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계산에서 바라본 세계

국가의 미래를 향한 첫 걸음

※ 여기에 실린 글은 필자 개인의 의견이며 국가미래연구원(IFS)의 공식입장과는 차이가 있을 수 있습니다.

최협의 박물관 이야기 <32> 타슈켄트의 우즈베키스탄 국립 역사박물관(State Museum of the History of Uzbekistan) 본문듣기

작성시간

  • 기사입력 2021년05월30일 09시00분
  • 최종수정 2021년05월28일 10시48분

작성자

  • 최협
  • 전남대학교 연구석좌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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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슈켄트>에 도착한 것은 <사마르칸트>로 가는 기차를 타기 위해서였다. 문명교류의 비단길 한가운데에서 이슬람 세계의 보석으로 빛나던 도시 사마르칸트는 여전히 나에게는 미지의 세계로 남아있었다. 중앙아시아 역사에 대한 안내자가 필요했었고, 타슈켄트에 있는 <우즈베키스탄 국립 역사박물관>이 바로 그 길잡이가 되어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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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즈베키스탄 국립 역사박물관>은 중앙아시아에서는 가장 오래된 박물관이라 한다. 러시아제국의 통치를 받던 시절 당대의 지역 명칭을 따라 투르키스탄의 공공박물관으로 1876년 문을 열었다 하니 140년에 가까운 역사를 가진 셈이다. 그 후 1919<투르키스탄 국립박물관>으로, 그리고 구소련시절인 1943년에는 <레닌 박물관>으로 명칭이 바뀌었다가, 1991년 소련연방 붕괴와 더불어 우즈베키스탄이 독립을 선언하면서 1992년부터 <우즈베키스탄 역사박물관>으로 새로운 면모를 갖추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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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물관의 명칭에 변화가 온 것처럼, 1990년대 이후 새로운 시대가 열렸음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동상이 있다. 타슈켄트시 중심가의 아미르 티무르 광장에는 <레닌의 동상>이 세워져 있었는데, 독립 이후 레닌 동상을 철거하고 이제는 그 자리에 우즈베키스탄 역사상 최고의 영웅 <아미르 티무르의 동상>이 들어서 있다.

 

<우즈베키스탄 국립 역사박물관>은 우즈베키스탄 지역이 구석기 시대부터 사람이 거주해온, 동양에서 가장 오래된 문명의 발상지 중 한 곳임을 보여주는 훌륭한 박물관이다. 26만 점이 넘는 소장 유물은 고고학, 인류학, 민속학, 역사학적 자료들을 망라하여 수준 높은 교육박물관의 역할을 담당하는 데 손색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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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석기 시대부터 사람이 거주해온 우즈베키스탄 지역의 역사는 여러 민족과 종족집단이 뒤엉켜 엮어간 복잡한 과정이었기에 하나의 민족이나 공동체로서 면면히 이어오는 역사가 아니다. 우즈베키스탄 지역은 석기시대 이후 B.C. 6세기에는 페르시아가, B.C. 4세기에는 알렉산더 대왕의 지배하에 놓였다가, 6세기 중엽에는 돌궐(突厥) 제국의 지배를 받았다. 8세기에는 이 지역을 놓고 다툰 사라센(Saracen) 제국과 당나라 간의 탈라스 전투(751)에서 사라센군이 승리함으로써 이슬람권에 편입되었다.

 

13세기에는 몽골의 지배를 받았으며, 14세기에 이르면 1369년에 몽골계 인물인 아미르 티무르(Amir Timur)가 티무르 제국을 건설하고, 1369년부터 1507년까지 동서양을 잇는 실크로드의 중심지로 중앙아시아 최대의 상업도시인 사마르칸트를 수도로 삼아 중앙아시아의 문화 르네상스로 일컬어지는 최고의 번성기를 구가했다. 바로 이 시기의 자랑스러운 역사와 문화는 독립을 되찾은 오늘의 우즈베키스탄 국민이 민족적 정체성과 문화적 긍지를 의미적으로 재구성하여 상상의 공동체를 만들어가는 원천이 되고 있다.

 

<우즈베키스탄 국립 역사박물관>은 석기시대의 발굴유물부터 시작하여 테르메스지역에서 나온 1~3세기 쿠샨왕조 시대의 미술사적으로 높이 평가되는 불상을 위시하여 이슬람 시대 이전의 중국이나 흉노 같은 다양한 민족의 문화유산, 그리고 티무르 제국과 그 후의 이슬람문화를 세련된 전시기법을 동원하여 체계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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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타슈켄트에 머물며 박물관에서 얻어낸 얕은 지식은 나의 사마르칸트 답사에 큰 도움이 되었다. 특히 박물관의 한 벽면을 차지한 정복자 티무르의 대형 그림은 잠재해있던 있던 상상력을 불러내 주었다. 티무르는 일생을 통해 한 번도 전투에서 패한 적이 없는 잔인한 정복자였다. 그가 정복 전쟁을 치른 지역은 서쪽으로는 소아시아와 역사적 시리아, 동쪽과 남쪽으로는 북인도, 북쪽으로는 볼가강 유역에 이르는 광활한 지역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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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정복지의 우수한 건축사나 기술자들을 사마르칸트로 데려와 자신이 좋아한 청색이 두드러진, 당시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도시를 건설했다. 그러나 오늘날 푸른 돔의 모스크와 메드레세의 도시 사마르칸트에는 티무르의 흔적이 별로 남아있지 않다. 티무르는 그의 고향 샤흐리삽에 그를 위한 거대한 궁전을 지었는데 지금은 정문 기둥 두 개만이 폐허를 지킬 뿐이다. 그러나 그는 '상상의 공동체'에 의해 다시 소환되어 우리 앞에 모습을 드러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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