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이재명을 불안해 하나 본문듣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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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기 대통령후보에 대한 갤럽 여론조사에서 이재명 37%, 한동훈, 홍준표가 각각 5%, 오세훈 2%로 나왔고, 정당지지율은 민주 48%, 국힘 24%로 민주당이 국힘의 딱 곱절이었다. 윤석열 탄핵 직후 차이가 크게 벌어졌다. 대선까지 남은 5개월간 이변은 없다고 보면 될 것 같다. ‘21대 대통령=이재명’은 상수(常數)로 보고 행동하면 되겠다.
한국의 정치지형은 진보 20~30%, 보수 20~30%, 중도 40%로 계산하면 맞다. 지금은 윤석열과 국힘에 실망한 중도를 이재명과 더민주가 상당히 흡수한 상황이라고 보면 된다.영국의 정치가 디즈레일리가 "정치가는 시대의 피조물, 상황이 낳은 자식"이라고 말했다.
이재명은 사법리스크라는 백척간두에서 윤석열이 친위쿠데타로 어질러 놓은 상황을 기막하게 이용하고 있는 "상황이 낳은 자식"이다. 윤석열을 한시 바삐 쫓아내고 대통령 자리를 차지하고 싶어서 추운 주말(12월 21일)에 데모군중을 늘리려고 "오늘 광화문이 더 많은 빛으로 밝게 빛나길…."이라고 페이스북에 썼다.
<사진은 지난 21일 광화문에서 열린 '윤석열 즉각퇴진 범국민 촛불 대행진' 모습>
어떤 이는 사마의의 환생을 보는 것 같다고 평했다. 제갈량보다 한 수 위라는 사마의=이재명. 그런데 이재명이 대권을 잡는 게 마음이 안 놓인다고 걱정하는 보수, 중도층이 꽤 많다. 민주당 지지율은 48%인데 이재명 지지율은 37%로 11%포인트 낮은 게 그 걱정과 불안의 현주소다.
왜 이재명을 불안해 하나?
영국 이코노미스트는 세계질서 재편의 3대 조항을 이렇게 지적했다.
첫째, 트럼프가 미국을 다시 지배하는 것. 둘째 AI기술의 무한 확장, 셋째, 미중 충돌 격화에 따른 지정학의 재편이 그것이다.
세상을 상전벽해로 만들어놓을 변수들이다. 한국이 준비를 잘해도 적응할 수 있을까 걱정스럽다. 재계1위 삼성전자가 비틀거리고, 중국의 기술에 한국 제조업이 대부분 따라잡히면서 앞날이 어두운데, 국가를 지휘하고 트럼프와 정상회담에서 한국 몫을 챙겨와야 할 대통령이 사실상 궐석이다.
차기대통령은 따논 당상이나 다름없는 이재명이 모든 어려움을 해결해 줄 정치리더라면 무슨 걱정이 있겠는가?
그러나 이재명과 위의 이코노미스트 3대 조항부터가 어긋난다. 국회에서 탄핵을 의결할 당시 이재명의 더민주가 증거로 댄 사유로 "윤석열 정부가 중국 북한 러시아를 적대시하고 일본 중심의 기이한 외교정책을 폈다"고 지적했다. 지난 3월에는 총선캠페인에서는 "왜 중국에 집적거리나, 그냥 셰셰하면 된다"며 중국에 아부성 발언을 했었다.
트럼프 1기때 문재인의 친북중 성향 때문에 한미관계가 뜨악했다. 그런데 이재명이 또 문재인데자뷔를 말했으니 트럼프 진영에서 벌써부터 걱정스럽다는 말이 새나왔다.
윤석열은 이재명의 특검, 탄핵전략을 참지 못하고 분노해 계엄을 선언했다고 여러 차례 밝혔다. 尹의 25번에 달하는 거부권 행사는 특검, 탄핵 남발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 한덕수 대행체제가 들어선 후도 가장 먼저 맞닥뜨린 게 거부권 행사였다.
그 내용은 농업관리법, 국회증언법, 국회법 등 6개분야였고 민주당은 거부권행사를 하면 한덕수 대행을 탄핵하겠다고 겁을 줬다. 4개 농업법은 쌀수매, 농작물 등의 가격이 떨어졌을 때 정부가 높은 가격으로 수매를 보장하는 내용이다. 연간 1조 수천억 원을 퍼주는 남미 차베스형 포퓰리즘이다.
차기 대선용으로 은근히 윤석열을 골병들게 할 목적으로 내세웠는데 이번엔 민주당 막후에서도 "진짜 정권을 잡아서 농업법이 작동하면 정부운용에 큰 부담"이라고 거부권 행사를 은근히 반겼다는 말이 돌았다.
국회증언감정법은 국회청문회가 기업에 대해 증언을 요구하면 아무리 기업의 사업기밀이라도 사실대로 발설해야 한다는 "재계 군기잡기" 내용이었다.
이재명은 윤석열 탄핵으로 대권이 가까와지자 우(右)클릭으로 선회해 중도표를 모으려는 사마의 지략을 시연중이다. 갑자기 재계단체장들을 만나는가 하면 주한 미국상공회의소의장(제임스 김)과 만나 미국에 아부성 ‘셰셰’를 했다.
제임스 김이 "국회증언감정법을 한국이 시행하면 외국기업들이 한국을 떠날 것, 들어오려고도 하지 않을 것"이라 말하자 이재명은 "참고하겠다"고 답했다. 그렇다면 얼른 그 법을 취소했어야 마땅함에도 한덕수 총리가 6개 법안에 대한 거부권을 행사하자 박찬대는 "내란수괴의 정책을 이어받는 세력"이라며 탄핵하겠다는 위선을 떨었다.
한국은 반도체, 자동차, 철강, 석유화학, 배터리 등이 중국에 따라잡히며 비교우위를 잃었다.남은 건 조선, 방위산업, 원전 등 극히 일부분에 그친다.
문재인 정부가 한국을 멍들게 한 것은 주52시간제, 민노총과 동조, 최저임금 무리한 급등, 부동산실패 등이었다.
특히 연구직(R&D)이나 신규창업벤처에게도 주 52시간을 엄수토록 하고, 위반하면 형사처벌케 한 것이다. 그런데 이재명은 최소한 이것은 잘못됐다며 반도체사업 하나만이라도 52시간제를 취소하겠다고 몇 번이고 공언했었다. 그런데 탄핵 후 감감무소식이다.
이재명과 만난 재계단체장들이 "이사회가 기업외에 (소액)주주 에게도 충실해야 하는 의무를 부과하는 상법개정은 행동주의 펀드에 악용된다. 절대 도입해선 안된다"는 당부에도 이현령비현령이다. 미국의 경우 주주중시를 상법에 넣은 주는 델라웨어 주 한 곳이 있을 정도로 세계적으로 사례가 없는 이상한 법이다.
민주당은 무기를 수출하는 방위산업체들에도 국회 동의를 얻어 수출하도록 하겠다며 어깃장을 놨다. 대통령이 탄핵되자 한국의 무기를 수입하기 위해 방한하겠다던 스위스, 호주, 동유럽국가들이 속속 방한을 취소하는 사태가 벌어지고 있다. 이재명이 이들을 안심시킬 발언을 한 적이 없다.
민주당 정권은 경쟁력 세계 1위인 원자력산업을 짓이겨놓은 것을 윤석열 정부가 간신히 일으켜 세워 체코에 24조 원 수출 MOU를 따놨는데, 尹이 탄핵당하자 다시 불안해지고 있다.
이재명의 기본사회 전략에는 풍력 태양광을 에너지고속도로라며 칭송하면서도 원전에 대해서는 한 번도 언급하지 않고 있다.
미국 바이든 정권의 GDP성장률이 세계 최고수준인데도 대선에서 트럼프에게 패배한 까닭은 무엇인가?
트럼프는 역대 대통령 가운데 가장 늙고, 자상하고 농담을 좋아할 때도 있지만 복수심에 불타 극단적인 행동도 하는 성격의 소유자다. 그런 결함에도 미국 역사상 133년만에 처음으로 한텀 거른 후 대통령권좌로 돌아온 배경은 "저 지도자면 민생의 어려움을 해결해 줄 것"이란 신뢰감 때문이었다.
리더는 "앞으로 나아가는 자"라는 뜻과 "죽는 자"라는 두 가지 의미를 동시에 가지고 있다. 동양에서는 리더의 덕목으로 지장, 용장, 덕장 3가지로 열거하고, 마키아벨리는 여우의 지혜와 사자의 용기라고 응축했다. 무릇 정치지도자는 방향을 제시하여 앞으로 나아가며, 죽는 자의 의미도 내포하는 까닭은 기꺼이 자기희생을 한다는 의미도 담고 있다. 이스라엘 역사에서 야곱의 4째 아들 유다가 더 똑똑한 요셉을 물리치고 후계자로 지명돼 오늘날 유대민족의 어원이 된 것은 자신의 목숨을 담보로 12지파 형제들 구출한 신뢰 때문이다.
트럼프의 공약은 국민생활을 바이든보다는 훨씬 편하게 해줄 것이라는 정책과 신뢰로 승리를 담보했다. 물가와 불법 이민문제를 해결하겠다는 약속을 유권자들은 일자리와 생활의 안정으로 받아들였다. 민주당 해리스의 공약은 그에 비하면 젠더, 여성낙태권 등으로 민생과는 동떨어져 멀어 보였다.
케네디의 말대로 밀물이 들어오면 모든 배가 높이 떠서 항해가 쉬워진다. 이것은 경제성장률이 높으면 웬만한 문제는 자동으로 해결된다는 은유를 그렇게 표현한 것이다. 반대로 성장률이 낮아지면 취업, 소득, 주거안정, 출산 등 모든 문제들이 분출한다.
대통령, 총리라는 권한이 엄청나게 주어지는 자리에 대해서는 유권자들은 기대감이 높다.
그런데 솔직히 그것을 해결하는 것은 어렵다. 저성장시대에 유권자의 기대에 부응하지 못한 정치지도자는 분노의 표적이 된다. 미국 일본에서 현직 대통령과 총리가 선거에서 패배하고 유럽에서도 독일 프랑스 영국에서 집권당 지지율에서 곡소리가 나고 있는 건 그런 연유에서다.
트럼프는 일론 머스크라는 엉뚱한 재벌총수를 끌고 들어와 정부효율부라는 기상천외한 부처를 만들어 공무원 3분의 1은 날려버리겠다는 공약으로 대중의 환호를 터트렸다. 트럼프 내각의 장관들은 부호들이 많아 '황금내각'이라 부른다. 한국으로 보면 삼성 이재용을 기용해 공무원을 45만 명이나 잘라버리겠다는 것이다!
기묘한 해법을 제시하여 대중의 환호성을 불러 일으켰다.
저성장, AI 시대에 먹고 살기 위한 세계 각국의 경쟁은 상상을 초월한다. 제조업 하면 독일과 일본이었지만, 자동차에 지나치게 의존했던 독일은 중국전기차에 밀려 나라경제 전체가 가라앉고 있다.
미국은 트럼프가 일론 머스크를 시켜 제조업 르네상스를 다시 꽃피우겠다는 전략이다. 한 때는 사양산업이라 버렸던 반도체가 AI시대의 핵심으로 부상하자 다시 세계 1~5위 반도체공장들을 미국에 끌어들이는 데 성공했다.
미국과 중국의 충돌은 트럼프2기에 엄청난 파열음을 일으킬 것이다.
정의는 강자의 이익의 시대다.
한국은 나홀로 전략으로 먹고 살 수 없는 국가다. 강자들과 편을 잘 먹어야 한다. 이제 정치리더의 자산은 도덕보다는 전략과 신뢰가 우선한다. 미국의 닉슨은 유능했지만 개인적인 이익을 우선하여 국민의 신뢰를 잃어 최초로 탄핵 받은 대통령이다.
이제 정치리더의 거울에 이재명을 비춰볼 시간이다.
한국인의 삶의 수준을 더 높여줄 이재명표 비전은 무엇인가?
그런 비전과 신뢰를 보여준 적이 있나?
예산을 4조원 삭감하면서 내년 초 추경예산을 편성하겠다는 가장 큰 이유는 지역화폐 발행이다. 지역화폐 발행으로 한국경제가 0.0001%라도 나아질수 있나?
반도체 R&D연구원에 52시간 근로제 예외도 못해 준다면 무슨 수로 경쟁력을 회복할 수 있나?
단 한 가지라도 AI전략을 말해본 적이 있나?
성질머리 고약한 미국 트럼프와 척지면서 중국 러시아와 친해지고, 일본과 다시 식민시대 논쟁을 벌여서 Economist가 말한 글로벌 지정학 흐름에 대처할 수 있나?
이재명이 대통령은 ‘따논 당상’이라 생각한다면 재계단체장이나 우파인물들 만나는 전시성 이벤트 말고 한국을 발전시킬 전략을 제시해주길 국민은 바랄 것이다. 그런데 이재명은 "어서 광화문을 더 밝은 빛으로 밝혀달라"며 노벨문학상을 탄 한강의 운율을 차용해 시위데모를 독려하는데 더 머리를 쓰고 있다.
그래서 이재명이 불안한 것이다.
한국의 상황이 낳은 자식이 정치인이라면 그래도 이재명은 21대 대통령으로 당선될 것이다.
5~6월쯤 선거법위반 2심 소송에서 유죄로 나오고, 대법원 판결이 연말 경으로 예상된다 하더라도 이재명은 당선돼 있을 것이다. 위증교사 2심이 유죄로 뒤집혀도, 쌍방울 대북송금에서 부하직원이었던 이화영이 2심에서 7년8개월형을 받은 데 영향받아 이재명 1심에서 상당한 유죄판결이 나와도 상관없을 것이다.
이재명은 월스트리트저널(WSJ)과의 인터뷰에서 "사람들이 나를 한국의 트럼프라 부른다"고 말했다. 일단 대통령에 당선돼버리면 그다음부터 대법원 등의 후속판결은 중단되는 트럼프의 처지가 자신의 입장이 되면 좋겠다는 염원을 내세운 것 같다.
요즘 사람들은 이재명을 김대중과 비교해 보려고도 한다. 빨갱이 김대중이 대통령이 되면 경제하는 사람들은 다 이민가야 할 것이라고들 겁을 냈었다. 그런데 김대중은 매우 합리적으로 외환위기를 극복하고 일본의 대중문화를 수입한 최초의 대통령이었고, 한국의 제1벤처세대를 꽃피우고 인터넷산업을 크게 일으켜 선진국도약의 초석을 마련했다.
이재명을 여러차례 만나본 손경식 경총회장은 "그는 매우 현실적인 인물"이라고 좋게 말한다.
그가 대통령에 당선돼 1년쯤 경과하면 방향성과 실적으로 평가될 것이다.
그가 정말 DJ처럼 한다면 매우 다행일 테고, 문재인2가 돼서 경제는 어렵고, 미국과도 안 좋고, 중국 북한을 기웃거리고 있다면 "대법원은 어서 판결하라"고 난리가 날 것이다. 그러면 지금보다 훨씬 고약한 사생결단의 좌우 정치전쟁이 벌어질 것이다.
<민주주의는 왜 무너지는가>의 스티븐 레비츠키의 인터뷰를 보면 그런 암시가 있다.
<ifsPO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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