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계산에서 바라본 세계

국가의 미래를 향한 첫 걸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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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지는 날 푸른 벼랑에 앉아 본문듣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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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입력 2021년10월13일 12시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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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청 시인의 새 시집(詩集) 출간을 축하하며… 

 

“물새들이 밟고 간 물새 발자국”

‘추억’이라는 제목의 시(詩)다. 시의 문장은 더 없다. 이 한 구절(句節)이 전부다. 

 

뭔가를 상상해 보게 하는 것이 추억(追憶)인 것을….

분명 물새들이 수없이 뛰놀고 밟았을 바닷가 모래사장에는 그 흔적도 남아있지 않다.

그러나 그 모래사장에는 물새들의 발자국만큼이나 수많은 사연들이 묻혀있을 터, 아름다운 상상의 나래를 펴보는 것도 재미를 더하는 추억이겠다.

 

지난 9월 30일 이건청 시인의 새로운 시집(詩集)이 발간됐다. 출판사 ‘문예바다’가 <문예바다 서정시선집 011>로 “해 지는 날 푸른 벼랑에 앉아”<사진>라는 제목으로 출간한 것이다. 이건청 시인의 작품 800여 편 가운데 순수 서정시 77편을 골라 모아놓은 것으로 지니기 쉬운 포켓판으로 엮어낸 시집이다. 주머니에 넣고 다니면서 틈날 때 가끔 시흥(詩興)에 젖어보는 재미가 쏠쏠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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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건청 시인은 국가미래연구원이 발행하는 인터넷신문 ifsPOST에 격주로 일요일에 '이건청 시인의 문학산책'을 연재하고 있다. 이 시인은 1942년 생으로 1966년 한양대학교 문리대 국문학과를 졸업한 후 1967년 [한국일 보] 신춘문예에 「목선들의 뱃머리가」 입상하였고, 1968년 11월 [현대문학]에 박목월 시인에 의해 「손금」이 추천, 이후 「구시가의 밤」, 「구약」 등이 추천되었다. 1978년 한양대학교 대학원 문학석사 과정을 졸업하고 1986년 단국대학교 대학원 문학박사 학위를 받았다. 1980년부터 한양대학교 문과대 전임강사로 부임, 2002년엔 한양대학교 사범대학 학장을 역임하다 2007년 정년퇴임하고 명예교수로 있다. 이후 전업시인으로 시작(詩作)활동에 전념하고 있다.​ ​

 

 

시집에 수록된 시 가운데 가을 산을 노래한 한 편을 골라 소개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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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에게

 

붉게 타는 단풍 앞에서

내 말은 한갓 허사(虛辭)일 뿐

붉은 단풍은 붉은 단풍의 진심을 

나이테에 새긴다.

 

나무들이 

단단한 나이테를 새겨 넣듯

나도 말 하나 새기고 싶다.

단단한 말,

둥치째 잘려도 선연한 말,

짙고 치밀한 흔적들이 

둥글게 둥글게 입을 다문

그런 말 하나 새기고 싶다.

 

가을에 나무들은 붉게 물든다.

아름드리나무들이 

가랑잎을 떨어뜨려 가는 

이 소리 없는 시간의 운행…

그리고 먼 산에 새겨지는 나이테,

이 무량의 침묵 앞에서 

나는 말을 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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