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계산에서 바라본 세계

국가의 미래를 향한 첫 걸음

※ 여기에 실린 글은 필자 개인의 의견이며 국가미래연구원(IFS)의 공식입장과는 차이가 있을 수 있습니다.

국민의힘 지도부는 해야 할 일부터 하라​-정권 비판에서 비전 제시로- 본문듣기

작성시간

  • 기사입력 2021년08월17일 13시00분
  • 최종수정 2021년08월17일 12시42분

작성자

  • 김병준
  • 국민대 명예교수, 前 대통령 정책실장

메타정보

  • 4

본문

유쾌하지 않은 내용이라 미안하다. 그러나 꼭 해야겠다. 당연히 나 자신의 책임도 통감하며 하는 말이다. 이해해주시기 바란다.

 

국민의힘은 제대로 된 정당으로서의 위상을 갖추지 못하고 있다. 지난 몇 년간의 지도부 구성을 보라. 김병준, 황교안, 김종인, 이렇게 당 외부의 인사들이 당을 이끌어 왔다. 자체 생명력이 없거나 약하다는 뜻이다.

 

지금도 마찬가지, 당의 가장 큰 기반이자 동력은 자체 역량이 아니라 문재인정부의 실정이다. 지난 보궐선거만 해도 그렇다. 선거 후의 여론조사에서, 국민의힘이 잘 해서 이겼다는 응답은 7~8%에 불과했다.

 

대선후보 또한 그렇다. 압도적 1위인 윤석열후보와 잠재성이 큰 최재형후보도 당 외부에서 왔다. 그것도 문재인대통령이 만들어 준 것이나 다름없는 후보들이다. 사실 이들의 국민의힘 합류가능성이 없었다면 지난 보궐선거의 결과도 달라질 수 있었다. 이래저래 문정부 덕을 봤다.

 

그러나 그 덕을 보는 것은 여기까지, 이제 더 이상 그럴 것 같지 않다. 어차피 끝나는 정부, 갈수록 존재감이 떨어질 것이다. 게다가 여당후보 또한 경선통과 즉시 비문 또는 반문의 길을 갈 것이다. ‘문정부 심판’ 프레임이 먹힐 수 없다는 이야기인데, 특히 이재명지사의 경우 영남 표까지 크게 잠식할 수도 있다. 지난 보궐선거와는 전혀 다른 양상이라는 말이다.

 

그래도 국민다수가 정권교체를 원한다고? 그래서 ‘문정부 심판’만 외치면 된다고? 2002년 대선, 이회창후보가 노무현후보를 ‘DJ의 양자’로 몰아대며 ‘정권교체’를 외치자, 노후보 쪽에서 말했다. ‘이회창은 DJ와 싸우고 있어라. 우리는 미래로 간다.’ 이 한마디로 이후보의 반DJ 및 ‘정권교체’ 캠페인은 바로 ‘죽고’ 말았다. 이보다 더한 일이 일어나지 않는다는 보장이 있나?

 

당장 두 가지 일을 해야 한다. 하나는 ‘문정부 심판’을 대신할 미래비전을 내어 놓는 일이다. 잡다한 정책들을 이야기하는 게 아니다. 단단한 현실 인식 위에, 누가 봐도 믿을 수 있는 철학과 가치를 담은 큰 길을 제시해 주어야 한다. 당연히 후보와 잘 어울리는 것이어야 하고, 그런 점에서 이 일은 당 보다는 후보 쪽의 과제이다.

 

또 하나는 당을 혁신하는 일이다. 이를테면 공정과 정의 같은 보편적 가치를 세우고, 이를 통해 당의 이미지를 개선하는 일이다. 부패전력이 있거나 부도덕한 인사들을 과감하게 털어내면서 말이다. 대단히 어려운 선거이다. 사즉생, 선거에 지는 한이 있더라도, 이것만은 꼭 고치겠다는 각오가 오히려 길을 열어줄 수 있다.

 

지금의 당 지도부가 가장 중히 여겨야 할 일이 무엇이냐? 바로 이일, 즉 당을 혁신하고, 이를 통해 이미지를 쇄신하는 일이다. 영입인사 없이는, 또 문정부 실정 ‘덕’을 보지 않고는 존립하기도 힘든 당으로 어떻게 대선을 치르겠다는 것인가. 국민에 대한 예의도, 공당으로서의 도리도 아니다. 이 일을 뒤로 하고, 경선관리에 올-인하는 모습은 무엇인가 앞뒤가 맞지 않는다.

 

이준석지도부는 이미 상처를 입었다. 혁신을 뒤로 함으로써 얕은 정치적 계산이나 한다는 인상을 주었고, 특정 후보를 지지하고 반대한다는 오해를 불러일으킴으로써 공정성에도 상처를 입었다. 부패하고 부도덕하거나 노회한 사람들을 가까이 하면서 젊은 리더십의 참신성도 훼손되었다. 기대는 어느 순간 리스크로 변하고 있다.

 

지금도 늦지 않았다. 전략과 전술보다는 원칙과 가치를 중시하라. 그리고 자생력 있는 공당으로 서기 위한 혁신을 하라. 스스로를 내세우지도, 계산도 하지 말고 말이다. 상대의 위선이 만천하에 드러난 상황이다. 이 보다 좋은 때가 없고, 이 보다 더 좋은 선거전략이 없다. 공정과 정의를 향한 진정성 있는 날개 짓 하나로도 많은 국민의 마음을 살 수 있다.

 

경선은 오히려 유력후보들 간의 합의를 존중하는 시스템을 구축하여, 후보들 스스로 중심을 이루게 하는 것이 옳다. 제 발로 제대로 서지도 못하는 당이, 그나마 개인적 경쟁력을 바탕으로 뛰고 있는 후보들을 끌고 가겠다고 하면 안 된다. 다시 말한다. 해야 할 일에 집중하라.

<ifsPOST>

 

4
  • 기사입력 2021년08월17일 13시00분
  • 최종수정 2021년08월17일 12시42분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