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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트코인』이 주는 두 가지 위협(threat)” 본문듣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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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입력 2018년02월12일 15시1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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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상 화폐는 금융 시스템을 위협할 뿐 아니라, 정치 질서도 위협” James 교수

 

ifs POST 대기자 박 상 기 

 

최근, 글로벌 시사 이슈 토론 플랫폼으로 알려진 ‘Project Syndicate’(필진은 각국 저명 인사들로 구성)에 한 미국 대학 교수의 논설이 실렸다. 그는 이 논설에서 ‘비트코인’으로 대표되는 가상 화폐가 단지 금융 시스템을 위협하는 것뿐 만 아니라, 정치 질서에도 위협을 준다는 점을 강조한다. 그는 “역사 상, 나쁜 나라는 ‘나쁜 화폐’를 만들고, ‘나쁜 화폐’는 필시 나라가 망하는 길로 몰아간다” 고 주장한다.    

 

이 논설의 필자는 美 Princeton 대학 역사 및 국제 문제 교수이자, ‘국제지배구조혁신센터(CIGI; Center for International Governance Innovation)’ 선임 Fellow 제임스(Harold James) 교수다. 그는, 결론적으로, 전 세계 가상 화폐들은 순진하고 아둔한 사람들의 놀이감이 될 뿐 아니라, 잠재적으로 전세계 정치적 호전가(好戰家)들이 금융 시스템을 대량 파괴할 수 있는 무기가 될 수도 있음을 경고하고 있다. 

 

■ ‘화폐’는 사회의 신뢰의 바탕이자 ‘주권(Sovereignty)’의 상징 

비트코인을 비롯한 가상 화폐 시장의 엄청난 변동성은 단지 국제금융 시스템에 위협을 주고 있을 뿐만 아니라 정치 질서에도 위협을 주고 있다. 가상 화폐들이 운용되는 블록체인(blockchain) 기술은 종전에 우리들이 보아 왔던 다른 어떤 지급 결제 시스템보다 양호하고 안전한 방법을 기대할 수 있게 해 주고 있다. 

 

이에 따라, 어떤 사람들은, 옛날에 화폐로 통용되던 ‘金’, ‘銀’ 등이 종이 형태의 ‘지폐’로 바뀌었고, 이들이 다시 ‘전자 이체(electronic transfer)’ 방식으로 변환되었고, 이것이 다시 ‘전자 화폐(electronic currency)’로 대체되고 있는 것처럼, 앞으로는 ‘가상 화폐(cryptocurrencies)’가 전자 화폐를 대체할 것이라고 믿고 있다. 

 

그러나, 다른 사람들은 이러한 새로운 기술이 ‘조작(manipulated)’되거나 ‘남용(abuse)’될 수가 있다고 바로 의심을 가진다. 화폐(Money)란 ‘사회’를 구성하는 중요한 제도이다. 거의 모든 인류 문화 역사를 통해서 화폐는 일반인들과 정부 간, 그리고, 사람들 상호 간에 ‘교환’ 거래를 통해 사회적 신뢰(trust)의 바탕을 제공해 왔다. 또한, 언제나 일국의 화폐는 그 나라의 주권(主權; Sovereignty)의 표상이 되어 왔다. 따라서, 사적(私的) 화폐는 거의 유례를 찾기 힘든 희귀 사례일 뿐이다. 

 

금속 화폐(metallic money)가 통용되던 시절에는 동전(coins)에 그 나라의 정체성을 특징적으로 상징하는 문양(emblem)을 새겨 넣었다. 최초로 국가를 상징하는 문양을 동전에 넣은 것은 아테네(Athens) 도시 국가를 상징하는 ‘올빼미’를 새겨 넣은 것이었다. 그러나, 통상적으로는 동전에 새겨진 이런 문양들이 주권을 상징하는 것인지, 아니면 신성함을 상징하는 것인지 혼란스러운 경우도 있었다. 

 

예를 들면 동전에 들어 있는 얼굴이 ‘마케도니아의 필립’ 인지, ‘알렉산더 대왕’인지 아니면 ‘허큘리스’인지 헷갈리는 경우이다. 뒤에 로마 황제들은 이러한 애매함을 잘 활용하여 그들의 ‘신성한 얼굴’들을 새겨 넣기도 했었다. 오늘날에도 영국 동전에는 왕실 군주를 신(神)으로 연결하는 문구를 새겨 넣고 있다. 

 

■ ‘나쁜 나라는 나쁜 화폐를 만들고, 나쁜 화폐는 나라를 망친다”

여하튼, 역사 상 한 가지 분명한 것은, 나쁜 국가는 나쁜 화폐를 만들고, 나쁜 화폐는 나라를 패망에 이르게 한다는 사실이다. 인플레이션 혹은 초(超)인플레이션이 진행되는 중에는 화폐 가치가 급격히 절하되어 정치 질서를 파괴하기 쉽다. 

 

예를 들면, 17 세기 중앙 유럽에서 발생한 ‘30년 전쟁’은 대체로 통화 불안정이 지속된 뒤 일어난 ‘사회적 붕괴(social disintegration)’가 불에 기름을 부은 격이었다. 이와 유사하게, 프랑스 대혁명 중에 귀족들이나 교회로부터 몰수된 ‘국가 재산(national property)’에 가치가 연동되어 고정되어 있던 ‘지폐(紙幣)’에 대한 투기 행위로 인해 ‘자코방(Jacobins)’ 정권의 정통성이 쇠락(衰落)하기도 했다. 

 

20 세기에 들어와서도, 두 차례에 걸친 세계 대전 기간을 전후하여 진행된 인플레이션 기간에 유럽의 정치적 기득권 체제가 붕괴됐고, 과격주의(radicalism)에 불이 붙게 되었던 것이다. 사실, 레닌(Vladimir Lenin)은 통화에 대한 압력을 “자본주의 정신을 박멸시킬 수 있는 가장 단순한 방도” 라고 여겼던 것이다. 

 

■ ‘나쁜 화폐’는 국가 간 ‘분쟁(紛爭)’을 촉발하는 수단이 되기도 

나쁜 통화는 국가 붕괴 뒤에 숨어 있는 한 가지 주요 요인이 되는 것에 더해, 국가 간 분쟁의 관건(關鍵)이 되는 요인이 되기도 한다. 역사적으로, 호전적(好戰的)인 국가들은 ‘통화 혼란(monetary turmoil)’을 만들거나 이를 악용하여 상대국을 파괴할 아주 쉬운 방편으로 삼았다. 화평 기간에도 일부 국가들은 관계가 악화되면 분란을 조성하기 위해 상대방 국가에 가짜 화폐를 퍼트리기도 하는 것이다. 

 

이러한 화폐 전쟁의 전형적인 사례가 나치(Nazi) 독일이 2차 세계 대전 기간 중에 연합 동맹국들의 화폐를 인쇄하여 마구 퍼트렸던 공작이다. 이러한 위조(僞造)된 지폐들은 희귀한 물자를 구입하거나 스파이들에게 급여를 지급하는 자금으로 공급하기도 했던 것이다. 당시, 독일은 위조 지폐를 장거리 폭격기에 실어서 영국 영공에서 뿌리는 방안을 획책하기도 했다. 만약 이를 실행에 옮겼다면 그 후 벌어졌을 대혼란 및 사회적 사기(士氣) 저하 상황은 상상만 해도 끔찍한 것이다. 

 

이런 경우에는 누구라도 많은 돈을 보유하고 있는 사람은 당연히 의심받게 될 것이고, 이에 따라 사회적 신뢰는 급격히 떨어질 것은 분명하다. 적국의 상공에서 위조 지폐를 투하하는 것은 폭탄을 투하하는 것보다 훨씬 위험한 것이다. 

 

■ ‘통화’가 국제화된 경우에는 “통화 공격”이 더욱 쉬워져  

한 나라의 화폐가 국제화되어 있는 경우에는 조작하기가 더욱 쉬워지게 마련이다. 현대 사회에서는 북한과 같은 불량 국가들은 화폐, 특히 미국 달러화를, 지속적으로 위조해 왔다. 그리고, 국가 간에 은행 구좌를 이용한 ‘전자 이체’ 방식의 자금 거래가 활발해짐에 따라, 이런 거래 방식을 범죄 행위의 목적으로 악용하는 사례가 늘어나고 있다. 그러나, 다행히 영화 장면에서의 환상의 범위를 벗어나는 글로벌 규모의 그야말로 재앙적 ‘통화 공격(monetary attack)’ 사례는 아직은 없었다. 

 

물론, 이미 오래 전부터 글로벌 거래 통화로 압도적 비중을 가진 美 달러화를 약화시키거나 대체해야 한다는 정치적 노력은 있었다. 가장 유혹적인 대안으로 부상했던 것이 ‘金 (Gold)’ 이다. 2001년 당시 말레이시아 마하티르(Mahathir Mohamad) 수상은 미국 달러화에 의존적인 통화 시스템에 대신할 방안으로 ‘골드 디나르(Gold Dinar)’ 도입을 주장하기도 했다. 2005년에는 알 카에다(al-Qaeda) 보안 책임자 알 아들(Saif al-Adl)이 달러화를 대신해서 ‘金’을 사용할 것을 주장하기도 했다. 

 

■ ‘비트코인’의 가치는 인간 노동의 가치가 반영되지 않은 것 

일견, 비트코인은 21 세기 버전의 ‘金(Gold)’처럼 보인다. 그리고, 비트코인 창시자들은 이미 그렇게 유추(類推)하는 논리를 받아들이기도 했다. 비트코인은 노력(勞力)을 들여서 생산(mining)되고 있다. 한 때 ‘金’ 의 가치가 인간들이 그것을 추출하기 위해 오지의 땅 속에서 힘들이는 노력을 반영하여 매겨졌던 것처럼, 비트코인의 생산(채굴)에도 아시아 혹은 아이슬란드 등 지역에서 값싼 전기를 엄청나게 소모하면서 컴퓨터 작동에 소요되는 ‘인간의 노력’이 필요한 것은 당연하다. 

 

그러나, 최근의 비트코인 가격의 상승은 주로 사회의 기본적 가치에 대한 인식의 변화를 반영하는 것으로 보인다. 근대 사회 이전에 금속 화폐들이 재화나 서비스의 가치는 그것들에 투하된 인간들의 노동의 양(量)만큼 가치가 있다고 보는 ‘노동가치론(labor theory of value)’의 기초를 이루었던 것이다. 이에 반해, 블록체인 기술 세계에서는 컴퓨팅 파워 및 이에 투하된 에너지의 합계로 가치가 정해질 뿐이고, 기본적으로 ‘인간의 노동’ 등의 요인은 감안되지 않는다. 

 

이와 동시에, 비트코인 등 가상 화폐는 모두 그렇게 해 왔듯이, 국가 혹은 민간 부문의 범죄성(criminality)를 구분하기가 불가능하 것이다. 북한은 비트코인을 채굴하기도 하고 만들어 내기도 하면서 ‘통화 조작’을 시도하고 있다고 의심을 받아 왔고 이에 따라 중국, 한국은 거래소들을 폐쇄하기 시작한 것이다. 일본에서도 주요 가상 화폐 플랫폼인 CoinCheck에 대해 거래를 아예 중단시키기도 했다. 

 

■ ‘금융 재앙’은 실제로 닥치기 전에는 파악하기가 거의 불가능 

그리고, 우리는 벌써 비트코인이 붕괴하면 중대한 글로벌 문제가 생길 것을 우려된다는 시점에 도달한 것이다. 현재 금융기관들이 가상 화폐에 대해 가지고 있는 ‘리스크 노출(risk exposure)’은 불확실하다. 아마 그들의 ‘리스크 노출’ 정도는 실제로 ‘금융 재앙(disaster)’이 닥치기 전에는 완전히 파악하기가 어려울 지도 모른다. 

 

이런 상황은 2007/2008년에 경험했던 것처럼 누구도 ‘서브프라임’ 모기지 대출의 최종 리스크 노출을 어디서, 누가, 얼마나 부담하고 있는지를 거의 파악하지 못했던 으스스한 상황을 연상시키는 것이다. 당시에는 실제로 시장이 붕괴되기 전까지는 어느 금융기관이 도산할 것인지를 누구도 예상할 수가 없었던 것이다. 

 

지금, 어느 누구도 나도는 뉴스 보도가 ‘가짜 뉴스(fake news)’라고 곧 바로 말할 수가 없는 것처럼, 새로 생겨난 ‘화폐’ 형태에 대해 타당성의 차이를 식별해 내기가 대단히 어려운 상황인 것임에는 틀림없다. 그러나, 어느 ‘화폐’가 정부에 의해 권위를 인정받지 않으면 그것은 완전한 신뢰를 받기가 어려운 것은 분명하다. 

 

그렇다고 해서, 그런 것들이 순진하고 아둔한 사람들의 놀이감이 될 수 없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동시에, 전 세계의 정치적 호전가(好戰家)들에 의해 금융 시스템을 대량 파괴할 수 있는 무기로 동원될 수 있다는 것을 부정하는 것도 아니다. <ifs PO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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