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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실게임에 갇힌 연금개혁, 괜찮은가?-연금개혁 모수개혁부터? 구조개혁과 동시에? 본문듣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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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입력 2024년06월12일 08시55분
  • 최종수정 2024년06월12일 08시5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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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역사적 과제인 연금개혁이 진실게임에 갇혔다. 무엇이 옳고, 무엇이 그른가? 무엇이 진짜이고, 무엇이 가짜인가? 누가 옳은 말을 하고, 누가 거짓을 선동하는가? 엇갈리는 주장속에 누가 진짜 국민의 노후불안과 미래세대의 연금지속성에 대한 진정한 개혁대안을 주장하고 있는가를 판별해내는 것이 중요한 과제로 되었다. 서로 자기 아이라고 주장하는 가짜 엄마와 진짜 엄마가 솔로몬왕에게 판단을 구하는 모습이 떠오르게 하는 장면이다. 아이를 서로 나눠 가지라는 판정으로 아이를 진정으로 위하는 진짜 엄마를 판별해낸 솔로몬왕의 지혜가 필요한 순간이다. 

 

  연금개혁을 둘러싸고 서로 결이 다른 주장들 속에 원치 않는 판관이 된 국민들은 혼란스럽기만 하다. 지난 21대 국회연금개혁특별위원회의 연금개혁 공론화 과정에서는 연금개혁 과정에서 반드시 고려되고 지켜져야 하는 가치인 소득보장과 재정안정을 마치 양립불가능한 가치인냥 “당신은 소득보장이 좋습니까? 아니면 재정안정이 좋습니까?” 이분법적 선택 프레임으로 시민들에게 선택을 강요하여 공론화 과정에 참여한 시민들을 곤란하게 만들었었다. 이제는 모수개혁이냐, 구조개혁이냐가 마치 무엇이 진짜 연금개혁이냐, 연금개혁의 진정성을 판단하는 리트머스시험지가 된 것처럼 되었다.

 

  선택 불가능한 것을 하나만 선택하라는 것은 일종의 폭력일 수 있다. 엄마도 좋고 아빠도 좋다라는 제 3의 지혜로운 답을 입밖으로 낼 수 있기까지 둘 중 하나를 강요받는 아이는 얼마나 당혹스럽고 마음이 힘들었겠는가. 소득보장도 중요하고 재정안정도 중요하다를 양립가능하게 하는 제3의 지혜로운 답을 찾아야 하는 시민들의 마음도 이와 같았을 것이다. 더군다나 전면에 내세우는 개혁강조 목표만 다른 것이 아니라 연금개혁 근거를 이루는 소위 사실들에 대한 판단도 상이하게 전달되니 정말 혼란스러웠을 것이다. 정부에서 제출한 연금재정추계결과는 연금개혁을 위한 객관적인 사실자료임에도 불구하고, 연금재정추계자료는 믿을만한 게 되지 못한다고 폄하되고 미래 경제상황에 대한 근거없는 낙관론으로 대체되었다. 

 

  공론화 과정에서 전세계 연금개혁을 관통하는 제1 화두이고 특히 세계 유례없는 초고령화, 초저출산의 인구대변화를 경험하는 한국에서는 더욱 중요한 화두일 수밖에 없는 지속가능성은 상대적으로 덜 어필되었다. 지속가능성에 대한 담보를 위한 급여와 부담의 일치를 위한 부담수준 강화, 보험료율 인상의 절실함은 거대한 노인빈곤 앞에서 재정만 걱정하는 모습으로 폄하되었다. 높은 노인빈곤율을 근거로 한 노후소득 불안은 더욱 증폭된 반면, 부담에 대해서는 현세대 책임을 강조하는 담론보다는 국가책임 담론이 시민대표단에게 더 매력적으로 각인되었다.

 

  재정안정 강조측에서는 모든 선진국의 연금개혁 논리와 마찬가지로 미래세대 과중부담 우려에 따른 세대간 형평적인 고통분담 강조에 열중하여 보험료율 인상을 강조하여 전달한 반면, 소득보장 강조측에서는 급여수준에 미치지 못하는 부담수준을 인상하는 것에 대해서는 소극적으로 임하면서도 국고로 부담하면 된다고 면죄부를 준 것이다. 연금부담에 대한 국가책임 강조, 국고 지원론, 고소득층 세금귀착론 등으로 현세대의 미래세대에 대한 부채의식을 덜어주고 국민의 또 다른 부담인 국고지원으로 책임을 미루었기 때문이다. 

 

  소득보장 관련해서도 재정안정 강조측에서는 소득대체율 인상보다는 가입기간 확대를 통한 실질적인 소득보장 강화가 더 필요하고 적합한 대안이라고 주장했으나, 직관적으로 소득대체율 인상을 앞세워 연금빈곤과 노인빈곤에 대응한 소득보장 강조측에 비해 가입기간 확대를 통한 실질적 소득보장성 강화 효과는 각인되지 못했다. 중하위 연금빈곤층은 짧은 가입기간을 특징으로 하기 때문에 연금소득대체율보다 연금가입기간 지원과 보험료 지원을 통한 연금가입기간 확대가 보장성에 더 큰 효과를 가진다는 것을 제대로 전달하기에는 역부족이었다.

 

  국회로 넘어간 공론화 결과는 세계적 연금개혁 표준인 지속가능성을 최소한 개선시키는 수준에서 수정 제안되었다. 그리고 공론화 과정에서의 혼란스러운 사실 혼돈에도 불구하고 국회 논의과정에서 부담수준과 급여수준에 대한 논의는 거의 합의점에 도달한 듯이 보였다. 그러나 연금개혁에 필수적인 연금정치 과정의 불가피한 절충과 조정을 연금개혁의 한 과정으로 받아들이지 않은 양쪽 극단의 목소리는 연금개혁의 진정성을 회의하게 만들었다. 다시 연금개혁은 진정한 연금개혁론으로 제2라운드가 펼쳐지게 되었다. 모수개혁과 구조개혁을 둘러싼 가짜 개혁과 진짜 개혁 주장으로 연금개혁을 둘러싼 제2라운드가 전개되고 있다. 그 과정에서 개혁의 주체가 되어야 할 시민들을 다시 냉소적 태도의 판관으로 만들고, 연금개혁의 진정한 숙제를 외면하게 만들고 있다.

 

  용어도 생소한 모수개혁과 구조개혁은 무엇을 의미하는가? 모수개혁(Parametric Reform)은 연금시스템의 기본구조를 변경하지 않고 연금급여와 연금부담 등 연금제도의 세부 매개변수(parameter)들을 조정하는 방식이다. 구체적인 모수개혁 방법으로는 첫째, 연금급여율(소득대체율)을 조정하는 것, 둘째, 연금급여의 가치를 유지하기 위한 연금급여 인상기준을 변경하는 것(예, 물가상승율, 임금상승율 등), 셋째, 연금수급연령을 조정하는 것, 넷째, 연금보험료율을 조정하는 것 등이다. 연금급여율 인하, 연금수급연령 인상, 연금보험료율 인상 등으로 받는 것과 내는 것을 일치시키는 방향의 모수개혁을 통해 인구고령화 심화속에서 미래세대로 현세대 급여부담이 더 이상 전가되지 않도록 하는 개혁내용을 담을 수 있지만, 급진적인 변화보다는 점진적인 변화를 도모하는 개혁이 될 가능성이 크다. 

 

  구조개혁(Structural Reform)은 연금시스템의 구조를 변경하는 것이다. 구조개혁 방법으로는 그 범위가 매우 넓어, 구조개혁 내용을 특정하여 정의하기 쉽지 않으나 주로 이루어지는 구조개혁을 중심으로 설명하면 다음과 같다.

 

첫째, 다층연금체계를 도입하거나 실질적으로 강화하는 것이다. 공적연금을 다층화거나, 공적연금 외에 민간기업연금, 개인연금 등 여러 층으로 구분하는 것이다. 다층화의 장점은 각각의 층이 서로 보완적으로 작용하여 인구경제 변화에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으며, 공적연금 뿐만 아니라 다층의 연금체계를 통해 연금보장성을 강화할 수 있다는 점이다. 

둘째, 여러 공적연금을 통합하거나(국민연금과 공적직역연금 등을 통합, 국민연금과 기초연금 간 관계조정 및 재편), 공적연금과 기업연금과의 관계를 조정(적용제외 포함)하거나 재편할 수 있다. 

셋째, 확정급여형(DB, Defined benefit) 연금제도를 확정기여형(DC, Defined Contribution) 연금제도로 전환할 수 있다. 확정급여형은 급여를 확정하고 보험료율을 변동하는 것이라면, 확정기여형은 기여를 확정하고 적립한 보험료 운용에 따라 급여를 지급하는 것이다. 이미 적립기금이 소진된 상태에서 기가입자에 대한 약속된 급여책임이 있는 상태에서 확정기여형으로 이행시에는 스웨덴과 같이 명목확정기여형(Notional Defined Contribution)으로 전환하여 보험료율은 확정하되, 보험료 수입은 급여지출로 사용하고 보험료율 적립기록에 기반하여 정책적으로 설정한 이자율로 급여를 제공하는 방식이다. 

 

  모수개혁은 연금개혁의 핵심인 부담과 급여 수준을 조정하는 과정이니 연금개혁의 핵심을 이룬다. 그러나 구조개혁을 동반하면 개혁의 속도와 개혁의 폭을 더 크게 할 수 있고, 급진적인 개혁이 가능하다. 모수개혁이 선행되고 구조개혁이 될 수도 있고, 구조개혁과 결합된 모수개혁도 가능하다. 한국의 거대한 인구전환을 고려하면, 구조개혁이 필수적이다. 그런데 구조개혁은 시간이 걸린다. 구조개혁 논의 범위와 내용이 정리되고 이해관계가 조율되려면 시간이 걸릴 수 있다. 

 

  베이비붐세대의 은퇴전에 보험료 부담을 나누고 미래세대로 전가되는 부담을 줄이기 위한 보험료율 인상의 시급성을 고려한다면 연금개혁은 한시가 급하다. 합의된 13% 보험료율 인상이라도 먼저 할 수 없을까 조심스럽게 제안해본다. 구조개혁이 전제되지 않은 소득대체율이 합의가 여전히 어려운 것이라면, 보장성 강화를 위한 소득대체율 인상은 기초연금과의 관계조정, 퇴직연금의 내실화 등 다층연금 역할과 연금크레딧 강화 및 저소득층 보험료 지원을 통한 가입기간 확대 등 다양한 보장성 강화 장치와 함께 논의하는 수순을 밟으면 어떨지 제안해 본다. 연금개혁의 진정성을 가늠해 볼 중요한 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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