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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협의 박물관 이야기 <38> 뉴욕 현대미술 박물관 (New York Museum of Modern Art) NY MOMA 본문듣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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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입력 2021년07월11일 09시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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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최협
  • 전남대학교 연구석좌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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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사적(美術史的)으로 가장 영향력 있는 미술박물관

 

세계에는 여러 유형의 박물관들이 존재한다. 인류문명의 보고(寶庫)역할을 하는 박물관에서부터 국민통합의 전당으로서, 또는 역사적 기억과 사회적 발언의 기능을 하는 박물관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종류의 박물관들이 있는 것이다. 그러면 뉴욕의 현대미술박물관은 어떠한 박물관일까?

 

<뉴욕 현대미술 박물관>은 미술사적(美術史的)인 측면에서 가장 영향력이 있는 박물관이라는 생각이다. 미술사적으로 영향력을 행사한다는 말은 뉴욕현대미술관이 보여주는 작품들이 새로운 시도로 후대에까지 영향을 끼친 작품, 작품이 만들어진 시대를 반영하는 작품, 조형적 기교가 특별한 작품, 미학적, 철학적 기반이 튼튼한 작품 등, 각별하게 창의적인 작품들이 주류를 이루기 때문이다.

 

이렇게 실험적 작품이 가득한 현대미술관에서, 어찌 보면 생소하고 뜬금없고 때로는 기발한 화가들의 세계를 섭렵하는 경험은 우리가 예상치 못한 각도에서 사물을 바라보도록 자극하고, 잠자고 있던 창의적인 상상력과 내면의 깊은 통찰을 불러일으키게 만든다. 특히 뉴욕의 현대미술 박물관(NY MOMA)이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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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 현대미술 박물관>은 미술애호가 Abby Aldrich Rockefeller가 수집가 Lillie Plummer Bliss와 미술사학자 Marry Quinn Sulivan과 함께 기존의 미술박물관들이 오랜 세월 동안 유지해온 보수적 정책과 전통적 운영방식의 한계를 논하는 과정에서 새로운 형식의 미술관이 필요하다는 결론에 이르러 태동하였다.

 

이들 3인은 1929117일 맨해튼의 Heckscher Building 12층에 새로운 시도를 위한 여섯 개의 작은 전시공간을 만들었는데, 이곳에서 처음으로 유럽 근대주의(European Modernism) 경향의 작품을 일반에 공개한 것이다. 이 전시공간에서는 서사 중심의 전통 미술을 제외했다는 점에서, 미국에서 등장한 첫 번째 현대미술관(MOMA)이라 하겠다. Abby의 남편인 석유 재벌 록펠러(John D. Rockefeller Jr)는 전통주의자로서 부인 Abby의 그런 시도를 탐탁지 않게 여겨 초기의 지원을 거부했다고 한다.

 

다만 미술관에 대한 대중의 반응이 매우 긍정적이어서 기업가 A. Conger Goodyear의 지원이 있었고, 미술사학이자 관장이었던 Alfred H. Barr Jr,1935년 기획한 Van Gough 특별전의 대성공 등을 거치며 뉴욕 현대미술박물관은 몇 차례 장소를 옮기는 가운데 현대미술 전문기관으로 성장을 이어갈 수 있었다.

 

이러한 성과를 바탕으로 1937Abby의 아들 Nelson Rockefeller가 미술재단의 이사장으로 취임하였고, Abby의 남편 John D. Rockefeller로부터는 새로운 미술관 건물을 약속받게 된다. 미국 건축가 Philip C. Johnson Edward Durell Stone에 의해 설계된 현대식 건물은 19395월에 완공되었는데, 2002년에는 일본인 건축가 Yoshio Taniguchi의 설계로 2년에 걸친 대대적인 증·개축이 이루어졌다.

 

뉴욕의 심장부 맨해튼 한복판에 자리한 MOMA630,000 square feet에 달하는 널찍한 전시공간 외에 강당, 강의실, 수장고, 조각 정원, 그리고 7만 명에 달하는 예술가에 대한 개인 자료 파일을 갖춘 도서실 등 모든 필요한 부대시설을 완벽하게 갖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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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세기 말 유럽의 미술계에는 새로운 바람이 일고 있었다. 우선 피카소가 현대미술의 아버지라 불렀던 세잔(Paul Cézanne)은 미술을 자연이나 현실을 새롭고 독창적인 논리로 다시 배열하는 것이라고 정리함으로써 인상주의(impressionism, 印象主義) 등장의 길을 열었다. 20세기에 들면 외부의 가시적인 현실을 충실히 묘사하는 전통에서 벗어나 내부의 감성을 쫓는 입체파(cubism), 야수파(fauvism), 추상적 표현주의(abstract expressionism) 등 여러 갈래의 새로운 경향이 나타나게 되었다.

 

그리고 새로운 움직임은 제2차 세계대전 이후에도 신()모더니즘(neo-modernism) 혹은 포스트모더니즘(post-modernism)으로 이어졌다. 그리하여 일부 급진적인 미술인 서클에서는, 프랑스의 예술가로 1955년 미국으로 귀화 한 마르셀 뒤샹(Henri-Robert-Marcel Duchamp)이 말했듯이, “아름다움만을 추구하던 전통예술은 단지 망막이나 자극하는” <가짜예술>이 되어 폐기되었다.

 

이렇게 20세기의 미술은 기존의 질서와 전통에 회의를 표하며 과격하리만큼 혁신적인 미술 양식을 쏟아냈는데, 그 중심은 이제 파리가 아니고 뉴욕이었다. 특히 제2차 세계대전이 끝난 1950년대 이후가 그렇다. 수많은 유럽의 예술인들이 전쟁의 고난을 피해 드보르자크가 일찍이 신세계(新世界)라 명한 미국으로 건너왔고, 다양성과 자유가 넘쳐나는 뉴욕은 자연스레 그들의 활동무대가 되었다.

 

확실히 20세기 중반 뉴욕은 세계의 예술가들을 끌어당기는 그 무엇을 지니고 있었다. (그러하기에 한국의 김환기 화백도 1963년 홍익대 교수의 자리도 버리고 뉴욕의 가난한 작가의 생활을 택하지 않았던가?) 뉴욕이 제공하는 자유와 창의의 공간에서 수많은 예술가가 새로운 시대정신을 담아내는 일에 열중이었고, NY MOMA는 그들의 작업을 지원하고 널리 알리는 역할을 충실히 감당해냈다.

 

위에서 언급된 19세기 말에서 20세기에 이르는 이러한 미술계의 흐름은 뉴욕 현대미술박물관의 컬렉션에 잘 반영되어있다. 150,000만 점에 달하는 NY MOMA의 소장·전시작품 중에는 세잔(Paul Cezanne)목욕하는 사람’(the Bather), 고흐(Vincent Van Gogh)별이 빛나는 밤’(The Starry Night), 고갱(Paul Gauguin)아레오이 씨앗’ (The Seed of the Areoi), 피카소(Pablo Picasso)아비뇽의 여인들’(Les Demoiseels d'Avignon), 모네(Claude Monet)수선화’(Water Lilies), 마티스(Henri Matisse)’(Dance), 달리(Salvador Dali)기억의 지속’ (The Persistence of Memory), 몬드리안(Piet Mondrian)브로드웨이 부기 우기’(Broadway Boogie Woogie), 샤갈(Marc Chagall)나와 마을’(I and the Village), 폴락(Jackson Pollack)‘31’(Number 31), 와홀(Andy Warhol)마릴린 먼로캠벨 수프 통조림(’Campbell's Soup Cans) 등 여러 갈래 계파의 중심화가 와 작품들, 부연하면 후대에 깊은 영향을 미친 모더니즘 계열에 속하는 여러 계파의 대표적 작품들이 망라되어 방문객을 맞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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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경우, 고흐의 별이 빛나는 밤이 이곳에 있다는 사실을 발견하고 어찌나 반가웠는지! 고흐가 별이 있는 밤하늘을 그린 작품은 오직 세 편에 불과한데, 그가 1889년 상 레미의 정신병원에서 나와 기억에 의존해 그린 이 작품에서는 밤하늘을 소용돌이처럼 묘사해 더욱더 인상적이다. 그런 이유로 별이 빛나는 밤’(The Starry Night)은 고흐의 작품 중에서도 서양 미술사에 길이 남을 최고의 걸작으로 꼽힌다.

 

그런데 바로 이 작품을 1941NY MOMA가 사들인 것이다. 나는 고흐의 이 작품 앞에서 대학 시절 내가 좋아했던 돈 매클린(Don McLean)의 노래 빈센트’(Vincent)의 가사를 속으로 읊었다. 뉴욕 인근에서 태어나고 뉴욕에서 대학을 다닌 맼클린이 아마도 NY MOMA에서 고흐의 별이 빛나는 밤을 보고 자랐기에 이 노래를 작곡했을 것이라는 상상을 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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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이 빛나는 밤, Starry, starry night,

당신의 팔레트를 파랑과 회색으로 물들이고,

Paint your palette blue and gray,

여름날, 밖을 보아요,

Look out on a summer's day,

내 영혼의 어둠을 알아보는 그 눈으로..

With eyes that know the darkness in my soul.

...... ..... ...... ..... .....

이제 알 것 같아요, 당신이 내게 말하려 했던 것들을,

Now I think I know what you tried to say to me,

그리고 당신이 온전한 정신을 찾으려 얼마나 고통받았는지,

And how you suffered for your sanity,

그리고 사람들을 자유롭게 하려고 얼마나 노력했는지,

And how you tried to set them free,

그들은 들으려 하지 않았고, 지금도 여전히 듣지 않고 있지요. ,

They would not listen, they're not listening still.

아마도 영원히 귀를 기울이지 않겠지요.

Perhaps they never will.

 

뉴욕은 추상표현주의 미술의 중심이라 한다. 현대미술에 문외한인 내가 그 내용을 잘 알 순 없지만, 다원주의를 표방하는 현대미술은 그저 난해하고 이해하기 어렵다. 그래서, 역설적으로 자유롭고 재미있다는 생각도 든다. 현대미술은 작가는 자유롭게, 그리고 나는 내 방식대로 이해하고 즐기면 되는 것이다. 현대미술에는 정답이 없기 때문이다. NY MOMA가 편안한 이유이다. 세계적 명화가 가득한 유명 미술박물관을 갈 때면 공부하러 간다는 기분이 들 때가 있다.

 

반면에 현대미술관으로 가는 걸음은 소풍처럼 즐겁고 가볍다. 2005년 어느 가을날, 편안한 마음으로 NY MOMA에 도착해 조각정원 앞에서 마주친 첫 작품이 워싱턴의 스미스소니언을 드나들 때 자주 본 미로(Joan Miro)의 달 새(Luna Bird)였다. 친숙한 작품이 반가워 사진을 찍었다. 그날 그렇게 NY MOMA에서의 즐거운 소풍이 시작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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