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계산에서 바라본 세계

국가의 미래를 향한 첫 걸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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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입력 2021년08월17일 12시29분

작성자

  • 이상돈
  • 중앙대학교 명예교수, 20대 국회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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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년 전만해도 우리 정당은 최고위원회가 의사결정을 하는 체제였다. 전당대회가 최고위원들을 선출하고 최고득점자가 대표최고위원이 되며, 순위에 따라서 최고위원이 되는 시스템이었다. 당 대표는 대표최고위원을 줄여서 부르는 말인데, 당 대표로 선출된다고 하더라도 임기를 제대로 채우기는 쉽지 않다. 선거에서 패배하면 지도부 전체가 사퇴하고 비대위가 들어서는 것이 관행이 되었다. 드물게는 최고위원 여러 명이 사퇴해 버리면 최고위가 붕괴되고 비대위가 들어서게 된다. 2011년 12월, 한나라당 최고위원이던 유승민, 남경필, 원희룡 등이 사퇴하자 홍준표 대표는 물러나야 했고, 박근혜 의원이 비대위원장으로 취임했다. 덕분에 나도 박근혜 비대위에서 비대위원을 했다. 

 

우리 정당의 최고위원회는 명칭 그대로 이러한 집단지도체제였다. 그래야만 그 정당의 다양한 계층/계파가 최고위에 대표될 수 있기 때문이다. 2016년 총선을 앞두고 민주당에서는 친노와 비노, 그리고 새누리당에선 친박과 비박 간에 대립이 최고위원회 회의 도중에 노정되었다 (민주당에선 정청래와 주승용, 새누리당에선 김무성과 서청원이 회의 도중 카메라 앞에서 말싸움을 했다.) 그러자 이런 시스템 보다는 당 대표가 전권을가져야한다는 주장이 생겼다. 정당을 주류가 책임지고 이끌어야 한다는 이야기였다.

 

내가 속해 있던 국민의당도 집단지도체제 최고위원회였고 나도 리베이트 파동으로 최고위가 무너지기까지 최고위원을 지냈다. 2017년 초 국민의당 전당대회도 그 같은 체제에서 치러졌고 박지원 의원이 1등을 해서 대표최고위원이 됐다. 대선 패배 후 국민의당에는 박주선 비대위가 들어섰는데, 그 때 당헌을 바꾸어서 당 대표와 최고위원을 별도로 선출하도록 했다. 안철수가 당 대표가 되었는데, 최고위원은 누구였는지 생각도 나지 않는다. (이런 체제 하에선 최고위원에 나가는 사람은 격(格)이 떨어져서 최고위원이 아니라 ‘최저위원’이라는 농담도 있었다.) 이런 시스템 하에선 최고위원은 영향력을 갖지 못하고, 당 대표가 당을 제멋대로 이끌어 갈 수 있다. 당 대표로서 전권을 장악한 안철수는 바른정당과 합당을 밀고 나갔고, 결국 국민의당은 분열되고 말았다. 

 

그 후 민주당과 새누리당-자유한국당-국민의힘도 모두 당 대표와 최고위원을 별도로 뽑는 체제로 당헌을 바꾸었다. 이렇게 되면 당 대표가 아무리 전횡을 해도 교체는 불가능하다. 심지어 최고위원 몇 명이 사퇴를 해서 의결 정족수가 안 되어도 당 대표는 건재하게 된다. 바른미래당에서 손학규 대표 시절에 그런 시기가 있었다. 손학규 대표를 사퇴시키고 싶었던 안철수와 하태경이 결국에는 자기들이 당을 떠나게 된 것도 당 대표에게 전권을 준 당헌 때문이었다. 

 

집단지도체제 최고위원회는 계파 간 갈등으로 당을 이끌어 나가기 어렵다는 주장도 있으나 나는 거기에 동의하지 않는다. 박근혜 전 대통령이 한나라당 대표를 할 때도 최고위는 집단지도체제였다. 그것은 대표의  리더십 문제이지 제도의 문제가 아니었다. 당 대표에게 전권을 주고 있는 국민의힘이 지금 심각한 리더십 위기에 처해 있는 것도 사람의 문제이지 제도의 문제가 아님을 보여준다.           

 

 내가 2012년 새누리당 비대위원을 할 적에 정치쇄신 의제를 많이 다루었다. 당시 나와 함께 정치쇄신 분과를 이끌었던 김세연 의원은 제왕적 당 대표가 문제라면서 당 대표를 없애고 정당을 원내 중심으로 운영하고, 그 대신 미국처럼 전국위원회를 두어야한다고 주장했다. 제왕적 당 대표가 문제라는 주장은 공감을 얻었지만 선거를 앞두고 대표를 없애자는 주장이 받아드려지기는 어려웠다.  2016~2017년 사이에 우리 정당은 당헌을 고쳐서 당 대표에게 전권을 주는 ‘제왕적 당 대표 시스템’으로 제도 자체를 바꾸었다. 그리고 이런저런 사람들이 당 대표가 되어서 저마다 원맨쇼를 해오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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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입력 2021년08월17일 12시2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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