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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라가 커야만 경제가 성장하나? –영국의 ‘EU탈퇴 투표’가 의미하는 것 본문듣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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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입력 2016년04월12일 09시5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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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는 6월 23일, 영국에서는 유럽연합(EU)에서 탈퇴할 것인가를 묻는 투표가 실시된다. 이 투표는 지금 열띤 토론이 진행되고 있는 것처럼, 경제적으로, 정치적으로 엄청난 파장을 몰고 올 수 있는 획기적인 결정이다. 만일, 영국이 탈퇴하기로 결정한다면 EU 자체의 붕괴를 가져올 수도 있고, 나아가 정치적으로 보다 큰 통합을 이루고자 하는 글로벌 움직임을 거꾸로 되돌릴 수도 있을 것이다.

 
영국의 탈퇴결정은 세계경제 글로벌화의 후퇴?


이는 대단히 흥미로운 문제를 제기한다: 경제를 실행하는 데는 얼마나 큰 규모가 적정한가? 아주 조그만 규모의 많은 수의 도시국가들이 경쟁하는 것이 좋을지, 상당한 숫자의 중간 규모 국가들이 있는 것이 좋을지, 아니면 각각 수 억 명의 인구를 거느린 몇 개의 거대 국가들이 존재하는 것이 좋을지? 국가의 규모가 클수록 좋다고 친다면 전 지구를 다스리는 하나의 정부를 만드는 것은 어떨까?
사실, 경제학자들은 이런 구상을 상당히 많이 생각했다. 1956년 티보트(Charles Tiebout)는 이 문제에 대해 해법을 가졌다고 확신했다. 그의 생각으로는, 먼 곳에 있는 중앙정부보다는 지방정부가 국민들이 무엇을 원하는 바를 더 잘 알고 있다는 논리를 펴면서, 가장 좋은 시스템은 지방정부 기구 -- 그 중에도 이상적으로는 도시국가들 -- 로 하여금 서로 다른 세금 및 공공 서비스를 제시하게 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국민들은 자신들에 가장 적합한 곳으로 스스로 선택해서 나아가 투표를 하도록 하는 것이다.
이 주장은 대단히 호소력 있는 비전이다. 모든 도로나 학교를 민간이 건설한 자유주의적인 낙원에서 살고 싶습니까? 티보트의 세계에서는 바로 당신을 받아들일 수 있는 도시가 건설되어 있을 것입니다. 아니면, 정부가 건설한 많은 철도나 병원을 가지기를 원하십니까? 그런 것도 물론 가능할 것입니다.


정치적 정체 및 정책 마비 해결책 “티보트 형태의 도시국가”


오늘날 많은 사상가들은 정치적 정체(停滯) 및 정책 마비 문제에 대한 해결 방안으로 티보트 형태의 도시국가로 돌아갈 것을 제안하고 있다. 2013년, 기업가(起業家)이자 벤처 자본가인 스리니바잔(Balaji Srinivasan; 나의 대학 시절 기숙사 동료)는, 반 농담으로 실리콘 밸리는 미국으로부터 떨어져 나와서 기술 위주의 유토피아를 형성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제안하기도 했다. 나의 많은 일본 친구들은 도쿄가 일본으로부터 탈퇴해 나와야 한다고 비슷한 주장을 하기도 했다 -- 특이하게도, 이런 변환을 선호하는 모든 사람들이 도쿄 시민은 아니라는 점이다. 다른 이들은 싱가포르, 두바이, 홍콩 등 도시국가들의 경제적 성공을 칭찬한다.
상당 수 사람들은 과거에 정치적 분화(分化)는 유익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인류학자 제어드 다이아몬드(Jared Diamond)는 그의 저서 “대포와 보석과 철강”에서 산업혁명 시기에 작은 나라들 간 경쟁이 유럽으로 하여금 통일된 중국에 앞서서 선수(先手)를 가질 수 있었다고 주장한다. 1933년 경제학자 드롱(DeLong)과 쉬라이퍼(Andrei Shleifer)는 도시국가들이 유럽 발전에 도움을 주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최근 증거들은 이 주장에 반대되는 것임). 간단한 증거들은 대만의 중국으로부터의 사실상 독립은 중국 본토에 대해 1980~90년대에 파멸로 치닫던 경제를 회생시킬 수 있었던 자본주의 모델을 제공했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이렇게 많은 경제적, 역사적 주장들이 분화(分化)를 옹호하고 있다. 이러한 주장들은 ‘EU 탈퇴(Brexit)’는 영국에 대해서뿐만 아니라 모든 유럽 전체에 대해서도 유익할 것이라는 것을 암시한다.
그러나, 역시 다른 쪽의 주장도 있다. 수학자이며 경제학자인 뷸리(Truman Bewley)는 1980년대에 티보트 아이디어를 검증하고는 일관성 없는 작은 도시국가들이 언제나 잘 기능하는 시스템으로 연결되는 것은 아니라는 것을 발견했다.


공공재 공급부족, 다양한 지방정부 출현 등 부작용


티보트 아이디어가 틀리다는 이유는 아주 많다. 한 가지 예로 정부가 제공하는 많은 서비스는 경제학자들이 공공재(public goods)라고 부르는 것이다. 이들 대부분은 민간부문은 제공하지 않거나 제공할 수 없는 것들이다. 전형적인 예가 국방, 경찰, 법원 및 기초학문 지원 등 사업이다. 그리고, 철도, 도로, 전기, 항만 등 많은 다른 것은 민간에 맡겨 놓으면 일반적으로 공급 부족이 되기 십상이다.
한 국가가 공공재를 가지는 경우에는, 한 사람의 경제적 복지는 그 도시 및 다른 주나 국가에 사는 다른 모든 사람들이 도로, 발전 및 하수도 등에 얼마나 부담을 하려고 하는가에 의존하게 된다. 이 점이 티보트 모델에 커다란 문제점을 안겨 준다. 왜냐하면 이런 공공재는 수 많은 종류가 있고 모든 사람들은 이 많은 종류의 공공재에 대해 원하는 양이 각기 다르게 때문이다. 당신과 나는 혹시 다 같이 훌륭한 도로를 원할 수 있으나, 당신은 나보다 브로드밴드 인프라 시설이나 학교 시설에 더 많은 신경을 쓸지도 모른다. 뷸리는 아무리 많은 작은 단위의 지방조직으로 세분해도 이러한 첨예한 문제들을 해결할 수는 없다는 것을 보여준다.
두 번째 이슈는 정부라고 해서 언제나 올바른 동기(動機)를 가지는 것은 아니라는 점이다. 어떤 정부는 세수(稅收) 기반 규모를 최대화하려는 결정을 할 것이다. 어떤 정부는 오직 시민들 복지에만 신경을 쓸 것이고, 다른 정부는 오직 특정한 이익에 집착하게 될 것이다 -- 내 생각으로는, San Francisco가 독립하면, 지금 그런 것보다도 훨씬 더 지방 지주들에 의해 지배될 것이다. 즉, 완벽한 지방 정부 형태는 없으므로 다양한 형태의 정부가 생겨나기 마련이다. 뷸리는 티보트가 주장하는 것처럼 경제적으로 효율적인 유토피아가 존재하기가 어렵다는 점을 보여주었다.


“국가 분화에 이상적인 규모는 없다.”


이 밖에도 뷸리가 생각하지 못했던 많은 다른 문제점들도 있다. 도시와 국가들 간의 조정도 대단히 어려울 수 있다 -- 예를 들면, 한 작은 지방정부는 공간 지역의 보존을 중시하여, 다른 모든 사람들에게 소득 증대 효과를 기대할 수 있는 대륙 횡단 하이웨이 건설을 반대할 수도 있다. 또한, 어떤 도시국가들은 이웃 나라들을 정복하려고 기도하여 우리 세상을 다시 제국주의 시대로 되돌아가게 할지도 모른다. 사실, 이것은 정확하게 유럽이나 중국 혹은 다른 지역에서 언제나 일어난 일들이다. 이리하여, 많은 도시국가들이 터득한 바는 자신들을 이웃 제국주의 국가로부터 지킬 수 있는 유일한 길은 다른 도시국가들과 한 국가로 뭉치는 것이었다. 평화의 유지가 경제 성장을 위해서 좋은 것이기 때문에 안보에 대한 의식은 이처럼 경제적으로도 중요한 것이다.
그러므로, 분화라는 문제에 대한 대답은 이상적인 규모는 없다는 것이다. 어떤 때에는 도시국가가 최적(最適)이기도 하고, 다른 경우에는 거대 국가가 더욱 이상적이기도 하다. 영국은 지금 흥미로운 실험을 하고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 만일, 영국이 EU를 철퇴하면 그것이 좋은 결정이었는지는 오직 역사가 증명할 것이다.
                           (Bloomberg, Apr. 8. 2016, Noah Smith 객원 논설인)

 

* 해설; 오는 6월 23일, 영국 국민들은 유럽연합(EU)를 탈퇴할 것인지를 놓고 역사적 선택을 하는 투표를 한다. 국내외에서 여러 관점에서 찬반 논란이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가장 우려되는 점이 영국이 전통적으로 자부해 온 런던금융시장의 위상에 심대한 타격을 줄 수 있다는 지적이다. 남유럽 국가들로부터의 난민 문제에서 발단되어 급기야 EU로부터의 탈퇴 문제로 발전한 것이다. 영국은 2차 대전 종료 무렵, 당시 처칠 수상이 주도하여 EU의 초기 형태인 EEC 형성을 구상했다. 장기적으로 ‘United States of America’에 대항하는 ‘United States of Europe’의 꿈도 꾸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영국은 2000년 전후 유로화(€) 통화동맹 결성 당시에는 자국통화 파운드화를 보전하기 위해 참여하지 않았다. 그리고, 지금에 이르러 난민 유입이 증가하자 일자리 침식을 우려하여 EU 결성 이후 처음으로 EU 탈퇴를 시험하는 나라가 되고 있는 것이다. (S.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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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검색어 태그 #영국#EU탈퇴#파운드화#도시국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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