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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경제 재도약을 위한 8대 제언 본문듣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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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입력 2022년01월29일 17시10분
  • 최종수정 2022년01월29일 17시1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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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개발연구원(KDI) 경제정보센터는 월간으로 발행하는 ‘나라경제’ 1월호에서 “한국경제 재도약을 위한 8대 제언”을 주제로 한 특집을 실었다. 이 자료는 연구원의 동의를 얻어 나라경제 특집을 전재한 것이다.​ <편집자> 

 

한국경제는 최근 완만한 회복세를 보이고 있지만 글로벌 공급망 교란, 미중 패권경쟁, 탄소중립, 세계경제의 회복세 약화 등 녹록치 않은 여건을 맞이하게 됐다. 코로나19를 겪으며 제기된 경제체질과 구조변화 필요성에 대한 고민도 계속되는 상황이다. 우리경제가 코로나19이후 디지털,탈탄소 경제로 전환되는 과정에 맞춰 성장동력을 확보하고, 한발 더 도약하기 위한 지혜를 모을 수 있도록 각 분야 연구원장들로부터 한국경제가 나아갈 방향에 대해 들어 봤다.

 

◈ 대전환의 시대, 탈(脫)탄소경제 향한 초개척이 필요하다


 1a93be3376436dcc3086111f187fa5c1_1643337 홍장표 한국개발연구원장​

 

 

우리 경제의 지난 걸음을 되돌아보면, 불확실하고 어려운 코로나19 위기 상황에서도 빠르고 강한 회복세를 보여 왔다. 지난해 말 발표된 「KDI 경제전망」에 따르면, 2020년에는 코로나19 팬데믹과 사회적 거리 두기로 경제활동이 위축됐지만 2021년은 수출과 설비투자를 중심으로 4% 성장을 예상하고 있다.

 

그리고 올해는 3%의 경제성장을 달성해 코로나19 이전과 비슷한 성장세를 지속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러한 회복세는 주요 선진국과 비교해 볼 때 매우 빠르고 견실한 모습이다.

 

 

 

코로나19 팬데믹은 글로벌 경제질서 재편 촉발하고 디지털·에너지 전환 가속화시켜

 

코로나19 팬데믹으로 글로벌 경제질서가 새롭게 달라지고 있다. 코로나19 위기 대응과 경제회복을 위한 정부지출 증가로 미국과 EU 등 선진국에서는 ‘큰 정부’가 부활하고 있다. 그런가 하면 신자유주의 시대를 풍미했던 세계화의 물결은 뚜렷이 퇴조하고 있다. 미국, 일본, 프랑스 등 주요 선진국에서는 국가전략기술과 전략산업을 육성하기 위해 산업정책을 부활시키고 있으며, 자유무역을 배경으로 한 글로벌 공급망이 자국과 동맹국 사이의 협력에 의존한 동맹 공급망으로 재편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그 배경은 바이든 정부 출범 이후 본격화된 미중 패권경쟁이다. 지난해 2월 미국 바이든 정부는 미국 경제안보에 필수적인 반도체, 배터리, 의약품, 희토류 등 4개 핵심 전략산업의 공급망을 안정적으로 관리하기 위해 공급망 재검토 행정명령을 발동하고, 조사에 착수했다. 이는 과거 신자유주의 시대 효율성을 중시한 글로벌 공급망이 이제는 회복력(resilience)과 안정성에 중점을 두는 동맹 공급망의 시대로 달라질 것임을 예고한 것이다. 새해에도 공급망에서 자국의 전략적 우위를 점하기 위한 움직임은 더욱 강화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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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기후변화 대응을 위한 국제사회의 논의도 빠르게 진전되고 있다. 지난해 6월 G7 정상회의에서 각국 정상들은 2050년까지는 탄소중립에 도달하기로 합의했다. 그리고 지난 11월 제26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6)에서는 석탄발전을 단계적으로 감축하고, 기후변화 적응기금을 두 배로 늘리는 ‘글래스고 기후조약’이 채택됐다. 이처럼 기후변화에 대응하기 위한 국제사회의 공조가 확대되면서 관련 글로벌 규제 역시 강화되고 있는 추세를 감안할 때, 탄소중립은 거스를 수 없는 시대적 흐름으로 부상하고 있다. 

 

대내적으로는 코로나19 팬데믹으로 디지털 비대면경제로의 전환이 가속화될 전망이다. 21세기에 들어 4차 산업혁명이라는 새로운 기술·경제 패러다임이 등장했고, 인터넷과 플랫폼 기반의 초거대 기업이 출현했다. 그리고 이런 디지털경제로의 전환은 코로나19 팬데믹을 겪으며 비대면 소비와 재택근무를 일상화시킴으로써 우리의 생활방식까지 바꿔놓고 있다. 

 

이러한 대내외 환경 변화는 2022년 우리 경제가 대응해야 할 어려운 과제들을 던져주고 있다. 

무엇보다도 글로벌 공급망 교란과 재편 과정에서 우리 경제의 원자재나 중간재 공급차질 리스크를 줄이기 위한 노력이 시급하다. 지난해 우리는 철강, 석유, 차량용 반도체와 같은 원자재와 중간재 가격 급등 등 글로벌 공급망 리스크에 노출됐다. 그리고 요소수 사태를 경험하면서 특정 전략품목의 중간재뿐만 아니라 일반 범용 중간재까지를 포괄하는 국가적 공급망 관리가 필요하다는 교훈을 얻었다. 

이제 공급망 관리는 수급 안정과 가격 안정을 위한 선제적 대응이 중요하며, 효율성 차원을 넘어 경제안보라는 새로운 개념으로 접근해야 한다. 에너지 수급관리도 그간의 석유, 가스 등 전통 에너지 중심에서 수소, 재생에너지, 광물 등으로 전면 확대해야 할 것이다. 

 

한편 글로벌 공급망 재편과 글로벌 에너지 전환은 우리 경제가 해결해야 할 과제이지만 동시에 기회의 창을 열어줄 수 있다. 미중 패권경쟁 시대 중국의 글로벌 공급망 이용이 미국의 견제로 제약될 경우 중국의 산업 추격 속도는 둔화될 수밖에 없다. 그리고 이는 제조업 강국으로서 한국의 위상을 높이는 기회가 될 수 있다. 미국·EU 동맹과 중국 견제 시대의 도래는 1980년대 3저 호황의 대외적 환경과 흡사하다. 1985년 플라자 합의에 따른 엔화 절상이 한국경제에 3저 호황의 기회로 작용했다는 사실은, 위기는 어떻게 대응하느냐에 따라 새로운 기회가 될 수 있음을 상기시켜 준다.

 

탈탄소 향한 산업 전환의 첫발 내딛는 원년, 초개척 위한 그린 인프라, 미래 신기술에 과감히 투자해야

 

그간 우리 경제는 반도체, 배터리 등 4차 산업혁명 관련 산업이 성장을 견인해 왔고, 바이오산업도 새로운 성장동력이 될 가능성을 보여줬다. 그런가 하면 <오징어게임>과 <지옥>같은 K콘텐츠가 전 세계 시청자를 사로잡으며 문화강국으로도 부상하고 있다. 새해에는 여기서 더 나아가, 초격차를 넘어 새로운 분야에 도전하는 초개척(beyond frontier)을 이뤄내야 한다. 그간 잘해 왔던 분야를 더 잘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지식과 기술을 융합한 새로운 접근을 통해 새로운 분야를 개척하고 과감하게 도전해야 한다. 

 

2020년 문재인 대통령이 ‘2050년 탄소중립’을 선언한 데 이어, 2021년에는 대통령 직속 탄소중립위원회에서 2030년까지 국가 온실가스 배출량을 2018년 대비 40% 감축하겠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바로 이 탄소중립산업이 초개척의 영역이다. 우리 경제에서 탄소중립이란 그야말로 도전적인 과제다. 탄소중립은 그간 대한민국의 성장을 이끌었던 산업과 에너지 시스템, 발전경로를 완전히 뒤바꿔야 하는 어렵고도 험난한 과제다. 탄소중립을 달성하기 위해 우리 경제와 기업이 떠안아야 할 부담도 크다. 하지만 탄소중립은 가지 않으면 안 되는 길이다. 우리가 탄소중립산업에서 초개척을 이뤄낸다면, 이는 기후변화에 대응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산업의 새로운 기회가 열리는 계기가 될 수 있다. 

 

탄소중립을 우리 경제 도약의 동력으로 삼기 위해서는 에너지 전환에 따른 공급망 리스크를 최소화하고 새로운 기회 활용을 극대화하는 국가전략을 수립해야 한다. 그린 인프라 투자와 미래 신기술 확보로 초기 시장을 창출하고, 국내시장을 테스트베드 삼아 세계 인프라시장까지 진출해야 한다. 한때 경쟁력 상실을 우려했던 우리의 조선산업이 친환경 선박 수요로 부활하고 있다. 이와 같은 기회를 더 많이 살리기 위해 탄소중립사회를 위한 제도적 기반을 강화해야 하며, 친환경 기술에 적극적이고 과감하게 투자해야 한다. 전 세계 산업 판도가 격변하면서 그간 추격자에 머무른 우리 산업이 선도자로 도약할 기회다.  

 

2022년은 한국경제가 탈탄소를 향한 산업 전환의 첫발을 내딛는 원년이다. 우리 경제는 대전환기 초개척으로 코로나19 완전 회복과 새로운 도약의 발판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끝>

 

시공간, 생명 키워드 일깨운 코로나19… 바이오헬스경제에 역량 모을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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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미옥 과학기술정책연구원장

 

 

 코로나19를 지나면서 전 세계가 가장 주목하는 경제 분야는 디지털과 바이오헬스다. 인간이 물리적 육체로 살아가는 가장 기본적인 틀은 시공간과 생명이다. 디지털경제는 인간이 시간과 공간의 제약을 뛰어넘도록 돕는 정보통신기술을 기반으로 한다. 바이오헬스경제는 생명을 지켜주고, 건강하게 그리고 안전하게 살기 위한 생명과학기술을 그 바탕에 둔다. 코로나19는 이 두 가지 경제 트렌드에서 어떠한 역할을 한 것일까.

 

 

 

코로나19는 인간이 살아가는 공간을 제약했다. 마음껏 움직여 공간을 옮겨가는 일을 더 이상 하지 못하게 됐다. 그러나 사람들은 만나지 않아도 소통하고 일할 수 있는 길을 찾아 자연스럽게 나아갔고, 이제 메타버스에까지 다다랐다. 

우리나라는 2000년대 초부터 정보화 혁명을 성공적으로 추진해 디지털경제에서 글로벌 경쟁력을 갖추고 있다. 반도체, 디스플레이, 휴대폰과 같은 정보통신·제조 산업을 비롯해 인터넷과 소프트웨어를 중심으로 하는 정보통신 서비스산업이 2020년 기준으로 전체 수출에서 36%를 차지할 정도로 우리나라 경제의 큰 축을 이뤘다. 이는 우리나라가 산업개발로 성장하면서 구축한 제조역량의 확장과 발전으로부터 가능한 일이었다. 

 

반면에 정보통신 서비스산업은 과학기술의 발전으로 새롭게 열리는 성장의 기회를 포착하고 경제적·산업적 영역을 만들어 온 측면이 있다. 새로운 산업이 성장하고 자리 잡기 위해서는 새로운 기업의 탄생과 성장이 앞선다. 2000년대 초반 IT 벤처 붐이 일어나 현재 판교 테크노밸리를 가득 채우는 크고 작은 수많은 기업이 만들어지고 이전에 없던 신주력 산업을 형성하고 있다. 그렇지 않아도 사이버-피지컬 시스템의 결합으로 혁신이 폭발하는 4차 산업혁명에 대응하기 위해 산업·경제·사회 전반의 스마트 융합 확대를 강조하는 가운데 코로나19로 그 속도가 빨라지고 있다. 

 

이제 정보통신기술은 정보통신산업으로 독자적 영역을 구축하고 성장한 데서 한 걸음 더 나아가, 다른 경제·사회·문화 영역과 융합해 ‘신융합산업’으로 성장하고 있다. 디지털경제에서는 데이터가 원유고 네트워크가 고속도로며 인공지능(AI)이 자본이다. 디지털-D.N.A. 강화와 디지털융합 확대에 가속이 필요한 시점이다. 

 

수명 연장에서 예방·관리·치료 영역으로 바이오헬스 기술·정책 설계를 바꿔나가야

 

코로나19는 인류로 하여금 ‘생명’을 다시 보게 했다. 지금까지 많은 바이오헬스기술은 질병을 치료하고 수명을 연장하는 데 많이 집중됐다. 하지만 이제는 일상생활이 모두 생명과 안전을 중심으로 재설계되고 있다. 일부 지역이나 집단에 발생하던 감염병을 넘어서 인류 모두가 그 대상이 되고 전 세계 모든 지역이 안전한 곳은 없는, 그야말로 인류공동체가 함께 겪어나가고 함께 극복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나 혼자만, 우리나라만 안전하면 되는 수준이 아니어서 나를 위해서 남을 더욱더 같이 챙겨야 한다. 지금까지 바이오헬스기술 연구개발 분야에서는 W-RGB(화이트-레드·그린·블루)로, 신약·의학·농식품·해양 등 기술적 분류로 과학기술역량을 키우고 산업을 일으키려고 수십 년간 꾸준한 정책으로 연구개발과 그를 통한 인재배출을 뒷받침해 왔다. 이제 관점을 면역-위생-의료로 바꿔, 예방·관리·치료의 영역과 단계로 바이오헬스 기술 및 정책 설계를 바꿔나갈 필요가 있다.  

 

바이오헬스의 경제적·산업적 성장세는 강하나, 그 비중이나 역량은 아직 미미하다. 디지털경제에서 2000년 IT 벤처 붐에서 조성된 것과 같은 경제성장의 조짐이 현재 제2의 벤처 붐이 진행되는 바이오헬스에서 나타나고 있다. 2019년 우리나라 벤처캐피털(VC) 투자는 2015년 2조 원 수준에서 2배 이상 늘어나 4조2천억 원 이상이 됐고, 그중 특히 바이오헬스가 전체 투자의 25%를 넘게 차지하며 투자 분야 중 1위를 기록했다. 

 

지금의 투자가 나중에 우리 경제의 새로운 성장축이 되도록 디지털경제 성장 과정에서 학습한 성공 요인은 이어가고 실패 요인은 점검·보완해 단단하고 든든한 준비를 시작해야 한다. 판교 테크노밸리에 꽉 들어선 디지털경제 기업들처럼 바이오헬스경제를 이끄는 선도적인 기업을 키워나가야 한다. 

 

여기서 우리는 디지털경제와 바이오헬스경제의 차이점을 놓치지 말아야 한다. 디지털경제는 제조업을 포함하지만, 공장이 없는 경제가 주류를 이뤄갈 수도 있다. 그러나 바이오헬스경제는 일부 디지털 헬스케어서비스를 제외하면 제품을 생산하는 제조업을 기반으로 한다. 따라서 바이오헬스 분야 벤처캐피털 투자 기업의 제품과 서비스 상황까지 깊이 들여다보고 이들이 새로운 제조산업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디지털경제와 구분되는 또 다른 점은 ‘신뢰’가 시장 진입과 성장에 중요한 부분을 차지한다는 것이다. 디지털은 사용해 보고 아니면 그만이어도 되지만, 생명을 중심으로 하는 바이오헬스는 처음부터 해로움이나 부작용이 없을 것이라는 믿음이 중요하게 작동한다. 까다롭고 깐깐하고 깔끔한 소비자가 국민이라는 한국의 거대한 ‘신뢰 브랜드’가 시장 경쟁력 구축에 중요한 기반이 될 것이다. 

 

우주산업은 통신·에너지 산업으로 연결·확장되고, 자원개발로 이어져 생명산업으로 연장돼

 

코로나19에도 우리나라는 포스트 누리호 시대를 시작한다. 시공간 제약을 뛰어넘게 하는 것이 디지털기술이고 생명을 중심으로 한 바이오헬스기술이 모두 총화돼 인류에게 새로운 공간을 열어주는 우주시대가 우리나라에도 다가왔다. 

 

우리가 사는 지구에서 우주로 우리의 공간을 확장해 탐험과 개척에 나서고, 새로운 공간과 환경에서의 인간과 생명에 대한 연구와 준비를 시작한다. 러시아를 시작으로 미국 그리고 중국까지 한 국가의 과학기술 경쟁력을 내세우는 국가사업으로 추진되던 우주과학기술이 이제는 산업화되고, 서비스로 진화하고 있다. 

 

우주산업은 연결과 연장이다. 발사체산업이나 위성산업에서 그치는 일이 아니다. 지구에서 일어난 거의 모든 일과 연결되고 확장되고 연장된다. 통신산업으로 연결되고, 에너지산업으로 확장되며, 자원개발로 이어지고, 생명산업으로 연장돼 갈 것이다. 심지어 영화뿐만 아니라 음악으로, 미술로 영감을 자극하며 예술문화산업으로 나아가고 있다. 누리호는 그 발걸음을 뗄 수 있다는 신호를 쏘아 올렸다. 우주경제를 끌어올릴 정책과 전략을 설계하고 준비해야 한다.

 

물리적으로 어떤 물체가 일정한 속도로 자신의 운동 상태를 유지하는 데에도 추가로 힘을 줘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주변의 마찰이나 저항으로 속도를 잃어버리게 된다. 현상 유지에도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는 자연의 섭리다. 하물며 더 빨리 더 멀리 나아가고 방향을 바꾸는 새로운 변화를 원할 때 더 많은 힘이 드는 것은 당연하다. 기술패권 경쟁과 같은 마찰은 거세지고 자국 우선주의 같은 저항도 커지고 있다. 여건과 환경을 이겨 새로운 방향으로 나아가도록 역량을 모으고 집중해 필요한 힘을 발휘하도록 할 중요한 때다. <끝>

 

‘가장 적은 비용’ 아닌 ‘가장 적합한 비용’으로 공급망 패러다임 전환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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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흥종 대외경제정책연구원장​

 

 대외경제정책연구원은 지난 11월 발간한 「2022년 세계경제전망」을 통해 2022년 세계경제가 4.6% 성장하며 선진국 중심의 회복세가 이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2020년 초 발생한 코로나19 팬데믹에 대한 각국의 대응은 보건 인프라, 재정 여력, 대중의 인식 등에 따라 달랐다. 

 

 

 

팬데믹 초기 세계 곳곳에서 완전 봉쇄에 준하는 조치가 행해진 후, 국가별로 경제적 피해에 대한 거대한 규모의 재정지원이 도입됐다. 시간이 지나면서 백신이 개발되고 보급됐다. 

이러한 상황에서 팬데믹 이전의 자유롭던 생활로의 정상화를 위한 열망은 커져갔다. 정책 여력이 있는 선진국에서 여러 가지 방안이 시도된 반면, 신흥국의 상황은 쉽게 나아지지 않고 있다. 지난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의 회복을 신흥국에서 이끌었던 것과는 대조되는 모습이다.​​ 

 

미중 갈등 양상은 글로벌 정책공조 유지에 어려움으로 작용할 전망

 

디지털 전환과 녹색 전환을 포함하는 글로벌 대전환이 선진국을 중심으로 일어나고 있다. 디지털 기술의 발전은 생활양식을 바꿔왔는데, 팬데믹 이후 적용되는 영역이 넓어지고 전환 속도도 빨라지고 있다. 팬데믹이 가져온 보건 위험비용은 경제행위가 일어나는 특정 장소에 대한 인식의 제한을 뛰어넘게 했고, 재택근무와 음식배달의 활성화 등으로 나타났다. 관련 인프라를 보강함으로써 초기 전환비용 장벽을 낮추는 정책이 추진되고 있다. 인공지능(AI), 빅데이터, 5G, 자율주행 등 새로운 기술이 생산성을 높이며 디지털 전환을 가속화할 것으로 기대된다. 

 

한편 보건 및 환경에 대한 관심이 증가하면서 글로벌 기후변화 대응 등 녹색 전환의 정책적 노력도 시도되고 있다. 선진국은 화석연료의 사용을 제한하고 재생에너지 생산을 높여 친환경적 경제체제로의 구조 개선을 꾀하고 있다. 이러한 노력은 인류의 공동 자원인 지구환경이 파멸적 경로를 밟지 않도록 하는 위험 회피적 동기에 바탕을 두고 있다. 

탄소 포집 및 저장, 스마트 그리드, 대규모 수소 생산 및 운송 등 녹색 전환 관련 기술을 개발 및 상용화하고, 인프라를 구축하는 데 필요한 거대한 투자에 정부의 재정지출이 촉매 역할을 담당할 전망이다. 대전환을 위한 투자가 세계경제에 활력을 불어넣기도 하지만 불확실성도 있다.

 

 다음과 같은 리스크 요인을 생각해 볼 수 있다. 

 

첫째, 대전환에 소요되는 투자비용을 감당하기 위한 정부 예산상에 제약이 있다. 경제구조를 개선하려면 인적·물적 인프라에 대한 장기적인 투자가 필요하며, 각국 정부의 선제적 투자가 수년간 지속돼야 한다. 하지만 팬데믹 대응을 위해 이미 집행된 재정지출의 규모가 상당하기 때문에 향후 투자를 위한 예산 확보가 어려울 수 있다. 위기 이후 정상화 시점이 가시화되면 지속적 재정지출에 대한 우려가 높아지면서 구조 변화에 대한 소극적 대응으로 기조 변화가 나타날 수 있다.

 

둘째, 급작스러운 정책환경 변화에 경제가 적응할 시간이 필요한데, 이러한 적응이 지연되고 병목현상이 일어날 수 있다. 이미 녹색 전환 정책에 따라 에너지 부문에서 마찰이 발생하는 모습이 중국, 유럽 등에서 나타났다. 이러한 마찰은 시간이 지나면서 해결되기는 하지만, 정책 변화에 대한 적응 경로가 예상과는 다르게 나타날 수 있다. 일반적으로 규제의 ‘풍선효과’라 말하는 부작용이 일어날 수 있는데, 새로운 정책과 규제에 대한 민간 부문의 우회 시도가 빈번히 일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셋째, 국제공조의 불확실성이다. 글로벌 대전환을 위한 재원 확보 문제는 일개 국가의 문제가 아니며, 세원 확보를 위한 공동의 노력이 필요하다. 미국의 바이든 정부가 국제공조에 복귀하면서 많은 합의가 이뤄지고 있으나, 미국의 리더십이 지속될 수 있을지에 대해 우려가 남아 있다. 특히 최근 다시 고조되고 있는 미중 갈등 양상은 글로벌한 규모의 정책공조를 유지하는 데 어려움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국내외 공급망의 중복성 구축 위해 국제 협력과 모니터링 강화해야

 

팬데믹 이후 글로벌경제가 작동하는 방식에 대한 우리의 이해는 달라졌다. 이전까지 국제무역 논의에서는 글로벌 가치사슬(value chain)에 대한 관심이 높았으나, 최근에는 글로벌 공급망(supply chain)의 안정성 확보로 초점이 이동하고 있다. 가치사슬 개념이 제품 생산에 있어 공정별로 누가 얼마만큼의 부가가치를 가져가는지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면, 공급망은 제품이 생산돼 소비자에게까지 차질 없이 공급되는 제품 생산의 전체적 흐름에 관심을 가진다. 

 

제도적 장벽을 제거하고 효율적인 물류망을 구축해 적시 생산이 이뤄지도록 하는 것이 공급망 관리의 핵심인데, 팬데믹과 더불어 글로벌 공급망이 예상대로 작동하지 않고 있으며 높은 인플레이션이 발생하고 있다. 이로 인해 주요국의 통화정책이 긴축적 기조로 돌아설 가능성도 높아지면서 글로벌 경기회복에 위협으로 작용하고 있다. 

 

최근 글로벌 공급망에 가해지는 스트레스는 다음과 같이 다양한 성격을 지니고 있다.

 

먼저, 팬데믹과 더불어 노동을 비롯한 생산요소의 투입이 제한되면서 가동률이 하락했다. 복잡한 공급망 위의 공정 간 상호의존적 성격으로, 한 공정에서의 병목은 하류 부문으로 가면서 변동성이 확대된다. 문제된 공정의 회복이 공급망 정체의 신속한 회복으로 연결되지 않는 이유다. 코로나19의 지속적 재확산은 공급망 정체 문제의 반복을 가져올 수 있다.

 

또한 대전환에 따라 강화되는 규제가 공급망에 충격을 가져올 수 있다. 세계화의 한 측면인 해외직접투자(FDI)는 상대적으로 저렴한 생산요소가 주요 고려 대상이었는데, 국제공조를 통한 규제 강화는 수원국의 가격 경쟁력을 하락시켜 기존 공급망 재편을 가져올 수 있다. 앞서 언급한 중국의 에너지 부문 마찰은 당국이 도입한 새로운 환경규제를 준수하는 과정에서 발생했고, 값싼 화석에너지를 활용하던 원자재 정제과정을 지연시키며 공급망 충격으로 작용했다.

 

한편 미국의 대중국 전략은 경제안보를 중심으로 한 공급망 관리에 있다. 첨단기술을 사용하는 핵심제품에 대한 공급망에서 중국을 배제하는 전략을 추진하고 있는데, 동맹의 가치를 강조하고 보편적 가치로서 노동·인권·환경 문제를 제기하는 접근법을 취하고 있다. 미국의 공급망 재편은 결과적으로 중국 의존도 줄이기가 될 전망이며, 이는 양국의 공급망 모두에 크게 노출돼 있는 우리 경제에도 큰 도전이 될 것이다.

 

이러한 공급망 문제에 대비하기 위해 우리 경제는 ‘가장 적은 비용(lowest cost)’이 아닌 ‘가장 적합한 비용(best cost)’을 찾는 작업으로 패러다임을 전환하고, 국내외 공급망의 중복성(redundancy) 구축을 위해 국제 협력과 모니터링을 강화해 나가야 할 것이다. <끝>

 

방역과 경제 정상화 등 단기적 노력과 저탄소산업 위한 중장기적 구조개혁을 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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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 현 산업연구원장​ 

 

 국내외 주요 예측기관들은 대체로 2022년 세계경제가 코로나19 상황의 지속 등 불확실성에도 불구하고 전반적으로 경기회복 흐름이 이어질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우리 경제는 코로나 위기 이전 수준을 가장 빠르게 회복한 나라로 평가받고 있지만 여전히 불확실성이 매우 크다. ​​​이러한 점에서 우리 경제의 견조한 성장세를 위해서는 정부의 적극적인 대응이 중요한 시점이다. 특히 올해는 경제, 정치, 정책 측면에서 전환기적 특징을 갖는 동시에 고려해야 할 당면과제들 역시 만만치 않은 상황이다. 코로나19 이후 한국경제의 도약을 위해서는 단기적 안정화 노력을 기울이면서 동시에 중장기적 구조개혁을 함께 추구해 나가야 한다.​

 

 

 

통화정책, 국내 실물경기 회복 흐름 저해하지 않도록 속도 조절해야

 

단기적으로는 신종 변이 바이러스 확산에 대비해 안정적인 백신 조달과 경구용 치료제 개발 이전까지의 철저한 대응체계 및 방역체계 구동이 지속돼야 할 것이다. 동시에 방역 장기화로 인해 피해를 입은 기업체와 소상공인 및 취약계층 등을 대상으로 한 지원 역시 지속될 필요가 있다. 

아울러 경기회복 흐름을 이어갈 수 있도록 내수경기 활성화를 위한 기업들의 투자심리 회복과 소비 회복세 유지를 위한 고용안정 및 소득 증대, 소비심리 개선을 위한 추가적인 부양책들 역시 필요하다. 다만 이러한 정부의 노력이 실질적인 효과를 거두기 위해서는 방역 제어와 경제 정상화라는 두 가지 목표를 모두 달성하기 위한 최적의 정책조합에 대한 고민이 요구된다.

 

지난해 우리 경제가 직면한 공급망 불안정성과 원자재가격 상승은 올해에는 점차 진정될 것이라는 예상이 지배적이다. 그러나 글로벌 공급망 관련 불확실성은 상당 기간 지속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어 공급망 다변화와 핵심 산업 및 부품 기술 자급력 제고를 위한 투자 확대나 경쟁력 확보가 필요하다. 더욱이 국내 기업들의 글로벌 공급망에 대한 체계적인 파악과 주요 생산기지 국가들의 리스크 요인 등에 대한 다각도의 검토가 지속돼야 한다. 원자재 가격 상승이 국내 기업들의 생산비용 증가를 통한 채산성 악화나 물가 상승 등으로 내수 회복세를 제한하는 요인이 되지 않도록 물가 관리체계 강화 역시 필요해 보인다.

 

우리나라는 지난해 두 차례의 기준금리 인상에도 불구하고 현 통화정책이 여전히 완화적 기조에 있다는 판단과 경기회복 속도 및 인플레이션 심화 정도 등을 고려할 때 추가 금리 인상 가능성이 높은 상황이다. 부동산 가격 상승이나 가계부채 증가 등이 국내 금융시장의 불안정성을 심화시킬 수도 있다는 점에서 통화정책의 정상화 필요성은 충분히 인정되지만, 국내 실물경기의 회복 흐름을 저해하지 않도록 속도 조절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중장기적으로는 디지털 전환 및 탄소중립 등과 관련한 주요 미래정책 어젠다 수립이 신정부 출범과 동시에 본격화될 것이라는 점에서 미래의 성장경로를 설정하고, 새로이 창출되는 글로벌 투자 및 수요를 어떻게 선점해 우리의 미래 먹거리를 확보할 것인지 등에 대한 고민과 노력이 필요하다. 공정한 경쟁으로 생태계 건강성을 유지해 나가고, 관련법과 지원제도 정비를 통해서 미래산업에 부합하는 기업 사업재편 및 구조조정을 촉진시켜 나가야 할 것이다..

 

첨단바이오, 양자 등 전략기술에 대한 과감한 투자도 필요

 

디지털 전환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은 시대적 과제지만, 코로나19로 디지털화가 사회 모든 분야로 급속하게 확산됐고 그 필요성에 대한 인식은 더욱 확고해졌다. 산업에서 인공지능(AI), 데이터, 클라우드, 5G를 활용하기 위한 기반을 다지고 스마트공장의 고도화를 꾀해야 하며, 사회 전반의 디지털 격차 해소를 위한 노력도 게을리하지 말아야 한다. 

 

저탄소·친환경 전환에 대한 사회적 요구와 필요성 증대로 인해 대내외 환경 변화를 반영한 산업정책의 새로운 방향 정립 및 실행이 필요한 시점이기도 하다. 기후변화에 대응한 탄소중립 추진, 그린산업 육성 및 그린 테크놀로지 개발 지원 등을 통해 녹색 전환을 산업발전의 기회로 선용해야 할 것이다. 정부 역시 탄소중립 공정·제품 개발 투자에 대한 인센티브를 확대하고, 저탄소제품의 수요창출을 위한 제도적 기반을 마련해 산업·기업의 투자 불확실성을 해소해 줄 필요가 있다. 

 

미래 경쟁력은 사람과 기술에 대한 투자에 달려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앞으로 우리 산업은 하드웨어 경쟁력이 아닌 소프트웨어 경쟁력에 의존하게 될 것이다. 인력수요가 급증하는 핵심 분야에 대한 집중적인 인재양성이 요구되며, 전 국민 평생학습을 지원할 수 있는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 기술패권 경쟁 시대에 대응해 디지털 전환과 탄소중립 관련 기술 이외에도 첨단바이오, 양자 등 전략기술에 대한 과감한 투자도 필요하다. 

 

마지막으로, 새로운 무역 체제와 질서로의 이행과 글로벌 산업 지형의 재편으로 인해 새로운 통상전략이 요구되고 있다. 미중 간 기술패권 경쟁, 국가안보에 근거한 무역 및 투자 통제, 환경의 무역 규범화 등에 대응해 새로운 통상질서에 수동적으로 참여하는 것이 아니라 능동적으로 함께 만들어간다는 관점이 필요한 시점이다. 또한 디지털 기술의 발전에 따라 디지털 무역의 비중과 중요성이 급속히 확대되고 있는 상황에서 디지털 무역 기반 구축과 규범 형성에 적극 참여함으로써 새로운 디지털 통상전략을 수립해 나가야 할 것이다.

 

우리는 완전한 회복과 대전환이라는 경제적·사회적 도전에 직면해 있다. 우리 경제를 둘러싼 대내외 환경은 결코 우호적이지도 않다. 그렇지만 돌이켜 생각해 보면 우리 경제의 대내외 환경이 좋았던 적이 있었던가? 위기는 기회라고 했다. 우리 경제가 완전한 회복과 대전환을 이루기 위해 다시 한 번 모두가 힘을 모은다면, 2022년은 우리 경제가 선도형 경제로 발돋움하는 원년이 될 수 있을 것이다. <끝>

‘기업’이 시장 선도하고 산업 이끄는 방식으로 기업정책이 산업정책 대신해야

오동윤 중소벤처기업연구원장

 

2019년 우리나라의 실질 GDP 성장률은 2.2%였다. GDP 성장률 통계는 1953년부터 존재하는데, 그동안 2019년보다 성장률이 낮았던 적은 다섯 번이다. 1956년(0.6%)은 비상 경계령이 내려지는 등 정치 상황이 엄중했고, 경제정책과 관련해 미국과 갈등이 컸던 탓이다. 1980년(-1.6%)은 민주화운동과 비상계엄, 1998년(-5.1%)은 외환위기, 2009년(0.8%)은 글로벌 금융위기가 경제의 발목을 잡았다. 그리고 2020년(-0.9%)은 코로나19의 영향이었다. 

 

과거의 낮은 성장률은 그럴듯한 이유가 있었다. 그러나 2019년은 그 이유가 쉽게 떠오르지 않는다. 분명히 짚고 넘어갔어야 했다. 코로나19 탓에 논의조차 없었다. 소득주도성장, 최저임금, 주 52시간 근로제 등 정책 탓을 할 수도 있다. 갑론을박이 불가피한 부분이다. 학문적 논의가 덧붙여져야 한다. 정책의 역효과는 분명히 있다. 그렇다고 모든 것을 정책 탓으로 돌릴 수는 없다.

 

보호·육성에서 벗어난 중소기업정책 필요한 시점

 

2019년을 곱씹어 봐야 한다. 지난 2년 동안 코로나19는 일상을 바꿨다. 우리의 경제활동도 그렇고, 정부의 역할과 대응도 그렇다. 여기에 막대한 재정을 쏟아부었다. 앞으로 투입될 재정 규모도 상상을 초월하는 수준이다. 코로나19 이후 한국경제를 생각할 때 코로나19처럼 특수한 상황의 연장선에서 보면 안 된다. 2~3년 단기적 대증요법으로 봐서는 안 된다. 특히 코로나19 지원이 집중된 중소기업은 더욱더 그러하다. 보다 근본적인, 보다 장기적인 관점으로 접근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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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렇다면 어디서부터 봐야 할까? 한국경제 성장은 산업정책에 힘입은 바가 크다. 산업정책은 정부가 시장과 기업을 대신해 산업을 선택하고, 거기에 생산요소를 집중하는 정책이다. 자동차, 조선, 반도체 등이 그러하다. 덕분에 한국은 선진국으로 성장했다. 개발도상국이 선진국이 된 최초의 사례다.​​

 

산업정책은 한편으로는 부작용을 낳았다. 대기업과 중소기업 격차가 대표적이다. 산업정책의 전략은 선택과 집중이다. 대기업이 전략적 대상이었다. 시작부터 특혜였다. 주요 산업을 주도한 대기업을 보면 알 수 있다. 거기에 중소기업은 대기업을 보조했다. 이를 수직계열화라고 한다. 정부는 법까지 만들어 계열화를 거들었다. 대기업의 매출은 낙수효과를 통해 중소기업으로 전달됐다. 그러나 100L 물을 부었다고 100L가 고스란히 아래로 흐르진 않는다. ​

 

 

​산업정책이 한계를 드러냈다. 자동차, 조선, 반도체 다음을 이어갈 산업을 찾지 못하고 있다. 산업의 트렌드가 바뀌고 있기 때문이다. 4차 산업혁명은 융복합이 핵심이다. 하나의 산업을, 특정 대기업을 대상으로 선택과 집중을 하기 어려운 구조다. 앞으로 이런 트렌드는 상당 기간 지속될 것이다. 

 

따라서 기업정책이 산업정책을 대신해야 한다. 산업정책은 산업이 기업을 일구고 시장을 선도하는 방식이다. 기업정책은 기업이 시장을 선도하고 산업을 이끄는 방식이다. 즉 산업이 주도하는 성장에서 기업이 주도하는 성장으로 바뀌어야 한다. 시장은 변화 속도가 매우 빠르다.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더욱더 그러하다. 변화를 좇아 정부가 지원하고, 기업이 지원을 받고, 시장에 참가하면 그 시장은 벌써 저만큼 가 있다. 그러면 정부는 변화를 좇는 지원을 되풀이한다. 밑 빠진 독에 물 붓기와 다를 바 없다. 절대로 정책은 시장을 앞설 수 없다. 

 

기업정책의 대상은 스타트업, 벤처 그리고 중소기업이다. 그런데 지난 40년간 중소기업정책은 보호·육성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우리는 1970년대부터 산업정책을 본격화했다. 산업정책이 대기업에 선택과 집중을 하면서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격차는 시작부터 벌어졌다. 1980년 전두환 정부는 이를 정의롭지 못하다고 봤다. 그래서 헌법에 중소기업의 보호·육성을 명시했다. 그러나 언제까지 이에 기댈 수는 없다. 

 

경제위기마다 보호와 육성은 더욱더 짙어진다. 코로나19로 인한 재난지원과 손실보상이 그러하다. 소상공인과 자영업자는 국내 전체 사업체의 90%가 넘는다. 이들은 이윤 창출보다 생계유지가 목적이다. 소상공인과 자영업자는 생계유지가 어려워지면 바로 실업으로 연결된다. 그만큼 복지 대상이 증가하는 꼴이다. 이런 관점에서 보면 100조 원의 손실보상도 꼭 무리라고 단정 짓기 어렵다. 

 

그러나 소상공인과 자영업자에 대한 손실보상의 대가는 생각보다 혹독할 것이다. 100조 원 규모의 예산을 마련하고, 국가채무가 늘어나는 등의 문제가 아니다. 그 혹독함은 생각보다 빠르게 나타날 것이다. 소상공인과 자영업자는 쉽게 폐업을 못 한다. 폐업비용도 만만치 않다. 폐업 후 뭘 할지 대책이 없다. 따라서 손실보상이 이뤄지면 폐업보다 생업 유지를 선택할 것이다. 코로나19가 일상을 바꾼 지난 2년 동안 시장은 무서운 속도로 변했다. 소상공인과 자영업자가 손실보상금으로 이런 시장의 변화를 좇을 수 없음은 확실하다.

 

생업 유지와 폐업에 대한 기준 마련해 소상공인 상황별 지원책 설계 필요

 

이러한 측면에서 한계에 도달한 소상공인과 자영업자에게는 손실보상보다 폐업이 우선돼야 할 것이다. 따라서 손실보상과 함께 폐업비용 지원, 대출 상환 유예, 신용회복을 묶어 지원해야 한다. 동시에 직업훈련을 강화해 재도전을 도와야 한다. 또한 정부는 폐업과 생업 유지에 대한 구체적인 기준도 마련해야 한다. 단순히 매출 하락을 기준으로 정액제처럼 손실보상을 하면 생업 유지를 더 선호할 확률이 높다. 매출 하락이 큰 이는 손실보상보다 폐업비용을 더 지원하도록 설계해야 할 것이다. 

 

경제적 관점에서 볼 때, 2022년은 중소기업정책이 시험대에 오를 것이다. 워낙 경기가 바닥인데 물가가 가파르게 상승하는 추세다. 이에 한국은행도 ‘돈줄’을 죄겠다고 금리 인상을 공언한다. 중소기업정책은 기본적으로 ‘돈줄을 푸는 정책’이다. 여기에 ‘돈줄을 풀겠다는 공약’이 대통령 선거를 통해 현실화한다. 결국 새로 출범하는 정부는 돈줄을 좨야 하는 상황과 돈줄을 풀어야 하는 상황을 마주한다. 심각한 딜레마다. 앞으로 상당히 힘겨운 퍼즐을 맞춰 나가야 한다.

 

끝으로 중소기업이 풀어야 할 숙제가 있다. 바로 Z세대다. Z세대는 돈보다 가치를 중요하게 여긴다. 특히 코로나19를 지나오면서 이들에게는 가치의 소중함이 더 커진 듯하다. 월급이 많은 직장보다 일하고 싶은 직장을 찾는다. Z세대가 본격적으로 일자리를 찾는 시기가 곧 다가온다. Z세대와 중소기업의 만남이 다가오는 것이다. 중소기업이 Z세대를 맞을 준비가 잘 돼 있는지 궁금하다. <끝>

 

 

고용위기를 넘어 고용안전망 혁신으로 나아가야 할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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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덕순 한국노동연구원장

 

  2020년 초부터 발생한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우리 사회는 미증유의 위기를 겪고 있다. 이에 대응해 우리나라는 K방역으로 불리는 방역대책을 기반으로 감염병 위기를 극복해 왔다. 방역대책의 최우선 가치는 생명과 안전이기에 사회경제적 희생이 부득이 수반됐다. 국민의 삶을 책임지는 최종적인 보호자로서, 국가는 국민의 희생과 피해를 최소화하고자 다양한 대책을 시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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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영업자, 경력단절여성 등에 국민취업지원제도 도입해 사각지대 해소

 

이 중에서 고용위기 극복을 위한 대책은 핵심적인 역할을 수행했다. 주요 고용안정대책으로는 우선 고용보험의 고용유지지원제도 수급요건 완화, 지원수준 향상, 지원 기간 연장을 들 수 있다. 이를 통해 2020년에만 77만3천 명을 대상으로 2조3천억 원을 지원했다. 2021년에는 10월 말까지 32만2천 명에 대한 고용유지 지원금을 지원했다. 이와 함께 실업급여를 통한 실업자 지원도 병행했다. 2020년 실업급여 수혜자는 170만 명으로 2019년의 144만 명에 비해 17.9%, 수혜금액은 11조9천억 원으로 2019년의 8조1천억 원에 비해 46.5%가 늘어났다.

 

제도화된 고용안전망의 역할 확대로도 포괄하지 못한 사각지대는 추경예산을 수차례 편성하면서 대응했다. 특수형태근로종사자(특고), 프리랜서 등을 대상으로 한 긴급 고용안정 지원금과 청년 특별구직활동 지원금을 통해 고용안전망 사각지대에 있는 취약계층의 생계를 지원했다. 또한 민간의 일자리 창출 능력이 저하된 상황에서 공공 부문이 직접 일자리를 제공하거나 민간 부문의 일자리 창출 지원도 병행했다.

 

이러한 적극적인 고용안정대책의 성과로 2019년 대비 2020년의 취업자 감소 폭은 0.8%에 그쳤고, 2021년 말에는 2020년 2월 수준까지 취업자 수가 회복됐다. 고용지표를 종합적으로 살펴봤을 때, 우리나라는 OECD 주요국 가운데 가장 성공적으로 고용위기를 극복하고 있는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코로나19 위기를 거치면서 우리 사회는 고용안전망 사각지대를 해소하는 정책에 큰 진전을 이뤘다. 예술인을 고용보험으로 보호하는 입법이 2020년 12월 시행됐고, 특고에 대한 고용보험 적용은 2021년 7월부터 일부 직종을 대상으로 시행하고 있다. 정부는 자영업자까지 고용보험을 통해 보호하는 것을 목표로 전 국민 고용보험 로드맵을 2020년 12월에 발표했다.

 

또한 실업급여와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 사이의 사각지대를 해소하고자 한국형 실업부조를 목표로 국민취업지원제도를 도입했다. 이 제도는 청년, 자영업자, 경력단절여성 등 고용보험제도의 보호 범위 밖의 저소득층을 대상으로 2021년 1월부터 시행되고 있다. 이를 통해 실업급여(고용보험)-실업부조(국민취업지원제도)-생계급여(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로 이어지는 3중의 안전망을 갖추게 됐다.

 

이와 함께 고용보험 사각지대에 놓여 있는 특고, 자영업자의 직업훈련 지원이 기존 고용보험제도에서 포괄되지 못하는 한계를 개선했다. 기존의 직업훈련 지원제도인 재직자 내일배움카드와 실업자 내일배움카드를 국민내일배움카드로 통합했다. 아울러 실업자, 재직자, 자영업자, 특고 등 고용형태와 무관하게 직업훈련을 필요로 하는 모두를 지원할 수 있도록 했다. 지원수준도 200~300만 원에서 300~500만 원으로 높이고, 유효기간도 1년(실업자) 혹은 3년(재직자)에서 5년으로 확대했다.

 

‘특고’ 고용보험 확대, 소득파악 시스템 구축 등 고용안전망 혁신으로 미래사회 대비

 

전 국민 고용보험, 국민취업지원제도, 국민내일배움카드를 통해 고용안전망의 기본적인 틀이 갖춰졌으므로, 이를 기반으로 사회적·경제적 환경 변화에 대응할 수 있도록 혁신해 나감으로써 코로나19 이후 미래사회를 대비해야 한다.

 

최근 탄소중립사회로의 전환이 국제사회에서 논의되면서, 국내에서도 ‘정의로운 전환’에 대한 사회 각 분야의 대응이 필요해졌다. 고용·노동 영역에서의 정의로운 전환을 위해서는 기존 일자리에서 적응능력 향상뿐만 아니라 새로운 일자리로의 이동을 지원하는 교육과 훈련에 대한 투자가 뒷받침돼야 한다. 이를 위해 모든 일하는 사람을 포괄하는 국민내일배움카드라는 제도적 기반 위에, 변화를 선도할 수 있는 교육과 훈련 내용을 채우고 서비스 공급체계를 갖춰나가야 한다. 국민취업지원제도는 2021년의 성과를 기반으로 고용지원서비스의 질을 높임으로써 재취업을 촉진하고, 가구 특성별 생계지원이 더 충실해지도록 지속적으로 제도를 개선해 나가야 한다.

 

이와 함께 로드맵을 기반으로 전 국민 고용보험제도를 완성시켜 가는 것이 중요한 과제다. 올해 1월부터는 퀵서비스, 대리기사 등 플랫폼을 통해 중개되는 특고에게 고용보험을 적용한다. 다가오는 7월에는 기타 특고와 플랫폼 종사자를 대상으로 적용 범위를 확대할 예정이다. 또한 2025년까지 자영업자로 고용보험을 확대하는 방안에 대한 사회적 논의도 경제사회노동위원회를 통해 시작됐다.

 

보호 범위 확대가 실질적인 성과로 이어지기 위해서는 전통적인 임금노동자에 대한 보호를 넘어 디지털화 및 비대면 경제활동 확산에 따라 여러 사업장에서 동시에 일하거나 간헐적으로 소득이 발생하는 특고 및 플랫폼노동을 보호할 수 있는 제도 혁신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 최대한 정기적으로 실시간에 가깝게 소득활동을 파악하고, 이를 기준으로 보험료를 징수하는 것이 필요하다. 또한 수급자격요건도 소득활동 수준에 따라 정의해서 보호하는 방식으로 바뀌어야 한다. 이를 위해 정부는 전 국민 고용보험 로드맵과 함께 소득파악 시스템 준비를 병행하고 있다.

 

소득파악 시스템이 구축되면 고용보험 및 국민취업지원제도 등 고용안전망뿐만 아니라 국민연금, 건강보험, 산재보험,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 등 다른 사회안전망까지 혁신할 수 있는 기반이 될 것이다. 코로나19 위기에 대응하기 위해 재난지원금의 지급대상을 판별하거나 소상공인의 피해에 대한 지원제도를 설계하는 데 어려움을 겪은 가장 큰 이유는 국민의 현재 소득이나 소상공인의 경제적 손실을 정확히 파악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이는 고용·사회 안전망을 뒷받침할 수 있는 소득파악 시스템의 혁신을 더 이상 미루기 어렵다는 점을 보여준다.

 

문재인 정부는 코로나19 위기 극복을 위해 고용안전망을 확충하고, 더 나아가 혁신하기 위한 제도적 기반을 갖춰왔다. 이번 해에는 이러한 과제를 마무리하고, 고용안전망과 사회안전망의 새로운 혁신을 준비해야 한다. <끝>

 

 

포스트 코로나 시대 맞이하려면 사회보장제도 재구성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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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태수 한국보건사회연구원장

 

 문명사적 대전환을 가져올 것이라 예견되는 코로나19. 과연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우리는 어떤 사회를 맞이할 것인가?

세계화는 느려지고(slobalization), 기술은 디지털 전환으로 가속도가 붙어 추진됨으로써 불평등과 노동의 비정형 경향은 심화되며, 비대면사회로의 급속한 이동으로 기존 생활양식과 공동체 문화는 급변하고, 기후생태 위기에 대한 전 지구적 대응으로 자본 일반의 이윤추구 방식에 대한 적절한 통제와 새로운 양식이 발전하리라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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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태 전환으로 산업 재편, 구조조정 초래…고용 보호·전환 위한 사회보장정책 요구돼

 

역사적으로 사회보장제도의 발전은 그 시대의 사회적 위험(social risks)과 무관하지 않았다. 남성 노동자 중심의 가부장적 산업사회에서 소득을 중단시키는 다양한 요인, 즉 실업, 노령, 출산 및 육아, 장애, 질병 등에 대응해 각각의 위험에 대비하는 소득보전정책을 펼쳤는데, 이를 우리는 1980년대 이후 새로이 나타난 위험인 신사회적 위험(new social risks)과 구분해 구사회적 위험(old social risks)이라고 불렀다. 

 

주로 노동력을 판매해 소득을 올릴 수 없는 구사회적 위험과는 달리, 신사회적 위험은 가족기능의 약화와 기술의 가속적 변화를 지목한 것이었다. 이를 위해 돌봄서비스 등 사회서비스의 강화, 아동과 여성에 대한 투자, 평생학습체계의 발달 등이 중요한 정책이 됐고, 복지에 대한 지출에 사회투자(social investment)라는 의미 부여를 했으며 ‘사회투자국가’라는 용어가 복지국가에 대한 또 다른 대안적 용어로까지 제시되기도 했다.

 

바로 이러한 구-신 사회적 위험과 씨름하고 있는 한국의 복지국가에 있어 코로나19는 또 하나의 사회적 위험을 보태고 있다. 구체적으로 담긴 위험의 내용에 대해 세 가지 정도만 적시해 보기로 한다.

 

첫째, 관계단절의 위험이다. 이는 비대면사회로 인해 야기되는 것으로서, 코로나19 이전 역시 이웃과의 단절에서 오는 고독사나 니트(NEET)족의 문제가 없지는 않았지만, 코로나19를 거치면서 향후 비대면 만남의 방식이 더욱 전면화 된다면 그 정도나 심도는 더욱 커질 것이라 본다. 

 

둘째, 재난의 위험이다. 지금의 코로나19 바이러스를 제어한다고 해도 이미 현재의 훼손된 생태계는 어떤 또 다른 치명적인 팬데믹 상황을 계속 발생시킨다고 봐야 한다. 이러한 팬데믹 상황에서는 일시적인 이동의 제한이 올 수 있고, 이로 인한 영업이나 생산 중단이 실업과 소득 중단을 일시적 내지 상당 기간 야기하게 된다. 여기에는 기존의 일상적인 사회보장시스템의 용량을 초과하는 지원체계가 요구된다.

 

셋째, 전환의 위험이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는 디지털 전환과 생태 전환이라는 두 가지 커다란 전환이 일어날 것이다. 이미 디지털 전환은 상당 정도 진행되고 있으며, 향후 더욱 가속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생태 전환은 기후·생태 위기의 파멸적 결과를 목도하면서 각국이 매우 급진적인 방식으로의 대응을 채택하고 있고, 우리나라의 경우 2050년 탄소중립사회 실현이 그 단적인 예다. 이러한 전환은 산업의 재편과 노동자들의 대량 구조조정을 불가피하게 초래함으로써 고용 보호 및 고용 전환을 위한 사회보장정책이 요구될 수밖에 없다.

 

이러한 세 가지 위험이 포스트 코로나 시대의 위험이며, 우리나라의 복지국가로서는 아직도 기존의 구-신 사회적 위험에 대한 대응책을 제대로 강구하지 못한 상태에서 다시 또 하나의 거대한 새로운 사회적 위험을 안게 됨으로써 3중의 중층적 사회적 위험에 놓이게 된다.

 

복지국가는 끊임없이 진화하며 양적·질적 변모를 거쳐왔으며, 한국의 복지국가 발전도 예외는 아니다. 그동안 상대적인 후진성을 지닌 한국 복지국가의 발전에 대한 여러 가지 대안들이 제기돼 왔다. 주로 아직 도입되지 않은 제도들을 도입하고 현재의 제도들에 내재된 사각지대를 없애며 급여의 충분성을 확보하자는 것이었다. 

 

사회보험을 고용 기반에서 소득 기반으로 전환하고,생애 전 과정의 사회수당과 자산형성 제도도 마련해야

 

그러나 특히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야기되는 세 가지 위험을 기존의 두 가지 위험과 함께 대응하기 위해서는 한국의 ‘복지국가 재구성’이 요구된다고 할 수 있겠다. 결론적으로 핵심적인 몇 가지를 제시해 보며 글을 맺으려 한다.

 

먼저 안정적인 소득보장을 위해 사회보험을 고용 기반에서 소득 기반으로 전환해야 하고, 생애 전 과정에서 안정적인 소득이 유지되도록 사회수당을 촘촘히 마련하는 것은 물론이며, 자산불평등을 고려할 때 자산형성과 관련된 제도도 필요하다. 

 

다음으로, 관계의 위험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돌봄국가라는 표제하에 공공성과 지역 내의 보호(community care), 이용자의 권리성 등을 기반으로 전면적인 전달체계 개편과 돌봄 공공인프라 확충 그리고 재정체계의 혁신을 도모해 나가야 한다. 이 과정에서 사회복지 현장에 많은 변화가 요구되면서 사회서비스의 질을 제고하고, 비대면사회에 적합한 서비스 제공 양식과 여건들이 갖춰져야 한다.

 

끝으로, ‘(가칭)녹색급여’와 같은 새로운 급여, 예를 들면 깨끗한 공기와 물, 안전하고 에너지 효율적인 주택, 신재생 에너지 등이 보편적 급여의 형태로 보장되는 등 생태사회로 가기 위해 지금까지는 존재하지 않았던 복지급여를 보장하는 것도 필요할 것이다.

 

코로나19는 인류가 지금까지 구성해 온 사회보장체계는 물론 한국의 복지국가에 커다란 도전임이 틀림없다. 그러나 지금까지의 역사가 그렇듯 우리는 이에 대한 훌륭한 응전의 역사를 쓰리라 기대해 본다. <끝>

 

 

‘기업가형 국가’ 전환으로 한국경제에 새로운 힘 불어넣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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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용석 현대경제연구원장​

 

 최근 코로나19 감염 확산세가 심상치 않다. 국내 경제 상황은 ‘위드 코로나’ 정책으로 코로나19의 긴 터널을 벗어날 듯했다. 하지만 다시 일일 확진자 수가 연달아 7천 명 내외를 넘나들고, 1만 명을 넘어서는 것도 시간문제라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여기에 오미크론 변이 바이러스의 강한 전파력으로 돌파 감염 사례가 속출하면서 한국을 비롯해 전 세계가 몸살을 앓고 있다.​

 

 

지난 10월, IMF는 2022년 세계 경제성장률이 기존 전망치인 4.9%를 유지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기저효과를 고려하면 2021년 성장률 5.9%보다는 둔화하지만, 경기 회복세를 이어갈 것이라는 전망이다. 그러나 치명률 등이 불확실한 오미크론 변이의 등장으로 향후 감염병 전개 양상에 대한 불확실성이 점차 커진 상황이다. 이에 크리스탈리나 게오르기에바 IMF 총재도 오미크론 변이 확산으로 세계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하향 조정할 수 있다고 시사하기도 했다.

 

2022년 한국 경제성장률 2% 후반…잠재성장률 급락할 가능성 커

 

2022년 세계경제는 경기회복 도움 요인보다는 하방 요인이 훨씬 우세한 ‘초불확실성의 시대(Age of Hyper-uncertainty)’에 직면할 것이다. 변이 바이러스의 불확실성과 인플레이션 공포로 세계경제 회복에는 험로가 예상된다. 국제금융협회(IIF)는 국제사회가 인플레이션에 대응하지 못하면 ‘퍼펙트 글로벌 인플레이션 스톰’이 올 것이라고 경고했다. 또한 잠재적으로 폭발력이 큰 리스크로 미중 패권 경쟁, 글로벌 가치사슬의 훼손, 차이나 리스크, 탄소중립, 미국 금리 인상에 긴축발작 가능성 등을 꼽을 수 있다.

 

2022년 한국경제도 녹록지 않은 상황이다. 오미크론 변이 바이러스 확산, 기저효과 약화, 물가 상승, 통화 및 금융 정책의 불확실성 등 다양한 불안 요인에 노출돼 있다. 2022년 한국 경제성장률은 2021년보다 1%p가량 낮은 2% 후반대로 전망된다. 한국경제를 둘러싼 다양한 불안 요인들이 동시다발적으로 발생할 수 있기에 경기 친화적 정책 기조를 유지하는 가운데 통화·금융 정책 정상화 속도 조정, 재정정책의 기동성 확보, 취약계층을 중심으로 한 민생안정 대책 강화 등 적극적인 정책 대응이 필요하다. 특히 높은 수준의 물가는 가계 소득 감소와 비용 부담 증가로 이어지면서 취약계층을 중심으로 가처분소득이 줄어 생활 여건이 크게 악화되는 스크루플레이션(screwflation)을 야기할 우려가 있기에 이에 대한 대응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

 

동시에 치료제 보급과 백신 접종률 상승 등을 고려해 코로나19 이후 한국경제가 나아갈 방향에 대해 깊은 고민을 해야 할 시점이다. 코로나 위기를 극복한 이후 한국경제는 어떤 모습일까를 생각해 본다면, 희망적이지 않다. 그 이유는 바로 성장잠재력의 상실 때문이다. 더 큰 문제는 이번 경제위기를 기점으로 잠재성장률 자체가 급락할 가능성이 크다는 점이다. 지금은 돈을 풀어 경기 반등을 도모하는 것이 급선무지만, 코로나 위기를 벗어나는 시점에서 우리는 저성장이 시작되는 우울한 미래를 바라볼 수밖에 없다. 그렇기에 손을 놓고 있을 수 없다. 

 

민간 부문과의 협력으로 탄력적 정책 수립 등 성장잠재력 확충 위한 중장기 전략 마련 필요

 

한국경제가 성장잠재력을 확충하기 위해서는 규제 혁신, 혁신을 통한 주력 산업의 세대교체, 노동의 유연성 확보, 교육 개혁 등을 통해 경제체질을 계속 강화해야 한다. 규제 개선과 다양한 인센티브를 통해 기업들의 투자 의욕을 고취시켜 노동의 부족을 자본 축적으로 보완할 수 있는 성장 구조의 고도화가 요구된다. 세대교체가 되는 새로운 산업은 노동집약적이지 않고 대신 기술 혁신과 창의성이 산업과 시장의 성장동력이 되는 생태계를 가져야 한다. 인적 자본의 고도화를 통해 노동의 질을 높여 생산가능인구 감소에 따른 성장잠재력 훼손을 상쇄시키는 것이 필요하다.

 

위기 돌파와 재도약을 위한 대책을 성공적으로 달성하기 위해서 국가도 기업가적 역할을 수행하며 잠재된 혁신성과 역동성을 이끌어낼 수 있어야 한다. 혁신 분야 3대 사상가로 이름을 올린 마리아나 마추카토 영국 유니버시티 칼리지 런던(UCL) 교수는 ‘기업가형 국가(Entrepreneurial State)’를 주장했다. 정부는 위험이 큰 혁신에 투자해 민간이 떠안으려 하지 않는 위험을 감수하고, 새로운 시장을 만들어내면서 기업에 다가가는 역할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는 조지프 슘페터가 강조한 혁신에 의한 ‘창조적 파괴’를 끌어내는 주체로서의 국가 역할을 강조한 것으로, 국가가 단순히 문제 해결자가 아닌 공공의 목적과 가치 창조자가 돼야 한다는 의미로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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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플, 구글 등 소위 혁신 기업의 탄생 이면에는 미국 정부의 과감하고 선제적인 투자를 통한 유망한 핵심 원천기술 획득이 중요한 역할을 했다고 마추카토 교수는 언급했다. 아이폰에 탑재된 GPS, 터치스크린 디스플레이, SIRI(애플의 음성인식 서비스) 등 핵심기술들이 모두 국가의 지원으로 개발된 기술이다.

 

GPS는 전 세계의 지리적 위치를 디지털화하려는 국방부의 시도였고, SIRI 또한 정부 재정과 연구에서 기술이 탄생했다. 미국 정부가 주도권을 잡고 필요한 재정적 투자를 하지 않았다면, 이들 기술의 탄생은 불가능했다. 여기에 애플은 정부가 개발한 신흥기술의 가능성을 판단해 활용했고, 이들 기술로 사용자의 니즈에 맞는 혁신 제품을 개발해 세계시장을 선점하는 혁신 기업으로 탄생했다. 

 

기업가형 국가는 단순히 정부의 큰 역할을 강조하는 것이 아니다. 국가는 민간 부문의 동업자와 같다. 경제성장과 기술개발을 위해 국가가 민간의 혁신을 지원하고, 같이 새로운 시장을 만들고 창조해 내는 것이 핵심이다. 민간 부문과 소통·협력을 통해 제도·정책의 과제를 유연하고 탄력적으로 수립함으로써 대내외 환경 변화에 신속하게 대응하는 정책의 설계가 필요하다. 혁신이야말로 국가 경제성장을 이끄는 유일하고도 완전한 방법이다. 코로나 위기를 극복했다 하더라도 더 큰 어려움이 다가올 수 있기에 우리는 준비해야 한다. 혁신을 통해 성장잠재력을 확충하기 위한 그 첫걸음이 바로 국가가 기업가 정신을 발휘하는 것이 아닐까 싶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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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입력 2022년01월29일 17시10분
  • 최종수정 2022년01월28일 12시1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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