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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기에 실린 글은 필자 개인의 의견이며 국가미래연구원(IFS)의 공식입장과는 차이가 있을 수 있습니다.

최협의 박물관 이야기 <40> 런던의 자연사 박물관(Natural History Museum)…대한민국에는 없는 국립자연사박물관 본문듣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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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입력 2021년07월25일 09시00분
  • 최종수정 2021년07월28일 13시17분

작성자

  • 최협
  • 전남대학교 연구석좌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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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사박물관은 인류학과 관련이 있는 박물관이다. 왜냐하면, 인류학의 하위분야인 체질인류학에서 인간의 생물학적 진화를 다뤄왔기 때문이다. 지난 1백여 년간 체질 인류학자들은 세계 각처에서 수많은 고인류의 화석을 발굴하고, 이러한 희귀 자료를 분석해내는 과학 기술의 발전에 힘입어 오스랄로피데쿠스에서 호모 에렉투스, 그리고 네안데르탈인을 거쳐 호모 사피엔스에 이르는 인류 진화의 과정을 실증적으로 밝혀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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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한 인류학 분야의 성과가 연구와 전시를 통해 이루어지고 소통되는 장소가 자연사박물관이다. 물론 인간은 지구상에 존재하는 생명체의 하나이기에, 인류 진화에 관한 연구는 자연사(自然史)의 일부분에 지나지 않는다. 따라서 자연의 역사 전체를 대상으로 하는 자연사박물관에서는 지질학, 고생물학, 동물학, 식물학 등 여러 다른 분야의 자료 또한 수집, 보존, 연구, 전시되는 곳이기도 하다.

 

오랜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는 런던의 <자연사박물관>은 세계적으로도 가장 권위가 있는 자연사박물관으로 꼽힌다. 런던의 자연사박물관은 그 설립연도가 1881년으로, 19세기에 등장한 자연사박물관이라는 새로운 제도의 정착에 선도적인 역할을 담당했을 뿐 아니라, 더욱 중요하게는 인류를 포함한 자연의 역사를 과학적으로 분석하고 이해하는데 위대한 업적을 남긴 찰스 다윈의 자료가 이곳에 모여 있어 권위 있는 과학기관으로서의 위상을 일찍이 확보할 수 있었다.

 

현재 세계적인 연구기관으로서의 런던 <자연사박물관>에는 350명의 연구진이 있으며 무려 8천만 점에 달하는 소장품이 있다. 소장품들은 과학적으로 가치 있는 표본이나 자료일 뿐 아니라 역사적으로도 매우 귀중한 것들이 많다. 예를 들면, 런던의 자연사박물관은 지구상의 새 종류 98%에 달하는 표본을 확보해놓아 조류분류학 분야의 세계적 연구중심이며, 역사적으로 귀중한 자료의 대표적인 예는 다윈(Darwin)이 탐험선 비글호(Beagle)를 타고 5년 동안 지구를 돌며 수집한 문화재급 표본자료와 기록을 들 수 있다.

 

런던의 <자연사박물관>은 매년 대체로 5백만 명 이상의 관람객들이 방문하는 것으로 여러 통계가 보여주고 있어 세계 10대 박물관에 들어갈 정도로 인기가 높다. (2018AECOM이 선정한 세계 10대 박물관 중 9위로, 방문객 수는 5,226,320) 이렇게 위상이 높은 박물관임에도 런던의 자연사박물관은 지금의 현실에 안주해 만족하지 않고 시대의 흐름에 맞추어 끊임없는 자기혁신의 노력을 게을리 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우리가 본받을 점이 많다.

 

런던 <자연사박물관>에는 원래 방문객의 호응이 좋은 다윈전시실을 운영해왔다. 그런데 다윈 탄생 200주년에 즈음하여 새로운 개념의 <다윈센터>(Darwin Center)를 기획하여 이를 실천에 옮김으로써 박물관의 면모를 일신시켰다.

 

다윈센터는 2002년과 2009년 두 차례에 걸쳐 단계적으로 증축되었는데, 2009년에 문을 연 다윈센터는 국제공모를 통하여 선정된 네덜란드의 건축가 CF Møller의 작품으로, 흰색의 둥근 누에고치 모양을 한 8층 높이의 특이한 건축물이다. 어찌 보면 미래를 상징하는 초현실적인 모양의 구조물이 자랑스러운 전통을 담고 있는 아름다운 로마네스크-빅토리아풍의 구건물(Alfred Waterhouse building)과 조화롭게 결합하도록 했으니, 이는 단순히 연구와 전시환경의 획기적인 개선에 그치지 않고 과거와 미래의 연결을 상징하는 디자인 그 자체로서 박물관의 이미지도 쇄신하고 세간의 관심도 이끌어 모으는 다면적 기획이었던 셈이다.

또 하나 관심이 가는 대목은 런던 자연사박물관이 다양한 계층의 사람들에게 다가가려고 끊임없이 노력하는 자세에 관한 것이다. 영국의 국립박물관은 한국과는 달리 무료일 뿐만 아니라 크리스마스와 부활절을 빼고 연중무휴라는 점에서 일요일에 문을 여는 대신 매주 월요일은 쉬는 대부분 한국의 박물관과는 차이를 보인다. 영국의 박물관은 그런 점에서 평일 시간적 여유가 있는 사람과 아동 및 학생들의 단체방문이 활발히 이루어질 수 있는 요건을 잘 갖추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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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런던의 자연사박물관에서는 낮에 시간을 낼 수 없는 직장인들을 위해 야간에 시행하는 특별 프로그램 등을 마련하고 있다는 점이 눈에 띈다. 하나의 예가 만 18세 이상을 대상으로 야간에 시행하는 <After-School Club for Grown-ups & Silent Disco at the Natural History Museum>이다.

 

첫 번째는 저녁 7시부터 10시까지, 두 번째는 10시부터 새벽 1시까지 계속되는데, 공룡표본 등이 있는 널찍한 박물관 중앙홀을 중심으로 진행되는 이 모임은 홀의 한편에 마련된 음료 판매대에서 알코올음료도 마시고, 후반부 프로그램에서는 참가자들이 헤드폰을 착용하고 디제잉을 듣는 사일런트 디스코를 유물들 사이에서 즐기도록 하는, 즉 이 시간대에 팝 디스코 등을 찾는 성인층을 겨냥한 맞춤형 이색 박물관 교육프로그램을 개발한 것이다.

듣기로는 교육과정에서도 공룡 실의 불을 끄고 각자가 손전등을 가지고 표본들을 비춰 살펴보도록 해 동굴탐험 분위기를 느끼게 하는 등 재미있는 아이디어를 많이 섞은 프로그램을 운영한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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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다른 하나의 사례는 <공룡과 하룻밤>이라는 프로그램이다. 자연사박물관에서 노소불문 제일 인기 있는 표본이 공룡이라는 점에 착안하여 공룡들이 전시되어있는 중앙 홀에서 각자의 침구를 가져와 캠핑하듯 하룻밤을 지내는 프로그램인데, 참가비용이 성인 기준 180파운드인데도 1년에 4차례만 시행해서인지 예약을 서두르지 않으면 참가가 어려울 정도로 인기가 높다고 한다. (201954MBC TV <월드 리포트. 공룡과 하룻밤> 참조) 이렇게 실용적인 접근을 마다하지 않는 사례를 접하면 영국인은 그저 점잖고 보수적일 것이라는 내 생각을 바꿔야 할 것 같다.

 

영국의 사례에서 보듯이 많은 나라에서 자연사박물관은 국민의 사랑을 받으며 과학의 생활화를 통해 국민교육에 크게 이바지하고 있다. 그런데 대한민국에는 아직도 제대로 된 자연사박물관이 없어 유감이다. 있다면 몇 개의 대학에 전시실 수준의 시설과, 지자체에서 운영하는 자연사박물관이 있는데 그 규모가 너무 영세하여 국제적으로 인정받지 못하고 있다.

 

그래서 <세계박물관 통계>는 한국을 아직 자연사박물관이 없는 나라로 분류한다. 조금 오래된 2000년대 초반의 통계지만, 미국에 1,176, 독일에 605, 영국에 297, 프랑스에 233, 일본에 150, 브라질에 86, 인도에 16개의 자연사박물관이 있다는데, 정치인들이 걸핏하면 OECD 회원국임을 내세우는 대한민국은 여전히 박물관 미개국으로 남아 있는 것이다.

 

그래서 나는 오래전 자연사박물관의 건립을 요로에 건의도 하고 칼럼도 발표하는 등 나름 작은 목소리를 낸 적이 있다. 특히 2001년 당시 추진되던 자연사박물관의 건립이 기획예산처에서 경제적 타당성이 낮다고 건립계획을 무산시키는 것을 보며 실망했던 기억이 아프게 남아 있다.

 

정부 당국이 말하는 경제적 타당성 말이 나왔으니, 미국이나 영국에서는 자연사박물관을 막대한 예산을 들여 건립하고, 더구나 국민에게 무료로 개방되고 있다는 사실을 상기한다면, 그들 나라는 과연 무슨 이유로 경제적 타당성도 따지지 않고 자연사박물관을 그토록 오래전에 세워서 운영하고 있는지 궁금해진다. 그래서 다시 한 번 더 자연사박물관의 건립을 바라는 마음을 담아 2001년 내가 <동아일보>에 기고했던 칼럼을 아래에 소개해 주의를 환기하고자 한다.(동아일보 20011030A6)

 

“<자연사박물관 건립 약속 지켜야>

정부가 1995년 약속하고 추진해온 국립자연사박물관의 건립이 6년이 지나도록 지지부진하게 진행되어 오다가 최근 사업계획 자체가 무산될 조짐이 보임에 따라 26개의 관련 학회와 학술단체들이 강력히 반발하고 있다.

한국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유일하게 제대로 된 자연사박물관이 없는 박물관 후진국이다. 그래서 90년대 초부터 관련 학계를 중심으로 자연사박물관 건립을 위한 노력을 여러모로 경주해왔고 그러한 노력의 결실로 95년 마침내 문화관광부가 그 건립을 결정하고 발표했던 것이다. 그 후 3년에 걸쳐 기획 연구가 진행되었는데 국민의 정부가 들어서면서 국제통화기금(IMF) 제재 하의 경제 위기를 구실로 예산 배정을 완전히 끊으면서 사업이 중단됐다.

그러나 국민의 정부 출범 초 공표되었던 새 문화정책10대 중점과제의 세부계획에는 분명 국립자연사박물관 건립이 포함되어 있었기에 자연사박물관의 건립사업은 곧 다시 시작될 것으로 믿고 있었다.

그러던 중 올 초 기획예산처가 한국개발연구원에 국립자연사박물관 건립의 타당성 조사를 의뢰했던바 7월에 나온 결과는 경제적 타당성이 없으니 자연사박물관 건립계획은 환경부가 추진하고 있는 생물보존관 및 과학기술부가 추진 중인 국립서울과학관과 연계해 재검토하라는 것이었다.

여기서는 자연사박물관 건립을 경제적 타당성의 논리로 보는 우매함에 대해 말하지 않겠다. 여하튼 이는 이제 문화부 환경부 그리고 과학기술부 등 3개 부처가 머리를 맞대고 조정 합의해 중복투자를 피하라는 뜻으로 해석된다.

그러나 알다시피 부처 간의 조종은 관료들의 속성상 보다 더 상위의 부서가 나서지 않으면 어려운 일이다. 그래서 자연사박물관 건립을 열망해온 26개 학회와 단체의 대표들은 82일 대통령에게 부처 간 조정으로 국립자연사박물관 건립계획이 통합적으로 발전, 실현되도록 그 추진 장치를 마련해 줄 것을 청원했다.

그 후 두 달 반이 지났으나 청와대에서는 26개 단체에 대한 회신도 없고 부처 간 협의를 통한 그 어떤 움직임도 없다.

최근 일부 보도에 의하면 환경부와 과기부는 각각 생물보존관과 서울과학관 건립사업을 원래대로 추진할 것이라고 한다.

일이 그렇게 된다면 기획예산처가 사업의 중복성을 지적했음에도 불구하고 정부가 이미 6년 전 결정한 사업은 중단하고 그보다 훨씬 늦게 계획한 사업은 새롭게 시작하는 믿을 수 없는 일이 벌어지는 것이다. 국민의 세금을 들여 타당성 조사는 왜 했는지, 그리고 국민에게 공개적으로 약속한 사업을 이런 식으로 방기할 때 그 책임은 누구에게 있는지 답답할 뿐이다.

한국개발연구원이 작성한 타당성 조사보고서에서도 국립자연사박물관의 중요성은 인정하고 있으니 정부는 부디 약속을 지키는 모습을 보여주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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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협은 누구?

 

 서울대학교에서 인류학을 전공하고 미국 켄터키 대학교에서 인류학으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전남대학교 인류학과 교수로 재직했다. 한국문화인류학회 회장, 대통령자문 21세기위원회 위원 등을 역임했다. 주요 저서로는 <부시맨과 레비스트로스>, <다민족 국가의 민족문제와 한인사회>(공저), <호남사회의 이해>(편저)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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