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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 대통령, 대북특사 파견 공식화…누가 언제 갈까 본문듣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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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입력 2018년03월02일 09시5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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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 정상통화서 확인…북미대화 성사 위한 '승부수' 풀이
서훈·조명균 유력…임종석·이낙연·정의용도 거론
4월 한미 연합군사훈련 재개 이전 이달내 파견 가능성
"남북 대화 진전 긴밀 협의"…한미 공조 재확인
 
 문재인 대통령이 1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의 전화통화에서 대북특사 파견을 공식화했다.

평창동계올림픽을 계기로 한반도에서 성사된 북미 간 '최고위급 외교전'으로 북미 양국의 대화 의지를 끌어낸 만큼 이 기회를 동력으로 삼아 북핵 문제 해결에 의미 있는 진전을 이루겠다는 강력한 의지 표명으로 풀이된다.

북한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이 자신의 여동생인 김여정 특사를 보낸 데 대한 '답방' 차원에서 이뤄지는 이번 대북특사 파견은 향후 한반도 정세의 흐름을 좌우할 중대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북한과 미국 사이에서 중재외교를 펴온 문 대통령이 일종의 '승부수'를 띄운 것으로, 그 결과에 따라 북미 직접대화와 남북 정상회담 추진의 성사 여부가 판가름날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일단 이번 대북특사 파견은 김정은 위원장으로부터 '비핵화'를 전제로 한 북미대화에 응하도록 설득하려는 문 대통령의 강력한 의지를 반영한 것으로 평가된다.

미국이 비핵화를 의제로 삼지 않는 북미대화에 응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하고 있는 상황에서 김 위원장으로부터 분명한 '확답'을 받아내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는게 문 대통령의 인식인 것으로 보인다.

김영철 통일전선부장이 이끄는 북한 고위급 대표단은 문 대통령을 비롯한 우리 고위당국자들과의 면담에서 북미대화에 응할 용의를 밝히면서도 비핵화를 의제로 삼는 부분에 대해서는 명시적인 입장을 내놓지 않았다.

이에 따라 북한이 비핵화 논의 자체를 거부하는 것인지, 아니면 향후 북미대화에 앞서 협상력을 높이기 위해 '전략적 모호성'을 유지하는 것인지를 파악해보는 것이 우선 순위라는게 문 대통령의 판단인 것으로 볼 수 있다.

이런 맥락에서 청와대 안팎에서는 올림픽이 폐막한 이후부터 대북 특사 파견의 필요성은 꾸준히 검토돼 왔다.

북미대화 선행 없이 문 대통령의 방북과 남북정상회담 추진은 현실적으로 어려운 만큼 북한과 미국을 조기에 대화 테이블에 앉게 하려면 양측의 의중을 정확히 파악한 이후에 '중매' 역할을 해야 한다는 점에서다.

긴밀한 소통이 가능한 미국과 달리 올림픽을 계기로 방남한 김여정 특사 등과의 만남을 통해 대북 소통채널을 갓 복원한 점을 고려하면 상대적으로 북한의 의중을 먼저 파악해야 할 필요성이 대두한 것이다.

이 때문에 청와대는 아직 대북 특사 문제를 논의할 시기가 아니라고 선을 그으면서도 북한의 태도 변화를 끌어내려면 답방 차원에서 대북특사 우선 파견이 불가피하다는 목소리가 우세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문 대통령이 이처럼 승부수를 던진 데에는 미국이 생각만큼 북미 대화에 적극적이지 않다는 판단이 작용했을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지난 10일 마이크 펜스 미국 부통령과 북한 특사인 김여정 북한 노동당 중앙위원회 제1부부장 간 만남이 불발되긴 했어도 이들의 회동이 성사 직전까지 갔다는 점에서 북미 간 대화 의지는 분명히 있다는 해석이 설득력을 얻었다.

그러나 미국이 북미 대화 성사에 일정한 조건을 제시하면서 우리 정부의 구상에도 제동이 걸린 상황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27일 백악관에서 열린 주지사들과의 연례 회동에서 북미 대화와 관련해 "그들은 대화를 원하고 있으나 우리는 오직 적절한 조건 아래에서만 대화하기를 원한다"고 말했다.

하루가 지나 마크 내퍼 주한미국대사대리는 한국 외교부 담당 기자들과 간담회에서 "비핵화라고 하는 명시된 목표가 없는, 북한의 지속적 핵·미사일 프로그램 개발의 시간벌기용으로 끝날 (북미) 대화를 원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즉 북미 대화의 선결 조건으로 북한이 비핵화를 진정성있게 제시하고 핵·미사일 실험 동결 또는 모라토리엄(유예)과 같은 사전적 신뢰조치를 취해야 한다는 입장을 표명한 것으로 볼 수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통화에서 비핵화 논의가 없는 북미대화에는 관심이 없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을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다만 문 대통령의 대북특사 파견 방침에 대해 어떤 반응을 보였는지는 확인되지 않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문 대통령으로서는 상황을 반전시킬 확실한 '카드'가 필요했던 것으로 해석된다.

대북 특사 파견을 공식화한 이상 문 대통령은 서둘러 특사를 확정하고 파견 시점을 고민할 것으로 보인다.
북미 대화에 브레이크가 걸려있는 만큼 특사 파견을 최대한 앞당길 것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그 시기는 3월을 넘기지 않을 확률이 있다. 한미 연합군사훈련이 재개될 가능성이 큰 4월 이전에 특사를 파견하는 것이 합리적이기 때문이다.

대북 특사로는 대북업무를 공식적으로 맡고 있는 서훈 국정원장과 조명균 통일장관 등의 이름이 유력하게 거론되고 있다.

문 대통령의 의중을 가장 정확히 알고 있는 동시에 북한 고위급 대표단과의 접견 자리에 꾸준히 참석해 남북 '소통채널'로서 북한과도 '이야기가 통할' 인사라는 점 때문이다.

문 대통령이 북한 대표단을 만난 자리에서 북미대화 용의를 밝힌 북측에 이미 강조한 바 있지만 북한이 껄끄러워할 법한 비핵화 대화의 중요성을 재차 거론하려면 그만큼 북측에서도 거부감이 덜한 인사여야 한다는 점도 고려돼야 한다.

대북 특사의 무게감을 생각한다면 서훈 국정원장과 조명균 통일장관 외에 임종석 대통령 비서실장과 이낙연 국무총리의 파견도 검토할 것이라는 관측도 있으나 의전과 모양새가 적절치 않다는 관측도 나온다.

김 위원장의 의중을 파악한 뒤 이를 백악관에 전달하고 설득해야 하는 역할을 감안하면 외교안보 사령탑인 정의용 국가안보실장이 파견될 가능성도 있다.

윤영찬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은 서면브리핑에서 "양 정상은 향후 진행될 남북 대화의 진전에 대해서도 긴밀한 협의를 계속해 나가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번 특사의 역할은 북미대화와는 별도로 남북관계의 틀을 획기적으로 개선하려는 문 대통령의 뜻도 담고 있다는 데 주목할 필요가 있다.

물론 현재로서는 북미간에 대화분위기가 조성돼야 남북 정상회담을 추진할 수 있는 구조이지만, 장기간 지속돼온 남북관계 경색을 풀어내는 것이 한반도 정세 완화와 전쟁위기 방지에 긴요하다는 게 문 대통령의 상황인식으로 풀이된다.

윤 수석은 "양국 정상은 남북 대화의 모멘텀을 유지해 이를 한반도 비핵화를 이어가기 위한 노력을 계속하기로 했다"며 "향후 진행될 남북 대화의 진전에 대해서도 긴밀한 협의를 계속해 나가기로 했다"고 밝혔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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