단하고 송금을 감행하고 있다. 일부 수취인은 해당 자금을 활용하여 생계형 자영업을 시작하거나 경제적 자립 기반을 구축하고 있으며, 이는 북한 정권의 억압 체제내에서 제한적이나마 자율적 활동의 여지를 넓히는 역할을 한다.

 

  한편, 북한 내부에서는 브로커 및 외환 거래자에 대한 단속이 지속적으로 강화되고 있으며, 이는 특히 코로나19 팬데믹 기간 동안 국경이 폐쇄된 이후로 더욱 심화되었다. 이로 인해 외부 자금이 북한 주민에게 전달되는 경로가 더욱 차단되고 있다. 송금은 단순한 생계지원 수단을 넘어, 민간 경제 활동을 활성화시키고 정권의 배급 체계에 대한 의존도를 낮춤으로써 북한의 경제 통제력을 약화시키는 효과도 지닌다.

  이러한 상황은 남북 간 금융 흐름에 대한 정책적 재조정의 필요성을 시사한다. 즉, 북한 정권의 불법 자금 유입을 차단하면서도 외환 거래에 대한 합리적인 규제를 유지하고, 탈북민이 가족에게 인도적 지원을 지속할 수 있도록 하는 균형 잡힌 정책 접근이 요구된다. 이를 위해서는 인도적 목적의 송금을 수행하는 탈북민에 대한 예외 규정을 법률상 명문화하고, 수사기관은 간첩행위나 북한 정권의 불법 자금 조달 등 실질적인 안보 위협에 수사 역량을 집중해야 한다.

 

| 북한의 송금 네트워크


   (1) 네트워크의 작동 방식

 

  북한에는 민간 상업은행, 합법적인 은행 기반 소비자 금융, 또는 개인을 위한 상업 대출 제도가 존재하지 않는다. 냉장고나 고가의 약품과 같은 고액 소비를 위한 신용이 필요한 사람들은 보통 개인 대금업자와 같은 비공식 금융에 의존해야 한다. 창업을 희망하거나 시장 활동을 하려는 개인들도 초기 자본을 마련하기 위해 이러한 비공식 채널을 이용하거나 다른 방법을 찾아야 한다. 그러나 개인 간 대금업은 불법이며, 계약을 법적으로 집행할 수 없기 때문에 대금업자는 상당한 위험을 감수해야 한다. 그 결과, 손실 가능성을 보전하기 위해 높은 이자율이 적용된다.

 

  최근까지 송금은 이러한 상황에 대한 하나의 대안이었다. 대부분의 국가에서는 웨스턴유니언(Western Union)이나 머니그램(MoneyGram)과 같은 국제 송금 서비스 제공자(MTO), SWIFT 네트워크를 통한 은행 송금, 또는 하왈라(Hawala)와 같은 비공식 시스템을 통해 국경을 넘는 금융 거래가 가능하다. 그러나 북한에서는 송금이 남한, 중국, 북한의 세 나라를 잇는 지하 브로커 네트워크에 의존한다.

  정은이, 최희와 같은 학자들에 따르면 보통 이 과정은 한국에 거주하는 탈북자가 송금 브로커를 찾는 것으로 시작된다. 브로커는 탈북자의 북한 내 가족과의 연락을 주선하며, 한국 내 브로커는 북한 내 대응 브로커와 접촉해 가족이 수령할 금액을 알 수 있도록 한다.

  탈북자는 송금액을 한국 내 브로커에게 전달하거나, 북한 브로커와 연결된 중국 내 중개인에게 직접 전달한다. 이 자금은 이후 국경 무역에 종사하는 상인이나 북한 측 세관 관계자, 또는 현금을 북한 내로 밀반입할 수 있는 밀수업자에 의해 북한으로 반입된다.

  자금이 북한 내로 들어오면, 그것은 국경 근처에 있는 현지 브로커나 대금업자에게 전달된다. 이들은 탈북자의 가족에게 자금을 전달하며, 거래 완료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탈북자와 가족 간의 통화를 중개한다.

 

  그 결과, 이러한 거래는 다음과 같은 복잡한 중개인 체계를 수반하는 경우가 많다: (1) 한국 내 송금 브로커, (2) 중국 내 자금 수령자, (3) 중·북 국경을 넘을 수 있는 운반책, (4) 국경 근처의 북한 브로커 대리인, 그리고 (5) 최종적으로 자금 전달을 책임지는 북한 브로커.  이러한 복잡한 중개 구조는 중·북 국경이 엄격하게 통제되고 있으며, 북한당국의 엄격한 금융 통제(남북간의 차단), 제재와 적절한 금융 기관의 부재로 인해 정기적인 국경 간 금융 거래가 불가능하기 때문에 존재한다. 여러 명의 중개인에 의존해야 하기 때문에 거래 비용은 상승하고, 각 참여자는 특히 북한 내부에서 시간이 지날수록 더 심화된 법적 위험을 감수해야 한다.

 

  탈북자와 한국 내 브로커뿐만 아니라, 북한 국경을 넘는 운반책과 북한 내 거래를 주선하는 이들 역시 점점 더 강도 높은 단속에 직면하고 있다. 북한 내부 소식통을 보유한 매체 데일리NK에 따르면, 북한 당국은 이제 브로커 네트워크를 탈북을 조장하는 구조로 간주하고 있다. 국가보위성은 브로커를 체포하고 자금을 압수하라는 지시를 받은 것으로 전해지며, 송금 수령자들조차 공개 비난과 감시 대상이 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상당수의 북한 이탈주민들이 여전히 가족에게 송금을 하고 있다는 보도에 비추어볼 때, 이러한 강경 조치들의 집행은 상당히 제한적이거나 비교적 최근에 시작된 것으로 판단된다. 2023년 말, 김정은은 평화적 통일을 목표로 한 기존의 대남 정책 기조를 공식적으로 폐기하고, 남한을 교전국으로 선언하였다. 이후, 남한 문화에 대한 기존의 단속 조치가 더욱 강화된 것으로 보이며, 이는 송금 흐름에도 일정 부분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이 있다. 일부 자료에 따르면, 지난 1년간 송금과 관련된 거래 비용이 상당히 상승한 것으로 나타난다.

 

  그런데 기존의 다양한 자료에 따르면, 국가보위성이 송금 네트워크 전반에 깊이 개입하고 있음은 명확하다. 중개인 또는 그 대리인이 국경으로 이동하기 위해서는 뇌물을 요구받는 경우가 많고, 중개인들은 국가보위성 요원들과의 원만한 관계를 일종의 사업 운영 비용으로 간주하며 유지해야 한다. 국경 인근에서 송금 관련 활동 중 적발될 경우에도 별도의 뇌물이 요구된다. 다른 자료에서는 정기적으로 국가보위성에 비용을 지불하며 관계를 유지하는 중개인들의 존재가 언급되고 있다.

 

  북한으로의 국제 전화도 훨씬 어려워졌다. 합법적인 방법은 사실상 존재하지 않으며, 브로커들은 중국 휴대전화를 활용한다. 하지만 북한 당국은 이러한 휴대전화 사용자를 적발하고 처벌하기 위한 점점 더 가혹한 조치를 시행하고 있다. 또 다른 북한 내부 소식통 기반 매체인 아시아프레스에 따르면, 이러한 조치로 인해 중국 휴대전화의 중고 시장은 점차 붕괴되고 있는 실정이다.

  또한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시작된 주요 변화는 북중 간 비공식 무역(밀무역)의 부분적인 붕괴와 북한 내부의 도간 무역에 대한 심각한 제한이다. 국경은 2020년 이전보다 훨씬 더 강화되고 감시가 촘촘해졌으며, 울타리와 CCTV가 늘어나고 국경 경비 관리도 더욱 엄격해졌다.

 

  이전까지는 소규모 밀수 네트워크가 국경 간 비공식 송금을 위한 핵심 경로였지만, 팬데믹 시기의 국경 통제로 인해 이들이 심각한 타격을 입었다는 보고가 있다. 이러한 네트워크의 부분적 붕괴는 송금 브로커 시스템의 전반적인 기능을 더욱 약화시켰다. 여기에 더해, 북한 내의 더욱 강화된 내부 이동 제한은 국경 지역에서 내륙으로 자금을 이동시키는 것조차 더 어려운 과제가 되었다. 이는 송금 전달을 더욱 복잡하게 만드는 또 하나의 장애 요소로 작용하고 있다.

 

  (2) 가족 지원과 국가 권력에 대한 북한 사회의 자립 강화

 

  많은 북한 주민에게 있어 송금은 생존을 위한 필수적인 생계수단이다. 이러한 점에서 북한은 예외적인 사례가 아니다. 전 세계적으로 디아스포라(해외 이주민 집단)는 고국에 있는 가족의 생계를 지원하는 데 핵심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 실제로 송금은 많은 국가에서 국내총생산(GDP)의 상당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세계은행(World Bank)이 발표한 2023년 자료에 따르면, 중하위 소득국가에서는 송금이 평균적으로 GDP의 약 5%를 차지하고 있다. 일부 국가는 이보다 훨씬 더 높은 의존도를 보이고 있다. 아래 차트는 2023년 기준, 송금이 GDP에서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하는 상위 20개국을 보여준다.

 

  북한에 대한 송금 규모에 대한 공식 통계는 존재하지 않으며, 탈북민 디아스포라의 규모가 상대적으로 작다는 점을 고려할 때 전체 송금액은 중하위 소득 국가 평균보다 낮을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남한 소재 북한인권정보센터(NKDB)가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전체 탈북민의 약 85%에서 93%가 북한 내 가족에게 송금을 한다고 응답한 바 있다. 이는 북한 정부의 직접적인 통제를 벗어난 비공식적이고 지속적인 자금 유입 경로가 존재함을 시사한다.

 

  이러한 외부 지원의 필요성은 충분히 입증되어 있다. 세계식량계획(WFP)과 유엔식량농업기구(FAO)는 북한 내 조사 및 위성 이미지 분석을 기반으로, 2020년부터 2022년까지 북한 전체 인구의 약 45.5%가 영양부족 상태에 처해 있었다고 추정한 바 있다. 이 수치는 현재까지도 유엔 북한인권특별보고관이 인용하고 있으며, 국제사회에서도 신뢰할 수 있는 자료로 간주된다.

  또한, 다수의 탈북민은 량강도, 자강도, 함경남북도 등 상대적으로 빈곤과 식량 불안정 수준이 높은 지역 출신으로, 탈북 이전부터 사회·경제적으로 열악한 배경을 지니고 있었던 경우가 많다. 이들이 고향에 남겨둔 가족들 또한 유사하거나 더 악화된 상황에 처해 있을 가능성이 크다. 이들은 통상적으로 당, 군, 또는 국영기업 내 고소득 직군에 접근할 수 있는 사회적 네트워크에서 배제되어 있으며, 따라서 송금은 이들에게 제공될 수 있는 거의 유일한 생계 수단 중 하나이다.

 

  게다가 탈북민의 가족 중 상당수는 고령의 부모나 조부모와 같이 노동연령에 해당하지 않는 경우도 많다. 이들은 노동 능력이나 수입원이 거의 없으며, 기본적인 생계를 유지하거나 충분한 식량을 확보하는 것조차 어려운 상황에 처해 있다. 이 경우 송금은 필수 의약품 구입이나 긴급 치료를 받을 수 있는 유일한 재정적 수단이 된다.

  탈북민의 가족 송금을 허용해야 한다는 인도주의적 명분은 분명하지만, 더 넓은 정치적 차원에서도 이러한 송금이 한국의 중장기적 대북 정책 및 안보 이익에 부합한다는 논거가 존재한다. 지난 30여 년간 북한에서는 시장이 사회 변화를 이끄는 핵심 동력으로 작용해 왔으며, 송금은 민간 자원을 제공함으로써 국가의 경제 독점을 약화시키고 가계의 자립 역량을 강화하는 데 기여하고 있다.

 

  비교 정치학 분야의 연구 또한 이러한 주장에 힘을 실어준다. Abel Escribà-Folch, Covadonga Meseguer, Joseph Wright 등 여러 학자들의 연구에 따르면, 송금은 권위주의 체제 내에서 시민들의 저항 가능성을 높이고, 특히 일당제 국가에서는 민주적 전환의 가능성을 높이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그 작동 메커니즘은 명확하다. 송금은 국가의 통제를 받지 않는 외부 자원을 시민에게 제공함으로써, 국가로부터의 자율성과 독립성을 높이고, 정치적 저항을 가능하게 한다.

  이러한 비교 정치학적 분석은 송금이 북한 사회에 긍정적인 장기 변화를 가져올 수 있는 가능성을 시사한다. 단기적으로도 우리는 탈북민의 인터뷰 및 설문조사를 통해, 송금이 가족의 탈출 자금을 마련하고, 북한 내 가족의 재정적 자립을 돕고, 소규모 사업의 창업 및 유지에 사용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송금 경로를 자세히 살펴보면, 이러한 자금 흐름이 단지 수취 가족만이 아니라 다양한 참여자에게 광범위한 긍정적 효과를 미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자금이 중국에 도달하면, 밀수업자, 무역업자, 또는 세관 관계자가 이를 북한으로 반입하게 된다. 이들은 거래 수수료를 통해 자신의 경제적 자립 기반을 유지하거나 확대할 수 있다. 북한 내 환전업자 및 대출 중개인 역시 마찬가지로, 해당 거래에서 수수료를 얻음으로써 국가 경제 체제 바깥에서 생계를 유지할 수 있다.

  무엇보다도, 송금을 받은 탈북민 가족은 식량, 약품 등 필수품을 구입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재봉틀, 식품 가공 기계, 농기구 등 소규모 생산 자산에 투자하여 자영업을 시작할 수 있다. 이를 통해 가족 단위의 수입원이 창출되며, 이는 국가에 의존하지 않는 비공식 경제의 확대를 의미하고, 경제적 자율성의 기반을 마련하게 된다.

 

  이러한 활동들이 단기간 내 정치적 변화를 촉발하리라고 기대하긴 어렵지만, 사회적 역학 구조의 점진적 변화를 유도할 수 있다는 점에서 중요하다. 더 많은 북한 주민들이 경제적으로 자립하게 될수록, 그들은 국가 조직 밖에서 신뢰 기반의 네트워크를 형성할 수 있으며, 시장 참여자와 자영업자 간의 이러한 비공식 연결망은 궁극적으로 북한 내 초기 형태의 시민사회 형성의 토대가 될 수 있다. 송금은 이보다 더 큰 변화의 한 요소에 불과할 수 있으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북한 사회의 장기적 변화에 있어 잠재적으로 중요한 기여 요소임은 분명하다.

 

| 대한민국 법률 및 사법 집행과 관련한 문제

 

   최근까지 탈북민이 생계 유지를 위해 또는 가족의 추가 탈북을 지원하기 위해 북한에 송금을 시도하는 경우, 한국 정부는 대체로 이를 묵인해 왔다. 수사나 기소는 드물었으며, 주로 간첩 혐의와 같이 명확한 국가안보 관련 증거가 있는 경우에만 제한적으로 이루어졌다. 그러나 이러한 역사적 관용과는 별개로, 이러한 송금을 규제하는 다수의 법적 조항이 존재하며, 과거에도 보다 엄격히 적용될 수 있었던 것이 사실이다.

  탈북민이 송금을 시도할 때 직면하게 되는 주요 법적 장벽 중 하나는 『외국환거래법』이다. 특히 제8조는 외환업을 영위하려는 사업체에 대해 일정한 요건을 명시하고 있는데, 여기에는 적절한 시설 요건, 최소 자본금 기준, 전문 인력을 갖출 의무 등이 포함된다. 아울러, 이러한 사업체는 기획재정부장관에게 정식 등록되어야 한다.

 

  탈북민의 송금을 지원하는 브로커 네트워크는 일반적인 영리 목적의 기업으로 운영되지 않으며, 대부분 법적 법인격을 갖추고 있지 않다. 이들은 개인 또는 몇 명의 공동 운영자가 운영하는 실질적 개인사업자나 비공식적 파트너십 형태로 존재하며, 남한 내 인물이 중국 및 북한 내 인맥을 활용하여 송금을 중개하는 구조다. 최근 의정부지방법원 판결에서도 이 점이 핵심 쟁점이 되었는데, 피고인들은 수익 추구가 아닌, 무등록 상태로 외환거래 중개 행위를 한 사실이 유죄 판단의 주요 근거가 되었다. 인도주의적 목적에도 불구하고, 법적 요건을 충족하지 못했다는 점이 처벌의 직접적 사유가 된 것이다.

  비록 북한은 대한민국 법상 외국으로 분류되지 않지만, 외화가 관련된 거래는 여전히 『외국환거래법』의 규제를 받는다. 의정부지방법원은 판결문에서 이 점을 명확히 하였으며, 북한 내에서 이뤄지는 순수 내국환 거래는 법 적용 대상이 아닐 수 있으나, 실제 송금은 중국을 경유하며 외화를 수반할 수밖에 없기 때문에 『외국환거래법』상 위법 행위에 해당한다고 판시하였다.

  여기에 더해, 『남북교류협력법』 또한 추가적인 제약을 가한다. 제13조에 따르면 모든 금융 거래 및 경제적 물자 이동은 통일부장관의 사전 승인을 받아야 하며, 복수 건에 대한 일괄 승인 제도는 존재하더라도 남북 주민 간의 모든 경제적 교류는 원칙적으로 정부의 사전 인가를 받아야 한다. 이는 탈북민의 가족 송금도 예외 없이 적용되는 규정이다.

 

  한편, 법적 틀은 명확하나 최근 단속이 강화된 배경에 대해서는 명시적인 설명이 부족하다. 북한인권정보센터(NKDB)의 조사 및 보도에 따르면, 2020년까지 간첩 혐의 등 안보 사안과 연관된 불법 금융 거래는 국가정보원의 수사 대상이었다. 그러나 2020년 12월 『국가정보원법』 개정 이후 대공수사권이 경찰로 이관되면서, 관련 수사는 경찰의 관할로 전환되었다. 이후 경찰은 일부 탈북민이 북한 국가보위성과 협력하고 있다는 익명의 제보를 입수한 것으로 전해진다. 국가보위성은 송금 브로커 네트워크를 대상으로 뇌물을 체계적으로 갈취하는 착취적 지대 추구 조직으로 기능하며, 북한 내에서 송금 중개에 관여하는 모든 개인은 잠재적인 단속 대상이 된다. 따라서 이번 혐의는, 송금 수령자와 그 전달책들이 사실상 피해자인 이러한 일상적인 착취 행위를 넘어선 것으로 보아야 한다.

 

  북한이 대한민국의 주적이며, 국가보위성이 북한 내 인권 탄압과 대외 간첩 활동 모두에 깊이 관여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할 때, 경찰이 수사에 착수한 것은 이해 가능한 조치였다. 그러나 수사 과정에서 해당 중개인들이 국가보위성과 직접적으로 연계되어 있다는 구체적인 증거는 발견되지 않았다. 그럼에도 경찰은 수사를 종결하지 않고, 관련자들을 『외국환거래법』 위반 혐의로 형사 입건하였다. 이는 적대적 반국가단체와의 협력이라는 중대한 안보 범죄가 아닌, 상대적으로 경미한 경제범죄 혐의로의 전환을 의미한다.

 

  주목할 점은, 다른 주요 국제 관할권에서는 이와 같은 송금에 대해 유사한 규제를 적용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UNSC) 제재 및 미국 재무부 해외자산통제국(OFAC) 규정에 따르면, 상업 목적이 아닌 개인 송금은 제재 대상이 아닌 기관을 통할 경우 여전히 합법적이다. OFAC는 송금 한도를 연간 1인당 5,000달러로 제한하고 있지만, 이는 한국 법 하에서 불법으로 간주되는 중개 활동이 미국 법 하에서는 허용될 수 있음을 의미한다.

  중요한 것은, 한국의 법 집행기관이 이러한 사건에 대해 수사 여부를 재량으로 결정할 수 있는 권한을 갖고 있다는 점이다. 간첩 혐의에 대한 실질적 증거 없이도 경찰이 수사를 계속하고, 이를 검찰에 송치한 것은 명확한 정책적 지침의 부재를 시사한다. 과거에는 이러한 지침이 탈북민의 인도적 송금 행위에 대해 상대적으로 관대한 대응을 가능하게 했을 수 있다.

 

| 시사점 및 정책 제언

 

   송금은 일반적인 권위주의 정권, 그리고 특히 북한과 같은 체제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핵심적인 경로이다. 이들은 정교한 초국경 네트워크를 기반으로 작동하며, 단순히 개인의 생계를 지원하는 차원을 넘어, 북한 내 민간 상업 활동의 지속을 가능하게 하는 기능을 수행한다.

  민간 상업 활동은 시민사회의 기반을 구성하는 중요한 요소다. 송금을 통해 직접적으로, 그리고 그 송금이 지원하는 사업 활동을 통해 간접적으로 형성되는 신뢰와 상호 의존의 네트워크는 '제3의 공간(third spaces)'—즉, 가정과 국가 조직 밖의 비공식적 교류 공간—을 창출한다. 이러한 공간에서 북한 주민들은 상호 소통하고 공동의 관심사를 논의하며 비국가적 사회적 연결망을 형성할 수 있다. 시간이 지나면서, 이와 같은 연결망은 북한 내부에서 건설적인 사회·정치적 변화를 촉진하는 기반으로 기능할 수 있다. 이러한 비공식 경제 및 사회 네트워크의 중요성은 북한 당국이 이를 해체하려는 시도—국경 통제 강화, 중국산 휴대전화 사용 단속, 지역 간 이동 제한 조치 확대—를 통해 반증되고 있다. 남북 간 자금 흐름이 가져오는 긍정적인 직접적·간접적 효과를 고려할 때, 대한민국은 탈북민 송금에 대한 정책을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

 

  첫째, 한국의 수사 및 사법당국은 송금 관련 사건에 대한 단속 및 기소 우선순위를 조정해야 한다. 간첩 혐의와 같이 중대한 안보 위협에 대한 수사는 계속되어야 하겠지만, 단순히 비공식 금융 거래를 했다는 이유만으로 탈북민을 형사처벌하는 것은 오히려 역효과를 초래한다. 이러한 조치는 이미 사회적 낙인이 존재하는 취약 공동체에 위축 효과를 일으키며, 북한 내 가족과의 정당한 유대 유지조차 단념하게 만든다. 송금을 안보 위협으로 간주하기보다는, 실제 북한 정권과 연계된 불법 자금 조달 행위에 수사 역량을 집중해야 한다.

 

  둘째, 『외국환거래법』과 『남북교류협력법』은 인도적 성격의 국경 간 송금을 고려하여 개정될 필요가 있다. 현행 법 해석 및 집행 방식은 탈북민의 사생활 및 가족생활의 권리를 과도하게 제한하며, 동시에 북한 내 수취인의 권리 또한 침해하고 있다. 해당 법률이 원래 그러한 결과를 의도한 것은 아니지만, 인도주의적 송금에 대해 명확한 예외 조항을 도입해야 한다. 이는 법률 개정 또는 시행령 개정 등을 통해 실현 가능하다.

 

  셋째, 법적·사법적 제도 개선 외에도, 한국 정부는 송금의 안전성과 효율성을 제고할 수 있는 실질적 조치를 검토해야 한다. 송금 업무를 전문적으로 수행할 수 있는 공식적이고 제도화된 기관을 국내에 설립하는 것이 가장 이상적인 해결책이지만, 실현 가능성이 낮을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부는 탈북민 대상의 금융 이해도 제고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등의 중간 단계 조치를 취할 수 있다. 특히 브로커 네트워크에 대한 경험과 이해를 가진 탈북민이 참여하는 실무형 교육 프로그램은 송금이 실제 수취인에게 정확히 전달될 수 있도록 지원하는 데 큰 도움이 될 수 있다. 송금에 대해 보다 균형 잡힌 접근 방식을 채택함으로써, 인도주의 원칙과 장기적인 전략적 국익을 동시에 충족하는 법 집행 및 규제 정책을 구현할 수 있을 것이다.<끝>


*「세종포커스』에 게재된 내용은 필자의 개인적인 의견으로 세종연구소의 공식견해가 아님을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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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 글은 세종연구소가 발간한 [세종포커스] (2025.3.27.)에 실린 것으로 연구소의 동의를 얻어 게재합니다. <편집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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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입력 2025년03월29일 16시45분
  • 최종수정 2025년03월29일 10시5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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