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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산 철강, '美무역법 관세' 면제…수출량 30% 줄이기로 본문듣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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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입력 2018년03월26일 16시01분
  • 최종수정 2018년03월26일 16시0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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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부 "가장 먼저 면제…기존 관세안보다 유리"
 

 한국산 철강이 미국 '무역확장법 232조'에 따른 철강 관세 부과 대상에서 제외됐다.

대신, 미국의 우려 해소 차원에서 대미(對美) 철강 수출 물량은 지난해의 74% 수준으로 줄어든다.

김현종 통상교섭본부장은 26일 외교부 청사에서 이 같은 내용을 담은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개정 및 철강 관세 협상 결과를 발표했다.

김 본부장은 "한미 양국은 미국의 무역확장법 232조 철강 관세부과 조치에서 한국을 국가 면제하는 데 합의했다"며 "우리나라가 가장 먼저 국가 면제 협상을 마무리했다"고 밝혔다.

미국은 관세 면제 협상이 진행되는 동안 한국산 철강에 대한 관세를 5월 1일까지 유예하겠다고 밝혔는데 우리 정부가 막판 협상을 통해 국가 면제를 얻어낸 것이다. 47096634bfcd3bc4a67b7f9061745720_1522047


우리 정부는 국가 면제를 받는 대신 한국산 철강의 대미 수출에 대한 쿼터(수입할당)를 수용했다.

쿼터는 2015~2017년 대미 평균 수출량인 383만t의 70%인 268만t으로, 2017년 수출량의 74% 수준이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쿼터 적용 시점에 대해 미국 측과 추가 협의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쿼터가 국내 업체별로 어떻게 할당될지에 대해서는 앞으로 철강업계 내 조율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미국이 이 같은 쿼터를 요구한 것은 한국 등 주요 수출국을 다 면제하면 당초 미국이 관세를 통해 달성하려고 했던 목표인 철강 수입 37%(2017년 대비) 감소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이런 협상 결과는 당초 미국 상무부가 발표했던 3개 관세안보다 국내 철강업계에 훨씬 유리한 결과라고 산업부는 자체 평가했다.

상무부는 중국산 철강재 수입 1위이며 대미 철강 수출 3위인 우리나라를 러시아, 터키, 중국, 베트남 등과 함께 53% 관세를 부과하는 12개국에 포함한 바 있다. 모든 국가에 2017년 수출량의 63% 수준에 해당하는 쿼터를 부과하는 다른 상무부 권고안과 비교해도 더 많은 수출량을 확보했다.

산업부는 "어려운 여건 속에서 한 달여간에 걸친 전방위적인 아웃리치, 미국 당국과의 치열한 협상, 민관 협력을 통해 국가면제에 대한 합의를 도출했다"고 말했다.

이어 "국가면제 조기 확정으로 25% 추가 관세 없이 2017년 대미 수출의 74% 규모에 해당하는 수출 물량을 확보함으로써 우리 기업들의 대미 수출 불확실성이 제거됐다"고 밝혔다.

다만 수출 물량은 품목별로 차이가 있다.

판재류의 경우 2017년 대비 111% 쿼터를 확보했지만, 다른 주력 품목인 유정용강관 등 강관류의 경우 51%다. 강관류는 2017년 203만t을 수출했는데 쿼터는 104만t이다

산업부는 대미 수출이 우리나라 전체 철강 수출의 11% 수준이며 쿼터가 전체 수출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일 것으로 봤다.

미국의 철강 가격이 이미 인상되고 있어 우리나라의 대미 철강 수출액 감소 폭은 수출 물량 감소보다 적을 것으로 예상했다.

산업부는 강관 업체에 대해 수출선 다변화, 내수 진작 등 피해 최소화 대책을 적극 강구할 계획이다.

철강업계가 미국 현지 수요기업, 투자기업 등과 함께 진행하는 품목 예외를 최대한 확보할 수 있도록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연합뉴스>

 

"지독하게 협상했다"…靑이 밝힌 FTA·철강관세 협상 뒷얘기
"1주일 예상하고 미국 갔던 김현종, 4주간 호텔 방 전전"
"한미 협상단, 센 술로 축하주 하자 말해"
 
 정부가 미국의 '무역확장법 232조' 철강 관세 협상에서 '한국산 면제'라는 결과를 얻어낸 가운데 청와대는 "정말 많은 고생을 했다"며 협상팀의 노력을 높이 평가했다.

윤영찬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은 26일 기자들을 만나 "'지독하게 협상했다'라는 이야기를 들었다"면서 이번 협상의 뒷얘기들을 전했다.

윤 수석에 따르면 김현종 통상교섭본부장은 애초 1주일간 미국에 머무르며 협상할 것으로 예상하고 출국했다고 한다.

그러나 현지에서 협상이 순탄치 않게 진행되면서 미국에 머무르는 기간이 길어졌고 협상팀은 4주 동안 호텔 방을 전전하면서 햄버거와 컵라면 등으로 끼니를 때운 것으로 알려졌다.
 
윤 수석은 "다른 나라 대표단이 어떻게 협상했는지는 모르겠지만 로버트 라이트하이저 미 무역대표부(USTR) 대표와 김현종 본부장은 자주 통화하고 얼굴을 맞대면서 협상을 타결하고자 노력했다"고 전했다.

김 본부장이 워싱턴에 머무르는 기간 내린 폭설도 에피소드를 만들었다.

현지 날짜로 한미 간 대표단 회담이 예정됐던 21일에 워싱턴에 눈이 많이 내려 연방기관 사무실이 일제히 문을 닫기로 한 탓에 회동이 실제로 열릴지 불투명한 상황이 연출됐던 것이다.

윤 수석은 "(협상팀이) USTR에 문의했더니 미국 측이 한국과 협상은 해야 한다고 해서 21일에 예정대로 통상장관 회담이 이뤄졌다"고 설명했다.

우리 협상팀이 이날 회담에 참석하기 위해 USTR에 들렀을 때 근무를 서던 보안검색 담당 직원은 '오늘은 출근하지 않아야 하는데 한국 협상단이 오는 바람에 출근할 수밖에 없었다'며 볼멘소리를 했다고 한다.

양측 대표단은 계속되는 협상에 스트레스가 쌓여서 '협상이 잘 끝나면 축하주라도 해야 하는데 맥주 갖고는 안 되겠다. 좀 더 센 술로 마시자'고 이야기를 나눈 것으로 전해졌다.

윤 수석은 "혹시 (송별 자리를 만들지) 못하고 한국 대표단이 돌아가면 '화상으로라도 술을 마시자'고까지 했다고 한다"며 "양측 대표단이 고생을 많이 한 것으로 보인다"고 언급했다.

이번 협상을 두고 '자동차 분야에서 우리가 양보만 해줬다는 평가가 나온다'는 지적에 윤 수석은 "(우리나라 안전기준에 맞지 않더라도 미국 기준만 충족하면 수입을 허용하는) 쿼터가 늘었지만 현행 쿼터도 소화가 안 되는 것으로 안다"고 반박했다.

현재 수입차 시장에서 미국차 수요 자체가 많지 않아 쿼터를 채우지 못하는 만큼 쿼터가 늘어난다 해도 우리 자동차 업계에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다는 의미로, 그만큼 이번 대표단이 협상을 잘했다는 뜻이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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