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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와 중국이 화폐를 통일할까? 본문듣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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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입력 2022년04월06일 16시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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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국내외 증권가에서 러시아와 중국의 화폐 통일과 두 나라간 EU와 같은 경제통합체를 만들 것인가에 대한 논의들이 많은 것 같다. 결론을 먼저 말한다면 그런 일이 벌어질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본다. 두 나라GDP의 크기, 상품 생산 능력 그리고 화폐의 기본 특성을 살펴보면 이런 일이 벌어지기 어렵다는 것을 쉽게 짐작할 수 있다. 

 

우선 화폐의 세 가지 기능을 살펴보자.

화폐는 크게 세 가지 기능 즉 가치 척도 기능, 가치 저장 기능 그리고 교환 기능이 있다.

가장 문제가 되는 “가치척도 기능”을 먼저 살펴보자. 두 나라가 동일 상품에 대해 유사한 가격으로 평가하려면 두 나라 화폐의 안정적 가치유지가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즉 오늘도 내일도 또는 일년 후에도 상대국 화폐가 어느 정도 안정적인 가치를 가지고 있다는 상호 신뢰가 있어야 한다.

그런데 이번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루불화 가치는 70%나 폭락하였다. 이 말은 곧 루불화로 표시된 상품가격은 70% 가까이 대폭 오르게 된다는 것을 뜻한다. 위안화는 그렇지 않다. 중국 입장에서는 나의 잘못도 아닌 이유에서 70%나 위안화가 가치가 하락한다는 것은(통일화폐의 사용 시 물론 어느 중간 정도에서 결정되겠지만) 황당하기 짝이 없는 일이 될 것이다.

 

“가치저장 기능”도 마찬가지다.

내가 루불화로 저축했다고 하자. 그런데 내 저축금을 찾아 상품을 살 수 있는 능력이 갑자기 70%나 뚝 떨어졌다. 러시아의 입장에서도 말할 필요가 없고 중국 입장에서도 엄청난 손해가 될 것이다.

“교환매개 기능”조차도 상기 두 가지 이유 때문에 매개기능 자체가 정지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

 

그러면 이제 화폐 기능 이외의 측면을 살펴보자.

우선 두 나라의 GDP를 비교해 보면 문제점은 많지만 중국은 IMF 기준으로 볼 때 세계 제2위 국가이고, 15.47조 달러의 GDP를 생산한다(2019년 기준). 러시아는 우리나라보다도 한 단계 낮은 1.67조 달러다. 즉 중국은 러시아 보다 9.3배나 더 큰 나라다. 그러면 두 나라가 공존하겠는가? 아니면 러시아가 중국에 편입, 종속되겠는가?

 

 다음은 두 나라 생산품의 차이다.

러시아 상품은 대부분 천연가스, 희토류, 석유, 금, 무기 등이다. 즉 천연자원과 무기 이외에는 중국에 수출할 상품이 없다. 그러나 중국은 러시아에 수출할 수 있는 상품이 너무나 많다. 이 점 만 살핀다면 중국 입장에서는 동일화폐 또는 경제통합을 하고 싶을 것이다. 그러나 러시아의 입장에서는 턱도 없다. 러시아가 중국에 종속될 것이 뻔하기 때문이다. 또한 이번 우크라이나 사태에서처럼 러시아 유일 무기인 “자원의 무기화”도 불가능할 것이다. 그러면 러시아가 이런 희생을 치르면서까지 동일화폐의 사용 또는 경제공동체를 구성할 이유가 있을까?

 

다음은 미국의 태도다.

사실 미국은 그간, 특히 오바마와 트럼프 시절 세계 경찰로서의 기능을 하지 못한 측면이 많았다. 그렇기 때문에 러시아의 크림반도 합병을 허용하는 큰 실수를 저질렀다(자기 나라를 지킬 의지가 없는 아프칸 철군은 잘했다고 본다). 이러한 미국의 태도는 우리나라는 물론 EU 대부분의 국가들이 미국에 의지하지 않는 자주국방과 무기개발에 열을 올리게 되었다. 오바마나 트럼프의 생각처럼 일시적 비용절감 효과는 있을 것이나 미국의 패권국가로서의 기능은 심대하게 타격을 받게 된다.

 

즉 미국은 수퍼 경제력은 가질지 몰라도 세계 정책입안자, 리더로서의 패권국가 위치는 크게 손상된다. 그러면 미국이 지금까지 누리던 국제적 위치나 특히 기축통화국으로의 위세는 크게 줄어들 수밖에 없다. 이런 잘못을 뒤늦게 깨닫고 이번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미국은 적극적인 도움을 주고 있다고 생각한다.

 

또한 트럼프의 단견(사업가 기질) 때문에 또 다른 큰 실수를 미국은 저질렀다.

가장 좋은 예는 사우디아라비아에 대한 홀대다.

셰일가스, 셰일 석유가 나오기 전까지 사우디는 부동의 세계 제1의 산유국이었다. 그래서 미국은 무조건적으로 사우디 편을 들어 주었었다. 그러나 셰일석유가 나오면서 근소한 차이지만 미국이 세계 최고의 산유국이 되었을 뿐 아니라, 원유를 『수출』하는 나라가 되었다. 그래서  사우디의 위치는 많이 위축되었고 그래서 미국은 사우디를 홀대하는 측면이 있었다.

그러자 화가 난 사우디는 달러 이외의 화폐로도 석유를 수출하겠다고 발표하였다. 이것은 미국입장에서 매우 큰일이다. 달러가 세계 기축화폐로 인정 받게 된 결정적 이유 중 하나는 사우디와 맺은 협정 때문이다. 사우디가 어느 나라에 원유를 수출하든 반드시 달러로 결제하고, 미국은 어느 사안에서나 확고히 사우디 편을 들어주겠다고 약속하였다.

그런데 미국이 세계 1위 산유국이 되자 이런 약속을 접어두고 사우디를 서운하게 하는 행동을 하였다. 그래서 화가 난 사우디는 달러 이외 화폐를 받겠다고 선언한 것이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달러 결제가 크게 주는 것은 아니겠지만 기축통화로서의 달러 위치는 상당한 타격을 받게 될 것이다. 이유는 간단하다. 원유는 세계 부동의 1위 교역 상품이기 때문이다.

유로화는 충분히 원유 결제수단이 될 수 있다. 그러니 EU 입장에서는 원유를 수입하기 위해 달러를 보유할 필요가 없게 된다. 미국 입장에서는 정말로, 정말로 바람직하지 않은 상황이다.

 

끝으로 러시아와 중국 모두“패권국가로서의 경험”을 가지고 있는 나라이고, 끊임없이 예전의 그 위치를 찾고 싶어 하는 나라들이다.

아마 이것이 화폐 통합이 어려운 가장 중요한 이유일 것이다. 이번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도 그 일환이다. 중국이 대만을 침공하여 반도체와 원유 공급루트를 차지함으로서 패권국가가 되고 싶은 것도 동일한 이유다. 

또 더욱 중요한 것은 이 두 나라는 시진핑 황제와 푸틴 짜르가 지배하는 나라다. 즉 두 나라는 모두 황제(태양)가 되고 싶은 지배자들이 다스리고 있는 나라다. 어떻게 이런 두 나라가 합칠 수 있겠는가?

 

이런 여러 이유에서 두 나라는 동일화폐를 쓸 수도 없고, EU와 같은 경제복합체도 만들 가능성이 거의 없다고 본다. 그러나 우리나라 입장에서 이런 정세들은 크게 유리하게 작용될 것이다. 쓸 때 없는 비생산적, 정치적 논쟁은 그만두고 『경쟁력』을 높이는데 더욱 집중하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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