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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정규직 제로화’ 약속이 무색해졌다 본문듣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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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입력 2019년10월29일 17시2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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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계청, ‘2019년 경제활동인구조사 근로형태별 부가조사 결과’발표…비정규직 급증 

 

통계청이 29일 발표한 ‘2019년 경제활동인구조사 근로형태별 부가조사 결과’가 세간의 관심을 끈다. 그도 그럴 것이 비정규직 근로자가 올해 8월 기준 750만 명에 육박해 전체 임금근로자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최고 수준인 36%로 치솟았다는 통계가 발표됐기 때문이다. ‘비정규직 제로’를 최우선 과제로 내세운 문재인 정부에서 오히려 비정규직은 폭증하고, 정규직은 줄어드는 역설적인 결과가 나온 것 때문이다. 언론에서는 ‘일자리 대참사’라는 표현도 나오고, ‘일자리 정부’가 무색해졌다는 비판도 나온다. 

 

 정부가 발표한 통계의 내용은 이렇다. 통계청에 따르면 올해 8월 기준 정규직 근로자 수는 1307만8000명으로 전년 대비 35만3000명 줄었다. 반면 비정규직은 748만1000명으로 지난해보다 86만7000명 증가했다. 이에 따라 전체 근로자 중 비정규직이 차지하는 비중은 36.4%로 전년(33%)보다 3.4%포인트나 올랐다. 관련 통계를 작성하기 시작한 2010년 이후 가장 높은 것이다. 비정규직 비율은 2014년 32.2%까지 낮아졌으나 이후 계속 완만한 오름세를 보여 오다가 올해 급등한 것이다.   

 

비정규직 형태별로 보면, 기간을 정해놓고 일하는 ‘한시적 노동자’가 96만2000명 늘어나 전체 비정규직 증가를 이끌었다. 평소 1주일에 36시간  미만으로 일하는 ‘시간제 근로자’가 여성을 중심으로 44만7000명 늘었다. 정부의 비정규직 정규직화 정책 영향을 크게 받는 파견·용역이 포함된 '비전형 노동자'는 2만6000명 감소하는 데 그쳤다. 연령별로는 60세 이상(28만9000명)과 20대(23만8000명)에서 비정규직이 크게 늘었다.  

 

어찌 보면 지극히 당연한 결과가 아닌가 싶다. 정부가 일자리 창출을 위해 재정을 쏟아 부어 어린이 놀이터 지킴이, 교통안전 캠페인, 골목길 담배꽁초 줍기, 농촌 비닐걷이 등 고령층이 주로 일하는 초단기 일자리를 양산한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이런 단기 일자리를 정규직으로 채용할 리는 없다. 임시 일자리를 만들어 고용통계를 호전시키고, 이를 “개선”으로 포장하다보니 오히려 반감만 사게 된 것 아닌가?

 

더구나 문재인대통령은 근래들어 여러 차례 "최근 고용보험 가입자 수 통계에서 확인되듯 양질의 일자리는 지속해서 늘어나고 있다"며 "정책의 긍정적 효과를 국회와 국민에게 적극 설명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한 바 있다. 이런 주장이 되레 ‘무색한 변명’으로 변질돼 더욱 세간의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는 듯하다.

 

정부로서는 나름 변명할 여지가 있는 모양이다. 원래 실무자들이 발표하던 고용통계를 이날은 강신욱 통계청장이 직접 나서 "이번 부가조사와 작년 결과를 증감으로 비교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강조하고, "올해 병행조사부터 기존 부가조사에 없었던 고용 예상 기간을 세분화하면서 과거 부가조사에선 포착되지 않은 (비정규직인) 기간제 근로자가 35만∼50만 명 추가로 포착됐다"고 설명했다. 조사방식이 변경된 효과만으로 과거 정규직이었다가 비정규직인 기간제에 추가로 포착된 인원이 35만~50만 명이라는 것이다. 그래도 이런 해명은 비정규직 근로자가 86만7천명 급증한 상황을 충분히 설명하지는 못하는 것이다. 

 

그런 차이를 인정한다 해도 비정규직이 줄어들기는커녕 30만~50만 명 정도가 더 늘어났기 때문이다. 김용범 기획재정부 1차관도 함께 나서 같은 내용의 해명에 열을 올렸지만 그런다고 해서 객관적 사실이 뒤집어 질 수는 없는 노릇 아닌가?

사실 통계청장 정도의 전문가라면 통계의 시계열분석이 얼마나 중요한지는 알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조사방법 때문에 늘어났다”는 1차원적 해명은 이해하기 어렵다. 예컨대 방법이 달라져 급증했다면 같은 조건으로 과거 수치를 교정해 동일한 조건으로 비교해 보니 “이런 결과가 나왔다”고 설명해야 하지 않았을까? 비전문가인 우리 생각일 뿐이지만….

 

사실 문재인 대통령은 취임직후인 2017년 5월 12일 인천국제공항공사를 방문해 '공공기관 비정규직 제로시대'를 선언했다. 따라서 취임 후 ‘공약 제1호’라 지칭되기도 한다. 그런 비정규직 제로화가 오히려 비정규직 비중 급증 사태를 맞고 있으니 체면이 말이 아니게 됐다. 세상일은 어떤 것을 막론하고 억지로는 안 되는 법이다.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도 기업들이 스스로 시장원리에 따라 이뤄지도록 유도하고,지원하는 것이 정부가 할 일이다. 그래야 노동시장의 안정도 이룰 수 있다는 사실을 이번 통계조사를 계기로 정책당국이 조금이나마 깨달았으면 하는 바람뿐이다.<ifsPOST>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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